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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완주 위봉사, 추줄산 산허리에 자리 잡은 비구니 사찰

by 혜강(惠江) 2008. 11. 19.

완주 위봉사

추줄산 산허리에 자리 잡은 비구니 사찰 

 

·사진 남상학

 

 

 

 

  완주 송광사에서 나와 진안의 운일암․반일암으로 가기 위해 종남산을 넘는 고갯길은 오후의 햇빛을 받은 주변 산들이 오색의 향연을 베푸는 듯했다. 이곳 단풍이 유명한 것을 아는 사람들이 승용차와 택시를 대절하여 이곳 산등성이 고갯길에 주차시켜 놓고 만추의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탄성을 지르며 고갯길을 넘어서니 조그마한 분지 마을이 보이고, 이 마을 주변 역시 노란 은행잎이 울려 더욱 황홀하다. 속도를 늦추고 달리는 차창으로 위봉사라는 사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예정에 없었으나 이곳 정취를 더 맛보고 싶은 마음에 마치 보물이나 발견한 듯 위봉사를 찾았다. 위봉사는 소양면 대흥리 추줄산 마루턱, 위봉산성 안에 자리하고 있다.

  돌담으로 축조한 축대 위에 높다랗게 지어놓은 일주문에 “崷崒 威鳳寺”라고 쓴 글씨가 들어왔다. 일행이 10명이고 모두 고등교육을 받았으면서도 무슨 글자인지 몰라 산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집에 돌아와 찾아봤더니 추줄산이었다. ‘崷’는 ‘산 높을 추’, ‘崒’는 ‘험할 줄’, 따라서 ‘추줄’은 ‘산줄기가 길게 뻗으면서 높고 험한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위봉산성의 동문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가 60m이며, 2단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옛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폭포 주변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빼어난 경관을 이루며,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웅치전적지(전라북도기념물 제25호)가 있다. 
                  
   이런 산세 때문에 이곳에는 위봉사를 감싸듯이 돌담으로 쌓아놓은 위봉산성이 있다. 이 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에 7년의 세월과 7개 군민을 동원하여 쌓았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에 산성을 쌓은 것은 전주에서 가까운 험한 지형을 골라 유사시 전주 경기전이 태조 영정과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봉안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실제로 갑오경장 때 이곳으로 위패가 피신한 적이 있다.  

 

  당시 성안에는 4, 5개의 우물과 9개의 못을 파고 진을 두어 지켰다. 지금은 일부성벽과 동. 서북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데, 이 역시 문 위에 있었던 삼칸의 문루는 붕괴되어 없어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이 현존한다.

  이곳은 전라북도 북동부 지역의 험준한 산악 지역으로 산세가 험하고 절벽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접근이 쉽지 않을 만큼 상당한 오지였다. 1988년부터 오랜 기간 동안 불사를 일으키고 건물을 중창하여 옛 모습을 일부 되찾았으며, 한적한 비구니 사찰로 자리를 잡았다.

  전주에서 26㎞ 거리에 자리잡은 위봉사는 백제 무왕5년(604년)에 서암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봉사의 기록 '극락전중수기(極樂殿中修記)'의 내용에 의하면 신라 말 최용각(崔龍角)이라는 서민이 산을 오르다 숲속에서 예사롭지 않은 빛을 보고 가까이 가서 보니 봉황 세 마리가 노닐고 있기에, 훗날 이곳에 절을 짓고 사명(寺名)을 봉황의 이름을 따서 '위봉사'라 하였다 한다.


  1912년에는 전국 사찰 30본사의 하나로 52개의 말사를 두었다고 하나 현재는 보물 608호인 보광명전(普光明殿)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69호인 요사(寮舍)와 삼성각만이 남아있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3칸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위부분에 장식하여 짜은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보광명전 내부에는 불상에 다시 금칠을 한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되어 있고, 좌우에 여러 구의 입불(立佛)이 있는데, 이 중에는 육환장을 든 지장보살이 있으며 뒷벽 안에는 백의관음상이 있다.

  용마루에는 청기와가 고색창연하게 박혀있고 건물이 20여동이나 되는 대사찰이었으나 지금은 3동의 건물만이 옛 모습으로 남아 있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金山寺)의 말사로 되어 있는 비구니 사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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