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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고백 - 편지 6 / 고정희

by 혜강(惠江) 2020. 4. 13.

 

 

<출처 : 네이버블로그 '말의 시선'>

 

 

 

고백 - 편지 6

 

- 고정희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다 

 

 

    - 시집 지리산의 봄》(1987) 수록

 

 

이해와 감상

 

 

 한 문장, 스물한 자로 된 이 시는 간결한 형식에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인인 는 시적 대상인 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을 전깃줄이라는 시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마치 전깃줄에 감전된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전깃줄은 그다지 긴 길이가 아니기 때문에 시인이 만나러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과 설램 그리고 그리움이 전깃줄이라는 시어와 잘 어울린다.

 

 특히 이 시에서 주목할 것은 4행부터 글자를 떨어뜨려 한 행에 한 음절씩 놓아 감전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 기상천외한 배열은 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포로가 되어 마치 전깃줄에 감전된 듯 모든 것을 마비시켰다는 시각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행의 배열로 간결하게 끝나는 짧은 시임에도 독자들의 기억 속에 설렘과 그리움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켜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작자 고정희(高靜熙1948~1991)

 

 전남 해남 출생. 본명 고성애. 19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1983년 대한민국 시인상 수상.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 《실락원 기행》(1981), 《초혼제》(1983), 《이 시대의 아벨》(1983), 《눈물꽃》(1986), 《지리산의 봄》(1987) 등의 시를 통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함께 생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그러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전통적인 남도가락과 씻김굿 형식을 빌려 민중의 아픔을 드러내고 위로하는 장시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 당시의 시집으로는 《저 무덤 위의 푸른 잔디》(1989) 《여성해방출사표》(1990), 《광주의 눈물비》(1990),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0) 등이 있다.

 

 자신의 시의 모체가 되어온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으로 사망했다. 유고 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가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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