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콘야 (성서명 이고니온)
이스람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지
- 신비적인 명상춤, 더비쉬(dervish)의 고장 -
글·사진 남상학
안탈랴에서 콘야까지 가는 길은 경치가 아름다운 타우르스 산맥과 아나톨리아 내륙을 관통해야 한다. 비록 긴 시간이었지만 차창 밖으로 바위들과 푸른 나무숲이 연출하는 기기묘묘한 모습들, 그리고 그 산자락에 형성된 터키의 농촌 마을들이 정겨웠다. 그 동안 사람이 남긴 수많은 유적과 유물을 감상하였다면 지금은 오묘한 자연의 모습과 그 뒤에 담긴 위대한 섭리를 새겨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성서에 나오는 이고니온은 현재의 콘야이다. 콘야는 소아시아 평원 서남쪽에 위치해 있는 터키 10대 도시 중 하나이다. 이 도시는 사방으로 도로가 뚫린 교통 중심지로 주변의 작은 도시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든지 콘야에 들어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평야에 압도당하게 된다.
성서의 이고니온이 바로 콘야
콘야는 수도 앙카라에서 남쪽으로 250㎞ 떨어진 곳이다. 기원전 2세기에 로마인에 의해 이코니움이란 이름으로 건설되어, 이제 2백만이 넘는 대도시로 바뀌어 앙카라에 이어 중부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콘야는 11세기 아나토리아 셀축의 수도였다. 따라서 셀주크 초기의 터키-이스람의 건축물로 가득 차 있고, 예술과 정치, 학문 등 문화적인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이다.
이곳 헬레나 교회는 콘스탄티누스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의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교회로, 사도 바울이 돌에 맞은 자리위에 세웠다고 한다. 한편 이고니온은 사도바울과 바나바가 복음을 전하다가 대적자들의 돌에 맞아 죽을 뻔 했던 곳이다. 이를 기념하여 세운 교회가 바울 기념교회이다.
헬레나는 성지순례를 위해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잠깐 머물렀던 콘야(실레)에서 꿈을 통해 예수님을 보게된다. 아들인 콘스탄틴 대제가 큰 전쟁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번 전쟁을 위해 기도할테니 이번 전쟁이 승리케된다면 예수님을 믿을 것을 부탁한다. 콘스탄틴 대제는 전쟁에 큰 승리를 하였고, 그 어머니의 부탁을 기억하여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 헬레나를 기념하기 위해 실레에 '헬레나 기념교회'를 세웠다.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교회 건물로 주후 327년 세워졌다. 이 외에도 콘야에는 바울기념교회가 있다.
그런가 하면 콘야는 터키 이슬람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지이다. 그래서인지 이스람 사원이 유난히 눈에 띈다. 콘야 지역은 이슬람 중에서도 보수적 성향의 중심지이다. 콘야 시민들은 터키의 선거 때면 더욱더 잘 나타난다. 도시민의 대부분 이스람 성향의 정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메블라나 교단의 발생지 콘야
앞서 말한 대로 콘야는 터키 이슬람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지이다. 메블라나 교단은 메블라나 루우미가 12세기에 창시한 이슬람 수피 교단 중 하나이다. 메블라나는 유일신 알라와 만나기 위해서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하며, 금욕과 고행을 통한 끊임없는 기도생활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소 신비주의적 경향을 띠며, 터키 특유의 이슬람이라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발흐(지금의 아프간 북부)에서 태어난 메블라나는 득도를 위해서는 출가해 코란을 육신의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읽고, 궁극적으로 알라 신과의 만남을 추구할 것을 주창했다. 메블라나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은 더비쉬(dervish, 세마)라고 부르는 수도승들의 춤인데, 이것은 일종의 신과의 교통에 이르는 수행 방법이다.
메블라나사원에서 원무(圓舞)의 한 형태인 더비쉬 춤판이 벌어지는 12월에는 그것을 보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콘야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이 명상춤을 선보이고 있다.
신비적인 명상춤, 더비쉬(dervish)
메블라나의 사상을 추종하는 종교의식에는 세마(SEMA)라고 불리는 명상춤이 있다. 이것은 신비주의자들이 전통적으로 행하는 의식으로서 우주의 신과 융합하는 의식이다. 영적으로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으로 명상춤을 추면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춤을 추는 사람들을 '세마젠'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위에는 수의를 뜻하는 흰색 저고리를 입는다. 또 그 위에 무덤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입는다. 세마젠들이 머리에 쓰는 갈색이나 흰색인 뾰족한 모자는 묘비를 의미한다. 세이히(SEYH)는 메블라나의 사상을 지상에서 추종자하는 사람이다. 세이히는 머리에 터번을 쓴다.
명상춤은 함께 기도를 한 후 네이(터키 피리)를 불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네이 소리는 신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명상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먼저 세이히의 손에 키스를 한다. 그 후 우주를 향하는 여행객처럼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주를 향하는 춤 여행은, 먼저 무덤에서 나와서 우주의 신에 대해 의식이 준비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망토를 벗는다. 명상춤은 한 손을 위로 향하고, 또 한손은 아래로 향하는데 이것은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명상춤은 처음에는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더 빨리 돌기 시작한다. 빠른 물살이 깊은 웅덩이를 만들 듯이 빠른 회전을 통하여 우주의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는 사상의 표현이다. 메블라나의 사상은 분명 정통적인 이슬람 사상과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터키인들은 메블라나의 사상에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콘야에서 메블라나 축제가 열린다. 이 때, 우주의 신과 깊은 만남을 열망하는 메블라나 추종자들의 숙련된 춤을 관람할 수 있다.
푸른 타일의 메블라나 박물관
콘야의 메블라나 박물관은 콘야인들의 자랑이다. 이 박물관은 콘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하다. 박물관에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를 창시한 메블라나의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 궁전의 장미 정원이었는데, 오스만 제국의 왕이 메블라나의 아버지 바하틴 벨레디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가장 이색적으로 인상을 주는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탑은 1396년에 세워진 것이다. 터키 정부가 이곳을 박물관으로 개장한 것은 관은 1927년이다.
휠링 더비쉬의 창시자인 메블라나의 숙소로도 사용되었던 이 박물관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휠링 더비쉬의 명성 때문에 1년에 백만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한다. 아닌 게아니라, 말 그대로 박물관은 관광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눈을 끄는 것은 단연 수도자들이 추는 더비시 춤판이었다. 남성 무용수, 원통형 모자, 하얀 윗도리, 둥근 치마, 침묵 속의 댄스로 요약되는 더비쉬는 춤추는 자를 황홀의 경지로 이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수련 방식은 신비주의적 색채가 농후하다는 이유로 정통 이스람에서는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이스람은 알라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도록 할 뿐 개인의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면 입구로 들어서면 단상 위에는 금박 수를 놓은 천으로 덮인 관(棺)이 있는데, 맨 안쪽의 가장 크고 중후한 관이 메블라나의 관이다. 그 옆에는 그의 의복과 애용품과 신비한 악기들, 셀주크 시대와 오스만 시대의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중앙 유리관에는 마호메트의 턱수염을 넣은 조그만 상자가 있고, 별채에는 수행자들의 생활을 표현한 인형과 카펫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그가 쓴 시집과 코란의 사본, 친필 서적이 진열되어 있어 터키 신비주의 이슬람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메블라나 박물관은 터키 국내에서도 특별히 성스러운 곳이어서, 여성은 관광객이라고 할지라도 스카프를 쓰도록 규정되어 있다.
알라딘 모스크와 셀리미예 모스크
콘야인들의 또 하나의 자랑은 셀축 투르크인들에 의해 지어진 가장 오래된 모스크인 알라딘 모스크이다. 이 모스크는 알라딘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모스크의 건축은 루크네딘 메수드의 통치기간(1116-1156) 중에 시작하여 1221년 술탄 알라딘 케이쿠바트 통치시대에 완성되었다. 관광객들을 비롯한 모든 출입객들은 신을 벗고 맨발로 입장해야 한다. 경건한 참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콘야에는 오스만 제국의 건축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모스크가 있다. 메블라나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셀리미예 모스크다. 모스크는 술탄 셀림 2세가 1558년에 시작하여 1587년까지 29년에 걸쳐서 건축하였다. 셀리미예 박물관은 규모면에서 알라딘 모스크보다 작지만, 메블라나 박물관 옆이라는 지역적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는 곳이다. 콘야는 이스람 메블라나 교단의 본산답게 터키의 그 어느 곳보다 이스람성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콘야 관광을 마친 우리는 서둘러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이동, 페리 타워(FERI TOWER)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은 카파도키아의 지형이 주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건축한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었다. 야간 조명을 받은 호텔의 모습은 환상적이면서도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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