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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전주의 또 하나의 명물, 덕진공원의 연꽃밭

by 혜강(惠江) 2008. 11. 17.

전주  덕진공원 

전주의 또 하나의 명물, 덕진공원의 연꽃밭

 

전주 시민의 유서 깊은 문화 휴식 공간

 

 

·사진 남상학

 

 

 

 

  전주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전주 IC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팔달로변(덕진구 덕진동2가 1314-4)에 조성된 덕진공원이다. 이 덕진공원은 고려시대부터 조성된 연못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전주의 대표적인 도시공원이다. 

  전주는 마한시대 이래 호남지방에서 규모가 큰 고을로 그 이름은 마한의 원산성에서 유래했다. 40여년간 후백제의 수도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이성계의 선조가 살았던 고향이라는 이유로 완산유수부로 개칭되기도 했다. 따라서 덕진연못은 이런 역사적 중요성에 따라 관개용이 아닌 풍수지리설에 연유해서 축조된 것으로 ‘덕진지(德津池)’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다가 이 지역의 유지였던 박기순(朴基順)이 사설공원을 설치할 목적으로 1917년부터 30년간 국유임야를 임대 받아 1927년 취향정(醉香亭)을 비롯한 여러 시설을 짓고 사설공원으로 운영해 오다 자신의 사유지와 함께 1929년 전주시에 기부체납한 것을 전주시가  헌납 받은 사유지와 독지가의 출연금, 시비(市費) 등을 합쳐 재정비하여 덕진공원이란 이름으로 공립 공원으로 개장했다. 

 

 

 

 

  특히, 대대적인 정비공사를 마치고 1998년부터 재개장한 이 공원은 마운딩 시공으로 향촌의 작은 숲(언덕)을 연상케 하고 전통정자와 창포 늪을 조성하여 역사성을 극대화하였고, 또한 인공폭포와 목교를 설치하여 자연과 친화된 시설로 시민의 정서에 맞도록 조성하였다. 

 

  148,761㎡의 경내에는 남쪽으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연못과 북쪽의 보트장을 동서로 가로지른 현수교가 그 사이를 양분하고 있다. 연못 중앙의 아치형 현수교를 거닐면서 한없는 시정(詩情)에 젖어볼 수도 있고, 근래에는 취향정 옆에 500여 석을 갖춘 야외공연장을 마련하여 판소리 등의 각종 공연을 수시로 개최하여 입장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덕진공원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단연 연못에 피어있는 연꽃이라 할 정도로 덕진연못은 예로부터 전주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다. 
그만큼 덕진공원 연꽃은 전주의 명물이다. 42,975㎡의 면적에 자생하는 연꽃은 여름(7∼8월)이면 호수 수면의 절반가량을 꽃으로 덮고, 또 연못가에 자라는 창포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특히 단오절(端午節)에는 고유의 민속에 따라 연못의 물로 부녀자들이 아침 일찍 머리를 감고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단오 창포물 잔치로도 유명하다. 

 

  또 여름이면 연꽃의 향기가 진동하여 ‘연꽃(德津採蓮)’을 구경하고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필자가 방문한 11월초의 연못은 푸른 하늘을 향해 마른 가지들을 수면으로 내밀고 한해의 마지막 성찬을 마련하기라도 하듯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호숫가 확 트인 전망을 확보한 자리에 취향정이 서 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연못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을까? 취향정에서 가까운 자리에 신석정시비, 김해강시비가 반긴다.  

 

 

 

 

   신석정 시비는 좌상을 한 신석정 시인이 시비에 왼팔을 얹은 형상이다. 시비  앞에서 돌에 새긴 <네 눈망울에서는>을 읽어본다.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오월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의 이야기를 머금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鐘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서는 손잡고 이야기할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오월(五月)을 맞아 따뜻한 모습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배어난다. 순간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발길을 옮겨 김해강의 시비 앞에 선다.


   고운 산 고운 달 밤 자태가 맑으니 산 나그네 졸음도 밝아 
   달을 베고 누우니
 물소리 은하처럼 창가에 더욱 밝다
   눈을 뜨면
 산 이마에 뚜렷한 얼굴 눈을 감으면 물에 채어 부서지는 달 소리
   차마 잠을 이룰 수 없어
 말없이 호올로 앉아 달을 바라다본다.
   거울처럼 화안히 트이는 마음
 이 한 밤 부처인 양 받들어 보리.

 

 



    이 시는 이곳 출신인 김해강의 시 <금강의 달>이란 제목의 시다. 아마도 시인은 청소년 시절 덕진 연못에 뜬 달을 바라보며 자랐을 것이고, 그 때 본 달밤의 정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자니 문득 연못 중앙에 선 전망대 위로 둥근 달이 솟아오르는 착각이 든다. 

 

   이 외에도 전봉준 장군상, 최영희 장군 공적비 등 9개의 석조기념물을 세웠다. 이런 것들은 연꽃 향기와 함께 문화공간을 만들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주의 정취를 안겨주려는 전주 시민들의 정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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