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身分)
- 하종오
한국 청년 지한석 씨가 하는 몸짓 손짓을
미얀마 처녀 파파윈한 씨는 가만히 바라본다
파파윈한 씨는 이주민* 이고
지한석 씨는 정주민*이지만
같은 공장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노동자여서
손발도 맞고 호흡도 맞다
공장의 불문율*에는
일하고 있는 동안엔
남녀 구분하지 않고
불법 체류* 합법 체류 구분하지 않고
출신 국가 구분하지 않는다는 걸
그도 알고 그녀도 안다
세계의 어떤 법령에도
노동하는 인간의 신분을 따질 수 있다고
씌어 있진 않을 것이다
한국 청년 지한석 씨가 내는 숨소리에
미얀마 처녀 파파윈한 씨는 가만히 귀 기울인다.
- 시집 《입국자들》(2009) 수록
◎시어 풀이
*이주민(移住民) : 다른 곳이나 나라에 옮아가서 사는 사람.
*정주민(定住民) :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는 주민.
*불문율(不文律) : 문서로 규정한 것이 아니고, 관습적으로 인정되는 규칙이나 계율.
*체류 : 객지에 가서 머물러 있음
이 작품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민과 정주민이 모두 동등한 인간적 가치를 가진 존재임을 강조하고, 이국 문화에 대한 수용과 포용을 통한 조화로운 공존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님의 침묵 / 한용운 (0) | 2020.10.19 |
---|---|
힘내라, 네팔 / 한명희 (0) | 2020.10.17 |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 하종오 (0) | 2020.10.15 |
밴드와 막춤 / 하종오 (0) | 2020.10.13 |
<동승>과 <골목길> / 하종오 (0) | 2020.10.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