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억새들의 손짓
조용히 즐길만한 억새밭 5대 명소
문화일보 / 박경일기자
가을산은 누가 뭐래도 단풍이다. 그러나 단풍산행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행선지의 단풍 절정시기를 딱 맞춰 찾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단풍철에 이름난 산들은 왜 이리 인파로 붐비는지. 그러나 억새가 피어난 산들은 다르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작된 억새는 겨울이 깊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바람에 흰 솜털을 날리며 물결치는 억새의 바다가 주는 감동은 단풍 못지않다. 단풍이 가을의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억새는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준다. 억새로 이름난 산에도 등산객이 몰리긴 하지만, 단풍 산행만큼은 아니다. 가을 바람부는 날 가볼 만한 억새 산행 목적지를 찾아봤다.
1. 강원 정선의 민둥산
대표적인 가을 억새 산행지다. 나무가 없는 둥근 봉우리로 이뤄져 민둥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7분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우거져 있고 해발 1118.8m 정상 부근에는 억새로 뒤덮여 있다. 정상에 오르면 비로소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억새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모습을 대할 수 있다. 산행로는 발구덕마을까지 올라가서 마을 왼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경사도 완만해서 가족산행에 적합하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8
2. 경남 창녕의 화왕산
화왕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이면 억새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는 산이다. 특히 가을에는 화왕산성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평원에서는 억새가 십리 길을 이룬다. 끝간 데 없는 산능선의 분지에는 온통 억새들이 하얗게 꽃을 피워낸다. 화왕산의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이른 아침.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안개가 분지쪽으로 밀려들어 깔리면 안개와 억새가 한데 어우러져 선경을 빚어낸다. 산행은 자하곡매표소에서 시작해 명상의 숲을 지나 화왕산성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2코스 길이 가장 짧다. 다만 이 길은 경사가 만만치않은 돌계단으로 이어져있어 각오해야 한다. 창녕군청 문화홍보과 055-530-2254
3. 충남 보령의 오서산
보령시 청라면과 청소면에 걸쳐있는 오서산은 서해를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는 산이다. 금북정맥의 최고봉(790m)으로 서해안에 바짝 붙은 산으로는 단연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세와 부드러운 능선을 고루 갖추고 있는 데다 가을이면 3만3000㎡에 이르는 억새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전국 5대 억새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오서산에 오르면 두 개의 바다를 만난다. 하나는 억새꽃이 펼쳐진 바다고, 또 하나는 저 멀리 아래로 굽어보이는 서해 바다다. 정상에서는 대천해수욕장의 가지런한 해안과 원산도, 삽시도 등의 서해의 섬들이 둥실 떠있다. 보령시청 관광과 041-93...
4. 경남 양산의 천성산
천성산(897m)은 등산목적지보다는 도롱뇽 소송으로 더 잘 알려진 곳. 그러나 등산인들에게 천성산은 가을철 광활한 구릉에 가득한 억새로 유명하다. 천성산 제 1봉 정상 북쪽에는 원효대사가 1000여명의 승려에게 화엄경을 강설해 모두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장소인 화엄벌이 펼쳐져있다. 화엄벌에는 화엄늪 등 습지보호구역이 곳곳에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싸고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능선을 따라 억새밭이 펼쳐져 실제 규모보다 훨씬 더 광활한 느낌을 받게 된다. 햇볕을 받은 능선의 은빛 억새 물결이 눈부시다. 10월 하순쯤에는 산 중턱의 단풍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양산시 문화관광과 055-392-2563
5. 전남 장흥의 천관산
장흥 천관산은 호남정맥 끝자락의 바위산이다. 천자의 면류관을 닮은 산. 천관산은 정상 부근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기둥이 특히 인상적이다. 천관산에서는 정상에 다 올라서야 억새로 가득한 평원을 마주할 수 있다. 구룡봉, 구정봉, 환희봉,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4㎞의 구간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로 넘실댄다. 억새 뒤로는 다도해가 아늑하게 펼쳐져있다. 바다너머로는 소록도는 물론 청산도까지 신기루처럼 떠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제주까지 보인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
<출처> 2008-10-15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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