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307

(시)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남상학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성탄을 기다리며 - 남상학 주여, 하이얀 눈으로 오십시오 삭막한 십이월의 이마 위에 축 늘어진 모두의 어깨 위에 기적처럼 새벽 첫눈으로 오십시오 강물도 얼어 붙은 오지(奧地) 마른 땅 구석구석 뜨거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눈부신 나래로 오십시오 밤마다 거리마다 근심과 걱정이 불을 켜는 기침 소리 가득한 도성(都城) 이별과 죽음이 글썽거리고 선혈이 낭자한 땅에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씨 가슴에 안고 은빛 꽃가루를 뿌리며 무언(無言)의 말씀으로 오십시오 육신의 상처와 기진한 영혼 위에 흰 옷자락 펄럭이며 내리는 치유의 손길로 오십시오 안으로 깊숙히 뿌리 내린 미움 원망과 불신과 교만을 불사르고 태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는 너그러운 사랑의 가슴으로 오십시오 오늘 밤 .. 2005. 12. 11.
(시) 장미 / 남상학 장미 - 남상학 너를 보는 내 눈빛이 늘 예사롭지 않아 뜨거운 숨결로 달궈낸 잉걸불 같은 사랑인 것을 촛불 켜고 너를 기다리는 깊은 밤 멀찌감치 나를 바라만 볼 뿐 꺾지 못하는 너를 보며 난 가슴이 더욱 아파 내 눈에 이슬이 맺히고 때로 전의(戰意)가 번뜩인다는 걸 내가 떠나고 난 뒤에야 넌 비로소 알 거야 그 때 내 빈 자리를 바라보렴 잉걸불 : 이글이글 핀 숯불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누굴 몹씨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초조해지고 그러다가 분통이 터지는, 이 으로 바뀌는 것을 치졸한 것이라 한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2005. 12. 11.
(시) 남산의 벚꽃을 아시나요? / 남상학 남산의 벚꽃을 아시나요? - 남 상 학 그대와 함께 걷던 길 팝콘처럼 터지던 울음이 일시에 환한 꽃으로 피었지요 그대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수많은 말들이 눈물로 그렁그렁 가지마다 꽃망울로 맺혔지요 바람 불어 꽃잎 흩어지고 그대 가슴 위로 무거운 발길 무수히 지나치는 날에는 온몸이 전율(戰慄)로 달아오르지요 사랑은 언제나 그렇게 한 순간의 가슴 저림 같은 것 아니, 모든 사랑은 그렇게 눈물 그렁그렁 아픈 길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 남산 꽃길을 함께 걷던 사랑스런 그대여 그 날 살뜰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눈사태로 화사하게 장식하던 남산의 벚꽃을 아시나요? 시집「그리움 뿔꽃이 되어」 '모든 사랑은 그렇게 / 눈물 그렁그렁 아픈 길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 4월 화사하게 피는 벚꽃도 나름대로 인고의 아픔 속에서 피어.. 2005. 12. 10.
(시) 꽃밭에 서면 / 남상학 꽃밭에 서면 - 남상학 꽃밭에 서면 왜 이리 떨릴까? 이 세상 어느 목소리나 은유(隱喩)로도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까르르까르르 '나 잡으면 요옹치?' 손가락을 세우고 끝없이 달아나는 저 철없는 가시내 웃음소리 따라가다 그만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이 꽃 저 꽃, 꽃자리를 옮기며 꽃술을 더듬는 한 마리 나비 사이로 아지랭이로 피어나는 저 속내를 한 치도 가늠하지 못하는 나는 이 봄볕에 몹씨 부끄럽고 아프다. 아니 뻐근하고 저리다. 세찬 바람에 날개가 찟기고 가슴에 금이 몇 개, 심장 판막 하나가 가녀린 꽃잎처럼 떨고 있다. 유난히 어지러운 봄을 타는 것일까 나는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나는 학생들 앞에서 나름대로 열정이 있는 교사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오래지 않아 학생들과 .. 2005. 12. 10.
(시) 개나리 / 남상학 개나리 - 남상학 그대 위하여 목놓아 울던 청춘이 꽃 되어 아지랑이 언덕에 이처럼 피었나니 그 날 한 소절로 꺾이던 내 젊은 절규는 불붙는 열정(熱情)으로 뽑아낸 진액처럼 해마다 이 남산 언덕에 노랗게 노랗게 겹겹이 피기로 그대 위해선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이 피워낸 꽃!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 작자의 말 저는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는 남산 인근의 학교에서 평생 젊은이들과 호흡하며 살았습니다. 유독 봄철이면 개나리로 뒤덮이는 남산은 나의 청춘이 쏟아내는 교육 열정의 산물인듯 싶었습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그렇게 쌓인 날들이 있었기에 해마다 환하게 피는 개나리 꽃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2005. 12. 9.
(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 남상학 가벼운 옷차림으로 - 남상학 저녁 노을이 앞산에 고즈넉이 잠길 때 그리움 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떠나리 지상의 남은 햇살 한 줌 그대로 놓아 두고 한 생애 눈 깜짝 지나는 길을 빈 손으로 떠나리 자고 일면 꿈같이 끝나는 것을 버리지 않아도 절로 비어서 마침내 슬픔도 바닥이 나고 무지와 수치로 얼룩진 기억을 흩어지는 연기로 말끔이 사르고 외나무 다리 건너 새로운 땅으로 떠나리 평생을 꿈꾸던 곳 멀리 켜지는 대합실의 불빛 누군가 부르는 손짓 있어 귀향(歸鄕)의 기적소리 울리며 그만하면 나이도 꺾인 지금 꿈도 바랜 이 어스름 내 고단한 육체를 싣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떠나리. -시집 "비상연습" 2005. 9. 12.
(시) 기다림 - 간월암 / 남상학 기다림 - 간월암 저 풍상에 머리 깎는 보살(菩薩)님 좀 보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찬 바람 한 몸에 안고 먼 바다를 향하여 귀를 연 기다림은 기쁨 같은 형벌 한 사리 물길에나 눈을 떴다 감는 졸음에 겨운 빈 소라껍질 * 간월암은 충남 서산 방조제 중간에 있는 바닷가 작은 섬의 암자 바다가 그립고, 섬이 가고싶을 때 떠올리는 곳입니다. 만조(滿潮)가 되어 간월도가 마치 섬처럼 떠있습니다. 그 가운데 작은 암자는 오랜 세월 속에서 기다림을 잘 참아내고 있었습니다. , 은 버릴 수 없는 속성인가 봅니다. 2005.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