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348 청계산, 높지도 깊지도 않은 산세… 반골 선비들도 품안에 넉넉히 청계산 높지도 깊지도 않은 산세… 반골(反骨) 선비들도 품안에 넉넉히 엄주엽 기자 ▲얼마만인가? 모처럼 비가 그친 18일 청계산 망경대에 서니 서울대공원 등 과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청계산은 산세 자체는 크지 않지만 사방으로 전망이 좋다. 김낙중기자 장마가 그친 지 오래지만 올해는 여름 내 장마 같다. ‘긴-비(長雨)’로 산행을 하는 이들도 훨씬 줄었다. 요즘 근교산을 다녀보면 등산로들이 적지 않이 물길에 휩쓸린 것을 본다. 계속되는 비에 주변의 장사하는 이들이 울상이지만 나무들도 축 처져 지친 모습이다. 모처럼 반짝 갠 18일 청계산을 찾았을 때 휴식터에 앉아 쉬는 등산객들의 화제도 비 얘기다. 비 때문에 모처럼 산행을 나왔다는 초로의 여성은 “여름마다 이러면 어쩔까? 작물들이 녹아날 테니…”하고.. 2011. 8. 20. 경남 합천 모산재, 절묘한 암벽 파노라마와 ‘눈부신 선경(仙境)’ 경남 합천 모산재 절묘한 암벽 파노라마… 불볕더위속 만나는 ‘눈부신 仙境’ 문화일보 박 경 일 기자 ▲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여름의 한낮.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철계단을 타고 올라간 모산재의 암봉 끝에 돛대바위가 곧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이것 말고도 모산재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암봉들이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솟아 있다. 한낮 기온 32.5도. 암벽을 딛고 오르는 능선에 붙자마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은 강렬했고, 그 햇볕에 달궈진 바위들은 뜨거웠습니다. 두 손과 두 발로 바위를 딛고 아슬아슬 오르는 길. 온몸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돼 버렸습니다. 경남 합천 황매산 남동쪽 자락인 모산재. 즐비하게 늘어선 암봉들로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뜨거운 여름 볕.. 2011. 8. 20. 군산 선유도, 낙조 해변 사이로 자전거가 달리다 군산 선유도 낙조 해변 사이로 자전거가 달리다 글·사진=한국관광공사 군산 선유도는 낭만이 깃든 섬이다. 명사십리의 낙조와 옥돌해변의 호젓함은 섬의 운치를 더한다. 섬을 가로지르는 해변에서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낙조를 벗 삼아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신선들이 노닐던 섬.’ 선유도의 이름에서조차 여유로움은 묻어난다.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그중 맏이로 꼽히는 섬이 선유도다. 선유도로 총칭해서 불리지만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한 묶음이 됐다. 낭만의 섬은 한때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고려와 조선 시대 때 수군부대가 들어서 있었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끝낸 뒤 머물다 간 곳이기도 하다. 군산진이 수군부대와.. 2011. 8. 19. 서해 외연도, 중국 닭소리 들리는 아름다운 외딴 섬 서해 외연도 중국 닭소리 들리는 아름다운 외딴 섬 -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아름다운 명금해변 - ▲ 외연도선착장에 정박한 어선들. 이날에도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육지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 '외연도'. 이곳은 서해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한 새벽녘에는 중국에서 우는 닭소리도 들릴 정도라고 한다. '연기에 가려진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섬에 닿을 듯이 다가서야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다. 출항시간 20분 전에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서둘러 표를 구입하고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착장에는 등산객들과 낚시꾼들이 줄지어 배에 오르고 있었다. 외연도는 대천항서 서쪽으로 53㎞나 떨어진 곳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항구와 달리 바닷길은 해무가 짙게 끼어 있다. 출렁이는 파도를 넘어 2시간 .. 2011. 8. 12. 충북 괴산 쌍곡구곡, 선인들 숨결 따라 무더위 날리다 괴산 쌍곡구곡 1곡 호롱소서 9곡 장암까지 - 선인들 숨결 따라 무더위 날리다 - 글ㆍ사진 : 신성순 여행작가 *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제8곡 선녀탕 * 쌍곡(雙谷)은 두 개의 군자산과 보배산, 칠보산, 비학산 등의 준봉을 끼고 흐르는 맑고 수려한 계곡이다. 계곡을 감도는 푸르른 물과 계곡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 및 기암괴석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예로부터 괴산팔경의 하나로 손꼽혀 왔고 1984년 속리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쌍곡은 퇴계 이황(1501~1570)과 송강 정철(1536~1593)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즐겨 찾아 노닐었던 곳으로 쌍계(雙溪)라고 불리기도 했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약 10㎞ 떨어진 지점의 쌍곡 삼거리에서 제수리재(저수리치)에 이르는 이 계곡은 총길이가 10... 2011. 8. 10. 북악산, 600년 역사 성곽따라 ‘조선의 맥’을 밟다 북악산 600년 역사 성곽따라 ‘조선의 맥’을 밟다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산에서 만나는 조선의 門, 창의문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창의문(彰義門)은 서울 성곽의 사소문(四小門) 중 하나로 ‘자하문(紫霞門)’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여기 고개가 자하문고개로 불려졌다. 양주 등으로 통하는 교통로였지만 태종 때 풍수가들이 왕조에 좋지 않다 하여 100년 가까이 통행이 금지됐었다고 한다. 1623년 인조반정 때는 반란군이 이 문을 부수고 궁 안에 들어가 반정에 성공한 유서 깊은 곳이다. 다락 안에 인조반정 공신들의 이름을 새긴 판이 걸려 있다. 1958년 보수했으며 사소문 중에서 유릴하게 완전히 남아 있는 문이다. 지금은 북악산 성곽순례 안내소가 옆에 있다. 북악산 내 .. 2011. 8. 10. 기행(奇行)과 자유분방,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 '중광 만행 卍行’전 기행(奇行)과 자유분방,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 - 타계 10년 기념 '중광 만행 卍行’전을 다녀와서 - 글 남상학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8월 초 외출했다가 지인을 따라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걸레스님 중광 만행 卍行’전을 관람했다. 전시는 중광 타계 10년을 기념한 특별전이었다. 작품들은 로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필묵으로 달마와 학을 그린 선화(禪畵)와 글씨, 아크릴과 브러시로 그린 추상과 구상의 유화, 도자, 테라코타 등 작품 150여점과 등 시작(詩作)원고, 행위예술, 영화 와 등 50여점을 전시했다. 2000년 곤지암에 지은 ‘벙어리 절간’의 풍경도 볼 수 있다. 나는 중광(1935~2002)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스님으로 기행(奇行)을 일삼았던 사람 정도로 이해할 뿐. 그.. 2011. 8. 10. 통영 여행, “언니야~같이 가자, 통영 속살 만나러!” 통영 여행 "언니야 ~ 같이 가자, 통영의 속살 만나러!" 한반도 남쪽에 자리한 또 하나의 작은 반도. 한려수도 물길이 시작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다도해를 품은 곳. 예술과 문화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경남 통영이다. 볼거리며 즐길거리 넘쳐나는 부촌이라지만, 누가 뭐래도 통영은 봄이 제 맛이다.. 2011. 8. 9. 강화도 - 해수욕은 기본, 역사․자연 체험을 겸비한 '여행 멀티 몰' 강화도 해수욕은 기본, 역사․자연 체험을 겸비한 '여행 멀티 몰' 글·사진=한국관광공사 동막해수욕장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바다가 바다를 버려야 섬을 만들 듯 일상의 짐을 벗어버리면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나눠주는 곳이 섬이다. 짜증스런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피서객도 바다 건너 섬으로 가면 왠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보다 바다와 숲이 더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주는 탓이다. 하지만 섬으로 가자니 오직 하나, 여행길이 부담스럽다. 섬으로의 여행길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최고의 피서지로 강화도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안팎이면 닿는 짧은 거리,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신나는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갯벌이 있다. 여기에 마음을 추스르기 좋은 사찰과 역사탐방을 위한 해안의 방어시설은 덤이다. 우리나.. 2011. 8. 8. 국립삼봉자연휴양림, 태고(太古)의 숨결 넘치는 숲의 바다 국립삼봉자연휴양림 태고(太古)의 숨결 넘치는 숲의 바다 글·사진 | 장태동 여행작가 숲의 바다로 가자. 설악과 점봉산, 가칠봉이 북으로부터 흐르다 내린천, 진동계곡, 미천골을 만나 잠깐 숨을 고른 뒤 남으로 달리며 방태산, 개인산, 오대산, 계방산으로 다시 우뚝 선 백두대간 숲의 바다. 그곳에서 태고의 숨결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삼봉자연휴양림은 초록빛 보석이다. 운두령을 넘는다. 1500m를 넘나드는 산줄기가 숲의 바다를 이루는 이곳에서 1089m 높이의 운두령은 길을 내기 가장 적당한 낮은 산등성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운두령은 대한민국에서 만항재(1330m) 다음으로 높은 고개다. 그래서 구름도 쉬어 넘어간다는 의미의 ‘운두령(雲頭嶺)’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두령을 넘으면 홍천군 내면이 나온다. 내면은.. 2011. 8. 3. 운동선수들이 365일 챙겨 먹는 보양식은? 운동선수들이 365일 챙겨 먹는 보양식은? - 좋아하는 음식이 곧 보양식, 메추리알과 장조림 달걀 -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 보양식을 좋아하지 않아 기력 보충을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 음식은 따로 없다는 이상화 선수. 그 대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편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열량은 낮고 영양은 풍부한 메추리알과 장조림 달걀 그리고 쇠고기 미역국이다. 아침저녁으로는 비타민과 글루코사민을 꼭 챙긴다.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글루코사민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스케이팅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소라고.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게장 야구선수 류현진 전지훈련이나 시합 시즌에는 항상 잘 짜인 호텔식 뷔페 요리로 영양 보충을 하지만 이곳에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 2011. 8. 3. 인도 오르차, 17세기 유령이 머무는 마을 인도 오르차(Orchaa) 17세기 유령이 머무는 마을 글, 사진 : 이형수 ▲ 내가 이곳에서 살지 않을까? 황홀함에 점점 빠져든다. ⓒ이형수 내 삶에서 실제로 유령을 본적은 없다. 유령은 고사하고, 가위에 눌려본 적도 없다. 하지만 꼭 유령을 만나보고 싶었고, 마치 만날 것만 같았던 장소가 있었다. 사람을 놀래키는 '한(悍)' 많은 유령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여행객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들려줄 것만 같은 그런 유령. ▲ 내가 묵었던 숙소는 'Shiva guesthouse' 바로 옆이었다. 밤마다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 있으면 저 장엄한 짜투르부즈(Chaturbhuj)이 음산하면서도, 고요함을 가져다 주었다. 밤마다 저 안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면서… ⓒ이형수 인도 북중부를 여행하다.. 2011. 8. 1. 인도 바라나시, 현세에서...모순적인 매력이 있는 곳 인도 바라나시(Varanasi) 현세에서... 모순적인 매력이 있는 곳 바라나시에서 만난 음악가 빠뿌와 그의 딸 무갈 글·사진 이형수 인도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른다는 바라나시(Varanasi). 바라나시에 무엇이 있기에 그 많은 사람은 바라나시에 가는가? ▲ 인도 바라나시에 있는 가장 큰 화장터. ⓒ 이형수 어떤 사람들은 바라나시를 ‘삶과 죽음의 경계’, ‘영혼의 쉼터’와 같은 거창한 이야기들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그보다는 실체적인 것들을 찾아간다. 그 실체적인 것 중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화장터다. 어느 문화에서도 화장터를 일반사람에게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곳은 매일 수 없이 시체를 태운 재와 연기를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확연히 상황을.. 2011. 8. 1. 여수 미평봉화산 산림욕장, 도심속 산림욕장 탄성이 절로 여수 미평봉화산 산림욕장 도심속 산림욕장 탄성이 절로 나온다 50년 넘은 편백숲 '공기 샤워'… 시청서 15분 거리 '성황' 조홍복 기자 ▲ 전남 여수 미평동 산림욕장에서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 /조홍복 기자 차량 소음이 멀어지더니 익숙한 매미 소리가 귓전에 울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사각거렸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목청을 뽐내는 새들의 지저귐. 정겨웠다. 목재데크를 200m 걷다 보니 드넓은 저수지가 나타났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폭이 좁은 호젓한 길이 저수지 주변에 죽 놓여 있었다. 저수지길을 도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멀찌막하게 떨어진 아파트 단지가 아니었다면 주변에 도심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전남 여수시 미평동에 자리한 '미평봉화산 산림욕장'은 손꼽히는 도심 속 숲이.. 2011. 8. 1. 광주 무등산 '의병길' 3.5㎞, 내달 개방 광주 무등산 '의병길' 3.5㎞ 개방 진안고원 마실길도 개통, 영모정~오암마을 58km 권경안 기자 * 내달부터 광주시민들이 시원한 물이 흐르는 원효계곡을 따라 등산할 수 있다. /광주시 제공 '무등산을 말할 때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무등산의 돌 하나, 봉우리 하나에도 그의 전설이 담겨 있다. 광주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영웅이요, 영원한 벗이다.' 평생 광주를 탐구해온 박선홍씨가 그의 책 '무등산'에서 무등산과 김덕령, 광주를 그렇게 평가했다. 무등산을 바라보는 양지바른 충효마을(북구 충효동)에서 태어난 김덕령(1568~1596)은 어려서부터 무등산에서 글과 무술을 익혔다. 무등산 제철유적지(금곡동)는 김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칼과 창을 만들었다'는 뜻의 주검.. 2011. 8. 1. 도봉산 둘레길 : 걸으면 길이요, 오르면 봉우리 도봉산 둘레길 걸으면 길이요, 오르면 봉우리… 그래서 道峯이런가 김화성 전문기자 파릇파릇 연둣빛 세상. 참나뭇잎에 연초록 물이 잔뜩 올랐다. 치렁치렁 늘어진 길섶 국수나무 이파리도 미나리색 물감범벅이다. 계곡에선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두런두런 아련하다. 풋풋한 봄햇살에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밥 안먹어도 배부른 오월 숲길. 사람들은 느릿느릿 옆동네 마실 가듯 걷는다. 봄이 노릇노릇 맛있게 익었다. 서영수 전문기자 굽이굽이/ 길 다란 능선들의 저 육중한 몸뚱이/ 하늘아래 퍼질러 누워 그저 햇살이나 쪼이고/ 바람과 노니는 듯 빈둥빈둥/ 게으름이나 피우는 듯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틈에/ 너의 온 몸 연둣빛 생명으로/ 활활 불타고 있는가 정중동(靜中動)/ 고요함 속/ 너의 찬란한 목숨 - .. 2011. 7. 30. 봉화 외씨버선길-봉화 사람들, 워낭소리’ 할배는 그날도 누렁이와 밭으로 경북 봉화 외씨버선길-봉화 사람들 워낭소리’ 할배는 그날도 누렁이와 밭으로 김 화 성 전 문 기 자 * 영화 ‘워낭소리’의 최원균 노인과 새로운 일소 일곱 살 누렁이. 최 노인은 요즘도 해뜨면 달구지를 타고 논밭에 나갔다가 해지면 다시 달구지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영화에 나왔던 누렁이 (1967∼2008)는 사람으로 치면 120세가 넘는다. 영화 ‘워낭소리’의 경북 봉화 최원균 할아버지(83)는 어김없이 들에 있었다. 제법 늠름해진 젊은 누렁 소가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쇠귀엔 바코드(소의 주민증)가 꽂혀 있었다. 올해 나이 일곱 살. 2006년 가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사온 일소였다. 죽은 누렁이 곁에서 2년 가까이 일을 배웠다. 배가 남산만 했다. 연방 더운 콧김을 내뿜었다. 소의 커다란 .. 2011. 7. 30. 하동 지리산 둘레길 - 외밭골, 맹건골, 다릿골… 굽이굽이 숨은 전설이 하동 지리산 둘레길 외밭골, 맹건골, 다릿골… 굽이굽이 숨은 전설이 김 화 성 전 문 기 자 * 지리산 둘레길 하동 구간 시작 지점 위태마을의 작은 둠벙(연못).칡넝쿨이 우거진 산청갈치재를 넘으면 바로 그 아래 쪽에 깊고 서늘한 물웅덩이가 나온다. 깊은 산속 작은연못. 그 아래엔 다랑논들이 올망졸망 매달려있다. 쌀 한톨이라도 더 거두려는 농부들의 몸부림이다. 하동=서영수 전문기자 * 산벚꽃이 하얀 길을 내며 내 꿈도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담에 눈을.. 2011. 7. 30. 예산 내포 가야산, 옛 절터 따라 걷기 예산 내포 가야산 옛 절터 따라 걷기 불국토 (佛國士) 백제의 꿈, 저 돌부처들은 알고 있을까 김화성 전문기자 충남 예산군 덕숭산 금선대 부근 바위에서 바라본 수덕사(왼쪽 아래). 그 앞 저 멀리 홍성읍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상왕산(개심사)-가야산(가야사)-덕숭산(수덕사)으로 이어지는 내포 가야산 일대는 한때 절집이 100개를 넘었을 정도로 ‘부처의 꽃심땅’이었다. 일제강점기 경허, 만공선사가 선풍을 일으킨 곳도 역시 이곳 내포 땅이었다. 경허는 활달하여 거침이 없었다. 만공은 따뜻하고 소탈했다. 경허는 끝내 이름을 바꾸고 저잣거리에 몸을 숨겼다. ‘어촌이나 주막집/어찌 숨을 곳이야 없으랴마는/감출수록 그 이름 더 새롭게 알려질까/다만 그것을 두려워하노라.’ 만공은 스승의 시신을 거두고 .. 2011. 7. 30.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국토 서남쪽, 가거도 트레킹 국토 서남쪽, 가거도 트레킹 세상 풍파로부터 멀찍이… 가히 살만한 땅일세 김 화 성 전 문 기자 동해에 독도가 있다면, 서해엔 가거도가 있다. 독도는 외로운 섬이지만, 가거도는 ‘가히 살 만한 섬’이다. 해는 독도에서 가장 빨리 떠서, 가거도에서 가장 늦게 진다. 대한민국 낮의 길이는 독도와 가거도 사이에 있다. 서쪽나라 땅끝 섬마을 가거도. 그냥 거기 그렇게 서 있음으로써, 대한민국 영토를 확 넓혀 주는 섬. 6·25전쟁이 났는지조차 모른 채, 한 평의 땅이라도 파도에 휩쓸려 갈까 봐 움켜잡고 있었던 섬. 그렇다. 더도, 덜도 말고 가거도만큼만 살면 된다. 사진은 항리마을에서 본 가거도. 갯당귀 꽃이 지천이다.(신안 가거도=서영수 전문기자)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은 거기 있는지조차 있는.. 2011. 7. 30. 인제 아침가리계곡·곰배령 트레킹, 하늘의 들꽃정원 곰배령을 가다 인제 아침가리계곡·곰배령 트레킹 하늘의 들꽃정원 인제 점봉산 곰배령을 가다 김화성 전문기자 하늘의 들꽃정원 인제 점봉산 곰배령(1164m). 요즘 노란 미나리아재비꽃이 지천이다. 언뜻 보면 애기똥풀 같지만 꽃잎이 5장으로 한 장 더 많다. 노란 꽃잎이 비닐코팅을 한 것처럼 윤이 난다. 연분홍 쥐오줌풀꽃, 우산살처럼 활짝 펼친 하얀 전호꽃, 다복솔 백당나무 하얀꽃, 자주빛 띤 갈색의 매발톱꽃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고개 아래 저 너머엔 아슴아슴 수많은 첩첩 산등성이가 겹주름을 이루고 있다. 곰배령 들꽃은 봄여름가을 파노라마처럼 번갈아 무수히 피고 진다. 사람들은 그 들꽃에 홀려 어질어질 꽃멀미를 한다.인제=서영수 전문기자 작은 숨소리 하나만으로도 온 숲의 고독이 깨어나던 곳 바람이 고요히 물결을 떼밀어.. 2011. 7. 30. 충남 연기군 뒤웅박 고을 - 어머니의 장독대, 테마파크가 되다 충남 연기군 뒤웅박 고을 어머니의 장독대, 테마파크가 되다 씨앗 보관하는 뒤웅박처럼 미래 식문화 가꾸는 전통 장류 공원 표방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 뒤웅박 장독대와 동월당 * 충청남도 연기군 전동면 미곡리·청송리와 전의면 동교리·신정리 경계 지점에 해발 460미터의 운주산(雲住山)이 솟아 있다. 정상부 일원에 백제 때 축조된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서 고산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운주산성(충남기념물 79호)을 품은 산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운주산 남동쪽 기슭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효심이 배어 있는 전통장류 테마파크가 들어서 있다. 일평생 장독대를 어루만지며 전통장류를 담아온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동월 손동욱 씨가 세운 장류공원인 뒤웅박고을이다. 200.. 2011. 7. 30. 충북 진천, 보련산 보탑사 - 통일대탑' 아래서 야생화 향기에 젖다 충북 진천, 보련산 보탑사 통일대탑' 아래서 야생화 향기에 젖다 글ㆍ사진 신성순 여행작가 * 통일대탑으로 명명된 보탑사 삼층목탑 *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 머무르기에 진천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진천은 들이 넓고 수리 시설을 잘 갖춘 덕분에 농산물이 풍부해 머물러 살기에 그만이었다.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이기도 한 진천에는 가볼 만한 곳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보탑사를 찾아간다. 진천읍 연곡리 보련산 자락에 있는 보탑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 아니다. 고려시대 절터로 전해지는 곳에 비구니인 지광ㆍ묘순ㆍ능현 스님이 1996년 창건했으므로 연륜이 10여 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명산대찰 못지않게 많은 이들이 찾는 것은 웅장하기 그지없는 목탑과 온갖 야생화가 내뿜는 향기 .. 2011. 7. 30. 충남 보령 삽시도, 경치 좋고 인심 좋은 고향 같은 섬 충남 보령 삽시도 경치 좋고 인심 좋은 고향 같은 섬 글·사진 남상학 태안반도의 안면도에서 남쪽으로 약 6㎞, 대천항(어항에서) 13.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섬이다. 삽시도(揷矢島)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矢]을 꽂아놓은[揷] 활처럼 생겼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안면도,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면적은 3.78k㎡, 해안선 길이는 10.8㎞에 불과해 도보로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한나절만 자분자분 걸으면 섬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찾은 사람에게 삽시도는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최고지점(113m)이 있는 섬의 서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낮은 구릉지를 이룬다. 해안에는 넓은 만이 발달해 있으며, 곳곳에 작은 돌출부가 있다. 동쪽과.. 2011. 7. 22. 유적을 보려거든 앙코르(Angkor)로 가라 유적을 보려거든 앙코르(Angkor)로 가라 글 · 남상학 캄보디아 앙코르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반경 30㎞ 이내에는 수십여 개의 사원과 1,000여 개가 넘는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교도들의 성지 앙코르유적, 동트는 새벽 앙코르유적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 * 흔히 사람들은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앙코르 와트(Angkor Wat)’로 간다고 말한다. 앙코르를 방문했던 역사가 토인비는 ‘이런 아름다운 앙코르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1860년 밀림 속에 묻혀있던 유적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프랑스의 생물학자 앙리무어는 ‘앙코르 와트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세운 그 어느 신전보다 더 장엄하다’고 말했다. 비록.. 2011. 7. 20. 고대 이집트, 인간 숭배의 극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고대 이집트, 인간 숭배의 극치 - 고대 이집트의 가장 전성기였던 제4왕조의 파라오들의 무던, 피라미드 -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다. 오랜 세월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집트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은 옛 문명의 흔적을 엿보려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를 찾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 2011. 7. 20. 유태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오슈비엥침; oswiecim) 유태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글 · 남상학 아우슈비츠, 인간 잔학상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 만약 피해자인 유태인들은 이곳을 방문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가해자를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자”는 단순한 다짐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 보복의 칼날을 세우지는 않을까? * 독일어로 “ARBEIT MACHT FREI" 라고 쓰인 문구가 붙어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다룬 1993년작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20세기 후반 영화로는 드물게 흑백 필름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잘 알려진 작은 도시 오시비엥침이 주무대다. 나는 참혹한 역사의 현장 아우슈비츠 .. 2011. 7. 20. 이전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