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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일본

구로베알펜루트, 일본이 자랑하는 산악공원 '재팬알프스'를 넘다

by 혜강(惠江) 2005. 11. 30.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이 자랑하는 산악공원 '재팬알프스'를 넘다. 

 

 

글·사진 남상학

 

 

 

 

 

  일본의 중부 혼슈(本州)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재팬 알프스. 해발 3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는 산악 공원. 정식 명칭은 <중부산악 국립공원(中部山岳國立公園)>이지만, 높은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는 웅장한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 만하다 해서 일본인들은 '재팬 알프스'라 부른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이곳 관광 계획은 일본여행사의 여행 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여행 일정은 첫날에 재팬 알프스에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가미고지(上高地)를 다녀오는 것이고, 둘쨋날은 나가노 현(長野)의 오마치(大町)와 도야마(富山를 잇는 약 90㎞의 코스를 트롤리 버스, 케이블카, 로프 웨이, 버스 등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다테야마(立山)를 횡단하는 소위 다테야마 알펜루트(立山黑部). 셋쨋날은 지붕 없는 전동차(협곡 철도)를 타고 우나즈키에서 케이키다이라까지 구로베고지(黑部峽谷)를 여행하는 것으로 잡혀 있다.

   특히 다테야마는 예로부터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 중의 하나로, 일본인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1971년 알펜루트의 전 구간이 개통되어 지금은 연간 200만명이 찾는, 유럽의 알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 코스로 발전했다.  

  모처럼 이국 땅에 와서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호기심에 가슴 부듯함이 느껴왔다. 특히 동생 부부와 함께 새삼스럽게 형제애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A. 일행과 합류하여 가미고치(上高地)로


  
   30명의 일행이 도쿄역 구내에서 집결하여, 오전 7시 52분에 도교역을 출발한 열차는 2시간이 채 못되어 상전(上田) 역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오르며 가미고치로 향했다. 단풍으로 물든 계곡을 오르며, 전력 생산을 위한 땜을 지나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기도 했다.

   해발 1,500m의 분지에 위치한 가미고치는 재판 알프스에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한 다카야마(高山)와 마쓰모토(松本)을 잇는 히다산맥 횡단 루트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재팬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기 위하여 산책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다이쇼이케(大正池)에서 갓파바시(河童橋)까지 1시간 10분 정도의 코스.

    오리가 한가롭게 노니는 맑고 깨끗한 개울을 따라 혹은 냇가 오솔길을 걸다가 고개를 드니,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듯한 거뭇한 모습의 산세가 웅장하고, 산 계곡의 음지는 희끗희끗 눈이 덮여있어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다이쇼이케(大正池)와 갓파바시(河童橋)   

 

  다이쇼이케는 1915년 야케가쿠(燒岳) 분화 때 아즈사가와(梓川) 강이 막히면서 생겨난 호수로 남북으로 약 1.5㎞, 동서로 250m 아담한 규모이다. 이 고지의 산자락에 이토록 맑고 깨끗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니 놀랍다. 맑고 고운 수면에 비치는 호타카(禾惠高) 산의 그림자가 무척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오늘도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몰려 들었다.

  다이쇼이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강을 가로지르는 아담한 다리가 보인다. 갓파바시라는 이 다리는 아즈가와 강에 놓여 있는 폭 3.6m, 길이 30m의 나무 다리로, 이 곳은 가미고치에서 재팬 알프스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가미고치 버스 터미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고, 주변에 관광객을 위한 식당과 숙소들이 있다.
 
    갓파바시를 건너 백화장(白樺壯)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 깊은 산 속의 산악공원에서 일본 특유의 고급스런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갓파바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내일의 대장정을 위하여 상류 쪽으로 더 오르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되돌아 나와야 했다.

  안내원의 해설에 따르면, 여기서 하루를 묶는다면 인근에 있는 히라유 온천(平湯溫泉), 신호타카 온천(新禾惠高溫泉), 노라쿠라코겐온센(乘鞍高原溫泉) 유스호스텔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마치 스테이션 호텔(大町)에 짐을 풀고



   우리를 태운 버스가 가미고치(上高地)에서 마쓰모토(松本)를 거쳐 오마치 온천(大町溫泉)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넘은 뒤였다. 여기서 얼머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시나노오마치(信濃大町)역이 있다,.

  농산물 생산지인 이 곳은 막 추수를 끝낸 뒤라 한가롭기 그지없고, 논은 텅 비어 허전해 보였으며, 지나는 길가 집들은 노랗게 익은 감나무가 있어 정다워 보였다. 이 곳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과수원에는 붉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오마치는 풍요로운 자연과 맑은 공기, 그리고 그윽한 문화향기로 도시 전체가 여행의 감동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주는 듯했다.

  우리 일행이 묵은 오마치 스테이션 호텔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출발점이 되는 해발 712m의 위치에 있었다. 교통, 관광에 편리한 호텔로, 레스토랑의 메뉴도 좋은 편이었다. 우리 일행은 짐을 풀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가마고치의 아름다운 경관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며, 내일의 대장정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B. 다테야마 구로베(立山黑部) 알펜루트를 따라 

 


   재팬 알프스 탐험의 둘쨋날 대망의 날이 밝았다. 여행의 절정을 맞는 듯했다.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아침 8시 일행을 태운 버스는 호텔을 출발하여 산 속으로 난 18㎞의 오르막길을 40분쯤 달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동쪽 입구인 해발 1,433m의 오오기사와(扇澤)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무려 6가지의 교통편을 번갈아 이용하여 8시간에 걸쳐 알프스 연봉을 횡단하는 코스다. 앞에는 해발 2,5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자리잡고 있어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번 재팬알프스 탐방순서는 오오기사와역(扇澤) ㅡ>(토로리버스) ㅡ>구로베댐 ㅡ>(도보)ㅡ>구로베호수역 ㅡ> (케이블카) ㅡ>구로베타이라(黑部平) ㅡ>(로프웨이) ㅡ>대관봉역(大觀峰) ㅡ>(토로리버스) ㅡ>무로도역(室堂) ㅡ>(고원버스) ㅡ>케이블 비죠타이라역(美女平) ㅡ>다테야마(立山)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가는 알펜루트 전 코스에 해당한다.  물론 이 코스를 역으로 탐방하기도 한다.  

  알펜루트는 오오기사와에서 부터 첫 단계로 우시로다테야마 연봉 아카자와다케의 바로 밑으로 난 간덴터널을 트롤리버스(무궤도 전차)로 통과해야 한다. 이 터널 건설에는 폭포와 같은 물줄기와 암석이 모래처럼 밀려나오는 대파쇄대와의 고투가 있었다고 한다. 국립공원 내이기 때문에 환경보호을 고려하여 전기로 주행하는 배기가스가 없는 크린버스를 운행하게 한 것이다. 환경을 극진히 보호하는 일본인들의 지혜가 부럽기만 하다.
 
  이 무궤도 트롤리 버스는 6.1㎞의 길(그 중 터널 부분5.4 ㎞)을 달려 반대편 산허리를 뚫고 16분만에 1470m의 구로베 댐 역에 닿았다. 이제 첫 관문을 빠져나온 셈이다.  

 

 


 

물과 녹음의 테마파크 구로베(黑部) 댐



   구로베 댐은 구로베 강에 네 번째로 건설된 댐이다. 이 댐은 다테야마(立山)과 후시로 다테야마(後立山) 연봉 사이에 있는 일본 최대의 구로베 협곡을 막아서 만든 댐으로 1460m의 고지에 건설된 것이다. 협곡에 흐르는 구로베 강의 풍부한 수량과 큰 낙차를 이용해 수력 발전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1956년에 시작하여 1963년에 완공된 구로베 댐은 일본 최대 규모의 아치식 원류형 댐으로 높이 186m, 제방 길이 492m, 제방 용적 158만 ㎥, 총저수량 2억㎥에 달한다. 구로베 댐은 대협곡 사이에 에머럴드 그린의 물을 가득 담고 북일본 알프스의 웅대한 자연과 아울러 아름다운 경관을 그려내고 있다. 

   이 구로베 댐을 가려면, 우선 해발 1470m 산 중턱에 있는 구로베 댐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220단의 지하 계단을 이용하여 댐의 전망대로 올랐다가 바깥 쪽 계단을 따라 댐으로 가야 한다. 전망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댐 위로 나갈 수 있는 코스도 있다.

  가슴에 차오르는 가쁜 숨을 잠시 쉴겸 전망대 쪽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전망대에서는 다테야마 연봉을 비롯하여 기타 알프스의 대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고, 구로베 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과연 이 곳에서 보는 재팬 알프스의 웅대한 자연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또 전망대에는 커피숍, 매점 등이 있어 잠시 갈증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전망대를 내려서면 댐 휴게소가 있는데, 휴게소 3층에는 구로베 댐 건설에 따른 전원 개발의 의의와 방대한 개발 공사 모습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세기의 난공사라고 일컬어진 댐 건설의 드라마는 영화 「구로베의 태양」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1층에는 식사·음료 코너 및 매점이 있어 구로베 댐을 내려다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물과 녹음의 테마파크의 모형을 여기서 한눈으로 볼 수가 있다.     

   그리고 휴게실 건너편에는 순직자 위령비가 서 있다.  조각가 마쓰다 나오스케(松田尙之)의 「6인의 인물상」은 댐 건설 중에 순직한 171명의 위령비로 '존귀한 영령들께 바침'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492m의 구로베 댐을 건너는 맛이 괜찮다. 이제 다음 차례는 구로베 다이라(黑部平)를 향해 오를 참이다. 

 

 

 

 

구로베호역에서 구로베다이라(黑部平)까지

 


   구로베댐 위를 걸어 구로베호 역까지의 1㎞의 거리는 도보로 건너간다. 그리고 해발 1,455m의 구로베호 역에서 해발 1,828m의 구로베다이라(黑部平)까지 800m에 이르는 터널을 일본에서 유일한 지하 케이블카인 구로베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올라간다. 이 터널을 통하여 373m 정도 올라가는 가파른 경사다.

  구로베다이라에서는 다테야마 연봉에서 구로베코까지 펼쳐져 있는 평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역사 옆에는 작은 산책로와 고산 식물원 등이 있으며, 역 옥상에는 그 일대의 장대한 산악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전망대에는 10월 중순인 데도 눈이 내려 하얗게 덮여 있었다. 흐드러진 단풍의 멋에 취한 채 올라선 이 곳에서 조금 전 세상과는 전혀 다른 눈(雪)세상을 만나다니! 순간 고지에 성큼 올라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베다이라(黑部平)에서 다이칸보(大觀峰)까지

 

  구로베다이라 역에서 해발 2,316m의 다이칸보(大觀峰)까지는 로프웨이를 탄다. 무려 1,710m 거리를 케이블카를 타고 7분 동안 허공을 매달려 488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기슭에는 울창한 나무는 찾아볼 수 없고, 여기저기 성장을 중지한 나무들과 고사목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우리는 아찔하면서도 스릴 있는 허공 비행을 끝내고 다이칸보에 발을 디뎠다.  

  다이칸보의 옥상에 있는 전망대는 구로베다이라에서와는 달리 내린 눈이 녹아 두꺼운 얼음으로 변해 덮여 있었다. 여기서 보는 웅장한 재팬 알프스의 경관은 더할 나위 없이 장엄하고 엄숙하게 느껴졌다. 이 곳에는 무로도(室堂)에 오르기 전, 관광객들의 점심식사와 휴식을 위한 대형 식당들이 있다. 관관객들이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우리는 이 곳에서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였다.

 

 

 

  

다이칸보(大觀峰)에서 무로도(室堂)까지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의 정점(頂點,2450m)이 되는 지점이다. 다이칸보에서 트롤리버스를 이용하여 37㎞의 다테야마 터널을 통과하면 해발 2,450m의 무로도(室堂)에 이른다. 다이칸보에서 134m를 더 오른 셈이다.
  
   무로도 터미널에 도착하여 계단 위의 전망대로 올라가면 여기서부터 무로도 평원이 펼쳐지고 산책로가 시작된다.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가면 다테야마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미쿠리가이케 호수가 나오는데, 호수는 화산 활동에 의해 생긴 것으로 주위 약 600미터, 깊이 15미터의 고산 호수가 신비롭기만 하다. 그 호수 곁이 다테야마 연봉의 감상포인프이다.

    고개를 드니 다테야마 연산(連山)의 모습들이 압도한다. 후지노오리다즈(2999m), 오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 오야마(雄山 3003m)의 봉우리가 눈이 하얗게 덮힌 채로 우뚝 서있다. 순간 갑자기 안개와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고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몸짓인가 여겨졌다.

   그러나 멀리 구름이 스치는 산등성이 위에도 등산매니아들을 위한 시설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게곡의 눈 덮힌 산길을 따라 등산길이 나 있고, 멀리 등산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매니아들이 마치 개미처럼 보였다. 험준한 산을 정복하고 싶은 인간의 모험이 놀랍다.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호수 둘레에는 산책로가 나 있으며, 둘레를 도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책로를 돌다보니 어디선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초목이 전혀 돋아 있지 않은 지오쿠다니(지옥 계곡). 내려다 보이는 계곡에선 지표를 뚫고 김이 올라온다. 유황 성분의 온천수가 솟아오르면서 김을 내뿜고 있었다. 이 곳에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탄이 있다.

   무로도의 고원 산책로 주변에는 10년에 1㎝밖에 자라지 않는 키 낮은 소나무들이 땅에 눕듯이 자라고, 역시 키 작은 대나무가 무성하게 퍼져 있다.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력이 놀랍다. 봄에는 각종 꽃들이 여기저기 곱게 피어난다. 또 이곳에서는 뒤로 향한 뿔과 갈기를 지닌 일본 영양(羚羊)이 바위 위를 단숨에 뛰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고, 빙하기 때부터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조가 겨울이면 순백색으로 털갈이를 한다고 한다. 

 

 

 


무로도(室堂)에서 다테야마(立山)까지

  언제까지 그대로 머물 수 없는 우리들은, 두고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돌려 무로도를 떠나야만 했다. 여기서부터 비조다이라(美女平)에 이르는 내리막길 23㎞의 구간은 고원(高原)버스를 타고 마치 곡예를 하듯 약 50분간 내려온다.

  고사목들이 즐비한 산자락을 내려오면 어느 덧 푸른 생태계가 살아나고 푸르름이 더해간다. 펼쳐진 고원지대를 지나 산구비를 수없이 돌아 내려오면 펑퍼짐한 지형이 드러난다. 여기가 이름도 아름다운 비조이다이라(美女平). 타테야마의 지형이 얼마나 험악했으면, 이곳에 이르러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아무튼 넓은 평원에는 여러 채의 집들이 있고, 초원과 밭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멀리 일본 열도의 서쪽 바다, 우리의 동해가 펼쳐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조이다이라(美女平)에서 다테야마(立山)까지의 1.3㎞ 구간은 케이블카를 타게 된다. 오늘처럼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험준한 산을 넘어 산곡(山谷) 마을의 민밋한 길을 미끄러지며 우리는 마치 장한 일을 해낸 사람들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비조다이라 행 고원버스
비조이다이라 주변 초원, 가끔 고사목이 눈에 띤다.
다테야마역에 도착한 케이블카(트롤리버스)
도야마역 도착


우나즈키(宇奈月溫泉) 투숙하다

  설레임과 흥분 속에 보낸 하루가 저물었다. 재팬 알프스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끝낸 흥분된 가슴은 숙소인 우나즈키 온천에 당도해서야 겨우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리가 넘어온 재팬 알프스의 반대편인 구로베 협곡(黑部峽谷)의 경관을 구경하려면 우나즈키 온센 역 근처에 머무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구로베협곡을 관광하려면 반드시 협곡철도를 이용해야만 가능한데, 인근에 있는 우나즈키역은 구로베 철도 20.1㎞ 여행의 출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는 규모가 큰 호텔들이 많다.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우나즈키 호텔 역시 우리의 추측대로 구로베 협곡의 여행을 위하여 세워진 것이며, 최근에 지어진 것이어서 시설이 꽤 좋았다. 호텔 창문을 여니 물 흐르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멀리 구로베협곡의 숲이 보였다. 이 곳에서도 우리는 대장장의 피로를 온천욕으로 말끔히 씻어내고 내일을 위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C. 원생림 그대로인 구로베 협곡(黑部峽谷)을 가다

 

  구로베 협곡의 경관을 보는 것을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완결편인 셈이다.  구로베 협곡은 재팬 알프스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며, 해발 2,924m의 와시바다케 산악을 시작으로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이어진 절경(絶景). 수많은 계곡의 여울이 합류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히다 산맥 최대 최심(最大最深)의 심산구곡으로 철따라 비경(秘境)을 연출하는 곳이다.

    이 구로베 협곡을 흐르는 구로베강(黑部江)은 원류에서 하구까지 장장 86㎞, 평균 경사 1/40의 고도차(高度差)를 단숨에 쏟아져 내리는, 이 원시의 자연이 눈앞에 다가온다. 구로베강의 광대한 유역에는 다테야마(立山) 연봉을 필두로 2,800-3,000m급의 높은 산봉우리가 스무 개가 넘게 자리잡고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구로베만의 풍부한 수량(水量)과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협곡의 장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구로베>라는 이름도 협곡에 우거진 구로베(노송:老松) 원생림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숲의 장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튿날 구로베 협곡으로 떠나는 열차를 타기 위해 모이고 있다.

 

탐험하듯 협곡(峽谷) 철도를 타고

 

  사람의 접근을 좀처럼 접근하지 않는 이 좁은 골짜기에 전력 생산과 관광을 위하여 1953년 11월 영업 면허를 받고, 1971년 7월에 구로베 협곡 철도로서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력개발공사와 함께 한 구로베 철도는 전력회사의 전용 철도로서 건설용 자재와 작업인 수송에 중점을 둔 것으로, 선로의 너비가 762m인 협궤 열차이다. 편승하는 손님에게는 표 뒷면에 "생명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양해를 구한 다음 승차시킨 적도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위험한 지역인가를 실감케 한다.

  협곡의 지형에 따라 무려 41개의 터널과 21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래도 개발이 되어 갈 수 있는 거리는 전체 골짜기의 4분의 1 정도인 20.1㎞의 구간밖에 갈 수가 없다. 그것도 4월 하순부터 11월 30일까지 운행하고, 적설 상황에 따라 영업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협곡에 이어진 절경(絶景)


   구로베 협곡 철도 여행의 첫 출발은 우나즈키(宇奈月) 온천지로, 카네쓰리(鐘釣)를 거쳐 케이키다이라(﨔平)까지 20.1㎞를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우나즈키(宇奈月)를 떠난 열차가 8분 정도 달리면 야나기바시(柳橋)에 닿는데, 이곳에는 유럽 중세의 고성(古城)처럼 보이는 신야나가와라(新柳河原) 발전소가 있다. 건너편은 도치노 모리라는 울창한 숲이다. 그 곳에서 더 나아가면, 빨간 모자를 쓴 불석(佛石)이 있는데, 여행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한다.

    불석을 지나 만나는 모리이시(森石)는  중부 산악 공원 일대로 계곡을 가로질러 모리이시바시(森石橋)가 설치되어 있고, 거대한 암석이 심산(深山)의 아취를 깊게 한다. 또 쿠로나기(黑薙)의 아토히키바시(後曳橋)는 가장 험준한 산골짜기에 놓여 있어 협곡 철도 여행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하다. 이곳에는 우나즈기 온천의 원천인 구로나기 온천 등 유서 깊은 볼거리도 풍부하다.  
  
   사사다이라(笹平)를 지나면서 아찔한 스릴에 넘친 절벽이 계곡에 잇달아 있고, 계곡 아래에는 깊은 댐이 보이고, 다시다이라(出平) 댐 호수에 수직으로 솟아 있는 다시롯포(出六峰)의 위용과 네코타마(猫又)의 구로베 강 제2발전소 뒤로 높이 솟은 산나비키야마 산은 단풍의 명소이며, 그 산의 산정에는 주위의 어느 산보다  빨리 눈이 쌓인다고 한다.            

    열차가 카네쓰리바시를 건너 닿는 카네쓰리(鐘釣)는 강가에서 용출하는 노천탕으로 유명한데, 간 건너편의 구로베 만년설의 정취를 맛보며 여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코야다이라(小屋平)에는 코야다이라의 댐이 유달리 아름다운 청색 물줄기를 떨어뜨리는데, 이 물은 네코마타에 있는 구로베 강 제2발전소로 터널을 통해 끌어들여진다고 한다.
  
   이 곳을 지나면 열차의 종착지인 케야키다이라(﨔平)에 닿는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이 곳 <방문자 센터>는 험준하고 웅대한 구로베 협곡 개발의 역사와 이 곳에서 자라는 동식물을 소개하여 개발 및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또 역사(驛舍) 아래 계곡 사이에 설치해 놓은 오쿠카네바시(奧鐘橋)에서 계곡을 전망하는 것은 일품이다. 또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로도비코(猿飛峽) 전망대에 오르거나 메이켄(名劍) 온천, 바바다니(祖母谷) 온천욕을 즐길 수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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