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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새벽 편지 / 곽재구

by 혜강(惠江) 2020. 4. 14.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시집 전장포 아리랑(1985) 수록

 

 

시어 풀이

 

정령 : 만물의 근원이 된다고 하는 신령스러운 기운. 원시 종교에서, 산천 · 초목 · 무생물 등에 붙어 있다고 믿던 혼령. 죽은 사람의 넋.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어둠을 지나 밝아 올 아침을 기다리는 시간인 새벽에 새벽별을 바라보며 위로와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세상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희망찬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소망을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대조적인 새벽의 이미지와 화자가 염원하는 세상을 자연물(, , 새소리, 바람, 꽃향기 등)을 통해 표현하고, 수미 상관의 기법을 활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새벽은 밤을 견디고 밝아올 아침을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화자는 하루가 열리기 시작하는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사랑이 충만한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한다. 새벽은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잠들고, 한편으로는 눈시울이 붉어진소외된 이웃에게 연민을 가진 사람들만 깨어나 아름다운 새벽의 창을 열고 서로의 가슴에 지닌 연민과 사랑을 안고 뜨거운 가슴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그래서 화자는 새벽별을 바라보며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라는 다짐하며 고통의 밤을 견디고 밝아올 아침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아침은 자유로운 새소리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가 퍼지는 희망이 넘치게 될 것이라는, 세상에 대한 절실한 소망과 가슴속에 담긴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편지에 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상 전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인생은 고통을 이겨 내고 희망차고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는 화자가 새벽별을 보며, 우리들의 밤인 현실의 세계는 비록 고통과 쓰라림의 세상이지만, ‘새벽은 희망의 시간으로 고통하는 법을 익혀, ‘아침이라는 이상의 세계, 즉 따뜻하고 향기로운 세상을 맞이하겠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세상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과 희망이 넘치는 세상인 것이다.

 작자는 새벽 편지를 쓰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인간이 인간으로서 자랑스러운 이유는 그가 고통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인생은 고통을 배우는 과정이며 고통과 동무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후회하고 반성하며 참회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그가 꿈꾸는 궁극의 자유 의지에 다가갈 것이며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억압, 미움, 나태, 폭력, 질시……. 그 모든 가난한 인식들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사랑한다는 말은 하루하루의 고통과 싸워나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바치는 가장 따뜻한 인간의 말일 수 있습니다. ‘새벽 편지를 썼던 19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습니다. 나는 우리 한반도 안에 살아가는 한민족 모두가 고통을 이겨 내고 인간으로서 따뜻한 삶을 살아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와 따스한 햇살과 라일락 꽃향기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작자 곽재구(郭在九, 1954 ~ )

 

 

 시인. 전남 광주 출생. 1981중앙일보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주로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을 애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썼다. 시집으로는 사평역에서(1983), 전장포 아리랑(1985),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2011), 와온 바다(2012)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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