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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솔향기 그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by 혜강(惠江) 2009. 1. 22.

 

안면도

솔향기 그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 -


·사진 남상학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가까워졌고, 중국의 발전과 맞물려 떠오르는 곳이 서해안이다. 그동안 숨어 있던 서해안의 여행지들도 근래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


  서해안 여행의 중심이 되는 안면도는 태안반도의 서남단에 위치해 있고, 리아스식 반도로 우리나라 여섯 번째 크기의 섬이다. 서쪽으로는 꽃지, 삼봉, 방포 해수욕장 등 질 좋은 모래의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조선시대 조운을 위한 운수수단으로 운하를 만들어 인공섬이 되었으나 1960년 연육교를 놓아 육지와 이어졌다. 남쪽 끝 마을 영목에서 원산도를 거쳐 대천으로 연결되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볼거리가 많은 안면도와 서해 최대의 대천해수욕장이 같은 관광권으로 묶여 안면도는 그야말로 최고의 휴양지가 된다. 

 

  그런데 안면도를 유명하게 하는 또 하나는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본초강목)이다. 한겨울에도 푸르고 꿋꿋한,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다. 세파에 꺾이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그래서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겪은 뒤에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논어)는 글귀를 사랑한 선비들이 많다.

 

  수령 100 년 내외의 ‘안면송’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가진 안면 소나무 천연림이 430ha에 집단적으로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는 고려 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였으나 도남벌이 심해지자 고려 때부터 왕실에서 특별 관리하였으며, 1965년도부터 충청남도에서 안면도 도유림사업소를 설치하고 이곳에 안면도 휴양림을 조성했다.


'안면송'이 쭉쭉 뻗은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안면읍 소재지를 지나 방포 마을 넓은 벌판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송림 둔덕에 위치해 있다. 안면대교에서 고남, 영목

항 방향 15km 지역에 있으며, 꽃지 삼거리에서 고남, 영목항 쪽으로 직진하면 송림사이로 오른쪽에 연두색 수목원의 펜스가 보이고 왼편에는 휴양림 매표소와 주차장이 보이는데 도로가 휘는 구간이고 직진 차량의 과속이 있어 좌회전 진입시에 직진차량이 없는지 살펴보고 조심해 들어와야 된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원스레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솔향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는 3.5km의 소나무 숲을 이용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자연휴양림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키다리 소나무들은 방문객들에게 그윽한 오솔길을 내보이며 발길을 이끈다. 

 

  휴양림 들머리에서 오른쪽 모시조개봉으로 오르는 솔잎 두터운 오솔길 옆에 이 고장 출신인 채광석(1948~1987)시인의 <그리움> 시비가 있다.  안면읍 창기리 소나무숲에서 태어난 시인 채광석은 암울했던 70~80년대를 안면송처럼 곧고 청청한 정신으로 저항하며 살다 간 시인이다. 

 

    기름진 고독의 밭에

    불씨를 묻으리라 
    이름모를 산새들 떼 지어 날고

    계곡의 물소리 감미롭게 적셔 오는 
    여기 이 외진 산골에서

    맺힌 사연들을 새기고 
    구겨진 뜻들을 다리면서

    기다림을 익히히라 
    카랑한 목을 뽑아 진리를 외우고

    쌓이는 낙엽을 거느리며 
    한 걸음 두 걸음 조용히 다지다가

    자유의 여신이 찾아오는 그날

    고이 목을 바치리라 
    대를 물려 가꿔도 빈터가 남는

    기름진 고독의 밭에

    불씨를 묻으리라 

      - 채광석의 '기다림' 전문

 

 


  채광석 시인은 1970-80년대의 권위주의 시대에 온 몸으로 참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살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987년 7월12일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사고 당시 채광석 시인의 주머니에는 동전 150원이 있었다.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이었음에도 소외되고 가난한 자를 대변했던 그의 삶은 늘 고단하고 가난했다. 아름다운  취미생활이나 가식적 삶을 벗고 대중적 삶의 토대에서 문학이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문인이었다. 안면송의 지조답게 옳은 일이라면 글로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이  바로 채광석 시인이다. 

 

  시비에 적힌 시를 읽고나서 오솔길을 내려와 좌우로 늘어선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다 보면 산림전시관이 나타난다.  철근콘크리트구조 1층으로 지어진 산림전시관에는 산림문화 사료의 보존관리 및 발전에 관한 자료와 목재 생산 과정, 목재의 용도, 산림의 효용가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나비를 비롯한 곤충 특히, 소나무 재선충을 옮기고 다니는 솔수염하늘소를 관찰할 수 있고, 주요 나무들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전시관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뒤편에 있는 작은 고개(배수지고개)를 넘으면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집들이 보인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묵고 싶어 하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숲속의 집’( 041-674-5019 )이 있다. '대화', '만남', '화목', '한옥' 등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정겹다. 다양한 크기의  ‘숲속의 집’은 모두 21동으로, 난방은 물론 가스레인지, 취사용품, 샤워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어 사계절 이용이 가능하다. 산자락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집들이 복잡한 세상사를 잊게 한다.  

 

  그리고 휴양림 안의 산책로는 다섯 코스가 마련돼 있다. 어느 길을 걸어도 소나무숲은 울창하고 솔바람은 향기롭다. 봉우리마다 조개이름을 따서 예쁘게 이름을 붙인 모시조개봉, 바지락봉, 새조개봉, 키조개봉, 진주조개봉을 잇는 산책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안면송의 그윽한 향취를 맛보며 산책할 수 있다. 아름다운 숲은 한겨울에도 빛난다. 빛나는 겨울 숲 중에서도 으뜸은 소나무숲이다. 울울창창한 오솔길을 거닐면, 굽잇길 갈림길로 쌓이고 구르는 것들이 다 음악이다.

 

 




테마별로 조성한 수목원

 

휴양림 앞에 있는 지하터널을 지나서 길 건너편으로 가면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안내책자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휴양림 산책만 하고 멋진 수목원은 보지도 못한 채 그냥 가기 일쑤다. 안면송 향기 그윽한 공간에 조성된 수목원지역은 그 자체가 정원이다.

 

 

 

  계절감과 경관을 고려하여 화목류, 단풍류, 야생초, 유실수 등도 식재되어 있고 굴거리나무, 모감주나무 외 31,670본(374종)이 식재되어 있는 수목원이 있다. 숲 속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공간임에 틀림없다.

 

  2002년 국제꽃박람회 부전시장이었던 수목원의 표석이 맞이한다. 들머리길은 소나무숲인데,올라가는 길목에 세워놓은 장승에 쓰여 있는 문구들이 재미있다. 나뭇가지마다 새들이 앉아 있는 솟대가 하늘의 구름과 어울리는 모습도 아름답다. 

 

 

 

  총면적 42ha 중 12ha를 집중 조성한 수목원에는 솟대고개를 올라서면서 테마원인 철쭉원, 목련원, 억넌출자생자원, 조팝나무원, 식용수원, 지피원, 약용수원 야셍화원, 생태습지원, 방향수원 등 13개의 자생식물원이 규모에 맞춰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테마원을 돌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정자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이은상의 시비도 있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꺾으면 눈물 흘리죠. 
    꽃 피고 잎 퍼져 향기 풍기고

    가지 줄기 뻗어서 그늘 지우면 
    온갖 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찬서리 눈보라 휘몰아쳐도

    무서운 고난 모두 이기고 
    나이테 두르며 크고 자라나
 

    집집이 기둥 들보 되어 주지요.
    나무는 사람마음 알아주는데

    사람은 나무마음 왜 몰라주오 
    나무와 사람들 서로 도우면

    금수강산 좋은 나라 빛날 것이오.

      - 이은상의 시  <나무의 마음> 전문

 


   이 시는 인간들로 하여금 식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치게 한다.  나무는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 또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실로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무에게 애정을 가지고 나무를 가꾸는 일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부끄럽다. 

 

   또 청자자수원 끝에 담쟁이들이 붉은 잎을 매달고 얼기설기 얽혀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옛 담장이 있다. 한국의 전통정원으로 거듭난 아산원이다. 아산정원은 조선시대의 별서정원 형태로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공간인데 숲, 물, 돌 등을 이용해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정원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정겹고, 전통적인 멋과 한국미가 묻어나 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만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아산원은 시공을 초월해 자연과 하나 되게 할 만큼 기품이 넘치는 공간으로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진수를 체험하게 한다.


  유리온실 앞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인 안면정(安眠亭)에 오르면 주변의 소나무 숲과 수목원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꽃지해수욕장이 가깝게 보인다. 수목원 전경을 바라보며 서해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상쾌함까지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잠시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양공간으로 호평 받고 있다.

 

 

   소나무에 별들이 총총히 내려앉은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별을 꿈꾸는 나무' 조형물이 전망대 바로 아래 소나무 숲에 있다. 그리고 소나무 생태탐방로를 제외한 모든 산책로 옆으로 심겨진 꽃나무와 각종 수목들에는 이름을 알려주는 팻말이 붙어 있어 식물체험장으로서의 교육적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주변에는 꽂지해변(5분), 영목항(15분), 바람아래해변(15분), 장산포(10분), 삼봉해수욕장(20분), 몽산포해변(15분), 만리포(60분) 등이 있어 연계하여 찾는다면 그만한 좋은 휴식처가 또 있을까. 해변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자연의 멋과 향을 맛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행복이 되리라. 소나무에서 생성되는 피폰치드(Phytoncide)를 맘껏 마시면 분명 지친 심신에 활력이 될 테니까.   

 

 

 

 

  휴양림과 수목원을 돌아나오면서 상상해 본다. 눈 내릴 즈음에 이 소나무숲에 머문다면, 숲 안팎으로는 순백의 도화지같은 세상에서 눈더미를 인 솔숲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볼 수 있을 텐데.... 젊은 연인들에게 이 겨울 눈 오는 날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한다.

 

 

* 이용정보

안면도자연휴양림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136-1 / 041-674-5019

입장료 : 성인 1,000원(단체 800원), 경로 면제 / 주차료 : 대형 5,000원, 소중형 3,000원

 


* 교통안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나와 서산AㆍB지구방조제를 거쳐 안면대교를 건넌다. 이어 77번 국도를 타고 영목, 고남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안면도자연휴양림 표지판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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