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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별국 / 공광규

by 혜강(惠江) 2020. 4. 13.

 

 

멸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 시집 소주병(2004) 수록

 

시어 풀이

별국 : 별이 떠 있는 국
멀덕국 : 건더기는 없고 멀건 국물만 가득한 국(충청도 벙언)

사리(舍利·奢利) : 부처나 성자의 유골로 후세에는 화장한 뒤에 나오는 구슬 모양의 것을 일컬음.   

 

이해와 감상

 

 ‘별국은 가난했던 절에 시절에 먹던, 변변한 건더기 하나 없던 멀덕국으로, 시적 화자인 는 이러한 멀덕국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어머니의 슬픔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애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어머니의 눈물을 별빛 이미지로 제시한 미화법을 사용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미화하였다.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에서 멀덕국은 건더기가 거의 없는 국으로,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머니가 끓여주신 멀덕국 안에는 ''들이 있다. 이 별은 멀건 국물 속에 하늘의 이 비친다는 표현이지만, 여기서 ''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떤 때는 도 비치지만 모두 하나님의 사랑이다. 화자가 이 국을 먹고 배가 불렀다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마음이 충만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에 자식에게 변변한 음식을 못해 주는 어머니의 안타까움과 사랑의 눈물은 '별빛 사리'라는 함축적인 시어로 형상화되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흘리는 눈물은 별빛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멀덕국’, 멀덕국 속의 ’, ’별빛 사리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눈물이 별빛이미지와 만나면서 거룩한 사랑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모정(母情)은 가난한 시절을 겪어야 했던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지녔던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작자 공광규(孔光奎, 1960 ~ )

 시인.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86동서문학<저녁 1> 5편이 신인문학상으로 당선되면서 등단함. 그는 현실의 불합리와 불평등, 그로 인한 슬픔과 절망의 이야기들을 시를 통해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는 한편, 비관적인 현실 세계와 죽음을 마주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과 한계를 불교적인 세계관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치유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시집으로 대학 일기(1987), 마른 잎 다시 살아나(1989), 지독한 불륜(1996), 소주병(2004), 말똥 한 덩이(2008)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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