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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일본

규슈 벳부, 일본 최대의 온천 단지 벳푸

by 혜강(惠江) 2005. 11. 30.

 

오이타(OITA, 大分) 벳푸(BEPPU) 

온천 증기로 뒤덮인 일본 최대의 온천단지 

 

 

·사진 남상학

 

 

 

 

 

  어제 벳푸에 도착하여 고가네 여관에서 목욕을 탓인지, 몸이 좀 가뿐해 진 느낌이다. 규슈의 북동부 일본의 온천관광지를 대표하는 오이타 현,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관광지인 벳푸는 한국의 패키지 온천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지역이다. 배낭여행을 하는 우리의 처지로는 이곳에서 오전에 벳푸의 온천 지역을 관광하고 곧바로 미야자키로 떠나야 하므로 아침 일찍 서둘렀다.

 

 

 


‘고가네 여관’에서 여장을 풀고

    벳푸에서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일정을 보내려면 고가네 여관에 투숙하는 것이 좋다. 걸어서 지옥순례를 할 수 있고, 또 인근에 있는 민속박물관(히호우칸)을 짬을 내어 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하나는 이 여관이 옛날 일본의 전통 여관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일본 문화 체험의 좋은 장소가 될 수 있으니까.

   안내를 받고 들어간 숙소는 일본의 전통 다다미방으로 미닫이 창문으로 복도와 구별되어 있고, 오래 사용하여 허름하지만 깨끗하게 세탁된 유카타(목욕 가운)과 수건이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집이다. 배낭 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 생각되었다.      

   짐을 풀고 옥상에 있는 조그만 규모의 노천 온천탕에서 목욕을 했다. 몇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규모가 너무 작고 초라한데 놀랐다. 그리고 사면으로는 굵은 발을 쳐서 시야를 차단하였으나 훤히 들여다보일 지경이다. 세계 유수의 온천 관광지에 와서 이렇게 온천욕을 하다니 - 좀 아쉬운 생각이었으나 몸을 담그니 온천물은 역시 따뜻했다. 온천물을 바가지로 떠서 사용하도록 한 일본인들의 알뜰함과 지혜를 다시 이곳에서 확인하는 셈이다.  

 

 

 



일본의 온천 관광지 벳푸(別府) 

   오이타 현 중부 벳푸 만에 면한 벳푸 시는, 쓰루미 산을 주 봉우리로 하는 쓰루미 화산군(群)을 배경으로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고, 작은 도시 곳곳에서 온천이 솟고, 새하얀 온천 수증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른다. 그리고 공기에 스며있는 옅은 유황냄새가 코를 찔러  벳부에 도착했음을 실감나게 한다.

   벳푸에서 솟는 온천수의 1일 용출량은 10만 톤으로 일본 제일이며, 온천맥이 3,800개로 온천의 원천 숫자와 종류에 있어서도 세계 제1의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벳푸라고 하면 온천, 온천이라고 하면 벳푸를 생각할 정도이다.

   벳푸에는 무려 3,0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온천들이 있는데, 그 중 벳푸의 유명한 온천으로는 간나와 온천 지역의 효탄 온천, 벳푸역 주변의 다케가와라(竹瓦) 온천이 있고, 산 속에 있는 무겐노사토를 추천할 만하다.

   따라서 벳부의 매력은 역시 기분 좋은 온천욕이다. 그렇다고 하여 온천욕으로 벳푸의 관광이 끝나는 게 아니다. 온천욕 그 자체가 중요하지만, 일반 여행자들에게는 온천욕보다 벳푸 지역에 있는 온천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벳푸에는 온천탕에서가 아니라 지면(地面) 위로 뜨거운 증기가 솟아오르는 곳이 허다하다. 이곳을 지옥(地獄) 즉‘지코쿠’라 하는데, 이 지옥 순례는 벳푸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코스로 꼽힌다.

 

 

 



높은 산언덕 위의 묘반(明攀) 온천 - 열화(熱火)

    벳푸에는 다양한 온천이 있다. 벳푸 온천은 하마와키, 다케가와라, 시바세키, 간카이지, 묘반(明攀), 간나와 등의 가장 유명한 여덟 온천을 벳푸 핫토라 하는데, 우리가 먼저 찾은 곳은 해발 159m언덕 위에 있는 묘반 온천.

   유황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묘반 온천 지역에는‘유노하나(湯の花)’를 재배하는 단지가 있는데, 곳곳에 유노하나를 키우는 초가집들이 늘어서 있다.  유노하나(湯の花)는 한자의 뜻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해석하면 '온천수로 만든 꽃' 쯤 되는데, 온천증기로 만들어진 결정으로 버섯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을 추출하기 위해 바닥에 먼저 분기가스의 통로를 만드는 요석을 깔고 그 위에 백점토와 청점토를 깔고 짚으로 만든 지붕을 덮으면 되는데, 약 100일 정도 되면 요석을 통과한 온천가스가 백점토와 청점토를 통과하면서 마치 하얀 꽃처럼 응결되어 점점 크게 자라는 원리라고 한다. 

  가정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목욕제의 하나로 지하에서 분출하는 증기가 점토층을 침투해 그 표면에서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초가·지붕의 집에서는 옛날 방법으로 이것을 채취하고 있다. 티백 상태로 팔고 있으며 주머니째 탕에 넣을 수 있어 간편하다.

   신경통,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상점에서는 유노하나를 재료로 한 목욕 제품과 유황 온천에서 삶은 달걀들을 팔고 있다.  

 

 


벳푸의 명물 지옥(地獄) 돌아보기

   다음으론 또 다른 벳푸의 명물인 지옥(地獄) 순회. 간나와(鐵輪) 온천 주변에 펼쳐지는 지고쿠메구리(地獄巡禮)는 벳푸 온천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정보가 없는 사람은 갑자기 웬 지옥이냐고 할 것이다. 옳은 얘기다.  사실은 이곳 간나와 일대에는 1200년 전부터 뜨거운 증기, 흙탕물, 열탕 등이 분출하고 있어 주민들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 되어 ‘지옥’이라고 불리게 된 데서 유래된 온천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하 250~300m에서 100도 전후의 열탕과 분연이 솟아나오는데, 분출되는 열탕의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마치 ‘지옥’과 같은 불모지 같은 이제 관광지로 만들어, 지옥순례는 벳푸의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가 된 것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황산 철 때문에 전면이 투명한 청색을 띠고 있는 선명한 코발트 블루 탕인 우미지코쿠(海地獄), 피로 물든 것 같은 붉은 못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 온천인 지노이케지코쿠(血地獄),  약 25분 간격으로 50m 이상 뜨거운 물을 뿜어 올리며 웅장함을 연출하는 다쓰마키지코쿠(龍券地獄), 올라가는 증기가 승천하는 용(龍)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긴류지코쿠(金龍地獄). 

 

 

 

우미지코쿠(위)와 지노이케지코쿠(아래)
다쓰마키지코쿠(위)와 긴류지코쿠(아래)

 

   그리고, 돌 사이에서 증기가 새어나오는 모양이 화덕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가마도지코쿠(밥솥地獄), 청백색의 투명한 열탕 물을 내뿜는 시리이케지코쿠(白池地獄), 뿜어 오르는 점토가 산 모양을 하고 있는 야마지코쿠(山地獄), 온천물을 이용하여 악어를 사육하는 오니야마시코쿠(鬼山地獄), 그 외에 온천의 모양이 꼭 스님머리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대머리지옥 혼보주지코쿠(本坊主地獄)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마도지코쿠(위)와 시리이케지코쿠(아래)
오니야마지코쿠, 온천물을 이용하여 악어를 사육한다.


   특히 해지옥(海地獄)은 푸른 연못의 깊이가 120m에 98도나 되는 열탕으로, 열탕에서 달걀이 5분 만에 반숙이 된다. 달걀 맛도 괞찮다. 해지옥의 또 다른 볼거리는 커다란 연꽃이다. 온천수로 자라는 연꽃은 지옥 옆쪽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원에서 자라는데 어린아이가 서 있을 정도로 크다.

 

 

 

우미지코쿠에서 달걀이 5분이면 반숙이 된다.


'민속자료관'이라 이름 붙인 섹스(SEX) 박물관 히호우칸(秘賓館) 

   일정표에 민속박물관이라 되어 있어 흔히 보는 박물관으로 여겼는데, 사실은 섹스 박물관이었다. 젊쟎은 체면에 그리 표기한 것 같다. 이 박물관은 유럽의 섹스 박물관을 본떠서 만든 박물관으로 예부터의 성(性)에 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는 각종 성인 용품을 판매를 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남녀의 성교 장면이나 여러 종류의 성기 등이 모형이나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비롯한 인형들의 사실감 있는 성교 장면들을 볼 수 있고, 갖가지 성에 관련된 제품과 기념품도 팔고 있다.  또 실내의 소극장에서는 대형 화면을 통해 수십 가지 체위 장면을 사실적으로 상영하고 있다. 정말 말로만 듣던 일본 성문화의 실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우리 관광객 중의 여성 중에는 갑자기 사실적인 화면이 뛰어나와 당황하여 슬그머니 퇴실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인들은 가족 단위로 거리낌 없이 들어가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들 특히 여성들은 쑥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 쑥스럽다면, 언제 또 다시 벳푸에 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여자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벳푸 근교 다카사키 산(高崎山)에 꾸며놓은 2,000여 마리의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는 자연동물원, 벳푸의 쓰키노이 호텔에 조성된 쓰키노이 팔레스, 아쿠아비트, 스미요시하마 등의 리조트 레저타운,  쓰루미 산과 유후 산 등의 산과 산에 둘러싸인 시다카 호수, 그리고 벳부 서쪽으로 40km쯤 떨어진 곳에는 있는 신비스런 안개의 휴양지인 혼욕 노천온천탕으로 유명한 유후인(由布阮)도 가볼 만한 곳이다. 

   그러나 갈 길 바쁜 우리는 아쉽지만 벳푸 관광을 반나절에 마치고, 서둘러 벳푸 역에서 다음 여행지 미야자키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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