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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조선일보 사랑시50

사랑시[20] :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0]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 일러스트=이상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 2008. 10. 14.
사랑시[19] : 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 오규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9] 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오 규 원 ▲ 일러스트=클로이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 2008. 10. 13.
사랑시[18] :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8]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 일러스트=이상진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 2008. 10. 11.
사랑시[17] : 열애 - 신달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7] 열애 - 신달자 ▲ 일러스트=클로이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 2008. 10. 10.
사랑시[16] :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6]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 경 림 ▲ 일러스트=이상진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 2008. 10. 9.
사랑시[15] : 저녁에 - 김광섭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5] 저녁에 - 김 광 섭 ▲ 일러스트=클로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 2008. 10. 8.
사랑시[14]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4]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 종 환 일러스트=이상진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 2008. 10. 7.
사랑시[13] : 갈증이며 샘물인 - 정현종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3] 갈증이며 샘물인 - 정현종 ▲ 일러스트=클로이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사랑하는 너, 내 마음속의 시소 -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스무 살 언저리 어느 날, 친구 손에 이끌려 아주 작은 섬으로 소풍을 간 일이 있다. 그곳은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섬, 도심의 뒷골목에 있는 찻집의 이름이 섬이었다. 그곳은 정현종(69) 시인의 시 〈섬〉을 기리는 집이기도 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조그만 액자로 걸려 있던 시구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처럼 외로운 심사를 위로 받았을까. 나 혼자만이 '섬'이 아니라 모두가 섬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고.. 2008. 10. 6.
사랑시[12] : 새벽밥 - 김승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 김승희 ▲ 일러스트=이상진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해설> 그래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이 있기.. 2008. 10. 4.
사랑시[11] : 남편 - 문정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1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 2008. 10. 3.
사랑시[10]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0]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일러스트=이상진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 2008. 10. 2.
사랑시[9]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9] 그대 있음에 - 김남조 ▲ 일러스트=클로이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 2008. 10. 1.
사랑시[8] : 찔레꽃 - 송찬호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8] 찔레꽃 - 송찬호 ▲ 일러스트=이상진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 2008. 9. 30.
사랑시[7] :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7]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서 정 주 ▲ 일러스트=클로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2008. 9. 29.
사랑시[6]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6]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 일러스트=이상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2008. 9. 28.
사랑시[5]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일러스트=클로이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 2008. 9. 26.
사랑시[4]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4]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 일러스트=이상진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 2008. 9. 25.
사랑시[3] : 먼 후일(後日) - 김소월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3] 먼 후일(後日) - 김 소 월 ▲ 일러스트=클로니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 2008. 9. 24.
사랑시[2] :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 사랑하는 까닭 - 한 용 운 ▲ 일러스트=이상진 사랑하는 까닭 ​ - 한용운 ​ ​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나의 죽음조차 사랑하는' 당신이기에 - 김선우·시인 어느 날 문득 연인이 "왜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오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누추한 도시 가로수에 번개처럼 꽂힌 단풍.. 2008. 9. 23.
사랑시[1] : 서시(序詩) - 이성복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1] 서시 - 이 성 복 ▲ 일러스트=클로이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 2008.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