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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한 아이 / 천양희

by 혜강(惠江) 2020. 9. 26.

 

 

한 아이

 

 

- 천양희

 

 

시냇물에 빠진 구름 하나 꺼내려다

한 아이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송사리 떼 보았지요

화르르 흩어지는 구름 떼들 재잘대며

물장구치며 노는 어린 것들

샛강에서 놀러 온 물총새 같았지요

세상의 모든 작은 것들, 새끼들

풀빛인지 새소린지 무슨 초롱꽃인지

뭐라고 뭐라고 쟁쟁거렸지요.

무엇이 세상에서

이렇게 오래 눈부실까요?

 

 

- 시집 《오래된 골목》(1998)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천진난만한 한 어린아이의 행동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는 한 어린아이의 행동을 화자가 관찰하고 쓴 작품이다. 화자는 직접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시적 대상인 한 아이의 행동을 관차라고 있으며,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아이의 순수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세상의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동화적 발상과 어조로 표현하고, 비유와 감감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동일한 종결형을 반복하여 운율감을 살리는 동시에 시적 정황에 대한 정서를 설의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8행까지는 작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2행에서 ‘시냇물에 빠진 구름 하나 꺼내려다/ 한 아이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송사리 데 보았지요’라고 노래한다. 구름이 비친 시냇물에 송사리 떼가 몰려다니는 것을 보는 아이의 맑고 순수한 모습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3~8행까지는 아이의 눈에 비친 시냇물에 비친 구름 속 송사리 떼의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르르 흩어지는 구름 떼들 재잘대며/ 물장구치며 노는 어린 것들’이러고 의인법으로 표현한 것은 송사리 떼의 활발한 움직임과 그 움직임에 구름이 흩어지는 모습을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며, 이들 송사리 떼가 마치 샛강에서 놀러 온 물총새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세상에 모든 작은 것들, 새끼들’의 구체적 대상인 ‘풀빛’, ‘새소리, ‘초롱꽃’을 들어, ‘뭐러고 뭐라고 쟁쟁거렸지요’라며 작고 사소한 것에 귀를 기울이는 행동을 통하여 아이가 작고 사소한 것들에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후반 9~10행에서는 ‘무엇이 세상에서/ 이렇게 오래 눈부실까요?’라고 한다. 이것은 전반부에서 묘사한 정경에 대한 화자의 감상을 직접 드러낸 것이다. 겉으로는 질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의 모습에 대한 예찬을 표현한 것이다. 즉, 화자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행동이 눈부시다고 말함으로써, 이 세상의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질 것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에는 한 아이가 시냇물을 들려다 보며, 그 속에 비친 구름과 송사리 떼, 풀꽃, 새소리, 초롱꽃들을 관찰하는 모습이 그림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고,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작자 천양희(千良姬, 1942~)

 

  시인.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에 <정원 한때>, <아침>, <화음> 등의 시가 추천되면서 등단하였다. 감성적이고 진솔한 시로 독자들과 친숙해졌고, 오랜 연륜에서 오는 중후함과 인생의 운명에 결연히 대결하는 자세가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1994),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1998), 《오래된 골목》(1998), 《하얀 달의 여신》(1998), 《너무 많은 입》(2005) 등과 짧은 소설 《하얀 달의 여신》(1999) 등이 있다.

 

 

 

►작성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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