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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일본

규슈 가고시마, 용암이 분출하는 웅대한 활화산의 장관과 모래찜질

by 혜강(惠江) 2005. 11. 30.

 

가고시마(사쿠라지마, 이브스키)


용암이 분출하는 웅대한 활화산의 장관과 모래찜질

 

 

글·사진 남상학

 

 

 

 

  가고시마 선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택시로 가고시마 역에 도착 코인 락커에 짐을 맡기고, 사쿠라지마로 떠나는 배를 타가 위해 가고시마 항에 도착했다. 맑음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남국의 분위기가 풍기는 피닉스 가로수 등이 무성하여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가고시마(KAGOSHIMA 鹿兒島) 현은 규슈의 최남단 2600㎞에 달하는 해안선을 끼고 온화한 기후와 바다 그리고 산 등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입고 있어 ‘일본의 나폴리’로 불리는 일본 유수의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가고시마 현은 가고시마(긴코) 만에 떠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 섬을 팔로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기리시마. 이브스키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관광지가 있다.

 

  또한 예로부터 일본의 관문으로 스페인 선교사가 처음 포교 활동을 했고, 심수관 선생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이곳 구시키노 항을 통해 들어왔던 곳, 그래서 심수관家의 사쓰마 도자기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인 가미카제 16명이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아리랑을 부르며 남태평양으로 출격했던 지란 마을도 이곳에 있다.

  뿐만 아니라 가고시마 현은 일본 제일의 다양한 온천을 갖고 있어 모든 숙박 업소는 물론 고원지대, 산 속의 계곡, 해변의 온천수까지 곳곳에 온천물이 용출하고 있다. 그리고 남쪽의 해상 멀리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야쿠 섬이 있다.


 

 

 

가고시마항에서 사쿠라지마 항까지 페리를 타고

 

 

  가고시마 항에서 바라보는 활화산 사쿠라지마(櫻島)는 거대하고 칙칙한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봉우리 오른쪽 끝에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산 중턱에서부터는 구름처럼 걸려 있다.

 산보다는 배를 타고 금강만(錦江灣, 긴고우완) 푸른 물결 위로 미끄러지는 경치가 좋아 즐거워하는 동안 어느새 배는 사쿠라지마 항에 도착했다. 24시간 운행하는 페리는 사쿠라지마까지 약 15분이 걸린다.

 

 

 

 

 

세계굴지의 활화산 사쿠라지마(SAKURAJIMA 櫻島)



 세계에서도 유명한 활화산인 사쿠라지마는 긴고우완을 사이에 두고 가고시마에서 약 4㎞ 떨어진 화산으로, 가고시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사쿠라지마의 둘레는 52㎞이며 기타다케(北岳), 나카다케(中岳), 미나미다케(南岳) 등 세 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으며, 미나미다케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항상 연기를 토해내 '잠들지 않는 화산섬'이라 불리는 사쿠라지마에선 여태까지 30차례가 넘는 큰 화산폭발이 있었다.

 1914년의 대폭발 때 약 30억 톤의 용암이 흘러내려 해협이 매립되면서, 현재와 같이 육지(오스미 반도)와 연결되었다. 최근엔 95년 작은 폭발로 인해 용암덩어리가 해안가의 호텔을 덮치기도 했다. 유사시엔 관광객을 통제하고 화산활동을 매일 점검해 안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

 우리는 사쿠라지마 항에서 사쿠라지마를 일주하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섬 외곽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를 이용한 3시간에 걸친 순례코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해안 쪽으로 시멘트 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사시엔 주민들은 해안으로 대피하도록 되어 있고, 시멘트 벽은 용암이 흘러들지 못하게 만든 방어벽인 셈이다.

 섬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폭발시기를 알려주는 갖가지 용암 색깔과 거대한 용암고원을 만날 수 있다. 해안 길가 여기저기 들판에는 굳어진 용암의 덩어리(바위)와 화산재가 흩어져 있어 맹렬한 분화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쿠라지마는 등산은 금지되어 있으나, 차량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몇 곳에 전망대에서 화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제1, 제2 전망대를 거쳐 유노히라 전망대에 올랐다. 특히 표고 373m에 있는 유노히라 전망대는 활동 중의 미나미다케의 분화구에 가장 가까운 전망 스포트로, 360도로 확 트인 전망을 이용하여 우선 검은 연기를 내품는 미나미다케의 모습을 올려다 볼 수 있다.

 최고봉인 북악은 1117m로 가장 높지만, 화산 분출이 진행되는 곳은 1040m의 남악으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희뿌연 연기와 잿빛 화산재가 솟구치는 장관은 놀라움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또 전망대에서는 아래로 광대한 용암의 벌판을 내려다 볼 수 있고, 가고시마 시내를 모두 볼 수 있다.

 버스투어를 마치고 나서, 이곳 화산박물관에 들러 사쿠라지마의 분화의 역사, 화산 활동 모습, 화산 활동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 등을 볼 수 있었다.



 

사쿠라지마 순환버스를 이용
올라이트기념 조형물
유노히라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의 모습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진 바위들
화산재로 만든 제품


이오 월드 가고시마 수족관(水族館)

  오전 사쿠라지마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든 후 다시 페리를 타고 니시가고시마에 도착, 가고시마 수족관을 보기로 했다. 아열대기후의 영향을 받은 온난한 가고시마의 바다는 생물이 함께 생존하는 보고로서, 일본 최대급의 수조가 있다.

 

 돌고래 등 400여종, 5만 마리의 바다 생물을 볼 수 있는 곳. 대형 회유어가 떠다니는 1500톤의 대수족관, 가고시마 바다를 영상으로 재현하는 입체 하이비전 시어터, 해안 생물을 만져볼 수 있는 코너까지 다양하다. 가고시마역에서 민영 하야시다(林田)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아름다운 정원 이소테이엔(磯庭園)

 

 

   정식명칭은 센간엔, 즉 선암원(仙巖園). 이소테이엔은 1660년 제19대 영주인 시마즈(島津)가 시마즈 가문의 별장으로 지은 것이다. 긴고우완 주위의 바다와 사쿠라지마의 장대한 모습을 배경으로 하여, 5만평의 넓은 면적에 자연과 인공적인 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일본의 전통적 정원의 표본이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잔디와 정원수, 연못, 대나무숲(江南竹林), 계곡물과 계곡을 건너는 다리,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여러 시설물이 단정하게 자리잡고 있다.  수주문(錫門), 이소고텐(御殿), 정자, 묘옥(猫屋), 신사(神社), 그리고 상고집성관(尙古集成館) 등이 있다. 정원 뒤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소야마(磯山) 유원지에 오르면 전망대에서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를 조망할 수 있다.

  시마즈 가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전까지 700년 동안 30명의 시마즈 영주들이 가고시마를 지배해 왔기 때문에 가고시마의 역사와 시마즈 가문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가고시마에 남아 있는 역사적 유적들은 대개 시마즈 가문과 연관된 것이라 한다. 정원 한쪽엔 계곡 물이 흘러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모처럼 정해진 코스를 따라 한적하고 깔끔한 정원을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모래찜질 온천으로 유명한 이브스키(IBUSUKI 指宿)

  오후 4시 40분 니시가고시마 역에서 출발한 보통열차가 이브스키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 1시간 반 정도 온천지 이브스키로 향하는 열차 여행은 매우 낭만적이다. 멀리 사쿠라지마 산을 바라보며 바다로 향하는 주변의 경치는 빼어나다. 우리 일행이 내린 이브스키 역은 어느 시골의 역사(驛舍)답게 지는 해를 받아 한적하고 고즈넉해 보인다.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해변 관광지인 이브스키 시는 사쓰마 반도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현 본토 속에서도 특히 온난한 지역이다. 이브스키 해변을 파헤치면 어디서든지 온천수가 솟아난다고 할만큼 풍부한 온천량을 자랑한다. 특히 이브스키에는 온천맥을 따라 만들어 놓은 천연 모래찜질장이 있다. 또 50여개의 온천이 있어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준다. 대부분 노천탕과 사우나 등을 갖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스나무시가이칸, 전통 일본식 호텔인 하쿠수이칸 등 10여 곳에서는 한겨울에도 운영한다.

  서둘러 사쯔마아게 식당에서 장어와 새우 요리로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해안가 호텔로 향했다. 모래찜질이 피로 회복엔 최고이므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며칠간 쌓였던 여행의 피로를 깨끗이 풀어줄 수가 있다. 호텔은 크고 시설이 좋았다. 실내 온천은 남녀 각각 따로 있고, 모래찜질을 위해서는 모래찜질 용 가운을 입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위장병, 신경통, 류머티스, 부인병, 피부미용에 최고라는 천연 모래찜질을 위해서 연중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일반 모래찜질과는 달리 누우면 땅 속에 흐르는 온천수 열기가 전신으로 퍼져 혈액순환을 도와 준다고 한다.

  해변 모래사장, 간이 텐트에 얇은 가운을 걸치고 모래무덤 속에 몸을 던졌다. 회갈색 모래밭에 눕자 종업원이 얼굴만 내놓고 온몸에 삽으로 모래를 덮는다. 배 위로 한 삽 두 삽 모래가 덮이니 생매장 당하는 기분이 들어 영 어색했다. 하나 온전한 모래무덤이 완성되자 두꺼운 모래 중력과 뜨끈한 열이 척추까지 뻗이더니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뻐근했던 근육이 스르르 풀렸다. 그로고 온몸에서 담이 나왔다. '일본 사람들은 한 10분도 못 견디는데, 한국 손님들은 20분도 너끈하게 견딘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독종인가 보다.

  누워 있는 동안 이브스키 온천을 주제로 한 경쾌한 민요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신기했다. 얼굴은 시원하므로 아이들에서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얼굴만 내놓고 모래 속에 몸을 덮은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모래를 털고 일어나니 가운은 완전히 땀으로 젖어 모래 범벅이 되었다. 모래를 털고 실내 온천장으로 들어와 온탕 냉탕 즐기다가 온천장을 나와 주변 바닷가를 거닐어 보았다. 맨발의 따뜻한 감촉과 보얀 김이 솟아나는 것을 보니 모래 속에 스며든 온천수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래찜질
온천수가 바다로 흘러내려 걸으면 발이 따뜻할 정도
여행단 전체의 기념사진
이브스키에서의 저녁식사

 

 

  모래찜질을 마친 우리는 서둘러 이브스키 역에서 밤 9시 45분에 니시가고시마로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호기심과 흥분 속에 일본 여행을 모두 마치고, 오늘밤 니시가고시마에서 하카다 역으로 떠나는 밤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규슈의 남단에서 후쿠오카의 하카다 역까지 장장 6시간에 걸친 열차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여행으로 지친 몸으로 몇 번을 자다 깨다 보면, 부연 새벽 무렵 하카다 역에 당도하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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