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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국립4.19민주묘지를 가다

by 혜강(惠江) 2018. 3. 21.



민주이념의 최고 성지(聖地)


국립4.19민주묘지를 가다



·사진 남상학




4.19민주묘지로 들어서는 길목에 ‘民主聖地’(민주성지) ‘國立四一九墓地’(국립4.19묘지)라 쓴 탑과 그 뒤로 여러 개의 돌기둥 ‘민족의 뿌리’가 먼저 이한다.  ‘民主聖地’ 글자는 김영삼 대통령의 친필이다.


 

 국립 4.19 묘지는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 삼각산(북한산) 줄기에 기대어 강북구 수유동 일원의 아담한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135,901m²의 경내에 1960년 4.19 혁명 때 희생된 224분의 합동 분묘가 안장되어 있다. 이곳은 4.19 혁명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4.19 정신을 일깨워주는 곳이라 나라가 어수선할 때 조용히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  '민주성지'탑과  돌기둥 ‘민족의 뿌리’ 뒤로 삼각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봄을 재촉하듯 아침부터 간간이 가는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신설동에서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을 탔다. 4.19민주묘지에 가는 길은 2017년 9월 우이신설선이 개통됨으로써 한결 수월해졌다. 경전철이 신설되기 전에는 수유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다소 불편하였다.


 우이신설선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총 11.4km에 4.19민주묘지역을 포함한 13개 역이 있다. 이 중에서 신설동역 외에도 6호선 보문역, 4호선 성여대입구역에서 환승이 가능하여 어디에서 출발하든지 지하철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셈이다. 신설동역에서 타고 열 번째 역인 4.19민주묘지역에 하차하면 북한산 우이 방향으로 걸어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우이신설 도시철도를 이용하여 '4.19민주묘지'역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면 좋다. (도보 5분 소요)

 


 1960년 4월, 헌정사상 최초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독재 권력에 항거한 시민혁명이 일어났다. 이 때 독재정권의 하수인인 경찰의 발포로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로 인해 국민적 분노가 넘쳐서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 같았던 독재정권은 그렇게 무너졌다. 이때 꽃잎처럼 스러진 199위의 영혼을 포함하여 현재는 366명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이 국립4.19민주묘지다.


 국립4·19민주묘지의 설립은 1961년 2월 당시 국무회의에서 공원묘지 설립이 결의와 함께 추진되었고, 이듬해인 1962년 기공식을 가졌다. 1963년 ‘4·19묘지’라는 명칭으로 준공식과 기념탑 제막식을 가졌다. 그 후 1993년부터 4.19에 대한 의의와 정신이 재조명되면서 ‘4·19혁명’으로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어 성역화 사업을 거쳐 국립묘지로 승격되었고, 따라서 그 명칭도 ‘국립4·19민주묘지’로 변경되었다. 뿐만 아니라 1997년 4월 19일에는 최신 기법의 전시실 기능을 갖춘 4·19혁명기념관을 개관함에 따라, 4·19혁명을 계승할 정신적 산교육장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민주이념의 최고 성지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웅대한 북한산을 바라보며 잠시 걸어 오르니, 4.19민주묘지로 들어서는 길목에 ‘民主聖地’(민주성지) ‘國立四一九墓地’(4.19묘지)리 쓴 탑과 그 뒤로 여러 개의 돌기둥 ‘민족의 뿌리’가 먼저 맞이한다. 총면적은 9만 6,837㎡ 중에 성역공간은 2만 9,405㎡으로 이곳에 묘역과 유영봉안소,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4.19민주묘지로 들어서는 길목에 ‘民主聖地’(민주성지) 탑 옆에 세운 안내판


국립 4.19민주묘지 정문


 

▲ 국립4.19민주묘지 종합안내도



 성지로 들어서는 마음으로 정문을 들어서면 4.19민주 종합안내도가 있어서 민주묘지 참배에 앞서서 필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측에는 넓은 주차장이고 좌측은 다목적광장과 참배를 대기하는 광장이다. 광장 입구에 4.19민주묘지안내표지석이 있다. 글자가 선명하지 않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용을 적어본다.



정문 안쪽, 광장 입구에 세운 4.19민주묘지 안내표지석



“이곳은 4.19혁명의 민주영령이 잠드신 곳입니다. 1960년 4월 독재와 불의의 목숨을 던져 항거한 젊은 영령들의 애국충절은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영원한 원동력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민족사의 정통성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그동안 의거로 불리우던 4,19를 혁명으로 격상시켰으며 1963년 이곳에 처음 자리 잡았던 4.19묘지를 민주주의 성지로 가꾸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3년 10월20일 공사에 착수하여 묘역과 봉안소와 기념관 그리고 각종 기념물을 새로 짓거나 단장하고, 이름도 4,19 국립묘지로 바꾸어

1995년 4.19혁명 35주년 기념일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 국가보훈처, 서울특별시


 두 광장 사이, 좌측으로 참배로가 시작되는 양 옆으로는 연못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연못가는 봄이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물에서는 각종 물고기가 유영할 것인데 아직은 그저 잔잔한 연못일 뿐이다.



▲ 연못 뒤로 상징문과 4월학생 혁명기념탑의 윗부분이 보인다.

 

▲ 참배로를 따라 계단 위에 보이는 것이 상징문이다.  


 참배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4.10민주묘지의 상징문이다. 양쪽으로 다섯 개의 기둥이 허리를 굽혀 경의(敬意)를 표하는 느낌이다. 상징문에서 참배로가 끝나는 곳에 우람한 4월 학생 혁명 기념탑이 서 있고. 참배로 양 옆으로는 잔디광장이다.



 

▲ 잔디광장



 그리고 양쪽 잔디밭의 가장자리에는 유명 시인들의 4.19와 관련된 내용의 시를 새긴 ‘수호예찬의 비(碑)’가 각각 세 개의 대리석벽으로 배열하여 4.19 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그 정신을 높이 치하하고 있다. 




양쪽 잔디밭의 가장자리에,  유명 시인들의 4.19와 관련된 내용의 시가 새겨진  ‘수호예찬의 비(碑)’가 서있다.

     


 양쪽의 잔디광장 한가운데는 거대한 조각인 ‘자유의 투사’가 자리를 잡았다. ‘자유의 투사’는 4.19 궐기 학생과 진압 경찰이 서로 얽힌 모습으로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형상화했다.   




잔디광장 양쪽 한가운데 설치한 거대한 조각 ‘자유의 투사’



 또 ‘사월학생혁명기념탑’으로 오르는 참배로 입구에는 남녀가 쌍을 이룬 ‘남녀수호자상’이 용맹스럽게 위용을 드러내며 버티고 서 있다.



 

  ‘사월학생혁명기념탑’으로 오르는 길 양 옆으로 ‘자유의 투사’가 서 있다.



 사월학생혁명기념탑은 7개의 탑주로 구성되어 4.19 혁명의 드높은 기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기념탑 중앙에는 의롭게 죽어간 4.19 혁명 주체들을 기리는 학생의 부조와 탑문(搭文)이 새겨져 있다. 



▲ 앞쪽으로 양쪽으로 다섯 개의 기둥이 상징문이며, 뒤쪽으로 우뚝 솟은 탑이 4월 학생 혁명 기념탑이다. 



 

4월 학생 혁명 기념탑과 부조 



  

 “ 一九六0년, 四월 十九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 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제단에 피를 뿌린 一八六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四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四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기념탑을 중심으로, 그날 독재에 항거하여 자유와 정의를 외친 젊은이들의 군상(群像)이 양 날개에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 독재에 항거하는 4.19 젊은 군상들의 부조, 기념탑 양날개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기념탑 뒤로 그날의 희생자들이 네 개의 묘역에 잠들어 있다. 국립4·19민주묘지의 1묘역과 2묘역에는 4·19혁명 당시 사망자 및 부상자 277명이 안치되어 있고, 3묘역에는 4·19혁명 유공건국포장 수상자 38명이 안치되어 있다. 4묘역은 예비묘역으로 남겨져 있다. 묘역에 서서 묘비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고등학생도 있고, 대학생도 있고, 일반인들도 있었다.




 


 

 

국립4·19민주묘지는 4·19혁명 당시 사망자 및 부상자, 4·19혁명 유공건국포장 수상자가 잠들어 있다.



  묘비 사이로 걸으며 나는 조지훈(趙芝薰) 시인이 쓴 ‘4월혁명희생학도위령제 노래’인 「진혼가(鎭魂歌)」가사를 되뇌어 보았다. 

 

가슴을 치솟는 불길을 터뜨리니

사무친 그 외침이 강산(江山)을 흔들었다

선혈(鮮血)을 뿌리어 우리가 싸워 이긴 것

아! 민주혁명(民主革命)의 깃발이 여기 있다

가시밭을 헤쳐서 우리 세운 제단(祭壇) 앞에

울며 바친 희생들아 거룩한 이름아!

고이 잠들라 조국(祖國)의 품에 안겨

역사(歷史)를 지켜보는 젊은 혼(魂)은 살아있다.


뜨거운 손을 잡고 죽음으로 맹서하던

티 없는 그 정성을 하늘도 흐느꼈다.

더운 피를 쏟아내고 네가 죽어 이룬 것아!

민주혁명(民主革命)의 꽃잎이 만발했다

어둠을 밝혀서 네가 세운 공화국(共和國)을

고이 잠들라 조국(祖國)의 품에 안겨

역사(歷史)를 지켜보는 젊은 혼(魂)은 살아있다.



조지훈(趙芝薰) 시인이 쓴 ‘4월혁명희생학도위령제 노래’인 「진혼가(鎭魂歌)」가사가 새겨진  ‘수호예찬의 비(碑)’



 좌우 묘역 사이로 난 참배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遺影奉安所)가 나타난다. 높은 언덕 위에 한식 목조건물로 지어진 유영봉안소는 소나무 향나무 등 숲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영봉안소를 내려와 4.19혁명기념관으로 향했다. 



 


▲ 묘지 뒤 높은 언덕 위에 한식 목조건물로 지어진 유영봉안소는 소나무 향나무 등 숲을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4.19민주묘지의의 맨 아래 쪽 우측에 자리한 1,652.9m² 규모의 4.19혁명기념관은 1995년 4월 19일(4·19 35주년)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4·19혁명을 계승할 정신적 산 교육장으로 삼고자 1997년 4월 19일에 개관하였다. 마침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어서 기념관은 휴관이었다.


 방문하기 전 국립4.19민주묘지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연중무휴라는 문구를 보고 방문하였는데 ‘연중무휴’의 문구를 보고 찾아온 것이 낭패였다. ‘연중무휴’는 4.19민주묘역을 연중무휴로 개방한다는 내용일 뿐, 그 아래 기념관은 ‘월요 휴무’라는 표시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4.19혁명기념관은 후일 날짜를 잡아 방문하기로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4.19혁명기념관, 4.19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발길을 돌려 입구 쪽으로 나오는 길의 좌측 언덕은 4.19 정신인 ‘자유․민주․정의’를 테마로 꾸몄다. 잔디로 가꾼 동산에는 비석과 함께 향나무를 이용하여 ‘자유․민주․정의’의 글자를 예쁘게 장식했다.



 


 

 마지막으로, 4.19민주묘역의 가장 아래쪽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탑은 이름 하여 ‘정의의 불꽃’. 수직의 형태로 타오르는 불꽃은 4.19정신이 끊이지 않고 계속 지속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4.19정신이 끊이지 않고 계속 지속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정의의 불꽃'탑


 

 해마다 4월이 오면 강산은 진달래로 붉게 물들지만 잠들 수 없는 스러진 꽃잎들이 누워 있는 진달래능선 아래 국립4.19민주묘지에는 이들을 잊지 못하는 추모행렬이 줄을 잇는다. 연목 주변에는 파고라와 의자들이 설치되어 참배객의 휴게장소로 활용된다. 그리고 4.19혁명기념관 옆으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잘 정돈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 연못 가에 설치된 휴게공간(위)과 4.19혁명기념관앞으로 난 산책로



 소나무와 향나무, 주목과 단풍나무, 잔디 등으로 아담하게 꾸며진 묘역을 걸으며 4.19영령들의 추모시, 찬양시를 읽어도 보고, 보도블록을 예쁘게 깔아 놓은 산책로와 야외 의자에 앉아 명상을 하면서 보낸 2시간 남짓의 시간은 나에게 의미심장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내가 4.19세대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나는 대학 1학년 때 4.19를 맞았다. 4.19 바로 전날 동료가 피를 쏟으며 쓰러진 그 아픔의 기억이 4월이면 진달래꽃처럼 피어올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니 말이다. 그날의 아픔이 있었기에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됐으니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관람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강북구 4.19로 8길 17 (수유동 산 9-1)

전화 : 02-996-0419

개방 : 연중무휴 - 여름(3월~10월) 06:00~18:00 / 겨울(11월~2월) 07:00~17:00

기념관 및 유영봉안소 : 여름 09:30~17:30 / 겨울 09:30~16:30(기념관은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승용차 주차 : 무료  



▲ 기념관 관람안내 -  4.19민주묘지는 연중무휴로 개방하지만, 4.19혁명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하므로 유의할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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