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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05. 12. 11.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성탄을 기다리며

 

                                                              

 - 남상학

 



주여, 하이얀 눈으로 오십시오
삭막한 십이월의 이마 위에 
축 늘어진 모두의 어깨 위에
기적처럼 새벽 첫눈으로 오십시오

강물도 얼어 붙은 오지(奧地)
마른 땅 구석구석
뜨거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눈부신 나래로 오십시오

밤마다 거리마다
근심과 걱정이 불을 켜는
기침 소리 가득한 도성(都城)
이별과 죽음이 글썽거리고
선혈이 낭자한 땅에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씨 가슴에 안고
은빛 꽃가루를 뿌리며
무언(無言)의 말씀으로 오십시오

육신의 상처와 기진한 영혼 위에
흰 옷자락 펄럭이며 내리는
치유의 손길로 오십시오

안으로 깊숙히 뿌리 내린 미움
원망과 불신과 교만을 불사르고
태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는
너그러운 사랑의 가슴으로 오십시오

오늘 밤
거칠고 스산한 타관(他關)의 뜰에
춥고 긴 겨울 밤을 떨며
문 밖에 서 계신 주여,

싸늘한 십이월의 이마 위에 
새벽 첫눈이 내리듯이
멀고 먼 길 기적 소리 앞세우고
당당한 예루살렘 입성(入城)처럼
꽃길을 밟고 오십시오

그래서 우리들 영혼의 빈 곳간
말끔히 씻은 말구유에
쌔근쌔근 잠든
만왕(萬王)의 왕,

평화(平和)의 왕으로 오십시오.

 



<작가의 말>

 

  2005년 12월 3일 저녁.  첫눈이 소리없이 내려 서울을 하얗게 장식했습니다. 기침소리 가득한 이 도성(都城), 춥고 스산한 긴 겨울밤에 오늘의 기적처럼 은빛 꽃가루를 뿌리며 만왕의 왕 평화의 왕, 그분이 오시기를 소망합니다.흰 눈을 뿌리며 오시는 이 성탄의 계절에 우리도 서로 따스한 온기(溫氣)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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