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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국립삼봉자연휴양림, 태고(太古)의 숨결 넘치는 숲의 바다

by 혜강(惠江) 2011. 8. 3.

                          

국립삼봉자연휴양림

        

태고(太古)의 숨결 넘치는 숲의 바다

 

 

 글·사진 | 장태동 여행작가

 

 

 

 

  숲의 바다로 가자. 설악과 점봉산, 가칠봉이 북으로부터 흐르다 내린천, 진동계곡, 미천골을 만나 잠깐 숨을 고른 뒤 남으로 달리며 방태산, 개인산, 오대산, 계방산으로 다시 우뚝 선 백두대간 숲의 바다. 그곳에서 태고의 숨결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삼봉자연휴양림은 초록빛 보석이다. 

 

 운두령을 넘는다. 1500m를 넘나드는 산줄기가 숲의 바다를 이루는 이곳에서 1089m 높이의 운두령은 길을 내기 가장 적당한 낮은 산등성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운두령은 대한민국에서 만항재(1330m) 다음으로 높은 고개다. 그래서 구름도 쉬어 넘어간다는 의미의 ‘운두령(雲頭嶺)’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두령을 넘으면 홍천군 내면이 나온다. 내면은 내린천 상류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다. 56번 도로로 접어들어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길 왼쪽에 삼봉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1박2일 팀이 다녀간 삼봉자연휴양림. 그들이 텐트를 쳤던 곳이
              제1야영장. 그 옆에 물놀이장이 있다.

 

텀벙 뛰어들어 뒹굴고 싶은 계곡


  삼봉자연휴양림은 깊은 숲과 맑은 계곡, 탄산약수인 삼봉약수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KBS TV 오락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뒤에 더 유명해졌다. 휴양림 입구부터 통나무집과 산림문화휴양관까지 3~4km 남짓 된다. 강호동을 비롯한 1박2일 팀의 주 촬영지는 그 중간에 있는 제1야영장과 그 앞 물놀이장이다. 계곡에 돌을 쌓아 만든 자연 물놀이장은 숲 그늘 아래 있어 물빛도 초록색이다. 맑은 물은 발이 시리도록 차갑다. 어른 허벅지 정도까지 차는 물은 고이며 흘러 물살이 잔잔하다. 그런 계곡물을 보고 있으니 ‘텀벙’ 뛰어들어 뒹굴고 싶은 마음이 인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는 그 물소리가 새소리와 어울렸다. 숲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더해지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합주곡 그 자체다.

 

  야영장 입구에는 ‘1박2일’을 촬영했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아이들 같은 웃음으로 자연 앞에 선 여섯 명의 출연자들의 얼굴이 자연처럼 푸르게 보인다. 계곡은 제1야영장 위로 계속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숲과 계곡이 온통 초록빛을 발산한다. 계곡 옆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시원하다 못해 시린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제2야영장이 나온다. 계곡은 그렇게 흐르며 곳곳에 사람이 쉴 수 있는 곳을 내주고 있었다.

 

   제2야영장에서도 약 1km를 더 들어가야 산림문화휴양관과 삼봉약수터가 나온다. 그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흙길이다. 길에서는 흙 향기가 솟고 숲에서는 진한 숲 향기가 날아와 온몸을 감싼다. 나비와 풀벌레들이 ‘나풀나풀’ 날아다니고 길가 풀꽃들은 흙먼지 속에서 더 빛나게 아름답다. 이런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휴양림 안에 약수터가 있다. ‘톡’ 쏘는 맛의 약수가 무좀에도 효험이
             있다고 표지판에 써 있다. 그래서 휴양림 안 ‘신약수’에는 약수를 흐르
             게 만들어 발을 담글 수 있게 했다. 이른바 ‘약수 족욕’으로 무좀을 퇴치
             하자는  것이다. / 삼봉약수터 약수가 샘솟는 옹달샘으로 가는 나무다
             리.
 

 

깊은 산속 옹달샘 ‘삼봉약수’

 


 자가용과 대형버스 몇 대가 서 있는 넓은 터가 나왔다. 그 옆에 산림문화휴양관이 있고 그 앞에 삼봉약수터가 보였다. 삼봉약수는 ‘신약수’와 산림문화휴양관 앞에서 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옛 약수터’ 두 곳에서 샘솟는다. ‘신약수’에는 약수 족욕탕을 만들었다. 약수를 흐르게 하고 그곳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 옆 안내판에 약수가 무좀에도 좋다고 적혀 있다. 약수가 흐르는 긴 통나무 물길이 철분 때문에 벌겋게 물들었다.  나무다리를 건너야 나오는 옛 약수터에는 약수를 마시고 물통에 받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가져온 팸플릿에 삼봉약수는 조선시대에는 실론약수(實論藥水), 실룬약수라 불렸으며 제일철, 유리탄산, 중탄산이온 등 15가지 약수성분이 함유돼 위장병에 좋고 신경쇠약, 피부병, 신장병, 신경통에도 효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효험이야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동의보감>에서도 물의 급수를 나누고 있고 제일 좋은 물로 약재를 달여 정성으로 바쳐야 한다는 치병의 기본을 설파하고 있으니 예부터 내려오는 삼봉약수의 내력에 믿음이 간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마시고 물통에 받아간다. 그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약수 맛을 봤다. ‘톡’ 쏘는 탄산기운의 첫맛, 입안에 퍼지는 약간 ‘찝찔’한 두 번째 맛에 이어 약수를 넘기고 입안에 남는 ‘달달’한 맛이 느껴진다.

 

  ‘이 물로 밥을 하면 밥이 퍼런색으로 되고 그 맛 또한 일품’이라며 아줌마들은 무슨 큰 비밀이야기를 하는 양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휴양림 통나무집에 머물며 이 물로 밥을 해본 모양이다. ‘찝찔’한 맛 때문에 몇 모금 먹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약수는 그 유명세로 마시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약’의 기운을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숲 속 통나무집. / 제1야영장 데크.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숲 그늘에 앉았다. 아름드리 전나무 등 침엽수와 고로쇠나무, 신갈나무, 박달나무 등 활엽수가 섞여 울창한 숲을 이룬 그 속에 앉아 있으면 마음도 푸르러지는 것 같다. 산림문화휴양관 한쪽에 ‘푸르미 공방’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나뭇조각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가족이 있다. 벽에는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이 놓여 있다. 숲 해설사가 숲 해설도 해준단다. 언젠가 들었던 숲 해설사의 이야기는 마치 동화 같았다. 이곳에서도 그럴 것이다.  

 

  산림문화휴양관 뒤로 난 길은 1.5km 산책로다. 산책로라지만 우거진 숲에 난 오솔길을 걷고 있으면 깊은 산중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걷는 중에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자체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무슨 의식 같다. 더 많은 싱그러움을 몸에 들이고 몸속 노폐물과 생활에 찌든 마음까지 다 배출하려는 듯 들숨 날숨이 깊다. 휴양림에서 가칠봉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5km 등산코스도 즐길 수 있지만, 산책로만으로도 숲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걸어 다시 휴양관 쪽으로 나왔다. 

 

 

                     

          
휴양림은 손님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숲 해설사의 숲 이야기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같이 들린다. 어른들이 들어도 재미있다. 나무로 공작을 할 수도 있다.

 

 

  울긋불긋 등산복에 배낭을 맨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숲 그늘에 앉아 있다. 얼굴이 상기된 걸로 봐서는 이제 막 등산을 마치고 이곳에 앉은 모양이다. 젖은 머리카락이 힘들지만 상쾌한 산행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숲 속 나무탁자에 산에서 따온 나물을 널어놓고 정리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께 무슨 나물이냐고 물으니 질경이란다. 

 

  주변을 돌아보니 약수터 근처 숲에도 나물을 캐는 아주머니가 한두 명 보인다. 그렇게 딴 나물을 계곡물에 씻어 정리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산기슭 계곡을 허리 굽혀 걷는, 눈길 손길 바쁘게 움직이는 저 아름다운 집중. 계곡 바위 그늘에 앉아 목적 없는 눈길을 계곡 어딘가에 놓는다. 이 먼 곳까지 함께 와 나란히 걸었던 그 가족의 웃음도, 아이 손 잡고 나뭇조각을 맞추던 엄마 아빠의 손길도, 남편을 위해 나물을 뜯던 아줌마의 굽은 허리도, 잠깐이나마 이 숲 속에 묻혀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숲을 따라 그렇게 마음이 물드나 보다.
돌아오는 등 뒤로 푸른 숲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여|행|길|라|잡|이

 

 

                          

 

 

가는 길
● 자가용:
서울~춘천 고속도로 - 동홍천 IC - 56번 국도 80km - 내면 - 양양 방면 좌회전 56번 국도 20km - 삼봉자연휴양림.

서울~영동 고속도로 - 속사 IC - 31번 국도 25km - 내면 - 양양 방면 좌회전 56번 국도 20km - 삼봉자연휴양림.

 

● 대중교통(대중교통은 매우 불편하다. 두 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또 버스도 드물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홍천 가는 버스를 타고 홍천 도착. 홍천에서 내면 가는 버스를 타고 내면 도착. 내면에서 삼봉자연휴양림 앞을 지나는 버스 이용. 버스에서 내려 약 4km 도보.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진부 가는 버스를 타고 진부 도착. 진부에서 내면 가는 버스를 타고 내면 도착. 내면에서 삼봉자연휴양림 앞을 지나는 버스 이용. 버스에서 내려 약 4km 도보.

문의 : 홍천버스터미널 033-432-7893. 진부버스터미널 033-335-6307.       

 

기타ㆍ문의 수승대에는 입장료와 주차요금을 받는다. 금원산자연휴양림도 숙박을 하지 않고 휴양림 시설을 둘러보려면 약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수승대 관리사무소 : 055-943-5383. 금원산자연휴양림 : 055-940-3574. 055-942-3633. 삼봉자연휴양림 : 033-435-8536

 

숙박  국립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삼봉자연휴양림’을 예약해서 통나무집 등을 이용하면 된다. 야영장 등은 선착순 이용. 그 밖에 휴양림 가는 길에 민박이나 펜션 등이 있다.

먹을거리  휴양림 주변 특산물 먹을거리는 메밀 막국수다. ‘약수식당’ ‘달뜨는언덕’ 등에서 한다. 두부나 산나물을 이용한 요리는 ‘오대산내고향’. 송어회, 백숙 등은 ‘삼봉통나무산장’. 송어회는 ‘만나산장’. 한방오리는 ‘강내천’. 백반과 찌개류는 ‘샘골휴게소’ 등에서 한다.  

 

주변여행지 
● 오대산 월정사: 휴양림에서 진부로 나가 월정사에 도착한다. 약 60km 정도 되는 거리다.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창건한 절이다. 월정사 진입로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 월정사~상원사 천년숲길, 20리 숲길은 계곡과 흙길 도로로 이어지는 8km 길로서 스님들이 걸었던 수행의 길이기도 하다.

 

● 양양 낙산사: 휴양림에서 약 5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는 홍련암과 의상대, 해수관음상, 원통보전 등이 있다. 신라 문무왕 11년(671)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절 아래 낙산해수욕장이 있다.


<출처> 2011. 7. 29  / 이코노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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