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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일본

도쿄와 주변지역 하코네, 닛코를 찾아서

by 혜강(惠江) 2005. 11. 30.

 

도쿄와 그 주변 지역


일본의 심장부 도쿄와 하코네와 닛코

 

 

·사진 남상학

 

 

 

 

 

 

* 신칸센을 타고 수도 도쿄(東京)로 

 

 

  일본 중부지방을 대강 둘러보고 나서, 나고야에서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新幹線)에 몸을 실었다. 신칸센은 1964년 첫 운항을 개시한, 세계 최고의 안전과 속도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교통 수단이다.  시속 240㎞의 속력으로 전국 중요 지역을 연결한다. 열차의 모든 시설은 전자동이며, 차량 양쪽 문 위에 붙어 있는 전자 디스플레이어를 통해 역 이름과 도착역까지의 남은 거리, 도착 시간 안내문, 주요 뉴스를 수시로 알려 준다.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댄 지 2시간여만에 도쿄에 도착했다. 세계적인 도시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며, 일본의 과거와 함께 현대가 숨쉬는 곳이다. 따라서 일본의 정치, 경제, 행정, 교육,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요쯔야 역 근처(상지대학 부근)에 있는 동생의 집에 짐을 풀고, 직장에서 근무를 끝낸 동생을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일본 천왕이 살고 있는 황궁 쪽으로 이동했다. 동생이 근무하는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가 그 근처니까.

 

 

 

 


울창한 숲의 고쿄가이엔(皇居外苑)

 

 

 택시에서 내린 곳은 고쿄가이엔(皇居外苑)이었다. 고쿄가이엔이란 고쿄마에히로바(皇居前廣場)를 뜻하는 것으로, 안에는 일본의 무장 구스노키 마사시게 (楠木正成)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에도 시대에는 막부의 집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은 근처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이 점심 시간에 산책을 즐기고, 시민들에게는 넓고 푸른 휴식처로 이용된다고 한다. 저녁 무렵인 데도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서 동생과 반갑게 해후를 하고 몇 장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동생이 인도하는 대로 걸었다. 고쿄가이엔 주변의 해자와 마루노우치의 빌딩가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도쿄 시민의 휴식처 히비야(日比谷)공원

  

 

  처음 찾아간 곳은 가스미기세키 관청가에 둘러 싸여있는 히비야 공원이었다. 이 공원은 1903년에 개원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공원으로 도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다고 한다.

   원내에는 히비야 공회당, 히비야 도서관, 야외음악당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정원에는 가을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주변에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위한 벤치가 놓여 있는데, 벤치가 예사롭지 않다. 긴 벤치의 중간에 팔걸이를 설치한 것은 홈리스들이 잠자리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위해서였다. 아닌게 아니라 공원 나무그늘 곳곳에 그들이 기거하는 청색 텐트 몇 채가 시야에 들어 왔다. 선진국이라는 일본에도 이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나 보다.  

   공원 벤치 가까이 아담한 카페가 있어 공원 산책객들이 차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고쿄(皇居) 주변 산책

 

 

  히비야 공원을 나오니, 거리는 이미 해가 기울고 어둠이 찾아들고 있었다. 경시청, 경찰청, 외무성, 대장성 등 중요한 기관들이 있는 관청가인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고 경비원들만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육중한 돔(60m)이 있는 석조 건물이 보였다. 일본의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이었다. 1920년에 착공하여 1936년에 완공된 건물인데, 건물 왼쪽이 중의원(衆議院), 오른쪽이 참의원(參議院), 중앙에 세워진 것은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의 동상이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골목을 끼고 내려오자 갑자기 경비가 삼엄하다. 바로 인근에 미국대사관(美國大使館)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익분자들의 테러나 습격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호텔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높이 솟아 있다. 오쿠라(Okura) 호텔, 캐피탈 (Capital) 호텔, 아나(ANN) 호텔, 아카사카 엑셀(Akasaka Excel),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등이 밀집해 있는 것을 보면 행정 및 상업적 업무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쿠히루즈 회전 스시집에서 푸짐한 식사를 하였다. 동생이 가끔 들른다는 이 집에서 내가 비운 접시는 무려 12개. 그러니까 24개의 각종 스시를 먹은 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화도 시킬 겸해서 매 주일마다 <가든 채플>이 열리는 뉴 오타니(New Otani) 호텔을 거쳐 걸었다. 그러고 보니, 첫날 오후 도쿄의 관광은 주요 거리를 걸으며 실속 있게 마친 셈이다.

 

 

 

일본 국회의사당
미국대사관
뉴오타니호텔 일본정원 내 식당
뉴오타니호텔 일본정원 산책로, 동생이 즐겨찾는 곳


 

* 아사쿠사(淺草)에서 도쿄만으로 *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도쿄의 아침은 짙은 구름이 내려앉아 있다.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빈관(迎賓館) 주변을 산책하였다. 주요 외국인사들이 일본을 방문할 때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라 한다.  영빈관 뒤쪽의 울창한 숲은 천황의 아들이 거주하는 아카사카교엔(赤坂御苑)이다. 천왕에 대한 일본인들의 존경은 그 가족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이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산책을 마치고, 교토 동남쪽에 있는 아사쿠사(淺草)로 향했다.

    아사쿠사는 우리 나라의 인사동과 비슷하게 일본 전통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곳으로 각종 상점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에도 시대의 정취를 엿볼 수 있는 테프코 아사쿠사관이 있고, 나카미세와 센소지 등에서 일본인들의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야마노테(山手)선 우에노역에서 긴자선으로 갈아타 두 정거장째 다와라마치역에서 하차하였다.

 

 

 

아침 산책길, 영빈관 건물


'천둥의 문'이란 뜻의 가미나리몬(雷門)
    

 

   '천둥의 문'이란 뜻의 가미나리몬은 센소지(淺草사)로 이어지는 나카미세의 입구에 세워진 문. 이 문의 양쪽에는 천둥의 신과 바람의 신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문에는 '雷門'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붉은색의 등이 달려 있다. 무게가 670㎏, 높이가 4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등은 일본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등 아래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밀집된 상점가 나카미세(仲見世) 

 

  가미나리몬에서 센소지(淺草寺)로 이어지는 약 300m에 이르는 상점가로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일본의 전통 공예품, 도자기 인형, 과자 등을 파는 80개가 넘는 작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규모는 작지만 에도 시대부터 대를 이어 영업하는 전통 있는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미나리몬 과자 전문점인 도키와도(常盤堂)와 에도 시대의 완구·취미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에도슈미콘간구(江戶趣味小玩具) 판매점은 꼭 들러볼 만하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나카미세를 대표하는 유명한 상점이란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 센소지(淺草寺)



  스미다 강에서 고기잡이하던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관음상을 발견하고 이 절을 세웠다고 해서 아사쿠사칸논지(淺草觀音寺)라 불리기도 하는 이 절은 628년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본당 앞에는 향 연기가 피어오르는 청동화로가 있다. 이 연기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화로 앞은 언제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경내에는 높이 53m의 오중탑(五重塔), 중요문화재인 니텐몬(二天門), 호조몬(寶藏門) 등의 볼거리가 있다. 이 곳은 일본의 전통 축제인 마쓰리를 비롯하여 삼바카니발, 불꽃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어서 여행자들에게 수많은 볼거리를 안겨준다. 

 

 

 

 


스미다(偶田) 강변 도쿄도 관광 기선을 타고  

 

 센소지를 들러보고, 유람선을 타기 위하여 동쪽 스미다 강 방향으로 걸었다. 아사쿠사에서 하마리큐를 거쳐 히노데 부두를 연결하는 긴 강줄기를 따라 수상버스를 타고 40여분 동안 선상에서 도쿄의 경관과 멋을 감상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종의 유람선인 이 수상 버스는 아즈마바시(吾妻橋)로부터 카치도키바시(勝 橋)까지 동서를 잇는 무려 13개의 개성적인 다리(교량)를 지난다. 제각기 독특한 모양과 멋으로 도쿄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곧바로 동경만으로 이어지는 이 곳 하류에는 양안(兩岸)에 여러 개의 해양공원이 있어 공원 안의 과학관, 수족관에서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잘 정돈된 하마리큐테이션(浜離宮恩師公園)

 

 

  특별 명승 및 특별 사적지로 지정된 이 정원은 도쿄 만(灣)으로 흘러 들어가는 조수 연못을 조성한 것이 특징으로 에도 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의 하나이다.
 
   이 지역은 본래 1704년에 세워져 도쿠가와 장군가(德川將軍家)의 사냥터로 이용되었으며,  하마리큐 가든(浜離宮)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관동대지진으로 정원의 중심부에 있는 찻집(御茶屋)과 수목들이 손상을 입기도 했으나, 이후 여러 차례의 공사 끝에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정비되어 일반에 공개되었고, 1952년 특별 명승 및 특별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수위가 조수에 따라서 오르내리므로 이에 따라 못 주위의 풍광이 달라진다. 공원 안에는 해수 연못 가운데 중도(中島)가 있어 다리로 이어지고, 이 다리를 건너면 전통적인 찻집(御茶屋)이 있는데,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주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오리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연못이 따로 있고, 우거진 숲, 철을 따라 각종 꽃들(60종, 약 1000주)이 피어나는 화원이 조성되어 관람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가을철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또 300년 된 뒤틀린 모습의 소나무가 그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긴자(銀座)에서 점심을

 

 

   하마리큐 가든 관광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긴자에서 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곧 도착하였다. 긴자 지역은 유명한 쇼핑가답게 오래된 점포들과 유명 백화점이 밀집되어 있었다. 

 

  번화가는 고급 의상들로 가득 찬 상점들이 즐비하고, 고급 바, 화랑, 고급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소니 제품으로 가득찬 소니빌딩과 최신 자동차에 올라볼 수 있는 닛산 갤러리가 있다. 뒷골목은 아담한 가게들과 레스토랑이나 술집, 찻집 등이 모여 있어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긴자는 원래 바다였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천도를 위해 흙으로 메워 육지를 만든 곳이다. 그 후 그 자리에 은화 주조소(銀貨鑄造所)가 들어서면서 긴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메이지 유신 때부터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오늘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긴자의 중심은 주오도리(中央通)와 하루미도리(晴海通)가 교차하는 긴자 욘초메(四丁目)로, 외코(和光), 산아이(三愛), 미쓰코시(三越), 긴자 코어 등의 백화점이 각 코너에 서 있다.  몇 군데를 기웃거리다가 미쓰코시백화점 지하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 젊음의 거리 시부야(澁谷)       


   긴자 거리를 둘러보고 나서 하라주쿠와 함께 젊음을 대표하는 거리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는 일본 안에서 젊음의 거리, 유행의 거리, 음악의 거리로 알려져 있다. 도쿄의 명동이라고난 할까. 긴자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시부야 역을 빠져 나올 때쯤에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역 광장으로 나오니, 거리의 유세 차량에서 쏟아내는 육성이 스피커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고, 일본 경찰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치의 계절(중의원 선거)을 맞은 일본의 모습도 우리와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현직 수상 고이즈미 준이찌로였다. 일본에 여행 차 건너와서 사진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만 보던 일본 수상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행운인가! 그의 목소리는 패기가 있었고, 군중들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

   발길을 돌려 역 앞의 주겐하치코상(忠犬公像)에서 출발하여 최첨단 백화점과 패션 빌딩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걸었다. 시부야 역에서 NHK 방송 센터에 이르는 거리는 일본의 젊음과 유행의 물결로 출렁거리는 듯했다. 감각적인 각종 광고 홍보탑, 패션의 중심지답게 유명 부티크가 늘어서 있고, 백화점, 만화 CD 숍 등 10대-20대 취향의 상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할인점과 100엔 균일가 상점도 있었다.


   우리는 생활 용품 전문점인 도큐 핸즈(Tokyu Hands)에 들러 간단한 쇼핑을 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의 건물에는 인테리어, 문구, 이벤트 상품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취급하는 상품의 가짓수도 가장 많다고 한다.

 

 

 



시부야의 상징 주켄하치코 상(忠犬公像)

 

  시부야의 상징인 주켄하치코 상은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약속의 장소로 손꼽힌다. 하치코는 주인에게 충직했던 개의 이름이다.  도쿄 제국대학 농학부 교수였던 우에노 씨가 기르던 개로, 하치코는 언제나 해질 무렵이면 주인을 역까지 마중 나왔다고 한다.

   우에노 씨가 죽은 뒤에도 9년이라는 세월 동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죽었는데, 이 개의 충직함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상이 바로 주켄하치고 상이다. 이 동상을 보며, 배신을 다반사로 여기는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 관광의 명소 하꼬네(箱根)를 중심으로     

 

   도쿄 지근거리인 가나가와현의 하코네는 인공과 자연미가 조화를 이룬 시설물과 전통 온천들로 인해  도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오늘의 일정은 닛고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알려진 하꼬네(箱根)를 관광하는 것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도쿄 서쪽 약 90킬로 거리에 위치한 하꼬네는 도교역에서 신칸센을 타면 하코네의 관문인 오다와라역까지는 약 40분,JR열차로는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와쿠다니(大涌谷)와 아시노코호(湖) 유람선 타기, 그리고 온천욕까지 많은 일정이 하루에 다 잡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하루 일정으로 주요 명소를 찬찬히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여 몇 군데만을 집중적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피카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형 미술관 등은 아쉽게도 들르지 못했다.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 오와쿠다니(大涌谷)까지

 

 

   하코네의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오와쿠다니 계곡인데, 우선 오와쿠다니에 오르려면, 오와다라(小田原)이나 하꼬네유모토(箱根湯本)에서 등산 열차를 이용한다. 열차는 지하철처럼 마주 보고 앉은 자리지만 저마더 차창 밖에 펼처진 풍광에 시선을 거두기 힘들다.

   풍광은 보는 이의 넋을 빼앗아 갈 정도이다. 좁은 산길을 오르는 등산 열차는 두어 차례 앞뒤를 바꿔가며 약 50분쯤 올라 고라(Gora, 强羅)에 도착하였다. 중간에 조모쿠노모 역에서 내려 야외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고, 고라에선 고라 공원을 관광할 수 있다. 

   고라 역에서 소운잔(Sounzan, 早雲山)에 이르는 여정은 케이블카를, 소운산에서 오와쿠다니 노선은 로프웨이를 이용한다. 소운잔은 해발 751m에 위치하며, 고라에서 출발하는 케이불카의 종점이자 오와쿠다니(大涌谷) 역으로 향하는 로프 웨이의 출발점이다.

 

   등산 전차, 케이블카, 로프 웨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 조건이 험하기 때문이지만, 관광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안개 덮힌 산은 오를수록 더욱 짙어지는 안개로 앞을 전혀 분간할 수 없다. 우리가 탄 로프웨이가 구름 속에 완전히 묻히면서 방향을 전혀 종잡을 수 없고 허공에 고립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웬일인가. 짙은 운무(雲霧) 속에서 유황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분화구에서 솟아난 유황냄새가 계곡을 타고 오르다가 안개 속에 섞여 그 독특한 냄새로 우리는 코를 자극했다.


 

 

 

유황 냄새 진동하는 오와쿠다니(大涌谷)

 

 

 약 3000년 전, 하꼬네 화산의 마지막 분화에 의해 생겨난 화구(火口)의 일부로, 곳곳에서 연기가 뿜어 오르고,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화산 활동의 잔재가 역력하고, 아직도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유황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신비감이 더해져 경외심을 갖게 한다. 이 곳 전망대에서는 연기를 뿜어내는 오와쿠다니의 장관을 볼 수 있고, 맑게 갠 날에는 멀리 웅대한 모습의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고온의 증기와 산성천(酸性川)이 흘러내리는 주변의 나무나 풀들은 모두 말라 죽었고, 그로 인한 주변의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 모습이 하도 괴기(怪奇)해서 예전에는 지코구다니(地獄谷)라고도 불렸다.  

 

  몇 년 전 규슈 지방을 여행할 때, 벳푸(別府)의 지고쿠메구리에서 수증기를 뿜어내는 장관을 본 터이지만, 이렇게 강렬한 유황 냄새는 처음이다. 주차장 입구에는 오와쿠다니와 하꼬네의 역사와 자연 등을 소개하고 있는 자연과학관이 있다.


 

 

 

오와쿠다니 자연연구로(大涌谷自然硏究路)

 

 

   오와쿠다니 주차장에서 엔마다이(閻魔台)를 연결하는 길이 670m의 산책로. 매캐한 유황 냄새로 덮인 언덕 곳곳에서 하얀 증기를 뿜어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화산 폭발에 따른 자연 생태계의 변화와 지질 연구 등 학습과 연구의 필요성 때문에 설치한 것이다.  

   화산 계곡 오와쿠다니에는 하코네 온천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있다. 온천 주변에 검은 달걀을 팔고 있는 가게가 그것. 달걀을 꾸러미째 온천물에 담가두면 새까맣게 그을린 달걀이 되는데, 흰자와 노른자를 곱게 잘 익혀 출출한 속을 달래준다.

 

  유황천에서 익힌 이 달걀을 먹으면 수명이 7년씩 늘어난다는 말에, 판매소 앞은 달걀을 사먹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사 먹는 것은 여행의 특별한 재미가 아닐가.

 

 

 

 

 

아시노코 호(芦湖)의 물길을 가르며

  

 

  오와쿠다다니 자연연구로를 돌아 나와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왔던 반대쪽 방향의 도겐다이로 향했다. 안개 속을 숨 가쁘게 올라올 때와는 달리, 오와쿠다니에서 도겐다이에 이르는 20분간의 로프웨이 코스는 안개가 말끔이 거쳐 하꼬네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게 한다. 눈 아래 펼쳐진 자연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호수의 정경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도겐다이에 내리면, 바로 아시노코호의 유람선 선착장이다. 아시노코호는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칼데라 호로, 하코네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해발 723m, 둘레 17.5㎞에 이르는 광대한 호수에 맑은 날이면 후지산의 모습이 호수 위에 반영되어 장관을 이루다고 한다.

 

   이 곳 아시노코호의 관광선은 유럽의 해적선의 모습을 닮았다. 유람선은 권총을 빼어든 해적의 모형을 설치하는 등 매우 화려하고 톡특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화려한 유람선을 타고 모토 하꼬네(元箱根)까지 가는 40여분 간 쪽빛 물살을 가르는 선상 유람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넓은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물길을 가르는 선상에서 호수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는 동안 관광선은 어느 새 하꼬네마치를 거쳐 모토마치에 관광객들을 쏟아냈다.

 

 

 

 

 

 

하코네 고와키엔(箱根小涌園) 온천욕



   모토하꼬네에서 버스를 타고 온천욕을 위해 하코네의 대표적인 온천장 지역인 하코네 유모토 온천으로 향했다. 이 곳은 아름다운 계곡의 산책로와 어울어진 아기자기함이 깃들어 있다. 양질을 자랑하는 하코네 지역의 유황온천은 관절염, 피부병, 신경통 등의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온천 지역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것 같은데, 온천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본 지역은 곳곳에 좋은 온천들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하코노 고와키엔은 하코네의 사계절의 웅대한 자연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대정원 노천온천을 비롯하여, 여성 히노키 온천, 목재 타루(원통형) 온천, 암석 온천, 나무 온천 등이 있어, 온천에서 삼림욕까지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온천의 천국이었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탕을 번갈아 드나들고, 혹은 한동안 몸을 담그고 편안함을 만끽하는 사이 며칠 동안 강행군하며 피곤했던 몸이 풀려 일시에 나른함이 몰려왔다.

 

 

 


도쿄 근교의 대표적 관광지 닛코(日光)

 

 

  오늘은 하꼬네와 함께 도쿄에서 갈 수 있는 2대 휴양지의 하나인 닛코를 가기로 한 날이다. 서둘러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략하게 아침식사를 들었다.  닛코는 거리도 다소 멀고, 둘러볼 것들이 많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의 동북쪽에 있는 닛코는 화려한 도소규(東照宮)와 삼나무 숲에 자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능(陵)이 있는 린노지(輪王寺)로 유명하다. 또한 게논노타키 폭포와 주젠지 호에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으며, 유모토 온천 등에서는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 수 있어 일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나선 우리는 아사쿠사(淺草)를 거쳐 우쓰노미야(宇都宮)로 가서, JR닛코센으로 갈아타고 닛코로 향했다. 여기서 우리는 주젠지 호(中禪寺湖)로 가는 도부버스를 탔다. 버스는 관광객을 가득 싣고 붉은 색을 칠한 신쿄(新橋)를 건너 린노지와 도쇼구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나 좁은 산악길을 돌며 숨가쁘게 올랐다. 어느새 이 곳에 가을이 찾아왔는지 차창 밖으로는 온통 단풍의 산이다. 울긋불긋 정도가 아니라 온 산이 불타는 듯했다. 황홀경에 빠져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동안 45분쯤 지나 도착했다.

 

 

 


  

물줄기 장관인 게논노타키(華嚴瀧)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게논노타키 입구가 있었다. 남보다 앞서 일찍 입장하기 위하여 린노지, 도쇼구를 뒤로 미루고 달려 왔는데, 입구는 벌써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붐볐다.

 게논노타키는 일본의 3대 폭포 가운데 가장 크고 멋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폭포이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전망대로 내려간다. 아래쪽에서 폭포의 웅대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97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일직선으로 아름다운 물줄기를 이루며 계곡으로 떨어진다.

   주젠지호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였다. 물의 양이 많아 줄기를 이루어 하얗게 부서지고, 부서지며 쏟아지는 소리가 장관이었다. 폭포 쪽에서 눈길을 아래로 돌리면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2층 구조물로 되어 있는 전망대에서는 폭포와 단풍 든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물빛이 맑고 고운 주젠지 호(中禪寺湖)

 

 

 게논노타키 감상을 끝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주젠지 호로 발길을 옮겼다. 주젠지 호는 난타이 산(男體山)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 낸 호수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161.5m, 둘레 21㎞나 된다고 한다. 닛코 국립공원의 호수 가운데 가장 큰 호수로, 물빛이 유난히 맑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한 이 지역은 북쪽의 온천지를 제외하고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5월에는 벚꽃, 여름에는 신록, 10월에는 화려한 단풍이 호수 주변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호수 주변에는 후타라산 신사 주구시(二荒山神社中宮社)와 온천, 캠핑장, 하이킹 코스가 있고, 멋진 음식점과 찻집이 늘어서 있다.

 

  주젠지 호와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려면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도 좋고, 간단한 놀이를 위해서는 2-3인용 보트를 탈 수도 있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도 모두 단풍으로 물들어 그 경치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나가는 발길을 사뭇 멈추게 한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호수 주변을 오랫동안 맴돌며 호수의 멋과 정취에 취해 있었다. 

 

 

 



시간에 쫓겨 못 본 린노지(輪王寺), 도쇼구(東照宮)

 

 

  아름다운 주젠지 호수의 경관에 취해 있다가 버스 정류소에 와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좋고, 오늘이 마침 일본인들의 체육의 날이라 공휴일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은 몰려 왔다.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이 흘러 린노지와 도쇼구를 둘러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멀리서 겉모습만 보고 가야할 처지여서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766년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지는 린노지는 천태종 3대 본산의 하나이며, 헤이안 시대 초기에 창건된 산부쓰도(三佛堂)와 금박 삼존(三尊)과 청동탑, 그리고 6,000여 점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는 호모쓰덴(寶物殿)이 있다.   또, 도쇼구(東照宮)은 닛코 관광의 중심지로서, 1616년에 죽은 에도 막부의 초대 장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이다. 도쇼구의 상징이며 가장 아름다운 건물인 요메이몬(陽明門)은 에도 최고의 건축물로 유명하고, 많은 전각은 거의 국보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도쇼구 부근의 높이 솟은 울창한 삼나무 숲은 30㎞나 넘게 


   린노지와 도쇼구를 보지 못하고 예약된 저녁 이후의 계획을 위하여 돌아서야 하는 발길이 무척 아쉽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이 곳을 꼭 찾아보리라 다짐하며 돌아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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