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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성시> 대답해 주십시오 - 가룟유다의 고백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06. 4. 2.

 

 

<사순절 묵상 자료>

 

대답해 주십시오 

-가룟 유다의 고백

 

- 남상학

 

 

 

당신이 누구인가를 대답해 주십시오.
음산한 갈보리 후미진 골목 길을
가슴 찢는 수인(囚人)으로 걸어 간
당신이 누구인가를 
  
성난 바다 풍랑을 잠재우며
산과 들 어디서나 
평범 속에 비범(非凡)을 설교하고
병든 자 낫게 하고
죽은 자 일으키고 
  
이 때 당신은
대망의 메시아
압박 받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가슴을 요동치게 한 당신의 호명(呼名)
그 날로부터 나는 누구보다 열렬하게 
당신에게 숭배의 눈길을 보내면서 


해방 이스라엘의 빛나는 옥좌(玉座)의 권력과
화려한 영광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 가치를 부정하고
당신이 선포한 왕국은
내 눈 끝에서 잡히지 않고 


당신의 진리는 영원한 불가사의(不可思議)
우매한 나는 한낱 귀머거리였습니다.
발을 씻기며 만찬의 떡을 뗀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의혹(疑惑)의 짙은 안개가  
뜨거운 불기둥으로 타올라
수천 수만의 실핏줄로 터질 때 
마침 당신은 무리를 이끌고 
암흑 속 언덕 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 떨리는 발길로

당신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했지요. 
애틋한 감정의 표현도 
돈에 욕심이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긋난 마음의 
빗나간 쾌감이라 할까요. 

그날 이후 당신을 버린 빈 방(房)

허전한 자리에 겨울비 내리고
기나긴 날 몸살 앓는 내 영혼

가슴 찟는 아픔으로 흔들리는데

 

음산한 갈보리 후미진 골목길을 
의연히 걸어 간 당신이 누구인가를
제발 대답해 주십시오.

 

 

  <출처: 시집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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