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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여행 종합

초가을 가볼 만한 금강송 숲

by 혜강(惠江) 2008. 9. 10.

 

초가을 가볼 만한 금강송 숲

 

 

울울창창 솔숲 들어서면 청량한 솔향에 온몸이 ‘싸아∼’

 

 

박경일기자

 

 

 

 

 

청명한 가을날의 이른 아침, 금강송이 청정하게 늘어선 숲길에서 알싸한 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가을날 미끈하게 뻗어오른 금강송의 숲에 들어서면, 마치 탄산수를 유리컵에 따른 것처럼 ‘싸아~’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그 길에서는 몇 번의 호흡만으로도 온몸이 다 청량하게 씻겨지리라.

이즈음 숲길은 단조롭다. 봄처럼 연두색 신록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여름처럼 무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붉고 노랗게 물드는 단풍은 아직도 멀었다. 그러나 소나무 숲만큼은 다르다. 소나무 숲은 오히려 지금과 같은 초가을에 그 정취와 느낌이 더 좋다. 쭉쭉 뻗은 자태도 훌륭하고, 나무가 뿜어내는 향도 더 짙어진다. 가을철 높은 일교차로 솔숲에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르면 더 몽환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숲길의 안개가 사선으로 드는 빛을 그대로 그려낸다면, 그건 한 폭의 그림이겠다. 가을의 문턱에서 찾아가볼 만한 전국의 금강송 숲을 한데 모아봤다.

 

 

귀족적인 자태가 빼어난 소나무숲

(강원 삼척시 미로면의 준경묘)

강원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일대 금강송(①)은 복원 작업중인 남대문 서까랫감으로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곧고 우람하다. 조선 말기 경복궁을 중건할 때도 이곳의 소나무가 쓰였다고 한다.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이양무의 묘. 이곳의 송림은 조선시대에는 왕실이 보호했고, 근래에는 전주 이씨가 문중림으로 관리해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

활기리 농산물 집하장에 차를 세우고 1.8㎞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30분 정도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하늘을 찌를 듯한 금강송이 묘 주변 널따란 평지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른 새벽 혹은 비나 눈이 온 직후 운무가 가득할 때 이곳을 찾으면 신비한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활기리에 인접한 하사전리에는 이양무의 부인 이씨를 모신 영경묘가 있다. 준경묘만큼은 아니어도 차로 쉽게 가닿을 수 있는 이곳에도 늘씬한 소나무들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삼척시청 문화공보실 033-570-3221

 

대한민국 대표 금강송 군락지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이곳의 금강송림은 국내 최대의 금강송(②) 군락지로 꼽을 만하다. 일대에 30만여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500살이 넘은 소나무도 5그루나 된다. 이곳 금강송림은 왕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조선 숙종 때부터 벌채를 금해왔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을 거치면서 전국의 소나무들이 건축용으로, 또 땔감용으로 수없이 베어졌지만, 이곳의 소나무들은 살아남았다. 워낙 교통이 불편해 실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1959년 육종림으로 지정된 이후, 1982년 천연보호림, 2001년 산림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3곳의 산책로를 천천히 돌아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진입로는 비포장길이지만 승용차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울진군청 산림보호계 054-789-6820

 

오지에 숨어 자라는 미끈한 소나무

(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경북 영양에도 금강송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수비면 본신리 일대의 금강송림은 1970년대 산림청이 ‘미림단지’로 지정해 정성껏 보호, 육성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금강송림이 번듯하게 뻗은 88번 국도에 인접해 있어 울진이나 봉화의 금강송림과 달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대를 오가면서 잠깐 시간을 내서 들러볼 수 있다. 수비면 신원리의 검마산 자연휴양림에도 쭉쭉 뻗은 금강송림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휴양림에는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과 탐방로, 야생화원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검마산 자연휴양림 054-682-9009

 

상처를 딛고 다시 자란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대의 야산에 지름 50㎝가 넘는 금강송 1500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금강송의 또다른 이름인 ‘춘양목’이라는 명칭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영동선 철도 춘양역에 봉화군 일대의 소나무가 집산돼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일대의 소나무는 워낙 목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는 물론 6·25전쟁 무렵까지도 남벌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소나무의 수령은 그리 오래지 않은 편. 40~50년생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송림숲에 1.5㎞의 숲속 탐방로가 조성됐다. 지난 7월 하순 봉화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임도가 많이 훼손돼 지금은 4륜구동 차량으로만 접근이 가능한 게 다소 아쉽다.

영주 국유림관리소 054-630-4041

 

섬에서 만나는 빼어난 수형의 소나무

(충남 태안군 안면도)

안면도 방포마을 인근의 안면도 자연휴양림에는 430㏊(130만평)에 걸쳐 수령 100년 안팎의 미끈한 소나무 천연림(③)이 펼쳐져 있다. 안면도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흔히 안면송으로 불린다. 깊은 산속의 금강송에 비해 수형이 조형적인 것이 특징. 안면도 소나무는 고려 때부터 왕실에서 특별관리를 해왔고, 조선시대에도 궁궐을 짓거나 배를 만들 때 사용했다. 강원도와 경북 지방의 금강송림이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반면 안면도의 송림은 대로변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나무 사이로 10㎞에 걸쳐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고,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도 들어서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041-674-5019

 

한그루 한그루가 당당하다

(강원 원주 치악산)

= 치악산 구룡 매표소에서 구룡사로 드는 산길에서도 멋진 금강송림(④)을 만날 수 있다. 송림의 면적이 다른 곳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숲길도 짧지만,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위압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당당하다. 예로부터 치악산 소나무는 속이 노랗다 해서 황장목으로 불렸고, 치악산은 왕실에서 사용할 황장목을 길러내는 산이라는 뜻으로 ‘황장봉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민간의 벌채를 금한다는 ‘황장금표’라는 글을 새긴 바위가 구룡 매표소 부근에 남아 있다.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 033-732-4634.

 

 

<출처> 2008-09-10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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