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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포토

떨어진 낙엽마다 시(詩)가 되고 노래가 된다

by 혜강(惠江) 2008. 11. 21.

[포토에세이] 가을빛

 

  떨어진 낙엽마다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가을빛이 온 산을 물들여가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수채화물감을 풀어 놓은 듯 가을산이 가을빛으로 충만하다. 가을빛은 화사하지만 동시에 쓸쓸하다. 그래서 가을빛은 비장하다. 낙엽이 떨어진다. 떨어지니까 낙엽이다. 오는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 그래야 내년 봄에 또다시 희망의 새싹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도 충만하던 생명의 기운, 때가 되면 그 힘찬 기운들을 막고 막은 흔적들이 가을빛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가을빛 하룻밤 사이에 물들어 버린듯하다.

 

 

  오는 계절을 마다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음을 알기에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옷을 벗어버린다. 차곡차곡 쌓아둠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벗음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텅 빈 충만. 비어 있으되 가득찬 것, 모순이 아니라 합일이다. 빈 것과 충만한 것의 하나 됨, 그것이 가을빛 속에는 들어있는 것이다.

 

         

          ▲ 가을빛 다가오는 계절을 준비하는 지혜를 본다.

 

 

         

 

            ▲ 가을빛 숲마다 알록달록 숨겨둔 빛을 내어놓는다.

 

          

          

  

▲ 담쟁이덩굴 아직은 푸른 빛, 햇살을 머금고 있다. 

 

          

           ▲ 단풍 바다를 닮은 하늘과 하나인 가을빛을 본다.

 

             

               ▲ 낙엽 떨어진 낙엽은 하나하나 시가 되어 땅에 흩뿌리고

 

  떨어진 낙엽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있겠지. 이른 봄부터 그들이 바라본 세상, 그들이 만난 바람과 하늘과 별과 모든 것들이 그들의 몸 속에 새겨져 있겠지. 떨어진 낙엽마다 다른 것은 그들이 바라본 세상과 만난 것들마다 다 다르다는 증거겠지. 

 

  가을을 바라보다 때론 헛헛해지는 이유는 그들처럼 살아가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저렇게 다 놓아버리고도 충만한데, 저렇게 다 벗어버리고도 충만한데 끊임없이 가지려고 하면서도, 덧입으려고 하면서도 늘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나를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계절을 보낸다. 가을빛이 어찌하든 그 빛을 보지 못하는 삶을 살지는 말자. 오늘, 가을빛이 참 곱다. 바다를 닮은 하늘에 수채화물감이 풀려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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