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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간월암과 안면암, 천수만을 사이에 둔 두 암자

by 혜강(惠江) 2009. 1. 29.

 

간월암과 안면암


천수만을 사이에 둔 두 암자

 

 

글·사진 남상학

 

 

 

* 간월도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천수만 *

 


  

 천수만은 서해안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동쪽은 홍성군 서부면과 보령시 천북면 ·오천면, 북쪽은 서산시 부석면과 접하고 있으며, 서쪽은 태안군 태안반도와 이어지는 안면도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 간월도 방파제와 그 뒤로 보이는 천수만 *

 

 

  천수(淺: 얕을 천, 水:물 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천수만은 예로부터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였다. 수심이 얕고 작은 섬들과 암초가 많아 대형선박의 출입과 항해가 어렵지만, 높지 않은 수심과 심한 간만의 차로 예전부터 연안 어업과 수산 양식장의 적지로 알려져 왔다. 넓게 발달된 갯벌에서는 바지락, 김, 굴 양식과 천일제염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넓은 간석지는 또한 간척의 호조건이 되어 1979년부터 농경지와 담수호 조성을 위한 간척농경지로서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 방조제 공사로 인해 생긴 간척지(위)와 간척지에 날아드는 겨울철새(아래) *

 


A. 서산 방조제 사이에 앉은 간월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16-11)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간월암(看月庵)과 안면암이 천수만과 안면도 일대를 대표하는 암자로 손꼽히고 있다. 천수만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안면도와  충남 홍성 땅 사이에 자리잡은 만이다. 본래는 호수 같은 거대한 바다인데, 국토 확장과 식량 안보 차원에서 뭍으로 변하게 된 곳이다. 바다를 어디서부터 막아야 될지 몰랐는데 마치 운명처럼 양쪽 바다 중간에 위치한 곳이 바로 간월도였다.

 

  천수만에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서산의 창리 포구에서 도선을 타고 간월도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방 공사로 생긴 둑길을 따라서 육지와 이어졌다. 이곳 간척지를 서산AB지구라고 하는데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사이를 잇는 제방공사가 완료되면서 46백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농경지와 담수호가 조성된 것이다.

 

  간월암과 안면암은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있으면서, 행정구역상으로 간월암은 서산시 부석면에 속해 있고, 안면암은 태안군 안면읍에 속해 있다.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던 간월도는 방조제가 생기면서 A지구 방조제 중간쯤에 육지와 걸치게 되었는데, 이제는 섬이라지만 대부분이 방파제에 편입되고 간월암이 들어있는 작은 돌섬 하나가 물에 떠 있어 섬의 명분을 겨우 유지해 주고 있다. 간월도는 그 돌섬 위에 오롯이 앉아 있다.  간월암은 간조시에는 뭍(간월도)과 연결되고 만조시에는 섬이 되는 지형에 세워져 있다.

 

 

 

 

  간월도는 '달빛을 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 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무학대사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어머니 등에 업혀 이 섬으로 들어오게 된 어린 무학대사가 이곳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를 하다가 천수만에 내리는 달빛을 보고 깨우침을 받았다고 한다.

 

  간월도 입구에 들어서면 큰 기념탑이 눈에 들어온다. '어리굴젓기념탑'이다. 이 탑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음식물을 주제로 한 기념탑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매년 음력 1월 15일 '굴 부르기제'가 열린다고 한다. 굴 풍작과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300여 년째 전승되고 있는 민속 행사다.

 

 

 

 

 

 기념탑에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장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이 공원 너머로 더 가면 내리막길이 있다. 그 앞으로 작은 섬이 보인다. 드넓은 바다와갯벌이 어우러진 간월도는 해가 넘어가는 장면이 장관이다. 그래서 사철 간월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 밀물 때의 간월암(맨위)에 가려면 줄배를 이이용한다.

 

 

* 그러나 썰물이 되면 자갈밭이 드러나 걸어갈 수 있다. * 

 

 

  간월도 맨 끝에 점처럼 떠있는 간월암은 하루 두 번씩 밀려오는 밀물 때는 물이 차 섬이 됐다가 썰물 때는 물이 빠져 작은 자갈길로 육지와 연결된다. 그러나 밀물 때는 물에 잠기면 줄배를 이용해야 한다. 

 

바다에 떠있는 모습이 구름 속에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다운 섬이다. 조선 왕조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무학대사가 고려말 암자를 처음 짓고 무학사라 불렀다. 그 뒤 퇴락한 절터에 만공대사가 1941년에 새로 절을 지어 간월암(看月庵)이라 하였다. 특히 그 간월암 너머로 간월도의 명품인 일몰의 경관이 펼쳐지고, 가을이 되면 군무를 통해 새들의 천국을 이룬다. 

 

 

* 간월암 경내에서 찍은 사진들 *


 

  간월암 앞에 서면 산죽 울타리 숲, 해풍에 시달려 한껏 뒤틀린 모감주나무 틈새로 관음보살이 안치된 대웅전과 부속건물(용왕당, 종각, 요사채), 산신각 등이 있는 간월암의 작고 아담한 모습이 보인다. 바람을 막기 위해 절 건물을 알루미늄 새시로 둘러싸고 있어 다소 볼품 없어 보이지만 간월암 마당에서 보는 서해바다 경치는 참으로 시원스럽고 멋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안면도의 길고 긴 모습도 운치 있고, 줄줄이 이어진 왼쪽편 충남해안도 눈에 편안한 여유를 준다. 또 정면에 있는 천수만의 또 다른 섬인 죽도의 푸른 모습도 멀리 보여 풍성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 간월도 앞바다에 뜬 배들과 우럭 등을 키우는 가두리양식장 *

 


  간월암 마당에서 천수만 앞바다를 감상한 후엔, 간월암 뒤쪽으로 펼쳐진 갯벌(포구)로 가 보는 게 순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월암만 보고 다시 휑하니 뭍으로 빠져나가기 일쑤지만 간월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발길을 간월암 뒤쪽 포구로 돌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양식장의 시설물들, 거친 갯벌 위에 한 점 빛처럼 화려하게 정박한 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누구나 그 풍광엔 가슴 저려 하는 것. 특히 무지개 빛으로 다가서는 배들 사이로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황도는 황도 자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바람 나고 기분 상쾌해진다.

 

 

 

* 간월도 포구에는 갓 잡아온 생선과 어리굴젓을 파는 노점과 가게, 식당들이 즐비하다.

 

 

   간월도는  천수만 나들이에서 천혜의 쉼터 구실을 하는 동시에 서산에서 생산되는 굴로 만든 어리굴젓의 집산지로 유명하여, 사시사철 어리굴젓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작은 어항과 횟집들, 주차공간이 마련 되어 있다.  

 

 

 


B. 안면도 동쪽 천수만에 자리잡은 안면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 178-7) 



 

 

  안면암은 간월도를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다 왼쪽 천수만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간월암이 평소엔 뭍과 이어지되 밀물 때마다 섬이 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면, 안면암은 뭍에 둥지를 두고서 밀물 때마다 바다에 둥실 떠오르는 조그만 섬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 입구에서 본 안면암(위)과 후면 바다(천수만) 쪽에서 본 안면암 *

 

 

 안면암은 해변의 언덕 위에 앉아 있다.  4층으로 된 안면암은 멀리서 보면 절 같지 않고 빌딩처럼 보인다. 바닷가 바위틈에 제비집처럼 올라앉은 기와집에 가녀린 바람결에도 짤랑거리며 흔들리는 풍경이나 은은한 향내음을 기대했다면 대단한 실망을 하게 된다.  

 

 

* 안면암 무량수전(위)과 안면암 현판 *


 

  1998년에 창건된 안면암은 1층은 공양처, 2층은 불자수련장, 3층은 소법당이 현대식으로 건립되어 있고 4층에만 대웅전과 불경 독서실이 전통 사찰 양식을 하고 있다. 또 본관 옆에는 용왕각과 삼성각도 들어서 있다. 안면암 3층 법당에 들어가면 큰 규모의 돌 탱화가 앞을 가로 막는다. 

 

 

 

* 안면암 3층 법당의 돌 탱화 *

 

 

* 안면암 2층에서 바라본 천수만 * 

 


  중앙에 무량수불,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측에 관세음보살, 우측에 지장보살이 마애불로 세겨져 있다. 암자는 나무가 아닌 시멘트 콘크리트로 건축되어 시멘트 노출이 많아 여느 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안면암에서는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 안면암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많은 무인도들이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 부상교 앞으로 보이는 여우섬(일명 조구널섬) - 물이 들면  부상교를 이용하여 건너온다.

 


  특히 안면암은 앞으로 탁 트인 바다에 두 개의 작은 섬인 여우섬(속칭 '조구널')이라는 두 아기 섬을 앉혀놓고 있다. 예전 조기가 많이 잡혔을 때 이 섬 전체에 조기를 널어 말렸다고 해서 ‘조구널’이라 불렸던 이 섬은 두개의 봉우리를 가진 한 개의 큰 바위섬이다.

 

  안면암에서 작은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나가면 넓게 펼쳐진 갯벌위로 건너편의 작은 섬까지 100m의 부교가 놓여 있다. 안면암을 찾는 이들의 진짜목적이자 즐거움은 바로 부상교를 건너 ‘조구널’이라는 이름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 조구널섬에서 부상교를 이용하여 안면암으로 돌아오고 있다. *


 

 물 위에 뜬 부상교(浮上橋)를 타고 조구널 섬까지 건너보려면 밀물 때를 맞춰 가야 한다. 부상교는 둥근 스티로폼을 연결하여 그 위에 널판지를 깔아 만든 다리로 이곳 어민들이 양식장을 드나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썰물 때 부상교는 아무 쓸모없이 갯벌에 누워있으나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멀리까지 나갔던 물길이 멀리서부터 조금씩 쏴 소리를 내며 밀려오기 시작하면 30분도 채 안 되어 부교가 물위로 들리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자연이 연출해내는 하나의 멋진 풍광이다. 물결에 따라 출렁거리는 부상교를 건너는 맛은 안면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재밋거리다.

 

 

* 조구널섬 뒤로 천수만 방향 : 썰물과 밀물 때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 

 

 

* 안면암 방향 : 썰물 때와 밀물 때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렇게 간만에 따라 뭍과 섬은 오늘도 만남과 헤어짐을 숙명처럼 되풀이한다.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에서 갯벌체험도 가능하나 조개 양식장이어서 놀이 이상의 채취는 허용이 안 된다.  



* 안면암 아래 부상교 앞에 떠 있는 조각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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