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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산, 어디서나 열린 부산의 진산 부산 금정산 범어사 노송 금강암 단풍, 어디서나 열린 부산의 진산 권기정 기자 ▲부산 금정산에 자리한 범어사는 의상대사가 678년 창건한 절로 해인사, 통도사와 함께 남도의 3대 사찰로 꼽힌다. 부산의 진산으로 불리는 금정산. 도심 가까운 곳에서 울창한 숲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부산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서울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어서 등산로가 한정돼 있지만 금정산은 어디서나 능선을 탈 수 있다. 부산시민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산 밑까지 지하철이 다니고 산 중턱까지 버스 노선이 나 있어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주말에 한번쯤 오르내린다. 동으로는 부산의 금정구, 북으로는 경남 양산시, 남으로는 부산 동래구, 서로는 부산 북구와 접하는 넓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 2008. 10. 16.
도봉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서울 전망대' 서울 도봉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서울 전망대’ 김기범 기자 * 서울 도봉구 도봉산의 자운봉이 신록을 과시하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동북쪽에 있는 도봉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 바위산이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이나 국철 망월사역에서 가까워 서울 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쉽지 않은 등산길이 많아 등산 마니아들게도 인기다. 1973년 도봉구가 성북구에서 분리될 당시 도봉산의 이름을 따서 도봉구라 했을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 양주·의정부시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739.5m의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선인봉·주봉·오봉·우이암 등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선인봉을 오르는 암벽 등반코스만 37개나 개척돼 있다.. 2008. 10. 16.
사랑시[22] : 민들레 - 신용목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2] 민 들 레 - 신 용 목 ▲ 일러스트=이상진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2008. 10. 16.
조용히 즐길만한 억새밭 5대 명소, 춤추는 억새들의 손짓 춤추는 억새들의 손짓 조용히 즐길만한 억새밭 5대 명소 문화일보 / 박경일기자 가을산은 누가 뭐래도 단풍이다. 그러나 단풍산행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행선지의 단풍 절정시기를 딱 맞춰 찾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단풍철에 이름난 산들은 왜 이리 인파로 붐비는지. 그러나 억새가 피어난 산들은 다르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작된 억새는 겨울이 깊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바람에 흰 솜털을 날리며 물결치는 억새의 바다가 주는 감동은 단풍 못지않다. 단풍이 가을의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억새는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준다. 억새로 이름난 산에도 등산객이 몰리긴 하지만, 단풍 산행만큼은 아니다. 가을 바람부는 날 가볼 만한 억새 산행 목적지를 찾아봤다. 1. 강원 정선의 민둥산 대표적인 가을 억새 산행지다. 나무가 .. 2008. 10. 15.
동해 내음 한아름 안겨주던 길, 7번 국도 확장공사로 인적 끊겨가는 옛 7번 국도 동해 내음 한아름 안겨주던 길, 빨라지는 세상에 밀려버린 길…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 장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전망대. 7번 국도를 달리는 차들은 이런 풍경 앞에서 차를 멈춘다. 그러나 이 길은 오는 연말 새로운 7번 국도가 놓이면서 국도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바다 여행의 고전’이라면 단연 ‘7번 국도’였습니다. 강원 고성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의 등뼈를 따라 내려가는 513㎞의 이 길은 동해에서 이름난 명소를 죄다 거쳐가는 길이었지요. 굽이친 해안도로 언덕에 오르면 넘실거리는 바다가 차창으로 한가득 밀려들었고, 거쳐가는 포구마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천천히 굽어지는 도로를 따라 핸들을 잡고도 푸른 바다를.. 2008. 10. 15.
사랑시[21] : 한(恨) - 박재삼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1] 한(恨) - 박재삼 일러스트=클로이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2008. 10. 15.
사랑시[20] :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0]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 일러스트=이상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 2008. 10. 14.
올림픽공원에 가을이 깃들다 서울 올림픽공원에 가을이 깃들다. 글·사진 남상학 올림픽공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1986년 4월에 조성된 곳으로 1,978,270㎡의 면적을 지닌다. 올림픽공원은 6개의 경기장이 있는 체육공원과 백제초기 문화유적인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올림픽공원의 정문에는 평화의 문이 있다. 이 문은 올림픽 정신을 구상적(具象的)으로 표현하고, 올림픽을 치른 국민들의 의지를 후대에 길이 전승하기 위하여 건립된 것이다.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1986년 10월 착공하여 1988년 8월 완공된 것인데 철근콘크리트조 재질이며, 높이 24m, 폭 37m, 날개길이 62m의 대형 조형물이다. 우리의 전통적 분위기를 자랑하는 일주문의 조형적 특성을 발전시켰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민족의 .. 2008. 10. 13.
사랑시[19] : 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 오규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9] 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오 규 원 ▲ 일러스트=클로이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 2008. 10. 13.
사랑시[18] :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8]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 일러스트=이상진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 2008. 10. 11.
사랑시[17] : 열애 - 신달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7] 열애 - 신달자 ▲ 일러스트=클로이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 2008. 10. 10.
마니산 정기 서린 강화 정수사(淨水寺) 강화 정수사 마니산 정기 서린 강화 정수사(淨水寺) - 함허화상과 그의 부인의 설화가 어린 곳 - 글˙사진 남상학 * 아래쪽 입구에서 정수사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인천광역시 강화군(江華郡) 화도면(幻面) 마니산(摩尼山)에 있는 절로서 조계사(曹溪寺)의 말사이다. 우리겨레의 시조로 불리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이 지척에 있는 정수사의 본래 이름은 정수사(精修寺)로, 639년(신라 선덕여왕 8) 회정대사(懷正大師)가 창건하였다. 그 뒤 조선시대에 들어 1426년(세종 8) 함허화상(涵虛和尙)이 중건할 때, 법당 서쪽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정수사(淨水寺)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 정수사 중수 표지석과 대웅보전, 그리고 산신각 아래 있는 석중천(石中泉) 법당은 정.. 2008. 10. 9.
사랑시[16] :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6]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 경 림 ▲ 일러스트=이상진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 2008. 10. 9.
경기 여주 ‘강변 여행’ - 가을빛 정취, 내 마음 강물되어 흐르네 경기 여주 ‘강변 여행’ 고요한 물빛, 가을빛 정취, 내 마음 강물되어 흐르네 문화일보 박경일 기자 ▲ 해가 지고 어둠이 강변의 숲을 서서히 빨아들일 무렵,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경기 여주시 강천면 적금리 남한강변의 고요한 연못에 내려앉았다. ▲ 경기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의 남한강변에서 뜻밖에 마주친 드넓은 잔디밭. 골프장용 잔디농사를 짓는 곳이라는데, 진초록 잔디가 나무들과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푸드득. 인기척에 놀란 물오리떼들이 일제히 박차고 오릅니다. 우수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위로 날아오르는 물오리 울음소리가 강변을 가득 메웁니다. 강원도 횡성을 휘감으며 흘러들어온 섬강과 충북 충주의 물길을 따라온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합수머리. 이곳은 강물이 소리죽여 부드럽게 흘러가는 남한강변입니다. 경기.. 2008. 10. 8.
사랑시[15] : 저녁에 - 김광섭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5] 저녁에 - 김 광 섭 ▲ 일러스트=클로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 2008. 10. 8.
‘쇠락한 폐광촌’ 강원 영월 모운(募雲)동의 변신 하늘과 닿은 동화나라 ‘쇠락한 폐광촌’ 강원 영월 모운(募雲)동의 변신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 구름이 모여든다는 강원 영월군의 산골마을 모운동은 도무지 마을이 들어설 것 같지 않은 산 정상쯤에 터를 잡았다. 옥동탄광이 호경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1만여명이 북적였던 곳이라지만, 지금 마을 주민들은 60여명이 고작이다. 이렇듯 좁은 터에 ‘도시급’의 마을이 들어섰다는 것도 그렇지만, 폐광과 함께 그 도시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는 것도 마술처럼 느껴진다. ‘구름이 모이는 곳’이라 했습니다. 망경대산(1087.9m)의 8분 능선쯤에 들어선 작은 마을 강원 영월군 하동읍 주산리의 모운(募雲)동. 비가 오고 난 뒤면 마을이 늘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비가 오는 날을 겨누었다가 구불구.. 2008. 10. 7.
사랑시[14]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4]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 종 환 일러스트=이상진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 2008. 10. 7.
사랑시[13] : 갈증이며 샘물인 - 정현종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3] 갈증이며 샘물인 - 정현종 ▲ 일러스트=클로이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사랑하는 너, 내 마음속의 시소 -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스무 살 언저리 어느 날, 친구 손에 이끌려 아주 작은 섬으로 소풍을 간 일이 있다. 그곳은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섬, 도심의 뒷골목에 있는 찻집의 이름이 섬이었다. 그곳은 정현종(69) 시인의 시 〈섬〉을 기리는 집이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조그만 액자로 걸려 있던 시구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처럼 외로운 심사를 위로 받았을까. 나 혼자만이 '섬'이 아니라 모두가 섬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고.. 2008. 10. 6.
사랑시[12] : 새벽밥 - 김승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 김승희 ▲ 일러스트=이상진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해설> 그래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이 있기.. 2008. 10. 4.
성북동 걷기코스: 한성대입구역-최순우옛집-성락원-길상사-심우장-수연산방 성북동 걷기코스 성북동 비둘기는 수연산방에서 쉬다 가네 한성대입구역에서 최순우옛집-성락원-길상사-심우장-수연산방 이익우(걷기모임 유유자적 회원) 서울 성북구 성북동은 서울의 어느 곳보다도 옛 사람의 흔적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곳입니다. 골목길을 고샅고샅 누비다 보면 옛 사람들이 살던 모습과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습니다. ▲ '성락원' 가는 길엔 개성 있는 주택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 한성대 입구역~최순우 옛집(0.8㎞/10분)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입구로 나와 편의점 ‘훼미리 마트’를 지나 곧장 앞으로 간다. ‘한마음 동물병원’ ‘성북1동사무소’에 이어 ‘신한은행’을 지나면 왼쪽으로 골목길이 두 개 보인다. 오른쪽 골목(‘제일 크리닝’과 ‘원희패션’ 사잇길)으로 50m 들어.. 2008. 10. 3.
사랑시[11] : 남편 - 문정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1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 2008. 10. 3.
사랑시[10]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0]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일러스트=이상진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 2008. 10. 2.
강원도 원주, 섬강과 치악이 빚어낸 강원도 으뜸 고을 강원 원주 섬강과 치악이 빚어낸 강원도 으뜸 고을 글, 사진= 민병준 ▲ 부론면 법천사지에 있는 지광국사 현묘탑비. 원주 지방에서 불교가 아주 성했음을 증명하는 고려시대의 걸작품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길손에게 강원도 원주(原州)는 어릴 적 들은 ‘까치 보은 설화’로 맨 처음 다가왔다. 영서지방의 큰 산인 치악산(雉嶽山·1,288m)도 그때 가슴 한쪽에 자리 잡았다. 벼르고 벼르다 1980년대 후반에 밤기차를 타고 치악산을 처음 찾았을 때, 시내에서 가까운 구룡사가 아니라 굳이 접근하기 불편한 상원사를 거쳐 치악산의 품에 안겼던 것도 이 설화가 그만큼 머릿속에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리라. 그 후 원주는 아주 다양한 때깔로 안겨왔다. 물 맑은 섬강과 간현유원지, 강원도란 지명이 유래한 고을, 은둔한 선비.. 2008. 10. 1.
강화도 갯벌 강화도 갯벌 글 윤제학 동화작가, 사진 정정현 사진부장 ▲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의 본질을 일러주는 갯벌의 일몰. 이 저녁이 곧 내일 아침 (장화리 갯벌) 바닷가는 ‘육지’의 가장자리임이 분명한데도 ‘바다’가 그 공간의 정체성을 독점한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곳을 가리키는 ‘해안’이라는 말에서도 바다가 주체의 자리에 놓인다. 흔히 사람들은 분명히 두 발을 육지를 두고서도 바닷가를 혹은 해변을 걷는다고 말한다. 바닷가, 해안, 해변 같은 말을 떠올리면 육지를 등지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외로움과 호연, 동경과 도전, 체념과 안도, 희열과 비애, 초조함과 느긋함이 혼재돼 있다. 물론 마음자리의 형편에 따라서 상반된 두 감정의 부피가 달라지지만,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지는 않다. 동.. 2008. 10. 1.
사랑시[9]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9] 그대 있음에 - 김남조 ▲ 일러스트=클로이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 2008. 10. 1.
사랑시[8] : 찔레꽃 - 송찬호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8] 찔레꽃 - 송찬호 ▲ 일러스트=이상진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 2008. 9. 30.
사랑시[7] :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7]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서 정 주 ▲ 일러스트=클로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2008.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