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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환상의 남해섬 해안도로 드라이브(3)

by 혜강(惠江) 2006. 7. 4.

 

남해도 동부


환상의 남해섬 해안도로 드라이브(3)


- 물건방조어부림에서 창선삼천포대교까지-

 

 

·사진 남상학

 

 

항도마을 전망대

 

   아름다운 미조항을 떠나 남해도 동쪽 해안을 타고 북으로 향하는 길은 또 하나 환상의 길이다.  미조항과 물건항을 잇는 약 14km의 물미해안도로는 더욱 그렇다. 끊임없이 오르락 내리락해야 하는 구간이라 한시도 방심할 수 없지만, 시네마스코프의 화면처럼 웅장하면서도 변화무쌍한 길가의 풍광이 탄성을 거듭 자아내게 한다.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 고두현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환상적인 물미(미조리-물건리) 해안도로

 

  물미해안도로는 물건과 미조를 잇는 해안도로를 부르는 이름이다. 미조항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 먹고 출발해 꾸불꾸불한 해안도로의 경치를 만끽하면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것이다.

  초전-항도-가인포-노구-대지포-은점-물건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지나는 마을마다 빼어난 경치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내항도, 외항도의 쌍둥이 섬을 가진 항도마을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는 물론 가까이에 마안도, 콩섬, 팥섬 등 남해바다의 온갖 섬들을 바라보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쪽빛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과 고깃배들, 숲이 우거진 나선형의 해안선들, 정감 있는 풍경을 보려면 운전에 한눈팔지 말고 차를 세우고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 취해도 좋으리라. 차량 통행이 적다고 해서 길가 아무데나 세우면 위험하므로, 전망 좋은 곳 작은 꽃밭과 벤치가 놓인 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항도마을 목섬과 딴목섬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항도 쉼터는 팔각정과 주차공간을 갖추었다. 탁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다리품을 푸는 전망 좋은 곳이다. 항도 해안은 방파제로 연결된 작은 섬과 어촌의 고깃배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어짐(仁)을 더한다' 는 포구, 가인포는 중국 사람이 지나가다 밥 한상을 대접받고 지어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노구에서 대지포까지는 아홉 등 아홉 구비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개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지는 갯마을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일점선도(一點仙島)’라는 남해도를 일컫는 옛 수사가 썩 잘 어울리는 풍광이다. 노구마을은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의 배경이 된 곳이다.

 

 

 

 

숲이 울창한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 


   물건리((勿巾里)는 미조항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7분 거리에 있다. 물건마을. 지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알아보니 ‘물건(勿巾)’은 마을 뒷산 모양이 ‘勿’자처럼 닮았고 ‘건(巾)’처럼 볼록한 뒷산에서 가운데로 시냇물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병풍처럼 마을 전체를 에두르고 있는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가장 규모가 크(길)고 울창하다. 1.5km에 걸쳐 수령 350년 1만여 그루의 나무가 시원스럽게 초승달 모양을 그리는 이 방풍림은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다.

 

  다소 긴 이름의 물건방조어부림은 세 가지의 짧은 이름이 있다. 첫째는 거칠고 거센 바닷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방풍림(防風林). 둘째는 쉴 새 없이 달려드는 파도에 의한 해일이나 염해ㆍ조수를 막아준다고 하여 방조림(防潮林). 셋째는 숲의 초록빛이 남해를 떠도는 물고기 떼를 불러들인다 하여 어부림(魚付林) 등.

  높이 10~15m의 느티나무.이팝나무.모감주나무.두릅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이 촘촘히 숲을 이루고 있다. 쭉 늘어선 방풍림을 따라 하얀 물살을 머금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는 이곳 몽돌해변은 낭만을 꿈꾸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이름이 높다. 특히 저 멀리 서 있는 두 등대 너머로 솟아오르는 해오름에 가슴마저 벅차다.  이 마을은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이 이곳에 정착해 방풍림을 조성했다고 하며 19세기 말께 이 숲의 일부를 베어 폭풍을 만나 피해를 입은 후 오늘까지도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을 믿고, 마을 사람들이 한 그루의 나무도 베는 일 없이 이 숲은 지켜오고 있다.

  이 어부림은 물건리 사람들의 신앙이다. 매년 10월에 이 숲에서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고 하니 이 숲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신앙의 대상물인 셈이다. 천연기념물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지만 마을사람들의 정신 속에는 함부로 범할 수 없는 마을 지킴이로 자리 잡고 있다.

 

 

 

해오름예술촌과 독일마을 

 

  1.5㎞의 방풍림으로 해안을 둘러싼 물건 방조 어부림 위쪽으로 시골 폐교를 다듬어 정금호 촌장이 만든 해오름예술촌에는 각종 예술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어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창선~삼천포 연육교 개통에 맞춰 관광객들의 휴식을 겸해 문화욕구에 부응하고,  또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곳 예술촌은 장승 따위로만 장식된 여느 예술촌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장소가 아닌, 동서 문화의 접점을 이룬 전시장이다. 유럽의 범선 모형과 독일의 와인 등이 전시장의 한쪽을 차고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은 대나무 도시락과 축음기, 담배 간판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엔 미술, 사진, 공예품 등을 전시한 호정갤러리와 전통 천연염색 실습, 전시공간인 고아천연염색연구실, 민속자료실과 국악실, 한지공예실, 미술창작실, 독일 와인문화관, 특산공예품판매장, 여야외조각공원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바다 풍광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예술적 체취를 제공하는 색다른 장소였다. 

 

 

 

 예술촌에서 가까운 마을 뒤편 산기슭에는 한국에선 유일한 독일인 정착 마을이 있다. 1960년대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독일로 건너가 타향에서 40여 년 동안 일해 왔던 재독교포들에게 고향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택지를 조성하여 정통 독일식 주택단지로 조성하여 이루어진 마을이다.

 

  건축 방식부터 생활 여건이 독일식으로 꾸며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멀리서 곁눈질만 해도 하얀 벽과 빨간 지붕으로 통일된 집들이 퍽 인상적이다. 작은 유럽과 같은 이 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답고 운치가 있다. 조국 근대화에 기여한 분들을 모실 수 있게 한 발상 그 자체도 아름답지 않은가. 이곳까지 와서 그냥 지나치면 정말 손해다.

 

 이곳에 있는 멋진 집들은 동포들이 독일에 가 있는 동안 관광객을 위한 민박(대표 손강영,  055-867-0706 )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이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하이델베르그 펜션은 독일마을의 예쁜 집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앞으로 열린 바다도 같이 볼 수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또 이곳에선 대학생 독일어캠프 등이 열리기도 하고, 독일의 집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남해의 명물 지족리 죽방염(竹防簾)

 

  물건방조어부림에서 다시 북서쪽으로 계속하여 10분 정도 차를 달리면 창선대교에 이르고, 삼동면 지족리에는 현대적인 그물어업을 마다하고 몇 백 년을 내려온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을 여태껏 지켜오고 있는 곳이 있다. 남해도와 창선도를 갈라놓고 있는 지족해협 지족마을이다. 남해도에서 창선도로 건너가는 길이 500m의 창선대교가 있는 물목을 지족해협이라고 한다.

  창선교 밑을 흐르는 지족 해협에는 V자형 나무 말뚝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해의 자랑인 죽방렴이다. 두 섬을 잇는 창선교를 기준점으로 양쪽 편에 10여개씩의 죽방염이 바닷속에 펼쳐놓은 큰 반두처럼 서 있는데, 창선교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창선도와 남해 본섬간의 좁은 바닷길에는 썰물 때 시속 13~15㎞의 조류가 흐를 정도로 물길이 센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조류흐름이 가장 빠른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이 이곳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왜선을 격멸했던 장소기도 하다. 이러한 빠른 물살과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잡이를 하는 것이다.  

수심이 얕은 뻘밭에 잘 썩지 않는 참나무 기둥을 밀물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V 자 모양으로 박고 좁은 끝 지점에는 둥글게 발을 쳐 막는다. 그리고 참나무기둥 사이사이를 대나무와 그물로 빙 둘러 막는다. 그 모양이 흡사 한쪽이 벌어진 핀이다. 밀물을 따라 물고기들이 들어오다가 V자 홈을 따라 둥근 통발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물이 빠지면 통발 입구가 닫혀 고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죽방염 주인은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마다 둥근 통발에 갇힌 고기들을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힘 하나 안들이고 물고기를 잡을 뿐 아니라 물고기의 비늘 하나 다치지 않는 탓에 최상품 값을 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엔 홍어 문어까지 잡혔으나 요즘은 거의가 멸치잡이다. 때문에 이곳 지족에서 나는 멸치는 다른 멸치에 비해 10배가 넘는 값을 받는다. 죽방염에서  갓 잡은 멸치를 바로 쪄서 말리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영양이 풍부하다.   창선교 아래 방파제마다 죽방염에서 잡은 멸치를 말리는 아낙네들이 모습을 볼 수 있다.

 

  창선교는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태양이 수면 아래로 떨어질 때면 노을이 지면서 주변도 서서히 붉어진다. 죽방염의 긴 장대 그림자가 얕은 파도에 일렁거리면 장구섬이 한층 더 큰 그림자로 다가온다. 뚜렷한 명암과 원근감. 그리고 붉은 채색.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광경이다. 조그마한 장구섬과 그 옆에 매달린 죽방염이 어울려 퍽이나 운치가 있다. 창선교 위나 죽방염 체험장 아래쪽에서 일몰을 촬영하기에 좋다. 사진작가들이 지족해렵 낙조를 찾아 모여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이곳 지족리는 어촌 체험마을로 지정되어 다른 곳에는 없는 죽방염 멸치잡이를 체험할 수 있다. 죽방이 설치된 바다 한 가운데까지 관람용 다리를 놓아 죽방염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남해도 쪽에서 지족해협에 걸쳐있는 창선교 진입 바로 전에 해안으로 나가는 길이 나 있다. 이를 따라 나가면 창선교 아래 양쪽으로 방파제가 있고 주차장이 길게 마련되어 있다. 방파제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해안을 따라 가면 지족2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 죽방염 체험장에 닿는다.(문의처 055-860-3604 

 

 

창선대교
지족리 죽방렴

  

  이색적인 마을에서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지족리의 <우리식당> (055)8...)은 창선교 남쪽 삼동파출소 앞에서 30여 년간 식당을 해온 집이다. 멸치쌈밥이 별미. 갈치조림, 된장게찌개도 해낸다. 6월에 들어서면 죽방렴에서 잡은 잡어로 만드는 생선찌개도 일품이다. <달반늘숯불장어구이>( 055-...)에선 통발로 잡은 붕장어 구이를 전문으로 한다. 발음이 좀 어려운 ‘달반늘’은 이곳 동네 이름이라고 한다.

  또 거센 물살에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심한 지족해협의 특성상 양식을 못하기에 싱싱한 자연산 굴과 바지락, 멸치 또한 맛보지 않고 지나칠 수 없다. 싱싱한 굴, 졸깃졸깃한 바지락, 갖은 양념으로 무친 멸치회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찾게 되며 그 맛은 아름다운 갯마을과 함께 하기에 더 맛있지 않을까. 

 

 

지족리 우리식당의 멸치쌈밥

 

섬 같지 않은 섬으로 다시 태어난 이 땅의 섬들

 

  본래 섬이었던 남해는 1973년 섬의 북서쪽 모퉁이와 하동을 연결하는 남해대교가 개통 되면서 육지와 연결 되었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 연육교는 다른 다리들에 비해 조금 더 훌륭하다. 수만 년 동안 고립되었던  섬들이 기특한 연육교 덕에 세상과 연결되어 더 이상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씩 배를 타야만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때는 아이가 아파도 걱정이고, 태풍에 배가 끊겨도 걱정이었다.

 

 그러나 남해섬은 이 남해대교 하나만으로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로 지척에 두고도 배를 타지 않으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창선대교는 이같은 지족 해협를 가로질러 창선면 지족리와 삼동면 지족리를 이어준다. 길이 438m, 너비 14.5m의 규모로 95년 12월 20일 개통되었다. 창선대교는 교통의 소통뿐 아니라 다리 위에 올라 다리 아래서 진행되는 원시어업 형태의 죽방염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해섬의 삼동면과 창선면은 창선대교로 이미 이어졌지만, 남해 창선도에서 사천의 삼천포항까지는 몇 개의 섬을 거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이 2003년에 창선도 북동쪽 모퉁이인 단항과 사천의 삼천포항을 연결하는 연육교가 개통됨으로서 비로소 해결된 것이다. 남해의 창선도를 시작으로 늑도, 초양도, 모개도를 거쳐 삼천포항에 이르는 총 길이 3.4km의 5개의 교량은 검푸른 청정 한려수도의 바다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려낸다. 

 

 창선에서부터 순서대로 창선대교(340m), 늑도대교(340m), 초양대교(202m), 삼천포대교(436m)로 불리는 각각의 교량 중 앞의 1개는 남해군, 나머지 3개는 사천시에 속한다. 섬과 섬, 산과 바다를 잇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총연장 3.4km에 달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전시장인 셈이다.  연육교 덕택으로 섬 같지 않은 섬으로 다시 태어난 이 땅의 섬들은 그 동안 몰랐던 편리함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남해는 다리 하나만 보고도 여행객들이 몰려올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창선삼천포대교’라 명명된 이 걸출한 다리가 특별한 이유는 남해와 삼천포항 사이에 점점이 떠있는 4개의 섬들을 줄줄이 연결하는 징검다리 연육교라는 점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수려한 해상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싱싱한 생선회를 맛본 남해 해안드라이브를 마치며 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해상 자연경관의 수려함에 경탄하며 비록 척박한 땅,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것을 일궈 삶을 꾸려나간 선인들의 지혜와 꿋꿋한 인내의 삶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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