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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거문도와 백도 둘러보기

by 혜강(惠江) 2006. 6. 7.

 

거문도·백도 둘러보기 

다도해의 보석세계 열강의 침략이 잦았던 섬

 

 

 글·사진 남상학

 

 

 

▲거문도 등대 

 

 

   섬 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쪽빛 바다를 연출하는 다도해의 여행은 더욱 그렇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여수항을 떠나 돌산대교와 가막만에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바다의 풍광에 취한 지 2시간, 어느덧 쾌속선 페가수스호는 손죽도, 초도를 거쳐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최남단의 거문도 항에 미끄러지듯 들어선다. 

  "앞산은 점점 / 가까와지고/ 어야~디~야/ 뒷산은 점점/ 멀어만가네/ 어야~디~야/ 여보소 노~를/ 힘차게 젓소/ 어야~디~야/ 어기여차뒤~여/ 어기여차뒤~여눈부시게"
  빛나는 풍광 속에 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바다를 부드럽게 달려온 탓인지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어디선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어 있는 거문도 뱃노래의 가락이 실바람을 타고 귓전에 맴도는 것만 같다.  

 


거문도의 관광 포인트

 

  여수 서남쪽 114.7㎞, 고흥반도 남쪽 40㎞,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 거문도는 위치상으로 볼 때 태평양에서 들어오는 배들이 한국땅에서 처음 만나는 큰 섬으로, 동도와 서도, 그 중간에 있는 고도(古島) 등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객선이 드나드는 거문항은 중간에 있는 고도에 있다.

 

  거문도는 본래 동도·서도·고도 3개의 섬을 아울러 '삼도'라 불러왔으며, 특별히 고도만을 거문도라 부르기도 했다. 이밖에 왜구의 침입이 잦다 하여 왜도, 1885년 영국의 함대가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 거문도 사건 때 붙여진 해밀턴항구, 중국인들이 이름 붙인 거마도(巨磨島) 등 여러 이름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부르고 있는 거문도라는 이름은 구한말 청나라의 정여창(丁汝昌)이 당시 거문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귤은(橘隱) 김유(金瀏) 선생의 학덕을 보고, 큰 학자가 있는 곳이라는 뜻의 '거문(巨文)'으로 개칭하도록 건의하여 붙여졌다. 

  섬(동도, 서도)으로 둘러싸인 1백만평 정도의 호수 같은 바다는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항구로, 한때 거문도는 영국 일본 등 열강의 침입을 받아온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남해 어업기지로서 전국의 어선들이 모여든다. 1905년 국내 두 번째로 거문도에 등대가 세워진 것도 거문도의 중요성 때문이리라.
 
  면사무소와 여객선 터미널이 있어 육지와의 통로 역할을 하는 고도는 아치형의 삼호교가 건설되면서 거문도 최대 섬인 서도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2015년 서도와 동도를 잇는 거문대교가 완공됨으로써 세 섬이 하나가 되었다. 삼호교 아래 바다는 국내 유일의 해마 서식지로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스킨스쿠버들이 칠흑 같은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플래시로 해마를 관찰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거문도 여행은 외세 침략의 자취와 등대 둘러보기, 거문도 섬 자체의 수려한 자연을 포함하여 주변의 여러 섬들, 그중에서도 거문도 동쪽으로 28㎞ 떨어져 있는 백도(白島) 관광이 초점이 된다.

  또 거문도는 옛날 같지는 않지만 어선들이 들어오는 항구의 풍경과 함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가 '거문도 여행의 매력은 자연에 취하고, 인물에 감동하고, 역사에 끌린다'라고 했듯이, 거문도는 남해에 멀리 떨어진 보석과도 같은 섬이다. 거문도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섬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관광해야 한다.

 

 

 

▲동도와 서도, 그 중간의 고도 등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거문도

 

▲거문도 마을이름 유래비

 

▲고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삼호교

 

 

 

거문도(고도)선착장과 마을 풍경

 

 거문도는 고도(古島)·동도(東島)·서도(西島)의 세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고도만을 거문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도의 면적은 0.42㎢이고, 해안선 길이는 3.70㎞, 섬의 크기는 동서 약 1,500m, 남북 약 400m 내외로 세 섬중 가장 작으나. 거문도의 중심을 이룬다. 

 

  거문도의 주요 행정과 교육, 보건, 어업의 거점이 고도에 집중되어 있다. 거문도 여객선 터미널, 어획물 집하장, 면사무소, 파출소 등이 있다.  고도의 최고봉은 100m 정도이고, 취락은 20m 등고선 이하에 발달하였다. 고도의 서쪽 부분은 완사면을 제외하고는 경사가 급하고 해안의 지형이 대부분 해식애로서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다.

 

  서도와는 삼호교를 통해 쉽게 건널 수 있고, 동도 역시 배를 타지 않더라도 서도의 동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서도 북단에서 동도로 이어진 거문대교를 통해 건너갈 수 있다. 그리고 영국군 묘지는 고도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아 무 때나 틈을 내서 산책 겸 다녀울수 있다. 

 

  우리가 하루 묵었던 고도민박은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면적은 총 88평으로, 일제강점기 상류층 일본인 가옥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층은 부부가 사는 살림집으로, 2층은 민박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2층의 경우, 일제시기에 지어진 건축형태와 구조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집은 어업 무역상으로 활약하던 일본 여성 나가기치에 의해  1925년에 지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근대주택이라고 한다. 

 

 

 

▲고도수협위판장은 어업의 전진기지답게 사철 붐빈다.

 

▲우리가 묵은 고도민박은 외양이나 내부가 일본풍이다.

 

 

 

적백색 (赤白色) 섬광을 뿜어내는 등대

 

  거문도 구경의 첫째는 서도에 있는 거문도 등대 방문이다. 거문도 등대는 서도의 최남단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서도는 거문도항이 있는 고도와 아치형의 삼호교로 연결되어 있다. 

 

  삼호교를 건너 왼쪽으로 활처럼 굽은 유림해수욕장을 따라 40여분 걸어가면 이 곳 사람들이 등대섬이라고 부르는 수월산 거문도 등대에 이른다. 물론 거문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10분여 수월산 아래 선착장에 내려 산에 오를 수도 있다. 배를 타면 등대 아래 절벽을 볼 수 있는 보너스가 있다.

 

  등대에 이르는 길(1.2㎞ 정도)은 산책길로도 손색이 없다. 동백림과 난대림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하여 마치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는 듯하며 철에 따라 동백꽃 쥐똥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취한 채 돌계단과 오솔길을 30분쯤 걷다보면 동양 최대의 등대와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잔디가 곱게 자란 별장 같은 관사가 나타난다.   

 

  이 등대는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리즘렌스에 의해 적색과 백색의 섬광이 매 15초마다 교차하고, 그 불빛이 40여㎞까지 뻗어나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등대가 무인등대로 바뀌어 가는 형편이지만 거문도 등대는 그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 때문에 4인조 등대지기에 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등대는 앞으로도 지난 100여 년의 세월처럼 이 언덕에서 남해 바다를 지키며 각종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또 멀리 백도가 보인다고 '관백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정자에 서면 태평양과 이어지는 망망한 대해의 쪽빛 바다가 눈 아래 펼쳐지고 관백정 아래 절벽에 부딪히는 푸른 파도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거문도 등대와 관련된 전시물, 그리고 거문도 등대가

 

▲관백정(위)과 관백정에서 바라본 바다(아래), 멀리 백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관백정에서 보이는 또 다른 방향의 해안 모습

 

 

 

거문도 비경(秘境) 살펴보기 - 짧은 등산 

 

 

  거리상 다시 오기 어렵고, 비싼 요금을 들여 힘들게 온 이상 거문도의 비경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을 택할 수 있다. 하나는 유람선을 타고 해안선을 따라 서도 동도를 포함한 섬 전체의 일주관광을 하며 기암괴석 등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래킹 코스를 따라 산에 오르는 일이다.

 

  이 두 가지 방향 중 시간의 제약이 있다면 해안의 절경을 구경하는 것은 인근에 있는 백도 관광으로 대신하고 산에 오르는 편이 훨씬 좋다. 젊은이나 산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유 없이 이 쪽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서도의 남쪽 수월산(해발 196m) 능선을 타고 거문도 등대-보로봉-신선바위-기와집몰랑-불탄봉을 잇는 6㎞의 코스(3∼4시간)가 트레킹에 가장 적합하다. 아찔한 절벽 산책길에 서면 거문도 등대는 물론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신선바위, 기와집 모양의 바위 덩어리인 기와집 몰랑('몰랑'은 '용마루'라는 뜻의 거문도 방언),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범바위 등이 해안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백 터널과 아찔한 절벽의 바위계단을 몇 차례 오르내리다 마침내 정상에 서면 거문도 전체의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뿐인가. 융단처럼 깔린 푸른 바다 위에 꿈결처럼 점점이 떠있는 주변의 크고 작은 섬들, 그 위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항해하는 고깃배들, 이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벅찬 설렘과 진한 감동이 가슴으로 밀려든다. 바로 이 것이 또 하나 섬 여행의 색다른 경험이 아니겠는가.


▲거문도등대에서 보로봉, 불탄봉을 거쳐 덕촌리마을회관까지의 코스를 걷다

 

 

거문도 점령 사건과 영국군 묘지

 

 

  거문도는 1885년(고종 25년) 4월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막는다는 구실로 무단점령하고 '해밀턴항'이라고 서방세계에 처음 소개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 고도에는 이들이 기지와 항구를 구축하면서 1887년까지 약 23개월에 걸쳐 불법 점령하였던 "거문도 사건" 과정에서 병이나 사고로 죽은 영국군 수병의 무덤이 있다.

  거문항에서 오른쪽 상가를 따라 왼쪽 골목길로 접어들어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된다. 숲 속에 나무 십자가와 비석이 보이고, 아담한 서양식 묘지가 나타난다. 무덤은 처음에는 모두 9기였으나 이후 6기는 영국으로 이장해 가고 현재는 3기만 남아 있다. 3기를 남겨둔 것과 관련하여 영국군 병사의 불미스러운 얘기가 전해지기도 하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주민에 위탁하여 이 묘를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영국 대사가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묘지도 특이하지만 이 곳이 더 매력적인 건 거문도 바다와 마을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거문도 사건은 분명 우리나라의 주권을 무시하는 도발행위로 기록되어 있지만 당시 거문도 주민들과는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인 무뢰한에 의해 무덤 앞에 세워둔 비석이 박살난 것을 해방 이듬해 섬 유지들이 보수하여 다시 세웠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에 앞서, 거문도는 러시아인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곳이기도 하다. 태평양으로 진출했던 푸차친의 러시아 함대가 영불 연합함대의 위협에 밀려 1854년 4월 거문도에 입항하여 11일간 기항했는데, 이때 귤은 김유 선생과 만회 김양록 선생이 러시아 함대에 올라 이들과 필담을 나눴다는 기록이 있다.

 

  거문도에는 이 두 학자를 기리기 위한 사당(귤은 사당은 동도에, 만회 김양록 선생의 사당은 서도에)이 있다. 이 두 사람은 원래 거문도의 명칭이 '거마도'였는데, 그 후 '거문도'(巨文島, 글을 잘 아는 사람이 사는 섬)로 바꿔 부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까워 어업기지로 활용하고자 일찍부터 많은 일본인들이 이주하여 위세를 떨쳤으며, 특히 임진왜란 때에는 그 위세가 기고만장하여 주민들 대부분이 노약자만 남겨두고 뭍으로 피난했다가 임진래란 이후에 다시 섬으로 돌아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곳 동도에서 터널 12개와 참호 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제는 1944년 12월부터 1945년 6월까지 일본인과 거문도 주민 100여명, 이북의 발파 기술자 등을 강제 동원해 거문도의 동도·서도·고도 3개 섬에 길이 15~25m, 폭과 높이 2.5~3m 규모의 터널 12개, 9m 길이 T자형 참호 2개, 길이 80m 돌 방벽 1개, 지하갱도 등의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물들은 30㎝ 두께의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동도에서 발견된 9개의 터널 중 7개는 해안가에 지어져 배를 댈 수 있는 접안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이 시설들은 군사시설물 저장과 인력 수용, 전쟁시 정찰 등을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력이 쇠하고 따라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여 순박한 거문도 주민들이 외세의 침략 행위에 시달렸을 과거를 생각하니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영국군묘지와 추모비

 

 

유림해수욕장과 이금포 해수욕장

 

  거문도는 바다에서 솟은 바위 해변이 많아 지형적 특성으로 해수욕장이 별로 발달하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거문리에서 삼호교를 지나 서도의 등대로 가는 길 초입에 유림해수욕장이 있어 해수욕의 갈증을 충분히 풀어줄 수 있다.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계단식 입구가 마련되어 있어 안전하다.


  식수와 샤워장, 화장실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야영장으로도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또 서도 북쪽 해안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금포해수욕장이 있어 인근 마을에 민박하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유림해수욕장

 

▲서도 북쪽 이금포 해수욕장

 

 

서도 북쪽 끝 녹산등대

 

 

 거문도에서 가장 큰 서도의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녹산등대는 무인등대로 아무도 찾지 않아도 손죽도, 초도, 장도 등 다도해의 수많은 섬을 하루도 빠짐없이 비추고 있다.

 이 등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들로 심심할 틈이 없다. 길을 따라 걸으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녹문정 전망대다. 녹산의 문에 해당한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남해바다의 풍광을 즐기고,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고흥 팔영산, 장흥 천관산을 볼 수 있다.

 

 이어 인어의 전설을 주제로 조성된 인어해양공원을 만나게 된다. 인어해양공원에는 거문도 8경 중 하나인 살랑바위가 있다. 파도가 40m 높이의 절벽인 살랑바위를 때려 생기는 물거품이 마치 백마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처럼 웅장하고 아름답다 하여 거문도 8경 중 1경으로 꼽힌다.

 

 인어해양공원을 지나면 거문도 서쪽 끝에 위치한 녹산등대를 만나게 되는데, 녹산등대와 푸른 초원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등대를 뒤로 하고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는 정감 있는 돌담과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마을 뒤편 이금포 해수욕장은 호수같이 잔잔한 파도와 에메랄드 빛 바닷물을 자랑한다.

 

 서도마을을 출발해 녹문정 전망대, 인어해양공원, 녹산등대, 이금포(이끼미) 해수욕장을 거쳐 다시 서도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다. 거리는 3㎞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녹문정(위)과 녹문정에서 바라본 녹산등대

 

 

▲녹산등대 가는길, 멀리 녹산등대가 보인다.

 

▲인어해양공원의 인어상

 

 

▲서도 최북단에 선 녹산등대(무인)

 

 

동도의 귤은 사당

 

 거문도 동도 유촌리에 있는 귤은사당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동도의 유촌리에서 출생한 당대의 거유 귤은(橘隱) 김류(金瀏, 1814~1884)의 학식과 덕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제자들이 건립하였다.

 

 거문도는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해 강대국들이 탐냈던 섬이다. 1885년 영국군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하자 조선의 유사당상 엄세영은 청나라 수군 제독 정여창과 함께 거문도를 방문해 엄중 항의했다. 이때 청나라 수군 제독 정여창이 김유의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그들의 필담에 감탄하여, 이 섬은 문장가가 많은 곳임으로 삼도(三島)를 '클거(巨)' '글월문(文)' '거문도(巨文島)'로 명명해 줄 것을 조정에 건의함으로써 이때부터 거문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학문에 자부심이 있어 과거시험을 보고자 했었던 그는 장성에서 성리학의 대가 노사 기정진(奇正鎭)을 만나 문하생으로 공부한 후 거문도로 돌아와 '낙영재(樂英齋)'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다 청산도로 옮겼다. 거문도에는 제자 박규석 등이 동도에 귤은당을 세웠고(1904년), 청산도에는 제자 김낙인 등이 부흥리에 숭모사를 세워(1885년) 귤은의 뜻을 기려오고 있다.

 

 귤은당(橘隱堂)은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사주정자형(四柱亭子型) 기와집 형태로 대문과 중문, 돌담을 갖추고 있다. 주위로는 낮은 담장이 둘러쳐 있다. ’귤은당‘ 현판은 김류의 스승이었던 기정진의 후손 기우몽(寄宇蒙)이 썼고, ’귤은당기‘는 1904년 일본 사신으로 가다 풍랑을 만나 잠시 거문도에 머문 이지용(李址鎔)이 썼다.

 

 

▲귤은사당과 거기 걸린 편액들

 

 

대형 돔을 낚을 수 있는 천혜의 낚시터

  거문도의 갯바위 낚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어디서나 낚시가 잘 된다. 남해 바다 주변은 참돔·돌돔이 많이 잡히는 해역으로, 서도 남쪽 등대가 있는 지역과 촛대바위, 용 냉이, 재림여, 북쪽의 어목단, 녹산곶 등이 최적의 장소. 동도는 대형 돌돔이 잘 낚이기로 유명한데 서도 북쪽의 간여, 거두암 등을 꼽을 수 있다. 거문항에 위치한 낚시 대여점에 문의하면 낚시 포인트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며, 낚시도구를 구입할 수 있고, 대여도 가능하다.

 

  특히 근처 새끼섬인 소삼부도, 대삼부도(동도 우측에 있음)는 낚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숙박 및 편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무인도지만 참돔과 돌돔 등 대어를 낚기에 좋고, 섬에 올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거문항 내에 위치한 낚시 대여점에 문의하면 배편과 식사를 마련해 준다.

 

 

사진 출처 : 낚시춘추

▲거문도에서 잘 잡히는 돔

 

 

'마법의 성(城)' 백도 관광

   거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국가명승지(제7호)로 지정된  백도 관광이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떨어진 백도는 원래 100여 개의 섬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 '百島'라 불렀으나 자세히 보니 한 개가 부족해 한일자(一)를 빼고 '白'자로 고쳐 부르게 됐다고 하는데, 그러나 실제로는 39개라 한다. 모두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무인군도다. 

   거문도 선착장에서 백도행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달린다. 섬 중의 섬, 명승지 중의 명승지다. 편도 20~30여 분의 뱃길. 백도가 보이기 전부터 탑승객들이 선실을 나와 갑판에서 동쪽을 바라본다. 조물주가 빚은 듯한 기암괴석이 떠 있는 그곳에 거문도의 푸른 바다가 힘차게 출렁인다.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데, 푸른 바다 위에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바위와 벼랑이 천태만상, 한 마디로 '바위왕국'을 방불케 한다. 배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8자 모양으로 돌아 나오며 서방바위, 각시바위, 왕관바위, 매바위, 거북바위, 성모 마리아상 바위 등 인간이 자의로 붙인 이름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 정도이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는 날씨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하도 기묘하여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외국인들은 백도를 가리켜 '매직캐슬'(마법의 성)이라고 부르는데, 그러고 보니 마치 바위 요새와 성들로 꾸며져 천하절경이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

 

  백도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비롯하여 30여종의 조류와 동백, 풍란 등 350여 종의 식물과 170여 종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예전엔 백도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후 상륙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풍란이며 희귀 식물을 마구 채취, 자연을 훼손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심술을 생각하니 그저 마음이 씁쓸할 따름이다.

 

  선상 관광으로 만족해야 하는 우리에게 백도선상 관광을 안내하는 선장의 만담 조 안내로 위안을 받아야겠다. 백도에는 무인 등대가 있다. 거문도에서의 백도 관광을 위해서 두리둥실 호와 해양엑스포호가 수시로 운항하고 있으나, 비성수기에는 유람선을 대절하는 불편이 있다.

       

▲상백도의 바위모습

▲하백도의 바위모습

 

 

 

◎여행정보

 

*교통 :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 페가소스호를 비롯 하루 4∼6차례 운항(오전 8시 경부터 오후 3시까지, 출항 시간은 다소 변화가 있으므로 확인 필요). 여수항 여객선터미널(061-663-0116, 061-663-2191), 거문도항 여객터미널  (061-666-8215). 걸리는 시간은 배편과 주변 섬 경유 여부에 따라 1시간 40분∼ 2시간 30분 소요.


* 숙소 : 거문항 일대에 고도민박(061-665-7288). 거문장여관(061-666-8052), 뉴백도장(061-666-1874), 동백여
관(061-666-8062) 등 여관과 칭와콘도(061-665-1681, 취사도구 구비)등 민박집이 많다.


* 식당 : 거문항 주변에는 어업전진기지답게 횟집 등 식당이 많다. 
  산호횟집((061-665-6183, 매운탕, 갈치 소금구이), 칠공주장어집(061-663-1580, 장어탕), 청주옥경이횟집(061-665-6183, 갈치회)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놓고 있다.

 

▲거문도는 된장찌게에도 갈치구이가 나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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