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완주 화암사, 권율장군 이치대첩 이끈 요새 같은 절집

by 혜강(惠江) 2008. 11. 28.

완주 화암사

권율장군 이치대첩 이끈 요새 같은 절집

 

국내유일 백제시대 하앙식 구조 극락전

 

 

정보성

 

 

 

 

 

  안도현이라는 시인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 작은 절을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고 쓰고 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라고도 표현되기도 한 화암사는 시인에게 너무 소중한 느낌이 들어 가슴속에만 묻어두고픈 절인 듯하다.

  늦가을 가는 완주에 있는 작은 절 화암사로 길은 정말 아름답다. 푹신한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숲길을 지나면 작은 협곡이 나타난다. 가을 가뭄에 물은 이미 말라 버렸지만 이끼 가득한 바위 절벽이 지난여름의 풍성했던 계곡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협곡이 끝나는 곳에 있는 철제 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계곡과 절벽, 숲으로 둘러싸여 잘 숨겨진 절집 화암사에 이르게 된다.

  화암사는 그 흔한 일주문도 없다. <불명산 화암사(佛明山 花巖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우화루 왼편 대문이 절로 들어가는 통로다. 누각 아래 문을 만들어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완고한 성벽처럼 돌로 단단히 막아놓았다. 누각의 문이나 창도 널벽으로 막아두어 곧 쳐들어오는 적들과의 일전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대갓집의 대문 같은 입구를 지나면서 좌우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금강역사(金剛力士)나 사대천왕(四大天王)을 찾아볼 수 없다. 악귀가 들어올 만큼 변변한 절이 못되는지, 아니면 들어올테면 들어와 보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잘 분간을 가지는 않지만 마음은 편하다. 대문을 지나면 문간채가 나온다.

  이 절에는 우리 건축사에 길이 남을 하앙(下昻, 지붕과 기둥 사이에 끼워 지붕의 무게를 떠받치도록 한 목재)이 있는 극락전(보물 제663호)이 있다. 하앙식 구조는 백제 때 유행하던 방식으로 중국과 일본에선 흔하지만 국내엔 극락전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극락전이 왼편에 있는 요사채인 적목당 마루에 앉아 극락전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언젠가 함께 동행 했던 동료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평지가람의 호남에서의 이런 전무후무한 건물이 세워진 것을 이해하려면 권율장군의 이치대첩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권율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10:1싸움에서의 승리가 바로 고개 너머에서 적을 이긴 승리다.

 

  호남 곡창지대가 무너지면 전쟁의 완패를 의미하는데 화암사는 그 전장 한복판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전시에는 언제든지 칼을 들어야 했고 의병들의 게릴라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산속 깊이 요새 같은 절집이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싶다.’는 이야기. 실제로 징비록 (懲毖錄)을 보면 권율은 행주대첩보다 이치대첩을 더 자랑스럽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꼭꼭 숨겨진 절 화암사 늦가을 나들이 길에 한 번 쯤 들러볼만한 곳이 화암사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동상곶감마을이다. 늦가을에 이 마을에 가면 11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나게 된다. 주황빛 꼬마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린 듯한 장관을 구경하게 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갓 깎아 매단 감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감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까치밥을 몇 개 매달고 있는 늙은 감나무 몇 그루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새벽부터 운장산으로 올라가 감을 딴다.

  깊은 산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을 고종시(高宗柿)라고 부르는데 알이 작고 감에 씨가 없는 독특한 품종이다. 예로부터 진상품으로 만들어진 이 마을의 곶감을 고종임금이 유난히도 좋아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감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산에서 따온 감을 손질하고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드는 일은 마을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연례행사다. 그리고 감을 따고 깎아 말리는 작업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객들을 청하고 있다.

 

 



  감도 깎아보고 마을 바로 앞에 있는 대아수목원도 둘러보는 이색 체험 프로그램은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10명 이상 되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체험 비용은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2천원.



■ 늦 가을 트래킹은 대아수목원에서

  동상마을 앞에 있는 대아수목원은 봄에 피는 금낭화의 자생군락지로 유명하다. 1995년 문을 연 이 수목원에는 산림문화전시관, 열대·난대식물 유리온실, 장미원, 무궁화원, 수색식물원, 희귀식물원 등이 마련돼 있고, 20여km에 이르는 산책로도 갖췄다.

  늦가을에는 제1전망대(367m) 제2전망대(512m) 제3전망대(447m)로 이어지는 산길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수목원에서 숙박은 할 수 없고 곶감마을의 대다수의 주민들은 민박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면 된다. 수목원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출처> 2008/11/19 - 주간한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