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喬木)
-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
- 《인문 평론》(1940) 수록
◎시어 풀이
*교목(喬木) : 줄기가 곧고 굵으며 8m 이상 높이 자라고 위쪽에서 가지가 퍼지는 나무. 소나무·향나무 따위의 큰키나무. ‘관목(灌木)’의 상대어.
3연에서는 죽음마저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드러내고 있다.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라는 표현은 의연한 결의, 가장 강인한 정신의 높이에 도달한 화자의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여기서 ‘바람’은 굳고 곧은 나무를 흔들고 굽히려는 외부적 힘으로, 화자의 의지를 꺾으려는 어떤 유혹이나 시련을 가리킨다. 화자는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하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으므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호수 속 깊이 거꾸러’지듯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올곧은 신념만은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이고 있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0) | 2020.08.16 |
---|---|
자야곡(子夜曲) / 이육사 (0) | 2020.08.15 |
오랑캐꽃 / 이용악 (0) | 2020.08.14 |
하늘만 곱구나 / 이용악 (0) | 2020.08.14 |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이용악 (0) | 2020.08.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