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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by 혜강(惠江) 2014. 5. 9.

 

 

 

▲완도타워 2층 전시홀에서 만난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추운 겨울 다 지내고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완도에 갔었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비통에 젖어 있는 때에 진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완도타워에 올라 바라본 바다는 예상외로 잔잔했습니다. 그런 그곳에 죄 없는 어린 것들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미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점전 그 책임자들이 밝혀지면서 분통이 터집니다.

어른인 나는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밖에, 다른 어떤 말로도 위로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들어 바라본 완도 타워 2층 벽 한쪽에는 몇 편의 시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시는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고 시작하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저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가닥 희망의 밧줄을 발견한 듯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국의 낭만파 4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셀 리(Shelly)도 그의 <서풍부(西風賦)>에서 “겨울이 오면 봄은 머지않으리,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격렬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수없이 닥친다 해도 우린 또 삶의 항해를 거듭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눈보라 치는 삭막한 한천(寒天)이라 하더라도 얼었던 땅에 녹색의 생명이 자라듯, 절망의 가슴 한구석에 희망이라는 이름의 햇살이 비치기를 소망하며, 이 시 한 편이 위로의 말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겪고 있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완도에서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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