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맞춤형 피서지 6선
바쁜가? 그래도 훌훌 털고 떠나라
몸과 마음 씻고 오면 힘이 ‘불쑥’
글·사진=이신화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시끄럽다. 예전처럼 훌쩍 떠날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삶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특히 24시간 일에 쫓기는 CEO에게 휴식을 통한 충전은 보약과도 같다. 가족과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올여름 CEO가 입맛에 맞게 떠날 수 있는 숨어있는 국내 베스트 여행지 6곳을 추천한다.
명상에 제격인 사찰 찻집 정적이면서도 소소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CEO라면 한적한 절집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여가를 보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미시령 고갯길 밑에 화암사(www.hwaamsa.or.kr,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라는 절집이 있다. 금강산 첫 암자라는 뜻으로 ‘금강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서 약간 휘어진 길에 울창한 활엽수가 이어지는 길이 여행객을 매료시킨다. 무엇보다 그 산정에 우뚝 서 있는 ‘수바위(수봉)’가 관심거리다. 경내에서 특히 눈길을 붙드는 곳이 란야원(033-633-9998)이라는 절집 다원. 손맛 좋은 건축가가 지은 듯, 정자가 계곡 벼랑길을 따라 기둥을 받치고 몸체 일부분을 걸치고 있는 듯 아슬아슬하다. 잘 지어놓은 다원과 울창한 숲, 하늘을 향한 수암이 어우러져 한 폭의 문인화를 만든다. 창문 밖 늘어진 두 개의 풍경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그 사이로 수암이 액자처럼 다가선다. 오지탐험엔 무건리 이끼계곡 모든 CEO가 편안하고 럭셔리한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리라. 오지 탐험이나 모험을 즐기는 CEO라면, 혹은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CEO라면, 거기에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CEO라면, 삼척의 무건리 이끼계곡을 권하고 싶다. 너무나 깊어 웬만한 사람은 접근이 어렵다. 감히 ‘도전’이라는 단어가 무색치 않은 곳이다. 우선 찾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용소는 ‘무건리’라는 오지마을에서도 더 첩첩한 산속(비포장 4㎞ 정도)마을인 ‘큰말’까지 들어가야 한다.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어서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사면초가가 될 지경이다. 고급승용차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길이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약수터가 있고 이끼가 있는 용소까지는, 산길을 따라 300m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 ‘쏴아-’ 하는 물소리를 따라 계곡에 다다르면 높이 7~8m 높이의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물줄기는 주로 바위 오른쪽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이끼가 무성하다. 하지만 이것은 전초전. 정작 아름다운 이끼 폭포를 보려면 밧줄을 걸고 폭포 위로 올라가면 된다. 높이 10여m의 아름다운 이끼 폭포와 용소가 어우러진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건강 다지는 응봉산 트레킹 많은 사람에게 통용되는 말이긴 하겠지만 특히 CEO에게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건강을 다졌다고는 하나 자연을 통해 건강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터다. 그런 사람에게 권할 만한 곳이 울진의 응봉산 트레킹과 덕구온천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이다. 덕구온천이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일단 수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수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편한 방법으로는 덕구온천관광호텔에 투숙하면 된다. 이른 아침(오전 6시30분)에 커피숍에 모여 안내자와 함께 용출장이 있는 응봉산(999m)까지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지고 조악하지만, 세계의 다리를 만들어 볼거리를 준비해 두었고, 무엇보다 계곡 옆길로 난 길이라서 경사도가 낮아 걷기에 좋다. 깊은 산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천물이 신기한 곳. 물을 마실 수도 있다. 하산해서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거나 수영장, 노천탕, 바데풀 등이 있는 ‘스파월드’에서 물놀이를 즐기면 금방 건강해지는 듯하다. ES리조트 주변 청풍호 여행 제천에서 충주호를 따라 달리는 청풍 호반 길은 그저 생각 없이 드라이브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가는 길목에서 왕건세트장 보기, 청풍랜드(043-648-4151)에서 암벽타기나 번지점프 등 레포츠를 즐기거나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문화재단지를 찾으면 된다. 이 수려한 풍광 속에, 호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산속에 멋진 ES리조트가 들어앉아 있다. 이곳은 순전히 회원들만 이용이 가능한 공간이라 일반인 출입은 통제된다. 이곳에 회원권을 갖고 있는 CEO라면 정방사나 능강 계곡은 기본으로 가봤음 직하다. 그 외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계란재에서 옥순봉까지의 트레킹이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는 묘미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거리도 0.9㎞여서 부담이 적고 그곳에 서면 옥순대교가 한눈에 조망돼 멋진 풍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잠시 일상의 막힌 가슴이 활짝 열린다. 새만금 방조제가 있는 변산 부안은 자연 풍광뿐 아니라 드라마·영화 세트장이 있어 여러 가지로 볼거리가 많은 곳. 갔다 오면 두고두고 할 말이 많은 곳이다. 특히 새만금 방조제로 몸살을 앓았던 곳인데 그 이후가 궁금한 CEO라면 이 여름 슬며시 부안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안 여행은 크게 외변산·내변산 코스로 나뉘는데 찾아가는 길이 바닷가와 내륙으로 나뉘어 한꺼번에 들를 수 없다. 시간이 많지 않은 CEO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안 드라이브 길을 따라 이곳저곳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부안은 여름에 딱히 한적한 곳은 없지만 채석강(전라북도 기념물 제28호)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채석강은 7만 년 전(중생대 백악기)에 퇴적한 퇴적암의 성층으로 바닷물 침식에 의해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와층이 늘 아름답다. 민초의 삶 느끼는 안성 바우덕이 오래전 왕들도 서민의 애환을 살펴보기 위해 평복으로 바꿔 입고 저잣거리로 나가 민초의 고초를 들어보려고 했다. CEO도 가끔은 일반인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을 듯하다. 회사 직원들이 가족 손 붙잡고 즐겨 찾는 그곳이 어딘가를 찾아 하루 정도 소시민이 되어 보는 곳, 안성 바우덕이 공연장이다. 이 공연장은 남녀노소, 연령 불문하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남사당 전수관(031-678-2064, 보개면 복평리)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상설공연. 당일코스로 충분하기에, 시간이 없는 CEO라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공연 내용이 조금씩 바뀌는 것도 묘미. 야외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데 무엇보다 배우와 관객이 혼연일체가 될 수 있어 즐겁다. 이 공연의 백미인 줄타기(어름)는 외줄을 오가며 펼쳐지는데 아슬아슬한 묘기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 글·사진=이신화(『DSLR을 메고 떠나는 사계절 최고의 여행지들』 저자) |
<출처> 2009. 7. 14 / 이코노미스트 9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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