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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터키.그리스

터키 카파도키아, 기암괴석의 동굴교회와 거대한 지하도시

by 혜강(惠江) 2005. 12. 7.

 

터키 카파도키아 

 

자연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 카파도키아 

- 기암괴석의 동굴 교회와 거대한 지하 도시 -

 

 

글 · 사진 :  남상학

 

 

 

 

  

  카파도키아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터키 여행에서 결코 빼어놓을 수 없는 진수(眞髓)를 보는 날이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뚫고 바라본 풍경은 자연의 경이(驚異),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지리적으로 네브셰히르-카이세리-니데를 잇는 삼각지대,  소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카파도키아는 과거 에르지에르 산과 길류산에서 화산 활동을 하던 곳이다.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과 재가 뒤덮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화산재들이 이질적인 석회로 변하였고,  수십 만 년 불어온 바람과 강물의 침식 작용으로 자연의 기적이 탄생했다.

   마치 달 표면과 비슷한 괴상한 모양의 대지, 구멍 뚫린 돌산, 여기저기 솟아오른 돌기둥과 암석들로 기묘하고도 형형색색의 자연이 탄생했다. 요정의 굴뚝처럼 생긴 바위들이 솟고, 마치 거대한 버섯의 군락을 보는 듯, 그 경이로움이 상상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카파도키아의 관광의 초점은 이런 자연의 신비를 감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파도키아의 광대한 계곡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자신들과 가족, 가축을 위해 지하를 파서 지하 도시를 건설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인들의 박해를 피해 이 지하도시를 그들의 피난처로 사용했다. 연금술사들도 바위 언덕을 파서 예배당을 만들고, 가장 훌륭한 프레스코 화(畵)로 내부를 장식했다. 수도원들도 바위 언덕을 파서 만들었다. 원주민들도 또한 이렇게 바위를 깎아서 만든 동굴을 아늑한 가정으로 꾸미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갔다.

  그러므로 카파도키아의 관광은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과 함께 이곳에 거대한 지하 도시와 동굴 교회를 만들고 삶의 터전을 이룩한 그들의 삶의 자취와 문화를 엿보는 것이 중점이다. 

 

기독교인들이 살았던 거대한 지하 도시, 데린쿠유

 

 

 


  처음 찾아간 곳은 지하 도시가 있는 데린쿠유다. 대표적인 지하 도시는 데린쿠유와 카이막클르에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AD 7세기부터 끊임없이 출정하는 군대의 위협 하에서 때로는 이곳 자연 동굴을 그들의 은신처로 삼기도 했지만, 로마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쫓겨 온 기독교도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대한 지하 도시를 건설했다.

   위험이 닥쳤을 때 이 지하 은신처는 10,000명 이상이 피할 수 있는 도피처였다. 이 두 도시 외에도 이 근처의 마을에는 많은 지하 도시가 있다. 그런데 이 지하 도시의 형태는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이 지하 도시가 발견된 것은 1960년 대 일이다. 

 

  이 지하 도시는 용암재가 굳어진 약한 사암(砂巖)을 일일이 쪼아가며 파들어 간 인공 동굴이다. 지하 120m까지 내려가는 지하 도시는 12층이나 관광객의 안전을 위하여 8층까지만 공개하고 있는데, 무려 1,200여개의 방이 있다.   

 

  지하 도시의 통로 입구는 연자방아 모양의 커다란 둥근 돌로 막혀 있는데, 이 돌은 내부에서는 쉽게 열리지만 외부에서는 열려고 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돌은 통로 중간중간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허리를 굽히고 땅 속으로 난 좁은 통로를 들어서자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바깥은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지하에는 냉기가 몸을 식혀 준다. 안내자를 따라 지하로 혹은 옆으로 계속 파 들어간 복잡한 미로(迷路)를 따라 가면 용도가 다양한 공간들이 나타난다. 주거지로 사용하는 방을 비롯하여, 식당, 부엌, 우물, 축사, 곡물 창고, 포도주 저장실, 교회, 기도실, 지하 매장지 등 완전한 도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하 도시에 있는 교회는 초대교회 시절 기독교인들이 지하에 숨어서 예배를 드렸던 고이다. 여기에 신학교까지 있는 것을 보면 피난 생활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여 장차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또 지하 도시에는 긴급 유사시 다른 지하 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지하터널이 9킬로나 뚫려  있는데, 이런 지하 도시가 36개 정도 있다하니, 그 규모가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지하에 숨어 살았던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어른거린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 하노니,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롬1:6). 당시 이들 그리스도인의 가슴 속에는 바울의 음성이 귓전에서 늘 맴돌았을 것이다.  ‘환난과 핍박 중에도 성도는 신앙 지켰네, 이 신앙 생각할 때에 기쁨이 충만하도다 …’  

 

  복음을 위하여 갖은 고초를 겪었던 역사의 현장 신학교에서 앞서간 성도들을 기리며 부른 찬송 소리는 더욱 힘차고 은혜로웠다. 그러나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살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 이렇게 거대한 지하 동굴을 만들었는지는 믿음이 부족한 나에게는 신비의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자연의 신비(神秘) 젤베 골짜기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를 보고나서, 카파도키아의 계곡들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괴뢰메 지역은 4,000㎢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으로 전체가 잿빛 암석으로 덮여 있다.  나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황폐하고 황량한 지역에 넓게 펼쳐진 바위산, 그 바위산에 무수히 구멍이 뚫려 있는 기괴한 암석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마치 경연이라도 하듯 즐비하게 늘어선 원추형과 버섯모양의 돌기둥이 산재해 있는 모습들. 자연이 이루어 놓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카파도키아는 몇 개의 계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 젤베, 으흘라라, 아브즈라르, 소안르, 데르벤트, 클르츠라르, 아쉭클라르, 규베르진릭, 그리고 크즐이다.  이 지역에는 최소 30개 이상의 계곡들이 있는데, 이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치를 보여준다.  대체로 카파도키아의 지형은 붉은 녹색, 황토색, 밤색 색깔을 내고 있어 우주선을 타고 별세계에 온 것같이 으스스하고 어두운 분위다. 암석에는 무수히 구멍이 뚫려 있고, 또 돌기둥이 솟아 있다.

  어떤 계곡에는 은둔자들의 교회가 있는 반면에, 다른 계곡에는 바위의 표면을 깎아서 만든 거대한 교회가 있다. 적들의 맹공격으로부터 그들의 땅을 지키기 위하여 화산 석회암 언덕에 거대한 요새(要塞)를 팠고, 특히 젤베 계곡은 신비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젤베에 있는 돌기둥은 그 모습이 괴기하여 ‘요정의 굴뚝’이라고 불린다. 이곳의 돌기둥은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면서, 꼭대기는 마치 모자를 씌워 놓은 것과 같다. 이것은 깊은 응회암 층 위에 용암이 흘러와 덮여 있다가 오랜 세월 풍화 작용과 침식으로 응회암은 깎이고 용암만 남아 마치 남근(男根)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모습의 이들 계곡은 숨 막히는 자연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카파도키아의 관광은 데린쿠유와 카이막카르의 지하 도시 외에 바위산 우치사르, 괴뢰메 바위 동굴, 버섯 바위 파샤바, 젤베의 골자기, 위치히사르의 정상 전망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흔적들을 보기 위해서는 차를 타는 것보다는 걷는 것이 좋고, 좀더 쉽고 편하게 돌아보기 위해서는 말이나 당나귀를 타고 관광할 수도 있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의 동굴 교회 - 괴레메 계곡

 

 

  동굴교회 군(群)이 있는 곳은 괴레메 계곡이다. 괴뢰메 계곡의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을 따라 10㎞가량 상류로 오르면 그 유명한 동굴 교회(洞窟敎會)로 유명한 바위 동굴이 있다. 

  좁은 계곡 양쪽의 절벽에 천연의 자연 조각품처럼 수많은 동굴이 뚫려 있으며, 동굴과 동굴은 좁은 통로로 서로 이어져 있다. 언뜻 보면 아무도 사는 것 같이 보이지 않으나, 한때는 이 동굴 속에 100만 명 정도가 생활을 했고, 발견된 지하 교회만도 1,000 개 정도였다 하니 우선 엄청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곳이 초기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면서 기도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 의하면 4세기경 성(聖) 바질이 이집트 사막에서 수도생활을 하였는데, 이 때 시작된 수도원 운동이 카파도키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에게해 지역의 초대 일곱 교회가 실체가 없는 영적인 교회인데 반해, 이곳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남긴 실제 교회의 현장인 셈이다.  

  이 동굴 속에 들어서면 지하 교회에서 우리는 신앙을 지키려고 박해를 피해 이곳 카파도키아로 이주해 와서 살던 모습들(부엌, 식당, 창고, 기타)이 있고, 데린쿠유나 카이막카르와는 달리 바위 동굴의 천정과 벽에 기독교 성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독교 자체 내에서 성화파들과 성화를 반대하는 이크노클라스파 간의 종파 싸움을 계기로 성화파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와서 동굴 교회 안에 수많은 벽화를 그려 비잔틴 예술의 극치를 이루었다.

  이들 성화들은 이 지역에 이스람 세력이 들어오면서 손이 닿는 부분은 아예 없어졌거나 훼손된 것이 많으나, 토칼르 교회 같은 곳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사과교회, 집시교회, 성바르바르교회 등 수많은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공생애의 기적들, 최후의 만찬, 유다의 배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천정 모퉁이에는 성경 기록자들의 성화도 그려져 있다. 

  박해를 피해 이곳에 온 기독교도들이 동굴 교회에 남긴 성화들이 오늘날 이곳에 살아 있는 기독교 박물관을 이룬 셈이다.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은 기독교도들의 불굴의 삶, 그 자취를 더듬어 보는 내게 카파도키아의 여행은 감동을 넘어서서 충격으로  다가왔다.

 

  카파도키아 계곡을 빠져 나오며 마치 다른 유성에 착륙한 외계인이 아닌가 여겨지던 느낌이 가시기 시작했다. 이 무렵 누군가 터키민요 '우스크달라'의 흥겨운 노래 가락을 흥얼거렸다. 우리도 카파도키아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함께 불렀다.

 

 

 

괴레메 계곡의 여러 모습과 동굴교회들

 

 


  호텔 정원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늘을 쳐다보니 터키의 밤하늘에 마침 상현(上弦)달이 떠 있었다. 달이 활시위 모양을 하고 있어서 과연‘터키의 밤’이라고 탄성을 질렀다. 
그런 우리에게 옆에 있던 식당 종업원이 엄지손가락으로 그 달을 가리키며 '투르키예'라고 외친다. 듣던 대로 터키인은 애국심이 강한 듯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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