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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학48

황혼의 라르고 (남상학·유화웅·이충섭·최복현 공동 산문집) 황혼의 라르고 (남상학 · 유화웅 · 이충섭 · 최복현 4인의 공동 산문집) ▲ ≪황혼의 라르고≫ 공동산문집을 내면서 2012년, 우리 시반사우(詩伴四友)가 뜻을 모아 합동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시집을 낸 후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들었다. 정서의 폭이나 문학적 연마와는 별개로 좋은 평가를 얻은 이유는 두 가지 면에서였다. 하나는 네 사람의 돈독한 우정이다. 우리 넷은 모두 고려대학교 국문과 1964년 졸업한 동기로서 교우(校友)라는 이름으로 만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시는 본디 정서와 감성의 산물인데, 고희(古稀)를 넘겨 시심이 고갈된 나이에 시집을 출간했다는 점이다. 그 후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 시간은 향산 유화웅을 빼고는 모두 별일 없.. 2023. 9. 1.
남상학 교장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 홍영일 남상학 교장의 《아름다운 동행》(뿌리)을 읽고 삶의 과정에서 함께한 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동행자(同行者)" - 홍영일(전 염광고등학교장) 남상학 교장(전 숭의여고)이 자서전을 발간하였다. 신앙 간증집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는 꽃재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이제야 어렴풋이 그 끝이 보이는 긴 여행의 뒤안길, 그 길에서 쓰는 절대주를 향한 사랑의 고백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볼 때,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동행하시며 삶의 모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하셨고, 인도해 주셨으며, 섭리해 주셨다. 기독교적인 이념에 따라 운영하는 학교에서 16년간 교장으로, 꽃재교회에서 31년간 장로로 지낸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 .. 2020. 8. 27.
(시) 참회·4 / 남상학 시(詩) 참회·4 남상학 한 밤을 새우고 나서 머리 조아려 어제 일을 뉘우칠 줄 알았으면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을 후회스럽게 살고 있지요. 한 치 앞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 필요 없이 흥분하고 혈기를 부리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형제의 가슴에 무수히 칼을 꽂았지요 남에게 손 한 번 펴지 못하고 혼자만 올바르고 혼자만 깨끗한 체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흰색을 검정으로 우기는 이 뻔뻔스러움 만물의 영장인 나는 오늘도 여전히 미련하게 후회하며 살고 있지요. 2020. 1. 18.
(시) 참회·3 / 남상학 참회·3 남상학 당신은 나에게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가 되고 당신은 나에게 그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가 된다고 하셨지요.* 남의 허물을 덮지 못할 바에야 총명한 말로 깨우칠 줄 모를 바에야 하늘 우러러 거룩한 노래 부르지 못할 바에야 침묵이 최대의 약(藥)인 것을 내 미련한 혀는 독버섯이 되고 내 미련한 말은 가시가 되고 내 마련한 입술은 나를 옥죄는 영혼의 그물이 되어** 당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부끄러움 내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깊은 후회만 남겼지요. 그리고 그것은 공기 중에 떠도는 독소가 되어 남의 생명을 빼앗는 무기가 되었지요. * 잠언 17장 28절 * 잠언 18장 7절 2020. 1. 18.
(시) 참회·1 / 남상학 시(詩) 참회·1 남상학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수없이 말하고 혀끝으로 수없이 거짓을 보태면서 작은 진실 하나에도 끝내 깃발을 들지 못하면서 비굴하게 살았습니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스럽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태연스럽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한 이 거룩한 초연함 내 잘못을 남의 탓으로 여기면서 모른 척 눈감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입을 열 때마다 거룩 거룩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기도는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얼굴은 여전히 경건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혀끝으로 수없이 배반하며 혀끝으로 수없이 맹세하며 2020. 1. 18.
(시) 그대와의 거리 / 남상학 (시) 그대와의 거리 남상학 어제는 더 넓은 보폭으로 너를 따라가다가 잠이 깼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눈물로 따라갔지만 나의 발길은 마냥 그 자리 텅 빈 벌판에 홀로 서고 말았다 온몸으로 파고드는 섬뜩한 한기 (寒氣) 넘어지고 깨어진 무릎의 혈흔이 어수선한 악몽의 기억 속에 얼룩지고 가슴에 우수수 낙엽이 지고 있다 쫓고 쫓기며 거듭되는 숨바꼭질은 어디쯤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저만치 거리에서 속절없이 애태우는 당신 너를 향한 사랑은 수십 년을 살아도 이대로 슬픔뿐인데 아아, 꿈속에서도 부둥켜안고 불러보는 이름 너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힐 수가 없다. 2019. 12. 31.
(시) 부활의 그리스도 / 남상학 부활의 그리스도 -남상학 빛으로 오신 이는 캄캄한 무덤 속에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더니라 마르지 않는 눈물 마지막 연민을 담으신 고운 눈매에 촉촉히 한 줄기 여명(黎明)이 비추이더니 곤히 주무시던 어둠의 머리맡에 시름의 세마포(細麻布) 훌훌 벗고 눈부신 광채로 일어나셨느니라 사르어 봉헌(奉獻)하는 한 목숨 불꽃으로 단숨에 무덤 문 열어 젖히고 해골 골짜기 어둠의 계곡에 우뚝 서신 부활(復活)의 그리스도!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는 어둠이 어둠으로 끝나지 않는 빛 둘레에 다시 솟는 태양(太陽) 눈부신 빛을 뿌리며 오시는 이를 보라. 천하(天下)보다 귀한 목숨 버리지 않고는 얻을 수 없고 죽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오직 한 길, 생명(生命)의 길, 사랑의 산 불꽃이여 피 흘리는 아픔 속에 피어난한 .. 2018. 3. 31.
(시) 우리에게 당신은 / 남상학 우리에게 당신은 남상학 당신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눈이다 당신의 기침 소리는 새벽을 깨우는 찬란한 햇살이다 당신의 얼굴은 하늘 향해 발돋음하는 대낮의 해바라기다 당신의 웃음은 옹달샘 물가에 흐르는 샘물 줄기다 당신의 기도는 이 세상 저녁 시간에 피어나는 향기이다 당신의 침묵(沈默)은 수면 위에 번지는 달빛 여운(餘韻)이다 그리고 당신의 부재(不在)는 어느 날 구름 위에서 순금(純金)의 꽃가루로 빛날 우리들 모두의 위대한 내일이다. 시집 2018. 3. 31.
(시) 다시 제부도에 와서 / 남상학 다시 제부도에 와서 - 시인 공석하, 이충섭, 유화웅씨에게 남상학 파도가 웃는다 파도가 낄낄거리며 우리를 따라오며 그냥 웃고 살자고 손을 비비며 웃는다 발을 비비며 웃는다 공자가 어떻고, 장자가 어떻고 침 마르게 긴긴 사설 읊어봐도 석구네 횟집* 한 접시 횟감 정도도 안 되는 덜 익은 인생일 뿐이라고 파도가 우릴 쳐다보고 웃는다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살자고 파도가 속삭이며 웃는다 파도가 이끄는 대로 물결 따라 막무가내 시인 공형(孔兄)은 그냥 그렇게 개펄 헹궈낸 물에 텀벙 젖고 싶었을까 항상 어린애 티없는 웃음으로 파도 벗삼아 알몸으로 살고 싶었을까 벌거벗은 매바위 돌고 도는 갈매기처럼 하늘 훨훨 날고 싶었을까 딸 사위 사랑 찾아간 머나먼 삼천포 그 푸른 바다에 미치도록 심취했다는 이충섭 시.. 2016. 5. 13.
(시) 안개꽃 / 남상학 안개꽃 남 상 학 미리내 별밭 아스라이 무량한 그리움에 앓다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잔잔한 숨 고르다가 밤새 소곤대던 수많은 이야기 한꺼번에 쏟아놓는 이 아침 순백(純白)의 가슴으로 와락 그만 울음을 터뜨리는가 그 옛날 안개 차오르던 물골 안 이른 새벽 사뿐히 찾아와서 앓던 속내 감추지 못한 채 내 가슴에 아낌없이 포말(泡沫)처럼 부서지던 여인 이슬 맺힌 눈썹에 화사한 햇살 내려앉을 무렵이면 아이 좋아라 뜨거운 가슴에 불길 타올라 자취 없이 스러지겠네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2016. 5. 12.
(시) 발자국 / 남상학 발자국 -만리포에서 남상학 겨울 만리포 모래밭을 혼자 걸었다 길게 찍힌 연인들의 발자국이 밀려오는 파도에 자취 없이 지워진다 모든 것 쓸려간 자리에 추억들만 남아 희희낙락한다 세월이 얼마간 흘러간 뒤에는 모래 위의 발자국처럼 추억도 그렇게 지워지리라 세월마저 그렇게 잊혀지리라. 2016. 5. 12.
(시) 가벼워지는 연습 / 남상학 가벼워지는 연습 남상학 아침저녁으로 짐을 정리하면서 버리는 연습을 한다 낡은 옷가지와 신발 사진과 때묻은 수첩까지 한 가지씩 버리면서 가벼워지는 연습을 한다 가벼워지면서 나는 깨닫는다 더 가지고 싶어 허둥대던 지난 일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허둥대면서 상처로 남긴 삶의 자국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버림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지금 마지막 허망함과 부끄러움마저도 버리고, 또 버리면서 홀가분한 몸으로 구겨진 나의 일상(日常)을 다림질한다 그리고 먼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직 가벼운 영혼(靈魂) 하나 소중히 챙긴다. 2016. 5. 12.
무명도(無名島) / 이생진 ▲완도타워 2층 전시실에 걸린 이생진의 시 무명도(無名島) - 이생진 저 섬에서 한 달만 t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 이생진 ‘악(惡)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대안 찾아야 완도타워에서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슬픔이 되고 있는 이때, 참사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완도의 완도타워 2층 전시물에서 우연히 속의 시 여섯 편을 발견하고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이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저 나름의 생각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의 편지는 이생진 시인의 와 관련이.. 2014. 5. 9.
그 적막한 바닷가 / 송수권 ▲완도타워 2층에 걸린 송수권의 시 그 적막한 바닷가 - 송수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 송수권 더러는 비워놓고,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완도타워에서 다섯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침묵의 바다가 원망스러워 산 언덕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적막한 마음을 달랠 수 없습니다. 전망층에서는 다도해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오른.. 2014. 5. 9.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 황지우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 황지우 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연안(沿岸)으로 가고 있다. - 황지우 지금은 나 자신을 매질해야 할 때 완도타워에서 네 번째 꿈의 편지를 띄웁니다. 사리 때로 접어드는 오늘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일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지?’란 말이 들려옵니다. 이래저래 가슴 찢는 소식에 제 마음도 천근만근 무거워집니다. 오늘도 허공에 시선을 놓아둔 채 넋을 잃고 먼바다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또 한 장의 위로의 편지라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로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신문보도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계속 드러.. 2014. 5. 9.
바다 2 / 채호기 ▲ 완도타워 2층에서 만난 채호기의 시 바다 2 - 채호기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거울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 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을 알았다. 바다의 눈에 내 눈을 맞추고 완도타워에서 세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진도는 완도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는 우리가 부딪치며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한 현장입니다.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삶의 현장으로 비유된 바다는 어부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늘 위협의 대상이며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인가를 실감하게.. 2014. 5. 9.
어부 / 김종삼 ▲완도타워 2층에서 만난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 -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면 완도타워에 올라 두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오늘 이른 새벽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간밤 뒤숭숭한 꿈자리로 잠을 설쳐 새벽에 눈을 붙이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 살면서 일찍부터 바다의 두 얼굴을 목격하며 살았습니다. 잔잔한 바다에 태풍 일어 바다가 뒤집히는 날에는 으레 새벽 바닷가 모래사장에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밀려온 물체를 .. 2014. 5. 9.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완도타워 2층 전시홀에서 만난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추운 겨울 다 지내고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완도에 갔었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비통에 젖어 있는 때에 진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완도타워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예상외로 잔잔했습니다. 그런 그곳에 죄 없는 어린 것들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가.. 2014. 5. 9.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⑥ - ‘악(惡)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대안 찾아야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⑥ ‘악(惡)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대안 찾아야 완도타워에서 여섯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슬픔이 되고 있는 이때, 참사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완도의 완도타워 2층 전시물에서 우연히 속의 시 여섯 편을 발견하게 되어 이 시를 바탕으로 희망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이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저 나름의 다짐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의 시는 이생진 시인의 입니다. 이생진 시인은 ‘섬시인’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섬과 바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을 지닌 시인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시집과 화첩을 들고 수많은 섬으로 돌아다닌.. 2014. 5. 4.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⑤ - 그 적막한 바닷가에서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⑤ 그 적막한 바닷가에서 완도타워에서 다섯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침묵의 바다가 원망스러워 산 언덕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적막한 마음을 달랠 수 없습니다. 전망층에서는 다도해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오른쪽으로 소안도, 보길도, 노화도, 횡간도, 흑일도가 보였습니다. 진도 참사 현장은 아마도 횡간도와 흑일도 사이 그 너머 먼 바다인 듯싶습니다. 밝혀진 진실은 우리를 너무 놀라게 합니다. 탐욕에 눈이 어두웠던 사람들, 엄청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사람들을 믿고 배를 탄 것이 어리석었던 것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니 적막감은 격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치솟아 오르는 울분을 참으며 타워 2층으로 내려와 전시벽에 걸린 송수권 시인의 시 를 읽었습니다. 더러.. 2014. 5. 3.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④ - 지금은 나 자신을 매질해야 할 때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④ 지금은 나 자신을 매질해야 할 때 완도타워에서 네 번째 꿈의 편지를 띄웁니다. 사리 때로 접어드는 오늘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일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지?’란 말이 들려옵니다. 이래저래 가슴 찢는 소식에 제 마음도 천근만근 무거워집니다. 오늘도 허공에 시선을 놓아둔 채 넋을 잃고 먼바다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또 한 장의 위로의 편지라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로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상습적인 과적(過積), 그것을 속이려는 뻔뻔스런 눈가림과 속임수, 탐욕(貪慾)과 거짓으로 가득찬 이 도시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가슴을 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너나.. 2014. 5. 2.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③ -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③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완도타워에서 세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진도는 완도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는 우리가 부딪치며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한 현장입니다.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삶의 현장으로 비유된 바다는 어부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늘 위력의 대상이며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인가를 실감하게 되지요. 그 바다는 때로 집채만 한 파도를 앞세워 배를 삼키고 허연 이빨을 드러내어 만용(蠻勇)을 부리곤 하지요. 이럴 때 우리는 안타깝게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인 존재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그 바다는 만용을 부리는 것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완도타워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시, 채호기의 는 우리에게 .. 2014. 5. 2.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②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면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②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면 완도타워에 올라 두 번째 희망편지를 띄웁니다. 오늘 이른 새벽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세월호 사건 때문에 간밤 뒤숭숭한 꿈자리로 잠을 설쳐 새벽에 눈을 붙이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 살면서 일찍부터 바다의 두 얼굴을 목격하며 살았습니다. 잔잔한 바다에 태풍 일어 바다가 뒤집히는 날에는 으레 새벽 바닷가 모래사장에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밀려온 물체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악몽으로 되살아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을 어른들은 바람이 자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물을 걷어 배에 싣고 망망한 바다로 나가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지요. 헤밍웨이의 처럼 말입니다. 아무.. 2014. 5. 2.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① -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완도타워에서 띄우는 희망편지①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완도에 갔었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비통에 젖어 있는 때에 진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완도타워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예상외로 잔잔했습니다. 그런 그곳에 죄 없는 어린 것들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미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점전 그 책임자들이 밝혀지면서 분통이 터집니다. 어른인 나는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밖에,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들어 바라본 완도 타워 2층 벽 한쪽에는 몇 편의 시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2014. 5. 1.
(시) 새해의 기도 / 남상학 새해의 기도 - 남상학 언제나 우리들의 시간은 당신이 주시는 햇빛으로 눈부십니다. 빛은 영원(永遠) 안에 있고 그 빛 속에 소중한 생명은 사계(四季)를 거듭하며 성장합니다. 어느 하루도 따스한 사랑 끊인 적 없었지만 처음인 듯 새롭게 가슴 가득 안아 보는 은혜로운 햇살 새해 아침 떠오르는 아침 해가 불덩이 같은 사랑을 쏟아 냅니다 투명한 빛살 속에 퍼지는 자애로운 어루만짐 당신의 손길 말씀의 씨앗이 떨어져 죽지 않는 생명이 되듯이 눈부시어 눈뜰 수 없는 나 소담스런 꽃을 피우며 달아 오르는 마음으로 옷깃 여미며 살아가겠습니다. 삼백 예순 다섯 날 영혼의 충일(充溢)을 염원하며 생명의 텃밭을 일구는 성실한 농부이게 하십시오. 그래서 당신 안의 매일매일이 풋풋한 청(靑)과일로 익어 당신 제단(祭壇)에 바치는.. 2014. 1. 9.
4인 합동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 시반 江·山·岩·浦의 칸타빌레 시반 江 · 山 · 岩 · 浦의 칸타빌레 「넷이 걷는 시솔길」 남상학·유화웅·이충섭·최복현 공저 고희를 넘기고 같은 대학의 과(科)동기동창인 친구 넷이 자그마한 시집을 간행하였습니다. 惠江 남상학, 向山 유화웅, 富岩 이충섭, 星浦 최복현 네 사람이 가끔 모여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치 않게 합동시집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5편씩 모아 모두 100편으로 묶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네 사람이 한국 현대문학사의 '시인부락'이나 '청록파'처럼 추구하는 경향이 동일하다든지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서로 다르게 각기, 제 스타일이랄까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어서 네 사람의 아호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시반 江山岩浦의 칸타빌레"의 로 정한 것입니다. '시반(詩伴)'은 '시의 길을 같이 .. 2012. 12. 8.
<평론> 현대적 징후(徵候)와 전환의식(轉換意識) 현대적 징후(徵候)와 전환 의식(轉換意識) - 사상의 전환기에 서서 - 글 · 남상학 "여기엔 물이 없고 바위뿐 바위만 있고 물 없는 모래밭 길" -T.S 엘리어트 ‘황무지’에서 혼란과 무질서의 황야! 여기 황량한 지역에 비참한 경영을 지속하는 현대인은 ‘무상(無償)의 방황’이 아니면 ‘공허한 도로(徒勞)’란 제목의 비극을 연출하고 있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서 절대적 가치도 없는, 현대 문명이 던져준 뉴앙스의 주제들. 그리하여 저 트래지디언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우리는 데카다니즘을, 니힐리즘을, 패시미즘을 읽을 수 있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까뮈)는 근대적 지성의 무리들은 천부의 선택과 결단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저 만공(滿空)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벽을 대결하는 의.. 2011. 6. 27.
남상학의 자전에세이집 <아름다운 동행> 출간 남상학의 자전에세이집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同行)에 감사하며 어느 덧 희수(稀壽)를 넘어섰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다. 70을 넘어서면 겸손한 마음으로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성서는 인간을 가리켜 ‘거류민과 나그네’(벧전 2:11)라고 표현했다. ‘거류민과 나그네’는 자기 고장을 떠나서 객지에서 임시로 살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 땅 위에서 사는 인생길은 길든 짧든 나그네 길임에 틀림없고, 언젠가는 천상병 시인의 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인간은 우연히 이 땅에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어느 한 생명도 하나님의 .. 2011. 3. 6.
(시) 졸업(卒業) / 남상학 졸업(卒業) - 남상학 눈이 내린 교정(校庭)을 가로 질러 너를 보낸다. 기적을 울리며 장정(長征)에 오르는 무한의 흐름 시간의 강물에 손을 씻으며 물 흐르듯 너는 가고 나는 홀로 플랫폼에 남는다. 네가 떠나고 난 자리 세월의 생채기가 무성하고 새삼스러이 아픈 나의 지난 무지(無知)와 무관심이 잿빛 하늘에 펄럭인다. 더 머물 수 없는 시간 네가 은하계(銀河界) 눈부신 언덕 위로 새롭게 출발할 때 나는 말과 음악이 실종된 빈 교실에서 보옥(寶玉)처럼 네가 떨어뜨린 미소를 줍는다. 졸업의 계절이다. 35년간 나는 제자들을 품안에서 떠나보내면서 깊은 상념에 젖곤 했다. 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휩싸는 감정은 기쁨도 설움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멍한 기분이 되었고, 제자들이 홀연히 떠나는.. 2011. 2. 10.
(시)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남상학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성탄절에 드리는 기도 -남상학 주여, 하이얀 눈으로 오십시오 삭막한 십이월의 이마 위에 축 늘어진 모두의 어깨 위에 기적처럼 새벽 첫눈으로 오십시오 강물도 얼어 붙은 오지(奧地) 마른 땅 구석구석 뜨거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눈부신 나래로 오십시오. 밤마다 거리마다 근심과 걱정이 불을 켜는 기침 소리 가득한 도성(都城) 이별과 죽음이 글썽거리고 선혈이 낭자한 땅에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씨 가슴에 안고 은빛 꽃가루를 뿌리며 무언(無言)의 말씀으로 오십시오 육신의 상처와 기진한 영혼 위에 흰 옷자락 펄럭이며 내리는 치유의 손길로 오십시오 안으로 깊숙히 뿌리 내린 미움 원망과 불신과 교만을 불사르고 태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는 너그러운 사랑의 가슴으로 오십시오 오늘 .. 2009.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