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完州) 송광사
‘한국의 아름다운 길’ 끝에서 만나는 천년고찰
글·사진 남상학
*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송광리 송광사 입구에서부터 소양천변 좌우로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에 선정되었다.
송광사라면 누구나 전남 순천시 송광사를 생각하기 쉽지만 전북 완주에도 송광사가 있어 순천 송광사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 완주군 송광사를 찾아가는 길은 2km의 짧은 구간이지만 건교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곳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 완주군 소양면 죽절리에서 해월리에 이르는 지방도 741번 도로에는 40년생 벚나무가 2km구간에 걸쳐 빼곡히 늘어서 있어 매년 4월이면 입구에서부터 은빛 물결 출렁이는 환상의 벚꽃터널이 된다.
이곳은 경남 하동 쌍계사, 경주, 제주, 서울 여의도 등 벚꽃 명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 "이곳만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며 끼리끼리 찾는 곳이기 하다.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569, 종남산(終南山) 기슭에 자라 잡은 송광사(松廣寺)는 통일신라 경문왕 7년(867)에 보조(普照) 체징국사(體澄國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이다. 그 뒤 폐허가 되어가던 것을 고려 중기의 고승 보조국사 지눌이 제자를 시켜서 그 자리에 절을 지으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짓지 못하다가 광해군 14년(1622) 응호(應浩), 승명(勝明), 운정(雲淨), 득순(得淳) 등이 지었다고 한다.
1623년에 완성된 대웅전은 처음에는 2층 불전이었으나 건물이 기울어 다시 중수하면서 지금과 같은 단층 건물이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절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은 조선 인조 14년(1636)에 벽암국사(碧巖國師)가 다시 짓고, 철종 8년(1857)에 제봉선사(霽峰禪師)가 한 번의 공사를 더하여 완성하여 큰 절로 번창하였다.
당시 대공덕화주(大功德化主)인 벽암은 당대의 최고 승려로서 병자호란 때 의승군을 소집하여 서울로 진군하였고, 남한산성을 쌓을 때도 팔도도총섭(八道都總攝)으로서 승군들을 이끌고 성을 완성하였던 승병대장이었다.
그가 송광사의 중창에 참여하였다는 것은 이 사찰의 중창이 민심을 수습하고 국가적 결집을 새로이 공고히 하는데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유익하였기 때문에 정책적 배려와 재정적 후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조성기를 보면, 병자호란으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두 왕세자를 청나라에 볼모로 보낸 인조대왕이 두 왕세자의 무사환국과 국란의 아픔을 부처님의 가호로써 치유하고자 대대적으로 중창하였다는 점에서 인조대왕의 호국원찰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호국원찰이어서인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면 대웅전, 나한전, 지장전의 불상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린다고 전해진다.
대웅전은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에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으로 꾸몄다. ‘대웅전·의창군서’라고 쓰인 현판도 있는데, 의창군은 선조의 8번째 아들이며 광해군의 동생이다. 이 현판으로 대웅전을 세운 시기를 아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다른 건물에 비하여 가운데 칸이 비교적 좁고, 문 위 벽면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특징이다. 대웅전 벽면에는 1857년 보수 당시 그렸던 <벽지불탱화(壁之佛幀畵)>와 <십오왕불탱화(十五王佛幀畵)>가 남아 있고,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아미타여래와 약사여래를 함께 모셔 놓았다. 보물 제1243호
송광사 종루(鍾樓)인 십자각은 열 십(十)자 모양을 하는 2층형 누각이다. 높이 7m 자연석 초석위에 굵은 150㎝높이의 누하주(樓下柱)를 세우고, 그 위에 멍에를 짜고 난간을 두르고 마루를 깔았다. 종이 걸려 있는 중앙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1칸씩 덧붙여 이루는 모양인데, 지붕 역시 중앙에서 모아지는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운데 칸에는 종을 두고 목어·북·운판은 돌출된 칸에 각각 보관되어 있다. 마루 밑의 기둥들은 원형기둥과 사각기둥이 섞여 있으며, 위에 기둥들은 모두 원형기둥을 세워 놓았다. 보물 제1244호
송광사는 다른 절과는 달리 평지가람으로 노약자가 쉽게 찾기에 편하고 봄철 송광사 벚꽃 터널의 아름다움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대웅전, 삼세불상, 아(亞)자형 종각, 사천왕상 등 4점의 보물 외에도 명부전, 응징전, 약사전, 관음전, 천왕문, 금강문 등의 유형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사찰이다.
<끝>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전라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장산 단풍, 그 현란한 세상 속을 걷다. (0) | 2008.11.21 |
---|---|
완주 위봉사, 추줄산 산허리에 자리 잡은 비구니 사찰 (0) | 2008.11.19 |
전주의 또 하나의 명물, 덕진공원의 연꽃밭 (0) | 2008.11.17 |
전통문화도시 전주, 고풍스런 한옥마을에서 옛 풍류에 취(醉)하다 (0) | 2008.11.17 |
전주 전동성당, 호남지역 천주교 신앙의 요람 (0) | 2008.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