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관광의 거점 구마모토
지금도 분화구에서 연기 뿜는 아소(阿蘇)
글·사진 남상학
큐우슈우 중앙부에 위치한 구마모토 현은 지리적으로 좋은 입지조건이 규슈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넓은 구마모토 평야를 끼고 아소에서 흐르는 시라가와, 쓰보이가와, 세이킨가와 등의 자연환경이 빼어난 구마모토 시는 동쪽으로 벳푸와 서쪽으로 운젠, 나가사키에 이르는 규슈 횡단도로, 규슈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교차점으로 교통의 요지이다.
시가지에는 일본 3대 성의 하나인 구마모토 성(熊本城)이 우뚝 솟아 있어 구마모토시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스이젠지 고원(水前寺 公園) 등이 있어 역사적 · 문화적 관광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세계적인 활화산 아소(阿蘇)의 장관이다.
일본 3대 명성(名城)의 하나 구마모토 성(城)
오사카 성, 나고야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의 하나이며, 약 7년간의 대공사로 1607년 완공되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침공을 진두·지휘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완성했다. 가토가 축성할 당시 은행나무가 심겨 있었다 하여 ‘은행나무 성’이란 별명도 있다.
구마모도 성에서 인상적인 것은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 축벽이다. 아래쪽은 완만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수직형으로 구축되어 곡선미가 뛰어나다. 따라서 적이 침입해도 기어오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인 셈이다. 1877년 세이난 전쟁 때 거의 불타버렸지만, 다행이 중요문화재인 성루는 축성 당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마모도 성에는 두 개의 덴슈카쿠(天守閣)가 있는데, 현재의 덴슈카쿠는 1960년에 재건된 것으로,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어 구마모토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언덕의 정상에 세워진 성의 넓이는 76만㎡에 그 주위가 5.3㎞, 외곽의 길이가 9㎞에 달한다. 지금 성에는 성과 영주에 대한 자료나 물건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이 성 안에는 120여개가 넘는 우물과 49개의 탑, 18개의 누각, 29개의 성문이 있어 이 성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 스이젠지 공원(水前寺公園)
구마모도 성과 더불어 구마모도 지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스이젠지 공원은 ‘물의 도시’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일본식 정원으로서, 1632년 당시 이곳의 영주였던 호소카와(細川) 가문이 3대에 걸쳐 만든 공원이다. 보통 일본의 정원은 인공적 자연미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정원 역시 호수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곳에 동산을 조성하였다.
약 6만 9천㎡에 달하는 동산과 연못으로 된 공원의 북쪽에 자리 잡은 시바야마(芝山)는 후지 산((富士山)의 형태를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외에 정원에는 인공적으로 배치한 정원석과 소나무, 맑은 물이 솟아나는 못 등이 교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소 산에서 흘러든 지하수를 이용하여 호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뭄에도 연중 내내 마르지 않고 비단잉어들이 놀고 있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전통 찻집 고킨덴주노마(古吉傳授之間)이 있는데, 일본식 정원을 감상하면서 전통 일본차와 일식과자를 즐기는 맛도 쏠쏠하다. 전차로 스이젠지코엔마에(水前寺公園前) 하차 후 도보 5분 거리.
말고기로 점심을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음식은 말고기 요리라고 한다. 구마모토에 영행을 왔으니,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꼭 드셔야 한다는 안내자를 따라 말고기 전문 음식점으로 안내되어 말고기를 먹었다. 구마모토의 말고기 요리는 말고기 육회, 샤브샤브, 불고기 등 기본적인 메뉴는 물론 말고기를 이용한 피자, 파스타, 돈부리 등도 있다고 한다. 일행은거부감이 가장 적을 것이라며 일제히 말고기 구이를 선택했다.
처음 먹는 말고기 구이는 냄새 나고 질길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었지만, 지방질보다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육질이 약간 질기게 느껴질뿐 괜찮은 편이었다. 구마모토의 말은 아소산 등 넓은 초원에서 뛰놀며 좋은 사료를 먹고 자랐기 때문에 육질은 소고기에 가깝다. 우리는 밥에 말고기 몇 점을 올려 덮밥처럼 먹었다.
그런데 말고기를 가장 고급스럽게 먹는 방법은 말고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회(바사시, 馬刺し)로 먹거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함박스테이크를 비롯한 코스 요리로 먹는 것이란다. 혹 다음 구마모토 여행이 가능하다면 말고기 전문점을 찾아 말고기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소산의 대 초원지대 쿠사센리(草千里)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소산 화산 박물관 앞쪽에 북서쪽으로 펼쳐진 대초원 지대인 쿠사센리를 향하여 출발했다. 아소역에서 버스가 출발 후 약 20분쯤이면 박물관 앞 전망대에도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5분 동안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아소 산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광대한 가이링 산에 펼쳐진 절색의 고원과 2개의 호수 주변의 대초원이 쿠사센리(草千里)이다. 여기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아소 화산과 방목하는 말과 소들을 볼 수가 있다. 이 초원 아래쪽 평지에 봉긋 솟아있는 작은 봉우리는 마치 쌀을 쌓아 만든 무덤 같다고 하여 고메즈카야마(쌀무덤산)라고 부른다.
아소에서 숙박하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초원 위에서 말을 탈 수 있으며, 인공 스키장에서 스키도 즐길 수 있다. 안내인은 오후 일기예보에 비가 좀 올 수도 있다며 서둘러 화산이 활동하는 아소산으로 출발했다. 구름이 덮이고 비가 오면 나카다케의 입장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의 얼굴 아소산
규슈의 상징이자 구마모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아소산은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아소 주변은 수백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계속되어 왔으며, 10만 년 전의 화산 대폭발로 만들어졌다.
아소산은 해발 1천m가 넘는 5개의 산봉우리인 아소고다케(阿蘇五岳)로 이루어졌다. 나카다케(中岳), 다카다케(高岳), 에보시다케(鳥帽子岳), 기지마다케(杆鳥岳), 네코다케(根子岳)의 다섯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해발 1,592m인 다카다케는 아소 국립공원의 중심지이다.
과거에는 매우 대규모의 분화활동이 있었으나, 지금은 현재 동서로 약 17㎞, 남북으로 약 24㎞, 둘레 약 80㎞의 세계 최대급 칼데라가 있으며, 해발 약 900m의 외륜산과 칼데라 안에 분출된 중앙화구구가 있다.
이 칼데라를 둘러싼 주변 고원에는 언제 화산이 폭발할지 관심도 없다는 듯이 10만여 명이 살고 있다. 바깥 사면은 경사가 완만하여 삼림·밭·방목지로 이용되고 있다. 다행이 비가 오지 않아 우리는 아직도 활동 중인 아카다케로 향했다.
활동 중인 봉우리 나카다케(中岳)
아소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높이 1,323m의 나카다케는 아직도 화산활동 중인 봉우리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화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화산이다. 깊이 100m,둘레 4km의 분화구 속에는 불덩이 같은 마그마가 끓어오르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피어나는 새하얀 분연에 가리어 분화구 속은 좀처럼 볼 수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친 예고 없는 폭발로 많은 관람객들이 희생을 당해서 지금은 분화구 옆에 콘크리트 대피소를 만들어 두었으며,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화산 폭발의 징후가 있으면 나카다케로 향하는 차량과 케이블카의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도 괜찮아서 버스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화구 관람은 수시로 날씨가 변하기 때문에 궂은 날은 서둘러 하산하는 경우가 많다.
생생한 자료를 볼 수 있는 화산박물관
이곳 화산박물관은 200만 년 전의 대폭발로부터 그 후의 수많은 화산의 폭발과 분화, 그리고 화구 주변의 함몰과 비로 생성된 커다란 호수 등 아소 화산의 역사를 움직이는 모형으로 보여주는 지오라마(Georama)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화산에 관한 자료, 변화무쌍한 아소 산 사계절의 멀티스크린 화면,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계에 관한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 직접화산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또 하구 접근이 불가능할 때는 화구벽에 설치된 두 대의 텔레비전 카메라에 연결된 박물관의 와이드스크린으로 분화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옛날 생활 풍습과 그들의 생활도구 전시장에는 우리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과 같은 낯익은 물건들이 즐비하여 이곳 문화의 원류가 우리와 동일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2층 발코니에는 직접 아소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사루마와시(猿まわし) 원숭이 극장
본격적인 아소산 관광에 오르기 전, 먼저 안내된 곳은 원숭이 극장인 사루마와시 극장. 날씨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며 먼저 들른 곳이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루마와시 극장은 길들인 원숭이와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서 함께 각종 묘기를 부리고 쇼를 보여주기 위하여 세운 전용극장이다.
공연은 40분으로 공연 후 원숭이와 기념촬영도 할 수 있으며, 극장 바깥에는 원숭이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종 공연을 통하여 널리 알려졌으며, 아시아 각국으로부터도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머지않아 한국에서의 공연도 성사될 것이라고 한다. 구마모토에서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소관광을 포기해야 하는 날은 이곳을 찾는 것이 좋다.
원숭이의 마지막 인사를 받고 나와 아소 역으로 출발했다. 아소역을 출발, 오이타(大分) 역에서 환승하여 다음 행선지 벳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 열차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을 끼고 계속 달린다. 문득 차창 밖으로 보니 쌍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있다. 환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는 동안 어느새 벳푸에 도착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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