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겟세마네의 기도
-남상학
감람산 겟세마네
고적한 산허리를 타고 밤이 내립니다.
돌 던질 만큼의 거리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소리도 죽고
빛도 죽고 칠흑 같은 밤
영혼의 등불 밝혀
깨어 있어야 할 시간인데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홀로 가슴 뜯으며
높은 산정의 바위 끝에 앉아
그 날 올려다 본 하늘은 하염없이
까마득한 침묵입니다.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盞)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핏방울로 펑펑 쏟아내는
애절한 기도는 땅을 적시고
모진 바람에 흐느끼는 나무처럼
영혼과 육체가 찢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원(願)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합니다.’
싸늘하게 식은 저들의 가슴을
뜨거운 사랑으로 불 붙일 수 있다면
스러져가는 저들의 생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골고다 언덕 위
피 흘리는 십자가 꼭대기에 달려
창에 찢기고 피 흘리며
오늘도 나 이대로 당신께 드리는
제물이고 싶습니다.
<수록> 시집 "자장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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