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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可居島) , 거기 가보지 않겠나?

by 혜강(惠江) 2007. 5. 31.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可居島), 거기 가보지 않겠나?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섬 가거도의 관문.

 

 

 

섬은 소외된 듯하다. 그러면서도 늘 동경의 대상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그 아련함은 더욱 커진다. 가거도(可居島)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떠 있는 섬이다.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을 지닌 가거도(可居島). 옛날에는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로 불렸다. 한때 일본사람들에 의해 '소흑산도'라 불렸다. 지금은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라는 행정지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가히 살 만하다’는 의미인 가거도(可居島)가 된 건 1896년부터다. 

 

가거도는 유난히 전설이 많다. 가거도 주민들은 바위마다 깃든 사연을 마치 어제 일어난 옆집 이야기처럼 줄줄이 풀어낸다. 신화와 전설로부터 구분되지 않은 삶을 사는 신선들 같다. 주민들이 들려준 가거도의 탄생은 이렇다. 바다 용왕이 아들에게 가거도에서 수련하라고 명했다.

 

- 용왕의 아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과 노래하고 춤췄다. 용왕이 아들을 꾸짖었다. 장군에게 아들을 감시하게 했다. 용왕의 아들은 경고를 잊고 다시 선녀들과 어울렸다. 분노한 용왕이 아들을 중벌했다. 아들은 몸의 절반은 바닷속에, 나머지는 땅에 내놓은 채 화석으로 굳었다. 대리(1리)마을 서쪽 회룡산 줄기다. 용왕은 장군도 벌했다. 대구마을 동쪽 ‘장군바위’가 장군이 굳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가거도는 가까운 섬이 아니다. 거리도 거리려니와 심리적인 부담감도 멀리 느껴지는 곳이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서남쪽 방향 145㎞, 뱃길로는 233㎞ 떨어져 있는 절해의 고도다. 뭍의 눈으로 보면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뱃길임을 감안하면 멀고도 먼 섬이다.

홍도에서도 중국 상하이 쪽으로 80㎞나 더 떨어져 있어 중국의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한국전쟁도 소식으로만 듣고 지나갔다고 할 정도다.

동경 125도7분, 북위 34도4분. 면적 9.18㎢에 해안선 길이 22㎞. 현재 290가구, 540여 명이 살고 있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흑산면 가거도출장소 앞에는 '대한민국최서남단'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처음엔 바위의 형상이 하도 신기해서 쳐다본다. 다음엔 그런 형상에 제각각 이름을 붙이고 온갖 전설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마음이 대견해서 또 쳐다본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에선 해파리와 감성돔, 멸치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고기들까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보인다.

독실산(639m)은 산세가 높은데다 섬 전체가 절벽으로 형성돼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길쭉한 해안선과 가파른 해안절벽 위로 안개를 머금은 자태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히 가거도 8경의 으뜸이다.

 

섬 자체가 후박나무 군락지이기도 한 가거도에는 음양곽, 목단피, 갈근 등 희귀약초도 자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 흰날개해오라기, 바다직박구리 등 희귀 조류가 서식하는 자연의 낙원이기도 하다. 해조류 번식지로 이름난 가까운 국흘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가거도멸치잡이노래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패총은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전라남도가 이곳 가거도를 국토순례지로 개발키로 한 것도 이러한 상징성과 천연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와 최남단 '마라도'와 연계시켜 세 꼭짓점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가거도는 홍도의 명성에 가려 관광지로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과 자연이 어우러진 멋은 홍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섬다운 맛은 그보다 더하다. 물이 풍부하고 깨끗하다. 인심도 후덕하다.

 

 

▲마을 풍경

 

▲ 가거도의 명물 '칼바위'

 

▲ 가거도 풍경

 

▲ 가거도 풍경

 

 

▲ 회룡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가거도항. 오른쪽 뒤로 독실산이 보인다.

 

 

::: 배타고 돌아보기

 

가거도 관광의 진수는 역시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일. 선착장에서 회룡산과 장군바위 사이를 빠져나가면 기암괴석의 행렬이 이어진다. 녹섬, 돛단바위, 기둥바위, 섬등반도, 납덕여, 망부석(모녀바위), 검은여(손가락바위), 개린여, 칼바위, 구절곡, 빈주암, 망향바위, 고랫여, 용머리, 남문 등등. 끝없이 펼쳐지는 크고 작은 절벽과 기암괴석은 가거도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배를 탔으면 개린여는 한 번 꼭 가보시라. 작은 섬이지만 윗부분이 1000㎡쯤 되는 넓고 평평한 돌바닥이다. 가거도 분들은 이따금 여기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놀기도 한단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옛날에는 바다표범이 많이 살았지만, 일제 시대 함부로 포획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섬 오른쪽에 지름 60㎝쯤 되는 구멍이 바다까지 뚫려 있다. 돌을 던지면 바닷물에 떨어지며 “퐁당” 소리를 낸다. 가거도 주민들은 “이 구멍으로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릴 수 있다. 섬 한 바퀴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 바다 낚시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 손 끝의 짜릿함을 낚는다"

 

 

가거도는 원래 낚시꾼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감성돔, 돌돔, 농어 낚시터로 유명하다. 해역의 수심도 깊고 해저가 대부분 암초 지대로 이뤄져 있어 우리나라 갯바위의 보루로 알려졌다. “가거도는 섬 전체가 포인트(물고기가 잘 잡히는 지점)”라는 말도 있다. 갯바위에 앉아 낚싯바늘만 드리우면 팔뚝만한 물고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6월 초순에는 농어와 참돔, 우럭이 잡히고, 6월말에서 7월 중순이면 돌돔이 가세한다. 초보 낚시꾼도 부둣가에서 작은 우럭이나 불볼락을 쉽게 낚는다. 선창낚시에서 낚싯대를 빌릴 수 있다. 미끼과 낚시찌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061)246-5800, 010-4761-3898.

 

▲ 수심이 깊고 대부분 암초지대인 가거도는 갯바위 낚시터로도 인기다.

 

 

::: 독실산 등산·절벽길 산책

 

의외로 가거도로 등산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독실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돼 있다. 시멘트를 쳐서 흙길을 밟는 즐거움이 없다는 건 아쉽다. 정상 부근에는 '하늘별장'이 있다. 주변 24마일 해상구역을 책임지는 경찰 레이더기지다. 신승일 기지장을 비롯, 대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정상에 가고 싶다면 안내를 맡아준다. 항리(2리)마을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후박나무 사이 등산로를 걸으면서 정글에 가까운 섬의 생태계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4시간쯤 걸린다.

 

대리에서 항리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도 좋다. 대리에서 독실산 중턱까지 오른 다음 왼쪽으로 꺾으면 항리가 놓인 섬등반도 뒤로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가파른 절벽과 바다가 섞인 풍광은 '에게해 어딘가에 있는 섬'이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항리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가거도 주민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인데 마치 여기서 벌어진 것처럼 알려졌다”며 살짝 섭섭해한다. 대리에서 항리까지 2시간쯤 걸린다.

 

 

 

 

 

여행정보

 

::: 어떻게 갈까

 

매력적인 가거도, 접근은 쉽지 않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빨라야 4시간 20분 걸린다. 날씨와 파도에 따라 결항하는 경우도 많다. 섬에 들어갔다가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으니 최소 1박2일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

 

쾌속선이  매일한 번씩 운행한다.동양고속과 남해고속에서 운영하는 쾌속선이 매일 오전 8시 목포를 출발, 비금도초-흑산-홍도-상중태-하태를 거쳐 오후 12시 20분쯤 가거도에 도착한다. 가거도에서는 오후 12시 20분 출발해 오후 5시 목포에 닿는다. 바다 날씨가 변덕스러우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동양고속 전화 (061)243-2111~4 / 남해고속 전화 (061)244-9915~6

 

::: 음식·숙박

 

 

 

싱싱한 자연산 우럭과 돔, 농어, 불볼락, 해삼을 삼겹살보다 흔하게 먹는 게 이곳이다. 양식 생선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씹는 맛이 각별한 뿔소라는 가거도에서만 나는 별미다. 농어는 3㎏에 10만원, 돔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줄돔은 2㎏에 10만원쯤 받는다. 어른 넷이서 먹기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럭이나 불볼락 구이·찜 등이 줄줄이 나온다. 홍합전, 조기젓, 독실산에서 뜯은 곤드레로 끓인 된장깻국, 미역·톳무침 등 반찬이 실하고 맛있다. 생선구이에 각종 반찬이 딸려 나오는 백반도 가격(5000원)에 비해 아주 실하다. 원재료가 워낙 좋아서인지 음식 맛은 어디나 비슷한 편이다.

 

식당에서 민박과 여관을 대부분 겸한다. 민박은 2만5000원, 여관은 3만원. 2인 1실 기준으로, 1인 추가시 5000원씩 추가된다. 임진욱 대리(1리) 이장(061-246-3292, 010-2929-4989)이나 박정남 항리(2리) 이장(061-246-4070, 011-9415-0117)에 연락하면 알아서 연결해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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