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서면
- 남상학
꽃밭에 서면 왜 이리 떨릴까? 이 세상 어느 목소리나 은유(隱喩)로도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까르르까르르 '나 잡으면 요옹치?' 손가락을 세우고 끝없이 달아나는 저 철없는 가시내 웃음소리 따라가다 그만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이 꽃 저 꽃, 꽃자리를 옮기며 꽃술을 더듬는 한 마리 나비 사이로 아지랭이로 피어나는 저 속내를 한 치도 가늠하지 못하는 나는 이 봄볕에 몹씨 부끄럽고 아프다. 아니 뻐근하고 저리다. 세찬 바람에 날개가 찟기고 가슴에 금이 몇 개, 심장 판막 하나가 가녀린 꽃잎처럼 떨고 있다. 유난히 어지러운 봄을 타는 것일까 나는
<수록>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작자의 말>
나는 학생들 앞에서 나름대로 열정이 있는 교사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오래지 않아 학생들과 교감이 잘 이루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 깨달음은 부끄러움을 넘어 천근만근 내 가슴을 짖누르는 절망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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