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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춘천 삼악산, ‘三岳’에 올라 ‘삼락(三樂)’에 젖다

by 혜강(惠江) 2008. 9. 16.

 

춘천 삼악산

 

‘삼악(三岳)’에 올라 ‘삼락(三樂)’에 젖다

 

 

엄주엽 기자

 

 

 

▲ 삼악산 상원사 코스를 오르다 바라본 의암호 전경. 물에 떠 있는 섬이 붕어섬이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춘천을 갈 때 도심에 얼마 못 미쳐 신연교를 지나 의암호 전체 모습이 막 드러날 즈음 왼편에 우뚝 솟은 바위산이 바로 삼악산(三岳山·654m)이다. 높이는 1000m에 못 미치지만 주변 해발이 낮아 우뚝해 보인다.

의암호는 의암댐이 생기면서 조성된 인공호로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든 주인공이다. ‘의암호에 드리운 산그늘’이 바로 삼악산이다. 이 산을 오르는 기점 중 하나인 등선폭포 입구 주변이 우리의 영원한 ‘청춘가도’, 바로 ‘경춘국도’의 종착점이다. 산도 산이지만 꼭대기에서 의암호와 춘천시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손에 꼽히는 삼악산의 매력이다.

삼악산은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 지맥이 남으로 뻗어 가덕산, 계관산으로 이어지다 옛 서울-춘천 관문인 석파령을 지나 북한강과 마주치는 자리에 우뚝 솟아 있다. 삼악(三岳)은 주봉인 용화봉 서쪽 편으로 청운봉(546m)·등선봉(632m) 등 세 개 봉우리를 두고 이름이 붙여졌다.

 

 

▲ 깔딱고개

 


삼악산에는 정상에서 서쪽 청운봉 방향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삼국시대 이전에 쌓았다는 고성지(古城地)가 약 470m 정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한 설(說)은 분분한데, 삼국시대 이전 맥국(貊國)의 성터 또는 후삼국의 궁예가 쌓은 것이란 주장이 있다.

‘맥국’은 예(濊)·한(韓)과 더불어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를 차지하고 있던 부족국가로,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그 근거지가 춘천이라 밝히고 있다. 춘천지역에는 맥국 관계의 지명과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삼악산성(三嶽山城)이 그중 하나다. 대궐터를 가운데 두고 내성과 외성으로 나뉘며 각각의 둘레는 2㎞와 4㎞다. 석파령을 중심으로 천연의 요새 형국이었기에 성터가 자리할 만했다.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해 이곳에 성을 쌓아 피신했다는 전설도 전해 오는데, 흥국사(興國寺), 망국대(望國臺), 대궐터, 기와를 굽던 ‘와대기’ 등 옛 지명은 궁예와 관련된 것들이다. 궁예의 전설이 이곳뿐 아니라 경기도 산악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궁예 부대의 최후항전이 끈질겼고, 또 그의 미륵사상이 당대 민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삼악산성 터에서 해본다.

삼악산은 바위산이다. 춘천시 자료에 보면 산을 구성하고 있는 주 암석은 규암의 일종으로, 약 5억7000만년 전 ~ 25억년 전에 퇴적된 사암(砂岩)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라고 돼 있다. 그래서 산의 규모가 아담하지만 수억년의 비바람과 물길이 빚어 놓은 아기자기한 기암괴석과 좁은 협곡, 자그마한 폭포가 많다. 특히 등선폭포 입구 협곡으로 오르자면 높이 15m의 제1폭포 외에 제2·3 폭포가 있고, 그 외에 비선·승학·백련·주렴폭포 등이 이어진다.

반면 삼악산이 규모가 작다 해서 우습게 보았다간 몹시 고생할뿐더러 특히 동절기에는 불의의 사고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다. 삼악산 등산로는 크게 세 개 코스로 나뉜다. 흔히 삼악산 입구로 불리는 상원사 코스와 등선폭포 입구 코스, 강촌교 북단에 있는 암릉지역으로 바로 오르는 등선봉 코스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등선폭포 코스가 볼거리도 많고 오르기도 가장 무난하다. 그런데 보통 원점 회귀보다 종주를 하다 보니 하산길은 상원사 쪽으로 택하게 된다. 하지만 상원사 코스 중 소위 ‘깔딱고개’는 의암호를 바라보며 등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지고 싶지 않지만, 거의 45도 이상 경사로 가파르고, 삐죽삐죽 날카로운 바윗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단단한 규암이라 물만 묻어도 쉽게 미끄러진다. 호수 방향 능선 끝부분은 깍아지른 ‘단애’다.

 

 

▲ 등선폭포

 

이번 주말에 찾았을 때도 등선폭포를 들입목으로 상원사로 내려왔는데, 정상에서 내려올 당시 바로 뒤편에 초등학생 둘을 데려온 가족이 뒤따라 하산을 하고 있었다. 앞서 내려오는 내내 일몰 전에 그 가족이 잘 내려왔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정상과 들입목의 ‘사고가 많은 지역이니 등반에 주의하라’는 푯말로 미뤄 사고도 많은 모양이다. 적어도 동절기에는 출입을 막는 게 좋을 듯하다. 등선폭포 코스로 정상에만 가도 의암호의 전경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능숙한 ‘산꾼’이라도 들입목을 상원사 코스로 택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아무래도 하산길이 완만한 게 부담이 적다. 또 등선봉 코스도 지도상에 ‘위험지역’으로 표시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하튼 삼악산 정상의 탁 트인 경관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경춘가도와 경춘선을 멀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옛 추억에 젖게 한다. 북서쪽으로 계관산, 북배산,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치닫고, 동북쪽에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의암호의 초록빛 물에 잠긴 산 그림자와 붕어섬 등 섬들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호수 너머로 우리나라 제일의 호반도시 춘천시가 소박하게 눈에 들어오고 용화산(878m), 오봉산(779m), 부용산(882m)이 병풍처럼 서 있다.

삼악산의 의암호 방향에는 겨울에 의암호에서 올라오는 물안개가 소나무 잎에 얼어붙어 마치 서리가 내린 뒤와 같은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깔딱고개 아래 위치한 상원사는 규모는 작지만 그곳에 있는 샘터의 물맛이 끝내준다.

[코스]
▲의암댐 ~ 상원사 ~ 철계단 ~ 삼악산 ~ 흥국사 ~ 등선폭포(3.9㎞, 2시간5분)
▲강촌교 ~ 암릉 ~ 등선봉 ~ 619봉 ~ 흥국사 ~ 등선폭포(4.5㎞, 2시간55분)
▲의암댐 ~ 삼악산 ~ 546봉 ~ 등선봉 ~ 강촌교(5.8㎞, 3시간55분)

[교통]
▲기차: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열차 이용, 강촌역 하차. 등선봉은 강촌교를 바로 건너면 기점. 강촌역 앞에서 춘천행 버스로 등선폭포 앞이나 삼악산 입구 하차하면 기점. 춘천역에서는 중앙로에서 50, 50-1, 55, 56, 86번 승차 후 강촌 방향으로 이동 중 삼악산에서 하차.
▲승용차:서울→46번국도→청평→가평→강촌 검문소→등선폭포 입구→삼악산


 

 

<출처> 2008-09-12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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