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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별곡, 민족대표 33인 한용운과 박희도 망우리 별곡 : 한국의 비명(碑銘)문학 민족대표 33인 한용운과 박희도 “독립의 영(榮), 변절의 욕(辱), 모두 산 자들의 짐인 것을…” 김영식 수필가 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왼쪽 위 원 안) 묘 전경 망우리공원 관리사무소 인근 순환로를 기점으로 좌측 방향으로 가면 동락천 약수터가 나오고 다시 5분 정도더 걸으면 오른쪽에 만해 한용운의 묘가 보인다. 독립지사이며 시인으로 유명한 만해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터. 하지만 그의 삶을 온전히 아는 이는 드물다. 그 때문일까. 만해의 묘소를 찾는 많은 이는 묘소의 비석을 보고 깜짝 놀란다. 승려인 만해의 묘 옆에 부인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만해의 묘비에는 ‘만해한용운선생묘 부인유씨재우(夫人兪氏在右)’라고 씌어 있다. 여기서 ‘부인유씨재우’는 ‘유씨 부인이.. 2008. 9. 18.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상상력이 꿈틀댄다 도자기로 빚은 미술마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상상력이 꿈틀댄다 도자기로 빚은 미술마을 김해=유연태·여행작가 ▲ ①클레이아크 미술관(뒤)과 영국 앤드 루 버튼 작품‘천 개로 조각난 문화 유산을 위한 성벽과 사닥다리들’. ②일본 조각가 다카마사 구니야스 작 품‘똬리를 튼 용’. ③클레이아크 미술관 내부. / 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 기자 이번 가을 여행 주제를 예술기행으로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단조로운 일상은 한결 화사해지고 잃었던 심미안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에 가면 외관이 독특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 원형의 건축물 외벽에는 색색의 도자 타일이 빼곡히 붙어있어 눈길을 끈다. 뒤편 언덕에는 오벨리스크를 연상시키는 타워가 높이 솟아 파란 가을 하늘에 구멍을 뚫어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을 쏟아내게 할 태.. 2008. 9. 18.
한반도의 중심 충주를 찾아서 충북 충주 '한반도의 중심' 충주를 찾아서 충주 | 글·사진 이우석기자 '세상의 중원에서 사랑을 외치다' 중원(中原). 바로 충청북도 충주의 옛지명이다. 중원의 의미는 '넓은 벌의 정중앙'이란 뜻이며, 그 안에는 수많은 이들이 중앙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벌이는 곳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실제 충주는 삼국시대부터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비옥한 토양에 깨끗한 산과 물(남한강)이 지나는 탐스런 땅인 까닭에 누구나 군침을 흘려온 지역이기도 했다. 남하정책을 쓴 고구려 장수왕이 충주땅, 즉 중원을 차지한 후 그 기념으로 세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와 신라가 세운 중원탑평리칠층석탑(국보 제6호)이 한 곳에서 저마다 우뚝 버티고 선 모습은 바로 .. 2008. 9. 16.
춘천 삼악산, ‘三岳’에 올라 ‘삼락(三樂)’에 젖다 춘천 삼악산 ‘삼악(三岳)’에 올라 ‘삼락(三樂)’에 젖다 엄주엽 기자 ▲ 삼악산 상원사 코스를 오르다 바라본 의암호 전경. 물에 떠 있는 섬이 붕어섬이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춘천을 갈 때 도심에 얼마 못 미쳐 신연교를 지나 의암호 전체 모습이 막 드러날 즈음 왼편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 바로 삼악산(三岳山·654m)이다. 높이는 1000m에 못 미치지만 주변 해발이 낮아 우뚝해 보인다. 의암호는 의암댐이 생기면서 조성된 인공호로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든 주인공이다. ‘의암호에 드리운 산그늘’이 바로 삼악산이다. 이 산을 오르는 기점 중 하나인 등선폭포 입구 주변이 우리의 영원한 ‘청춘가도’, 바로 ‘경춘국도’의 종착점이다. 산도 산이지만 꼭대기에서 의암호와 춘천시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 2008. 9. 16.
전북 가볼 만 한 명소, 20세기 '최고급 맨션단지'가 호남에 있었다 전북 가볼 만 한 명소 20세기 '최고급 맨션단지', 호남에 있었다 전주=김창곤 기자 ▲ 실개천이 흐르는 전주 한옥마을 은행로 / 전주시 제공 이번 추석 연휴기간, 귀성이나 귀경길에 잠시 짬을 내 가족이나 연인과 아련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조선닷컴은 전국의 조선일보 주재기자들이 추천하는 각 지방의 ‘숨겨진 명소’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다음은 조선일보 전주 주재기자가 손꼽는 전라북도의 가볼 만 한 명소들. ◆ 전주 한옥마을 실개천 전주 한옥마을은 1910년대 전주 성곽이 헐리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조성된 ‘한옥 뉴타운’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 호남에서 최고급 맨션 단지였고 지금도 한옥 700여채가 남아 있다. 이곳 중심가인 은행로에 지난 4월 화강석으로 인공 실개천이 조성돼 시민·.. 2008. 9. 13.
초가을 가볼 만한 금강송 숲 초가을 가볼 만한 금강송 숲 울울창창 솔숲 들어서면 청량한 솔향에 온몸이 ‘싸아∼’ 박경일기자 청명한 가을날의 이른 아침, 금강송이 청정하게 늘어선 숲길에서 알싸한 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가을날 미끈하게 뻗어오른 금강송의 숲에 들어서면, 마치 탄산수를 유리컵에 따른 것처럼 ‘싸아~’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그 길에서는 몇 번의 호흡만으로도 온몸이 다 청량하게 씻겨지리라. 이즈음 숲길은 단조롭다. 봄처럼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여름처럼 무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붉고 노랗게 물드는 단풍은 아직도 멀었다. 그러나 소나무 숲만큼은 다르다. 소나무 숲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초가을에 그 정취와 느낌이 더 좋다. 쭉쭉 뻗은 자태도 훌륭.. 2008. 9. 10.
문경서 충주 가는 하늘재, 관음서 미륵으로 하늘길을 넘다 문경서 충주 가는 하늘재 관음서 미륵으로 하늘길을 넘다 박경일기자 ▲ 문경에서 충주를 잇는 하늘재 옛길에 들면 청정한 숲길의 정취도 좋지만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이 안겨주는 감동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 길에서는 발끝에 채이는 돌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 1800여년 시간을 가로질러 가는 옛길… 포암산 하늘재 전국 곳곳의 험준한 고갯마루에는 다 옛길이 있다. 차로 훌쩍 넘어가는 대관령과 구룡령에도, 터널이 뚫려 순식간에 넘나들게 된 소백산 죽령자락에도 옛길은 있다. 그 옛길 중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건너온 길이 바로 경북 문경읍 미륵리와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를 잇는 하늘재다. 수천년 전에도 이 땅 어디엔들 길이야 없었을까. 하지만 옛길들은 새로 뚫린 길에 하나 둘 자리를 내주면서 흐려져갔을.. 2008. 9. 10.
쿠바 여행기, 정열과 춤과 혁명의 도시들이여 쿠바 여행기 정열과 춤, 혁명의 도시들이여, 올라(Hola=안녕) 꾸바! 이지훈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차장 몇 해 전부터일까. 꾸바 혁명과 예술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체 게바라 전기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등이 뒤죽박죽 나를 흔들었다. ‘설렘’이었다. 불안만이 영혼을 잠식하는 건 아니다. 감동 없는 일상에 끼어든 그 ‘설렘’은 맹렬히 자가분열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집어삼켰다. 책상 뺄 각오로 휴가를 얻어 무작정 꾸바 여행길에 올랐다. 버스 종점에서 잠을 깼다. 차에 불이 꺼진 걸 보니 막차인가? 빈속에 마신 술로 휘청대는 몸을 가누며 돌아봤다. 한글 노선표가 선명한 버스들…, 꾸바에 한국산 중고버스가 이렇게 많았던가? “돈데 에스따모스(여기가 어.. 2008. 9. 8.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이태원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이태원 사진·박성진 에디터·백설아 ‘별난동네’,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이색쇼핑의 파라다이스’ 이같은 수식어 뒤에는 항상 ‘이태원’을 빼놓을 수가 없다. ‘별난동네’,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이색쇼핑의 파라다이스’…. 이같은 수식어 뒤에는 항상 ‘이태원’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올해부터 이태원거리가 유럽을 테마로 하는 관광 명소로 바뀌면서부터는 멋과 맛,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새로운 문화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다. 혹시 아직까지 이태원을 ‘짝퉁명품’ 시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이제 트렌디한 감성문화의 거리로 바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울 속, 그 작지만 넓은 세계가 담긴 이태원으로 떠나보자. 이태원 거리의 역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이태원’이라는 명칭은.. 2008. 9. 7.
최고의 종합 휴양지 무주리조트 다시 보기 무주리조트 최고의 종합 휴양지 무주리조트 다시 보기 취재 백은영 기자 ▲ 호텔 티롤은 덕유산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티롤(TIROL)이라는 명칭도 오스트리아의 9개 주 중 서부에 위치한 주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럽의 저명한 인사들이 자주 찾는 250년 전통을 가진 쉬탕엘비리트라는 최고급 휴양호텔을 모델 삼아 지어졌다. 사진 무주리조트(문의 063-322-9000 ) 온몸이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계곡, 야생화가 펼쳐진 등산로, 아프도록 눈부신 설경. 사계절 어느 때에 가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주. 특히 무주리조트는 덕유산 국립공원 내 212만 3000여 평의 부지 위에 위치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할 뿐만아니라 최고의 레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는 종합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 2008. 9. 7.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습지 생물의 신비가 한 눈에 보여요 경기 광주- 경안천 습지생태공원 연밭·갈대습지·구부러진 산책로 따라 걷다. 습지 생물의 신비가 한 눈에 보여요 글·여행작가 유연태 / 사진 김영훈 기자 ▲ ①경안천 습지생태공원 연밭 위에 설치된 목재 데크.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②초가을 햇살에 빛나는 홍련.③붉은 홍련 꽃봉오리. 9월까진 계속 피고 진다. 갈대와 억새가 손짓하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갈대밭을 산책하며 가을 소풍 분위기에 젖어보기 좋은 수도권 명소로 경안천 습지생태공원(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을 추천한다. 산책로의 거리가 약 2㎞라 잠깐 땀 흘리며 걷기에도 좋다. 적당히 구부러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향마을의 고샅길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갈대밭에서 습지 공부… 고니가 보이는 철새 조망대 한강의 지류 가운데 하나인 경안천은 용인.. 2008. 9. 7.
해남의 숨겨진 명소들, ‘땅끝’을 잠시 잊으면 천하절경 해남이 보입니다 해남의 숨겨진 명소들 ‘땅끝’은 잠시 잊어보세요, 천하절경 ‘해남’이 보입니다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 해남 달마산의 암봉에 제비집처럼 들어선 도솔암은 앉아있는 모양새도 아름답지만, 암자에서 굽어볼 때 해남 서남쪽의 평야와 바다가 마치 화첩을 편 것처럼 주르륵 펼쳐지는 경치가 압권이다. 밖에서 안을 봐도, 안에서 밖을 봐도 절경인 셈이다. 외지인들에게 ‘전남 해남 땅에서 가장 이름난 곳’을 묻는다면 너나없이 ‘땅끝’을 말합니다. 땅끝마을의 유명세로 해남군이 행정지명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에서 아예 ‘땅끝리’로 바꾸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풍경만으로 치자면, 땅끝에는 이렇다 할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땅끝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한반도 땅의 최남단이라는 장엄하고 엄숙한 의미 때문이지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2008. 9. 3.
<시> 천지간(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품)/ 김명인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① [중앙일보] 제8회 미당문학상 및 황순원문학상의 최종심 후보작 지상 중계를 시작합니다. 시인과 소설가가 들려주는 자신의 작품 이야기, 예심 심사위원의 해설 등을 모아 모두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올해는 누가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을 차지할지 관.. 2008. 9. 3.
<시> 타인의 의미(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김행숙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② [중앙일보] “타인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 ‘살갗이 따가워.’첫 행부터 막힌다. “시선이 따갑다고 표현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눈빛은 보이지 않는데도 촉각으로 맞은 것처럼 느껴지죠.” 김행숙의 시 ‘타인의 의미’는 이렇게 ‘시선이 따갑다’에서.. 2008. 9. 3.
<시> 소리족(族)(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송재학 &lt;제8회 미당문학상&gt;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③ [중앙일보] "소리를 듣는 일이 존재의 이유” “분명히 와본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러면서 ‘내 것이다’라는 느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발견됐다는 느낌 말이에요.” 고2 때 신문에서 본 실크로드 사진 한 장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시.. 2008. 9. 3.
<시> 가방(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후보작) / 송찬호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④ [중앙일보] “이미지 중시 … 그게 시 쓰는 개성” 발랄하기 그지없다. 가방이 ‘그 때묻은 주둥이로 꽃을 만나면 달려가 부벼대는’ 상상이라니. ‘여성들의 로망’이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 통하는 가방이 콧김을 내뿜는 무소가 되어 살아 움직.. 2008. 9. 3.
<시> 오늘 나는(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심보선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⑤ [중앙일보] 오늘 나는 -심보선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발처럼 목적이 없다 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 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잃고 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 달이 저녁의 지위를 머리에 눌러쓰면 어느 행인의 애절한 표정.. 2008. 9. 3.
<시> 검은 젖(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이영광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⑥ [중앙일보] 검은 젖 -이영광 죽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햇빛이 기름띠처럼 떠다니는 나의 성지(聖地) 젖가슴만한 무덤들 사이에 나는 수혈받은 사람처럼 누워 쉰다 삶은 힘차고 힘겨우며, 헛디뎌 뛰어들고 싶으리만치 어질어질하다 .. 2008. 9. 3.
<시> 그림자들(제8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 이원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⑦ [중앙일보] 그림자들 - 이원 바닥은 벽은 죽음의 뒷모습일 텐데 그림자들은 등이 얼마나 아플까를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무용수들이 허공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를 때 홀로 남겨지는 고독으로 오그라드 는 그림자들의 힘줄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니 한 사내.. 2008. 9. 3.
<시> 돌층계(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 장석남 [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⑧ [중앙일보] “돌층계를 만드는 건 시를 짓는 작업” 장석남의 ‘석’이 혹 ‘돌 석(石)’자 아니냐고 농을 걸었다. ‘주석 석(錫)’자라 답하는 시인의 얼굴 이 환했다. 돌을 참 좋아하는 시인이다. 갈팡질팡 고민 끝에 대표작으로 택한 시도 ‘돌층계’다. .. 2008. 9. 3.
<시> 되새떼들의 하늘(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 정진규 [제8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⑨ [중앙일보] 이승·저승 넘나들며 세상과 소통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 2008. 9. 3.
<시> 데칼코마니(제8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 최금진 [제8회 미당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⑩ 죽음·가난 넘나드는 폭넓은 시어 나이 마흔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등골이 서늘한 죽음, 뼈에 사무치는 가난을 노래한다. 최현식 예심위원은 “경험의 폭이 어디서 얻어진 걸까 궁금할 정도”라며 “일상적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다가가지 .. 2008. 9. 3.
고성 화암사(禾巖寺), 금강산 신선봉 아래 터잡은 고찰 고성 화암사(禾巖寺) 금강산 신선봉 아래 터잡은 고찰 - 산허리에 돌출한 왕관모양의 수바위(穗巖)의 위용 - 글·사진 남상학 * 화암사 옆의 수암에 올라 바라본 화암사 전경 * 강원도 북단 고성에는 세 개의 절이 있다. 금강삼사(金剛三寺), 건봉사(乾鳳寺), 화암사(禾巖寺)기 그것이다. 금강삼사는 최북단 화진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고, 그보다 8㎞ 남쪽으로 건봉사가 있다. 옛날 766칸의 건봉사 가람은 6.25 전쟁 때 전소되었고, 그 동안 통제되었다가 1989년부터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었다. 그리고 건봉사의 말사(末寺)로서 창건된 화암사는 훨씬 남쪽으로 토성면 신포리 세계잼보리장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다. 화암사가 '금강산 화암사'로 표기되는 것은 화암사가 금강산의 남쪽 줄기에 닿고 있기 때문이.. 2008. 9. 1.
수많은 시·소설·가요 속에서 살아 흐르는 한강 한강 수많은 시·소설·가요 속에서 살아 흐르는 한강 한 굽이 돌아 설움 흐르고 두 굽이 돌아 사랑 넘치네 정윤수 문화평론가 ‘언니’는 이태 전에 남편을 잃었다. 남편은 추석을 지내고 근무지로 돌아가다가 비행기 사고를 당했다.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던 날, 폐경기에 이른 언니의 몸에서 ‘혈(血)’이 흐른다. ‘언니’의 마지막 피다. 시댁 식구들에게 ‘언니’는 무생물에 가깝다. 폐경기를 맞은 ‘언니’는 거실 한구석의 물기 잃은 화분처럼 푸석푸석한 몸이 되어간다. 그런 ‘언니’를 ‘나’는 만나러 간다. ‘나’ 역시 윤기 있는 긴 머리카락을 옷에 묻혀 들어오곤 했던 남편에 의하여 이혼을 제안받은 상태. 가만 생각해보니 같이 살아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었고 굳이 헤어지지 못할 다른 이유도 없었다. 여자 나이 .. 2008. 8. 29.
영화 ‘박하사탕’의 무대에서 헛헛한 마음 채우기(제천시 백운면 진소마을) 제천 백운면 진소마을 영화 ‘박하사탕’의 무대에서 하루 종일 빈둥대며 헛헛한 마음 채우기 정윤수 문화평론가 최근 발간된 왕유 시전집(박삼수 역주, 현암사)을 읽었다. 현전하는 308편 376수 전체를 옮기고 일일이 주석을 단, 9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 햇빛도 드나들고 바람도 선선히 지나다니도록 절반은 건성으로 서너 쪽씩 넘겨가다 위급사의 '산장'이란 시에서 손이 멈췄다. 그윽하고 고요한 곳을 찾다 드디어 이곳을 찾았나니 어찌 일찍이 이곳을 찾은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랴? 큰 산골짝은 별장 층계를 따라 돌고 도는데 뭇 산들이 문 안으로 들어와 층계를 오르는 듯하다 밥 짓는 연기는 깊이 우거진 대숲 위로 솟아 나오고 유객의 관인과 인끈은 늘어진 등나무에 가리거늘 내 이 같은 풍경에 빠져 기꺼이 벼슬을.. 2008. 8. 29.
하늘빛·물빛 절정 평창의 ‘가을연가’ 평창의 가을 하늘빛·물빛 절정 평창의 ‘가을연가’ 박경일기자 ▲ 오대산 월정사로 드는 전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숲이 뿜어내는 향기로 몸과 마음이 다 정갈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 길에서는 ‘자연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말이 이토록 실감날 수 없다. 이 길은 지금 시멘트 포장을 걷어내고 지금 온전한 흙길로 되돌려놓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달 뒤쯤이면 폭신한 흙길을 밟을 수 있겠다. 똑같은 여행지라도, 여행자들의 느낌이나 감상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평생을 가슴에 담을 만한 감동을 받고 돌아오는 곳에서, 다른 이들은 실망만 안고 돌아오는 일이 허다합니다. 살펴보자면 이런 기복은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곳일수록 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잘 가꿔놓은 인공의 정원이나 세련된 리조트, 혹은 놀이공원은 언제 .. 2008. 8. 29.
그리스 산토리니: 이아여, 너의 아름다운 하루여 그리스 산토리니 이아여, 너의 아름다운 하루여 사진/글·최상운(여행작가 *산토리니 신항구에 닻을 내린 배에서 여행객들이 내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이 태양의 신 아폴론이 불의 전차를 몰고 가기 때문이라고 돼 있다. 아폴론이 하늘에서 온통 불에 휩싸인 전차를 끌고 나오면 태양이 뜨는 것이고, 그가 전차를 끌고 들어가면 태양이 진다는 것이다. 붉게 빛나며 스러져가는 태양도 멋있지만, 하늘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을 펼치면 대자연의 신비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수많은 섬 중에 산토리니를 찾아가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고의 석양이라 하는 산토리니 이아의 석양을 보기 위함이다. 산토리니로 가는 배 안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피라’ 산토리.. 2008. 8. 29.
이탈리아 친퀘테레, 아름다운 바닷가 다섯 마을 순례 이탈리아 친퀘테레 아름다운 바닷가 다섯 마을 순례 사진/글·최상운(여행작가) ▲몬테로소의 넓은 바닷가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길은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도시의 매끈한 보도블록이나 어느 낯선 곳 검은 아스팔트도 그렇지만, 앞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먼지와 발자국으로 드러나는 흙길은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한다. 우리는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찾아 과감히 첫발을 내디디기도 한다. 이따금 길 위에 쓰러질 때도 있다. 어쩌면 사람이란 길 위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나는 지금 푸른 지중해가 바로 옆으로 보이는 멋진 벼랑에 서 있다. 이탈리아 중부 레반토 지역 바닷가에 있는 다섯 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 2008. 8. 29.
모로코 탕헤르, 카페 하파에서 맛보는 바다 한 모금 모로코 탕헤르 카페 하파에서 맛보는 바다 한 모금 최상운 ▲박하차가 놓인 테이블 위로 뛰어오른 고양이. 지중해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탕헤르 항구 근처 작은 카페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밖은 약간 흐린 날씨인데, 지나가는 여인네들의 스카프(‘히잡’이라 하는)와 이곳 전통의상인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가 눈에 띈다. 카페 안에는 몇 개의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소박하게 놓여 있다. 벽에는 모로코 국왕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아래에서 컵을 닦고 있는 웨이터의 얼굴이 사진 속 국왕을 많이 닮아 재미있다. 조금 어두운 실내에서 몇몇 사람이 마시는 음료도 처음 보는 모로코식이라 이 도시가 무척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구에게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물론 낯선 것에 호기심이.. 2008. 8. 27.
스페인 말라가 : Costa del Sol, 안달루시아의 태양 한 줄기 스페인 말라가 Costa del Sol, 안달루시아의 태양 한 줄기 최상운 ▲프랑스 쪽에서 바라본 지중해 옥색 바다는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스페인 남부의 해안 도시 말라가, 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쓴다. 창 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뿌옇게 흐려진 차창 너머 지중해의 도시 풍경이 조금은 을씨년스럽게, 조금은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안달루시아를 통틀어 두 번째로 크다는 대도시여서일까. 버스는 꽤 세련된 분위기의 사람들로 붐빈다. 뒤에 앉은 남자에게 알카사바로 가는 길을 묻자 자기가 내리는 정류장의 다음이라며 이따가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의 작은 친절에 대한 고마움으로 내 마음속에서 도시 전체의 인상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그리 이성적인 동물이 못 된다는 .. 2008.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