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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명성산, 가을 가시는 길… ‘억새의 눈물’ 경기 포천 명성산 가을 가시는 길… ‘억새의 눈물’ 글·사진 엄주엽 기자 ▲명성산 억새군락은 이미 억새꽃이 져서 고적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억새의 한창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등반객들이 평일임에도 억새군락을 찾아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위 왼쪽은 산정호수의 조각공원, 오른쪽은 삼각봉 가는 능선길. 억새 끝물에 명성산(922.6m)을 찾았다. 알려진 대로,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명성산(鳴聲山)은 ‘울음산’을 한자로 옮긴 것이다. 이 가을에 ‘짠’한 울림이 있는 산이름 아닌가. 그런데 고인이 된 고복수씨가 부른 국민애창곡인 ‘짝사랑’의 “으악새 슬피우니…”의 ‘으악새’는 억새의 방언이다. 울음산과 억새와 ‘짝사랑’은 무언가 한 묶음 같다. 바람에 무리져 누우면 곱게 빗은 머리칼처.. 2008. 11. 9.
겨울손님 철새 탐방, 다시 한반도 찾은 철새들의 군무 겨울 손님, 철새 탐방 반가운 겨울손님들, 어서 오시게… 다시 한반도 찾은 철새들의 군무… 사랑… ‘황홀’ 사진·글 = 김연수기자 ▲ 수만마리의 가창오리들이 충남 서천군 웅포앞 금강하구에서 낮 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이 되자 먹이를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전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의 천수만, 금강하구, 해남간척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한다. ▲ 재두루미 ‘새벽을 깨우다’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들이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한탄강가에서 새벽을 맞고 있다. 러시아, 중국의 아무르(헤이룽)강 주변 습지에서 번식한 후 대부분 일본의 이즈미에서 월동하고 일부가 우리나라의 철원평야, 천수만, 주남저수지, 김포 등에서 월동한다. ▲저어새의 ‘사랑’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한.. 2008. 11. 9.
사랑시[41] : 농담 - 이문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1] 농 담 - 이 문 재 ▲ 일러스트=클로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 2008. 11. 8.
사랑시[40]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4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 일러스트=이상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추한 세상을 뒤로 하고 나타샤, 함께 산골로.. 2008. 11. 7.
사랑시[39] : 마치…처럼 - 김민정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9] 마치…처럼 - 김민정 ▲ 일러스트=클로이 내가 주저앉은 그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거 물든다는 거 얼룩이라는 거 빨래엔 피존도 소용이 없다는 거 흐릿해도 살짝, 피라는 거 곧 죽어도 빨간 수성사인펜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거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얼.. 2008. 11. 6.
검단산, 서울 근교의 조망이 뛰어난 산 하남 검단산 서울 근교의 조망이 뛰어난 산 글·사진 남상학 검단산(黔丹山, 657m)은 대도시인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교통편도 편리해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가족산행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88도로를 따라 팔당대교 쪽으로 가면 식당가 막다른 곳에서 창우리로 들어가는 길이 회전도로 옆으로 나온다. 옆에 주차장도 있다. 주차장 뒤 산록에 검단산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편안한 산행이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산 아래쪽으로 좁은 포장도로를 걸어 내려가면 버스 종점이 있다. 이곳에 산 입구가 있다. 조선말 개화파였고 서유견문록(西遊見聞)을 쓴 유길준(兪吉濬)의 묘가 여기에 있다. 산길을 유길준 묘로 들어가도 되고 오른쪽으로 난 큰 길로 올라가도 된다. 버스 종점 옆으로.. 2008. 11. 5.
사랑시[38] :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8]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 일러스트=이상진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 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 땀 한 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 2008. 11. 5.
사랑시[37] :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7]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 일러스트=클로이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 2008. 11. 4.
사랑시[36] : 서귀포 - 이홍섭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6] 서귀포 - 이홍섭 ▲ 일러스트=이상진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 속에 숨은 당신 섬 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 2008. 11. 4.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태고의 땅 곤드와나로의 여행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태고의 땅 곤드와나로의 여행 타나 재래시장·안치라베 온천·이살로 국립공원 등 곤드와나(Gondwana) 대륙은 우리 지구가 형성된 후 생긴 최초의 대륙이라고 여겨진다. 당시 곤드와나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해변으로부터 남인도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호주까지 이르렀던 땅으로 마치 거대한 섬과도 같았다고 한다. 곤드와나 대륙에는 현재의 아라비아 해와 뱅갈 해,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들, 그리고 오세아니아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바로 이 거대했던 대륙이 우리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며, 많은 고대문명이 발상했던 무대였다. 약 6천5백만 년 전 마다가스카르(Madagascar)는 아프리카 대륙에 붙어있던 땅이었지만, 어떤 거대한 자연현상에 의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와 현재 우리가 .. 2008. 11. 2.
손재식의 사진여행, 가을을 찍어라 [손재식의 사진여행] 가을을 찍어라 야생화·코스모스·단풍 등 100㎜ 내외 접사렌즈면 OK 글·사진 손재식 사진가 무덥기만 하던 여름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맑은 햇빛과 푸르른 하늘이 개벽처럼 다가왔다. 아직 한낮의 볕이 따갑긴 해도 새벽녘이면 어깨위로 내리는 한기와 풀냄새에 가을기운이 한껏 담겨 있음을 느낀다. 해마다 이 때 태풍이 기승을 부리곤 했는데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다. 나이 들면서 가을은 기다릴만한 계절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지리산에 가고픈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별빛 또렷한 밤하늘 영향이 큰 듯하다.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가장 감각적 기운은 역시 온도 변화가 아닐까. 풍경을 즐겨 찍는 사진가들은 날씨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날 기온이 .. 2008. 11. 2.
사랑시[35] : 바람 부는 날 - 김종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5] 바람 부는 날 - 김종해 ▲ 일러스트=클로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 2008. 11. 1.
사랑시[34] : 어느 사랑의 기록 - 남진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4] 어느 사랑의 기록 - 남진우 ▲ 일러스트=이상진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는.. 2008. 10. 31.
사랑시[33]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 용 택 * 일러스트=이상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 2008. 10. 31.
충북 영동, 반야사 문수전에서 만난 ‘주홍빛 가을동화’ 충북 영동 반야사 문수전에서 만난 ‘주홍빛 가을동화’ 박경일기자 ▲ 문수보살이 깃들어있다는 충북 영동의 반야사는 ‘지혜를 구하는 절집’이다. 까마득한 암봉 위에 아슬아슬 들어선 반야사의 암자 문수전에서 내려다본 석천계곡이 가을색으로 가득차 있다. ▲ 위의 큰 사진이 문수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라면, 왼쪽 작은 사진은 문수전을 올려다본 모습이다. 반야사로 드는 길에 떨어진 단풍이 차마 밟기 주저될 만큼 화려하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계절입니다. 가을 여행의 진수는 단풍이라지만, 가을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어디 단풍만이겠습니까. 서늘하고 청명한 대기와 수묵화같이 피어나는 아침 안개,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에 가지런히 놓인 볏짚. 낙엽을 모아 태우는 구수한 내음.. 2008. 10. 29.
충북 옥천, 차마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향수'의 고을 충북 옥천 차마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향수'의 고을 옥천 글·사진 민 병 준 ▲ 둔주봉에서 내려다본 조망. 금강 물줄기와 산줄기가 만나 한반도 지형을이뤘다. 고향! 산업화시대에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난 우리는 늘 고향을 그린다. 고향쪽에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여우(首丘初心)나, 북풍에 몸을 의지한다는 호(胡)나라 말, 남쪽 가지에 깃든다는 월(越)나라 새 이야기(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를 꺼내기 않더라도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특히 온갖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이 가을은 누구라도 고향쪽을 향해 목을 쭈욱, 빼는 계절이 아닌가. 그리하여 충북 옥천(沃川)으로 간다. 가을날 고향을 그리는 여행지로는 옥천만한 고을도 없다.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의 ‘향수’란 시 덕분에 .. 2008. 10. 29.
사랑시[32] : 거미 - 김수영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2] 거미 - 김수영 ▲ 일러스트=이상진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 2008. 10. 29.
사랑시[31] : 사랑의 역사 - 이병률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1] 사랑의 역사 - 이병률 ▲ 일러스트=클로이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받치고 굳을 만하면 받치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상처'에 아픈 나, 그래도 심장은 또 뛰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국문과 교수 여행을 하다 보면 '사고 다발 지역'이라는 팻말을 볼 때가 있다. 길에도 사.. 2008. 10. 29.
인제 대암산 용늪엔 500여 종 생명이 ~ 한국의 람사르 등록습지 인제 대암산 용늪엔 500여 종 생명이 ~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 정상의 '용늪'은 벌써 겨울을 맞고 있었다. 24일 이곳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상 1도, 오전 11시쯤에도 4도밖에 되지 않아 입김이 보일 정도였다. 초속 13m의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추운 날씨 속에 '큰 용늪'을 뒤덮은 삿갓사초 등 식물들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남한 지역에서는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비로용담'만이 새싹처럼 파랗게 돋아 있었다. 용늪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에는 가재도 보였다. '큰 용늪' 옆에 있는 '작은 용늪'은 습지 식물이 거의 사라져 풀과 나무류가 군락을 이뤄 '육지화'가 심각한 상태였다. '큰 용늪'과 '작은 용늪' 주변을 따라 난 1㎞의 군 작전도로는 사면에 나무를 심고 큰.. 2008. 10. 29.
아름다운 사은회(72년 졸업, 숭의여중 제자들과의 만남) 아름다운 사은회 1972년 졸업, 숭의여자중학교 제자들과의 만남 글·사진 남상학 지난 10월 23일 오후 7시, 신촌에 있는 음식점 에서 미국에 이민 가셨던 김희렴 선생님의 일시 귀국을 계기로 금년 두 번째로 제자들과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50대에 접어든지 수년이 지났지만 50대의 제자들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이 제자들을 만난 것은 지금부터 38년 전, 중학교 평준화 첫해가 되는 1969년 숭의여자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때였습니다. 그 후 1학년, 3학년 시절 담임을 하며 국어(國語)교과를 맡아 지도했습니다. 3년의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들은 제각기 자기가 지원한 고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어느 때나 마찬.. 2008. 10. 28.
사랑시[30] : 찔레 - 이근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30] 찔레 - 이근배 ▲ 일러스트=이상진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거짓으로만 산 이 부끄러움 네게 던지마 피 걸레에 싸서 희디흰 .. 2008. 10. 27.
사랑시[29] :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탁번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9]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탁번 ▲ 일러스트=클로이 논배미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 속에 아롱진다 배추밭 찾아가던 배추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 2008. 10. 25.
서대문독립공원,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있는 현장이자 민족의 성지(聖地) 서대문독립공원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 있는 현장이자 민족의 성지(聖地) 글·사진 남상학 서대문독립공원은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 자리로, 1992년 8월 15일 형무소 일대를 독립 공원으로 개원했다. 지금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포함하여 사적 제32호인 독립문을 비롯하여 서재필 동상, 독립관, 3.1 독립선언기념탑, 순국선열추모탑으로 구성되어 있는 역사공원으로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사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공원이다. 아울러 독립공원은 벽천 연못이 있고 나무가 울창하여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 독립공원 종합안내도(상)와 독립공원의 랜드 마크인 독립문(하) * 이곳 서대문형무소(西大門刑務所)는 1908년 경성감옥으로 개소되었다. 일제강점기 한국민의 열화와 같은 독립.. 2008. 10. 24.
사랑시[28] : 파문 - 권혁웅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8] 파문 - 권혁웅 * 일러스트=이상진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 2008. 10. 24.
사랑시[27] : 세상의 등뼈 - 정끝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7] 세상의 등뼈 - 정끝별 ▲ 일러스트=클로이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 2008. 10. 23.
태백 매봉산, 시린 하늘이 손짓하는 하늘봉우리 강원 태백 매봉산 시린 하늘이 손짓하는 하늘봉우리 ‘하늘봉우리’라는 뜻의 천의봉(天衣峰)이라고도 불리는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은 백두대간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며, 동시에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의미 깊은 산이기도 하다. 해발 1,303m 매봉산 봉우리에 오르면 머리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이 아닌 눈앞에 광활히 펼쳐지는 하늘과 평원을 마주할 수 있다.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정상에 우뚝 솟은 풍차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은 연둣빛 물결을 일렁인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초지와 하얀 풍차의 아름다운 조화는 마치 한편의 그림동화를 연상케 한다. 해발 1303m 바람의 언덕, 하늘과 땅의 경계점이 .. 2008. 10. 23.
사랑시[26]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6] \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일러스트=이상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 2008.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