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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05. 9. 12.

   

 

 

가벼운 옷차림으로

 

- 남상학

 

 

저녁 노을이
앞산에 고즈넉이 잠길 때
그리움 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떠나리

지상의 남은 햇살 
한 줌 그대로 놓아 두고
한 생애 눈 깜짝 지나는 길을
빈 손으로 떠나리

자고 일면
꿈같이 끝나는 것을
버리지 않아도 절로 비어서
마침내 슬픔도 바닥이 나고

무지와 수치로 얼룩진 기억을
흩어지는 연기로 말끔이 사르고
외나무 다리 건너
새로운 땅으로 떠나리

평생을 꿈꾸던 곳
멀리 켜지는 대합실의 불빛
누군가 부르는 손짓 있어
귀향(歸鄕)의 기적소리 울리며

그만하면 나이도 꺾인 지금
꿈도 바랜 이 어스름
내 고단한 육체를 싣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떠나리.

 

 

<수록> -시집 "비상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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