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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전북 가볼 만 한 명소, 20세기 '최고급 맨션단지'가 호남에 있었다

by 혜강(惠江) 2008. 9. 13.

전북 가볼 만 한 명소

20세기 '최고급 맨션단지', 호남에 있었다

 

전주=김창곤 기자

 

 

 

▲ 실개천이 흐르는 전주 한옥마을 은행로 / 전주시 제공

 

  이번 추석 연휴기간, 귀성이나 귀경길에 잠시 짬을 내 가족이나 연인과 아련한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여행지는 없을까. 조선닷컴은 전국의 조선일보 주재기자들이 추천하는 각 지방의 ‘숨겨진 명소’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다음은 조선일보 전주 주재기자가 손꼽는 전라북도의 가볼 만 한 명소들.

 

 

◆ 전주 한옥마을 실개천


  전주 한옥마을은 1910년대 전주 성곽이 헐리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조성된 ‘한옥 뉴타운’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 호남에서 최고급 맨션 단지였고 지금도 한옥 700여채가 남아 있다. 이곳 중심가인 은행로에 지난 4월 화강석으로 인공 실개천이 조성돼 시민·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실개천은 교동 남천교에서 풍남동 동부시장 사이 557m 거리를 폭 0.3~1.2m로 흐른다. 지하수를 채수해 순환시킨다. 폭 넓은 곳엔 자갈을 깔고 수초를 심었다. 인도가 교차하면 돌다리를 놓았다. 밤이면 무지개빛 조명을 번갈아 연출, 시원한 물 흐름을 즐기게 한다. 실개천 곁에는 정자와 작은 연못, 물레방아, 벽천(碧泉), 야생화 등으로 쌈지공원들을 조성했다.


  실개천 주변엔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보물 308호)과 태조 이성계 영정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사적 339호), 향교(〃379호), 객사(〃583호) 등 조선조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이성계가 운봉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오면서 승전 연회를 열었던 오목대, 이성계의 고조부가 살던 터인 이목대, 조선 첫 천주교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이 처형된 자리에 세워진 전동성당(사적 288호)도 300m 안에 자리잡았다.


  전주전통문화센터와 한옥생활체험관·술박물관·공예품전시관·최명희문학관 등은 추석을 맞아 민속놀이와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들을 펼쳐보인다.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의 각종 놀이와 송편 빚기·한지 제기 만들기·공예 체험, 국악 공연, 전통가양주 빚기 시연 및 시음을 즐길 수 있다.


  황손 이석씨가 사는 승광재에선 이씨와 차와 송편을 나누면서 황실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한옥마을은 가족이 함께 돌아보며 한나절을 전통의 향기 속에 잠길 수 있다.☎ (063)280-7000 

 

▲ 내소사 입구에서 사찰까지 전나무 숲 길이 이어진다

 
 

◆ 변산의 바닷길, 숲길


  부안~격포 사이 국도 30호 대부분 구간이 4차선으로 확장돼 올해 개통되면서 두 곳 사이 통행시간이 20여분으로 줄었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이 국도를 타고 10여분을 달리면 새만금 방조제가 보인다. 멀리 바다 위로 회색 선을 긋다가 새만금전시관에 다가서면서 육중한 몸체를 드러낸다.


  새만금 방조제는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 비응도까지 33㎞ 전 구간을 지난 2006년 4월 모두 연결했다. 4개 방조제 가운데 대항리~가력도 사이(4.9㎞) 1호 방조제는 1998년 완공됐고, 나머지 3개 구간에선 방조제 끝막이 후 체적을 키우는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말 모두 완성되면 평균 바닥폭 290m, 높이 36m로 체적(體積)이 4차선 경부고속도로를 7m 높이로 쌓을 7300만㎥에 이른다.


  농촌공사는 그간 1호 방조제만 통행을 허용했으나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가력 배수갑문까지 일반인을 안내한다. 가력 갑문은 길이 287.5m로 양쪽에 수문 16개를 작동하면서 초당 7050t의 물을 방류한다.


  방조제를 돌아나와 남으로 해안도로를 달리면 20여분만에 내소사 전나무 숲길에 닿는다. 전나무 숲은 내소사 일주문에서 사찰까지의 진입로 양편 600여m에 펼쳐진다. 키가 30m 안팎에 이르고 성인이 양팔을 벌려야 껴안을 수 있는 우람한 상록수들이다. 소나무과 침엽수의 진한 솔잎 향을 내뿜으며 숲 그늘을 짙게 드리운다. 이곳에서 5시간을 더 내면 내소사-직소폭포-월명암까지 내변산 등산코스를 왕복할 수 있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격포를 지나 내소사에 이르는 2차선 국도는 명 드라이브 코스. 서해의 장관과 변산 연봉의 기암괴석들이 펼쳐진다. 도로 갓길 여러 곳과 내소사 입구에선 가을 전어 굽는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063)584-6822 



◆ 학원농장과 선운사 꽃 기행
 
 
 
                                                  ▲ 선운사 꽃무릇은 9월 하순 절정의 붉은 빛을 토한다.
 
 

  초가을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에 들어서면 하얀 메밀꽃과 샛노란 해바라기꽃이 파란 하늘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효석은 봉평의 메밀밭을 소금을 흩뿌렸다고 묘사했지만, 이곳 메밀꽃은 둥근 곡선의 구릉을 눈보라로 뒤덮는다. 면적이 약 20만평으로 스케일에서 압도한다.


  농장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메밀꽃 은은한 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산책길을 거닐 수 있다. 메밀밭 사이 곳곳에선 해바라기들이 초가을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줄지어 방글거리고 있다.


  농장 주인 진영호씨는 청보리를 수확하고 난 뒤 여름 작목으로 콩을 심다가 5년 전부터 웰빙 식재료이자 경관작물로 떠오른 메밀로 작목을 바꿨다. 진씨는 진의종 전 총리의 장남으로 1992년 서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농장을 일궜다.


  학원농장에서 선운사까진 승용차로 15분 거리. 초봄 동백꽃으로 이름난 선운사 계곡 안쪽이 꽃무릇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고창군은 이달 20일쯤 장관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꽃무릇은 상사화(相思花)로도 불린다. 꽃이 피면 잎이 시든 뒤고, 꽃과 잎이 서로 등져 보지 못한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선운사 계곡은 장사송-진흥굴-도솔암을 거쳐 서해를 내려다보는 낙조대까지 호젓한 산책길로 이어진다. 가족들이 3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선운사 입구엔 지난 7월 생태숲 53만㎡가 조성됐다. 은행·전·왕대나무 등 16개 시도의 상징목과 꽃을 심은 ‘팔도숲’과 생태연못, 관찰데크, 야생화원 등을 꾸몄다.


  학원농장-선운사 꽃길을 잇는 지방도를 3분만 벗어나면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군을 찾을 수 있다. 고창읍내 모양성은 작년부터 성곽 1648m를 둘러 500개 전등으로 조명을 밝혔다. 밤에 더욱 장엄하다

 

▲ 무주 적상산 정상부에 자리잡은 적상산사고 / 무주군 제공 

 

◆ 강천산의 아기자기한 즐길거리


  강천산은 국내 처음(1981년) 지정된 군립공원. 해발 583m의 아담한 산으로 그간 등산객과 가을 행락객들이 주로 찾았다. 그러나 최근 웰빙 산책로와 삼림욕장, 인공폭포, 소공원 야외공연장 등을 아기자기하게 갖추면서 광주와 전주 시민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질 않는다. 이곳은 전주와 광주의 중간에 위치, 두 도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이면 닿는다.


  강천산 산책로는 산 입구에서 강천사 뒤 현수교까지 계곡을 따라 2.5㎞에 황토를 깔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맨발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황토길 양편 병풍바위와 구장군바위 꼭대기에선 인공폭포가 비단처럼 바위를 휘감으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높이가 각 40m와 120m에 이른다.


  삼림욕장은 약 10만㎡규모. 병풍폭포에서 사천왕바위까지 빼어난 경관의 계곡과 숲 사이로 목재 데크 산책로가 1.6㎞나 이어진다. 사각정자·야외탁자·전망데크와 생태관찰로·건강지압로 등이 중간중간 시설돼 있다. 사천왕바위에 오르면 강천사와 강천산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공원은 성(性)을 테마로 구장군폭포 뒷편 거북바위 아래에 자리잡았다. 암수 거북이가 천 년을 마주하며 기다려왔다는 사랑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다. 남·녀의 포옹 장면에서 대형 남근석까지 일부 얼굴을 붉히게 하는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까진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 민속마을은 전통방식으로 고추장을 만드는 가내 수공업체 40여곳이 한옥들에 입주해 있다. 고추장뿐 아니라 된장·장아찌·청국장 등 다양한 발효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순창은 한정식과 전통 순대로도 유명하다.☎ (063)650-1533 


 

◆ 무주 반디랜드와 적상산 사고


  덕유산과 구천동 계곡은 대전-통영 고속도로 개통으로 전국 모든 대도시에서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무주리조트는 국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으나, 덕유산과 구천동 계곡 말고는 딱히 발길을 돌릴 곳이 없었다. 무주리조트 곤돌라로 향적봉을 등정한 뒤 승용차로 다녀올만한 명소 두 곳이 최근 생겼다. 무주군이 반디랜드와 적상산사고 전시관을 차려 외부 손님들을 손짓한다.


  반디랜드는 올해 12회째를 치른 무주 반딧불축제가 따낸 전리품이다. 반딧불이를 중심으로 2000여종 1만3500마리의 희귀곤충과 150종의 열대식물, 그리고 날아다니는 나비 수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고생대 이후 대표적인 동식물 화석과 네발변이 하늘소 등 희귀곤충들도 이곳에 있다. 화산분화구 형태로 디자인된 실내 온실에선 꽃과 나무 1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반디랜드는 지상 3층, 연면적 725㎡의 천문과학관까지 두고 있다. 원형 천체 돔에 직경 800㎜의 망원경 등을 시설해 태양과 행성성운 성단들을 관찰하게 한다.


  적상산 사고는 덕유산과 서편으로 마주 한 적상산 정상부에 자리잡았다. 광해군 6년(1614년)에 설치, 조선왕조실록과 선원록(왕실족보), 각종 의궤 등을 합쳐 5514책을 보관했으나 한일합방으로 실록이 규장각으로 옮겨가면서 황폐해졌다. 지금의 사고는 1992년 적상산 양수발전소 상부 댐 축조로 수몰된 옛 사고 터의 유구(遺構)를 저수지 위로 옮기면서 신축했다.


  무주군이 지난 6월부터 왕조실록과 선원록(왕실족보) 등을 복제 진열하면서, 해설사도 두어 안내하고 있다. 상부 댐 북편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북에서 남으로 흘러내리는 백두대간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063)320-2181 

 

<출처> 2008.09.13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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