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새해는 눈부심으로
- 남상학
새해 아침
출렁이는 바다 앞에 서면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듯이
바다의 눈부심에 눈돌릴 이
우리에겐 없나이다.
일렁이는 바다의 심장처럼
태고적부터 더욱 새로와지는 시간
쉬임없이 약동하는 생명의 숨결로
태양은 눈부신 광채를 거느리고 와서
신부에게 입맞춤하는 신랑처럼
당당하게 솟아오릅니다.
좌절과 시름의 옷을 훌훌 벗고
열린 바다를 향하여 가슴 열고
황금의 빛보라 말갈기로 날리며 솟거늘
지난 날 욕망의 물굽이 높아
슬프고 애잔한 노래 부르던 이들도
다시금 포구 밖으로 슬기의 배를 띄우나니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푸른 생동하는 물결 위를
사랑과 소망의 눈빛으로 다만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희망의 노를 저어
왁자지껄 출렁이게 하소서.
부지런한 해녀가 바다 속
진흙 속에서 눈부신 진주를 캐듯이
깊은 물속을 자맥질하여 전복을 따내듯이
새로이 맞이하는 시간들은
만선(滿船)의 기쁨으로 출렁이게 하소서
당신의 넓은 품에 안길 날을 그리며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바다를
끝없는 그리움으로 달려가게 하소서
삼백 예순 다섯 날을 그리하게 하소서.
<수록> 시집 「하늘을 꿈꾸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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