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동부전선 DMZ와 금강산을 이웃한 아름다운 고성
글·사진 남상학
강원도 고성은 동쪽으로 동해안을 끼고 북쪽으로는 DMZ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통천군과 맞대어 있다. 서쪽은 금강산 · 무산 · 향로봉을 연결하는 태백산맥의 분수령이 험준한 산악을 이룬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5ㆍ6차 공세에 맞서 수도사단과 제11 보병사단이 설악산과 부근지역에서 벌인 설악산 전투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전투는 1951년 4월부터 6월 초에 이르기까지 전개되었고, 밀고 밀리는 공방전 끝에 중공군과 북한군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파죽지세로 북진한 결과 동부전선은 38선보다 훨씬 위로 올라갔으며 설악산과 속초, 고성, 양양 등 영북 일대가 남한령에 속하게 되었다.
고성에는 한때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 있었다.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이 있는 화진포 일대와 통일전망대가 그곳이다. 민간인 통제가 해제되면서 고성 북방에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통일전망대를 세우고 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성은 동해안을 끼고 화진포, 송지호, 삼포, 백도, 문암, 아야진, 봉포 등 곱고 아름다운 해변과 운치 있는 청간정, 천학정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명산인 설악산과 연계하여 산과 바다를 찾아 맘껏 즐길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성의 명품 걷기 길
강원도 고성은 동해안을 따라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거나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다. 코스도 다양하여 편리한 대로 취사선택할 수 있다.
►해파랑길 46~50코스(고성 코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이어 구축한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여행길이다. 이 길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을 뜻한다. 그 중 고성을 지나는 코스는 46코스~50코스에 해당한다. 이 길을 걷는 재미는 남다르다.
◎해파랑길 46코스 (길이 14.7km, 소요시간 5시간, 난이도 쉬움) : 장사항-청간정-천학정-백도항-삼포해변에 이르는 길
◎해파랑길 47코스 (길이 9.7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난이도 쉬움) : 삼포해변-송지호철새관망타워-왕곡한옥마을-가진항에 이르는 길
◎해파랑길 48코스 (길이 13.6km, 소요시간 4시간 30분, 난이도 쉬움) : 가진항-남천-북천철교-반암해변-거진항에 이르는 길
◎해파랑길 49코스 (길이 12.3km, 소요시간 5시간, 난이도 보통) : 거진항-응봉-김일성별장-대진항-통일안보공원에 이르는 길
◎해파랑길 50코스 (길이 10.7km, 소요시간 4시간, 난이도 보통) : 통일안보공원-명파해변입구-제진검문소-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길
단, 50코스의 경우 일부 구간이 도보로 통행이 불가능하니 참고할 것(대진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서 1, 1-1, 1-2번 버스 이용, 안보교육관 하차, 종점 통일전망대는 대중교통 없음,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신고 후 택시, 자가용, 대절버스 등 차량으로 이동, 제진검문소 이후 도보이용, 사진 촬영이 금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군사지역으로 통일안보공원에서 미리 신고해야 출입가능)
►고성 걷기길
◎DMZ 평화의 길 (총거리 96.6㎞) : 진부령정상 → 광산리 → 해상리 → 건봉사 → 송강(쉼터) → 산북리 → 화곡리 → 마달리 → 배봉리 → 명파리 → 고성통일전망대
◎평화누리길 (66.6km) :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옛길 → 천진항 → 공현진항 → 거진항 → 대진항 → 화진포 → 초도리 → 대진항 → 고성통일전망대
◎금강으로 가는 하늘 숲길 (10.9km) : 현내면 공설운동장 → 하늘 숲길 전망대 → 소원돌탑 → 쑥고개 → 배봉리
◎고성수성샘터 산책로 (7.31km) : 고성종합운동장 → 청소년수련관 → 수성샘터 → 고성산 → 어천리 관대바위
◎화진포 소나무숲 산림욕장길 (3.44km) : 화진포의 성 → 응봉 → 공군부대 입구 → 화진포생태박물관 → 습지원 → 8각전망대 → 관목원 → 응봉
◎소똥령 숲길 (3.44㎞) : - 장신리유원지 → 칡소폭포 → 소똥령 → 소똥령 구름다리
◎운봉산 숲길 (3.3km) : 학야리 → 운봉교 → 용천사 → 운봉산 → 샘터 → 머리바위 → 거북바위 → 미륵암
◎화암사 숲길 (3.4㎞) : 화암사 일주문 → 수바위 → 성인대(신선대) → 화암사
분단의 역사 기행
►고성통일전망대
( 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188)
고성통일전망대는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의 해발 70m 고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 10㎞ 지점이다. 1984년 분단의 아픔과 망향의 한을 달래고 통일의 의지를 다지고자 세워졌다. 분단 조국의 상징적 시설인 동시에 통일 홍보교육의 산실역할을 한다.
통일전망대를 탐방하려면 먼저 민통선 못미처 남쪽 약 7.8㎞ 지점에 있는 통일안보공원에 들러 전망대 관람을 위한 출입신고와 7분간 슬라이드 관람한 후, 타고 온 차량(자가 차량)으로 통일전망대로 이동한다. 통일안보공원과 전망대 사이는 10㎞로 약 10분 정도 걸린다. 단, 화물차, 이륜차, 자전거, 도보 출입 불가. 한편, 속초시에서 안보공원까지는 시내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고성통일전망대에 오르면 금강산이 가깝게는 16km, 멀리는 25km 정도 거리로 해금강 대부분 지역이 한눈에 보이고, 해금강 주변의 섬과 만물상(사자바위), 현종암, 사공암, 부처 바위 등도 조망할 수가 있다. 중앙의 산악 능선을 바라보면 금강산 1만 2천 봉의 마지막 봉우리 구선봉(낙타봉)과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지닌 감호를 볼 수가 있다. 이외에도 일출봉, 채하봉, 육선봉, 집선봉, 관음봉 등이 보인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은 맑은 날씨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서 눈을 돌려 바다를 바라보면 해금강이 불과 5km 떨어져 있고 일출봉을 비롯한 금강산의 신선대, 옥녀봉, 구선봉, 접선봉과 바다의 만물상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아래에는 조국분단의 현실을 직접 볼 수 있는 비무장지대와 휴전선 철책이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곳의 주된 시설인 전망대는 건물의 1층 멸공관에는 ‘민족의 얼’, ‘멸공의 의지’, ‘통일을 향한 전진’ 등 코너를 따라 6·25전쟁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무기와 장비, 금강산의 대형 모형·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은 120석 좌석을 갖춘 전망실이다. 전면을 통유리창으로 만들어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 북한의 해금강 일대를 볼 수 있으며, 고성능 망원경으로는 금강산 주봉인 비로봉과 세존봉·옥녀봉 등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좌우 주변에는 종교적 통일의 염원이 담긴 시설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높이 39m의 전신십자철탑은 매년 성탄절이면 기념점등식 행사가 개최되고, 성모마리아상, 통일기원 미륵불상, 통일기원 범종, 민족웅비석탑, 6·25동란 당시 국군의 동해안 최북단 수복을 기념하여 세운 351고지 전투전적비, 고성지역전투 충혼탑 등이 있다.
이곳은 고향을 북에 둔 실향민들에게는 북녘의 산하를 바라보며 망향의 슬픔을 달래는 분단의 현장이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600대의 주차장이 있다.
6.25전쟁체험을 하고 싶다면 통일전망대 내에 있는 6.25전쟁체험전시관을 가보자. 체험을 통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을 교훈 삼고 민족화합과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DMZ 박물관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212)
통일전망대를 보았다면 인근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 174-1)에 있는 DMZ박물관을 둘러보자. 남북한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전 국민의 염원을 담아 개관한 DMZ박물관은 동해안 최북단인 군사분계선과 근접한 민통선 내에 있다.
전시공간은 '축복받지 못한 탄생',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 '다시 꿈꾸는 땅 DMZ', 'DMZ 영상실' 등으로 나뉜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에는 냉전이 낳은 비극, 민족 분단의 비극 등이 전시되었고, '냉전의 유산은 이어지다'에는 아픔과 비극의 땅 DMZ, 전쟁의 참상, 냉전의 흔적, 대인지뢰, DMZ 묻힌 그날의 증언 등이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DMZ는 살아 있다'에는 공존과 희망의 땅, 역사의 땅, 생명의 땅 DMZ, 희망과 평화의 가교 승일교, DMZ를 흐르는 강줄기 등이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 '다시 꿈꾸는 땅 DMZ'에는 평화철도, 다시 열리는 기찻길을 따라 하나가 되는 길, 남북통일의 길, 장벽이 허물어지는 그날까지, 평화의 나무가 자라는 DMZ 등이 전시되고 있다.
DMZ 영상실에서는 DMZ 묻힌 그날의 증언, 대성동 기정동 마을, DMZ 역사 이야기, DMZ에 점령당한 자연, 펀치볼 양구 해안마을, 향군촌 철원 대마리마을 등이 상영되고 있다.
개관시간은 여름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겨울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남북한 분단의 현장인 DMZ를 안보, 평화, 관광 거점 지역으로 중점 육성하고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비무장지대(DMZ)를 세계적인 역사문화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
동해 북단 항구
►최북단의 대진항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130-5)
동해를 이어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마지막으로 닿는 마을은 대진항 포구다. 조용한 항구의 모습과 깨끗한 백사장은 그 위쪽으로는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최북단의 유인 등대는 어선들에게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알리는 표시등이다. 명태의 주산지로 알려진 이곳은 북녘땅을 바라보는 아쉬움을 푸른 등대의 불빛에 담아 보낸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려고 까치발을 드는 안타까운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에 있는 해상공원은 ‘별빛 은하 해상공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어판장 뒤쪽, 바다를 향해 Y 자 형태로 뻗어나간 해상데크 입구에는 고성에서 많이 잡히는 문어를 테마로 조형물이 서 있다. 그 조형물과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최고의 작품이 된다.
예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진항에는 아직도 꽤 많은 어선이 드나든다. 아침이면 인근 바다에서 밤새 잡은 수산물을 실은 어선들이 항구로 들어와 위판을 한다. 싱싱한 활어를 싼값에 사서 즉석에서 맛보는 재미는 여행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주변 볼거리로는 남한 최북단 마을 명파리, 고성통일전망대, 명파해수욕장·마차진해수욕장·화진포해수욕장·초도해수욕장, 역사안보전시관, 화진포해양박물관 등이 있다.
►어업 전진 기지, 거진항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22-75)
거진항은 북쪽 대진항 조금 못 미쳐 38도선 바로 이북에 자리 잡은 어항이다. 남한의 최북단 어항인 대진항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접적 지구라는 입지적인 조건 등으로 오지 어촌으로만 여겨왔지만, 이제는 항구 주변에 현대식 고층 건물이 들어서 상업 도시로 면모를 갖추어 동해 북부 어업 전진 기지로 성장했다.
태백산맥 줄기의 구름이 해안을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어항 거진항의 발전은 명태가 유도했다. 1980년대만 해도 '거진항에는 거지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촌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거진항에는 명태 주산지로 별미음식이 다양하다. 신선한 명태 아가미만을 따내 무채와 함께 버무린 명태서거리, 차좁쌀로 버무린 명란 식해 등의 별미음식이 많다.
옛날과 같은 명태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요즘도 거진항에는 문어, 광어, 전복, 해삼, 멍게 등이 많이 잡히며 이것을 맛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최근 거진항과 경관이 수려한 백섬 사이, 해상 전망대를 연결하는 길이 345m의 해안 산책로는 거진항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해상 데크 따라 전망대 가는 길을 걸으며 동해를 맘껏 보며 즐길 수 있다. 빛 조명 시설을 가동하는 밤 경치는 더욱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화진포 일원
화진포는 38선 북쪽이라 군정기부터 한국전쟁 전까지는 소(蘇) 군정과 북한의 영역이었으나, 종전 후 우리 측이 관할하는 영토로 편입되었다. 화진포는 해수욕장이 고작이었으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품을 비롯해 이기붕과 김일성의 생활용품 등을 볼 수 있는 안보역사전시관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관광지가 되고 있다.
►화진포 호수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
화진포는 동해와 연접해 자연 풍광이 수려하고, 동해안의 호수 가운데 최대 규모인 화진포는 면적 72만 평, 둘레 16㎞에 달하는 광활한 호수 주위에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펼쳐진 국내 최고의 석호이다. 석호는 바닷가에 사주가 발달함에 따라 만이 바다에서 분리됨으로써 생기는 호수이며, 그 경관이 아름다워 강원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었다.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며, 어족이 풍부하여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또, 호수 주위와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피어 운치를 더해준다. 이 해당화는 ’고성군의 꽃’으로 지정되었다. 겨울에는 천연기념물인 고니 등 수많은 철새가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새하얀 고니 떼가 노니는 모습은 ’백조의 호수‘를 연상케 한다.
화진포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과 갈대 숲속에 풍부한 먹이가 있어 철새들에게 알맞은 휴식처가 된다. 2000년대에는 대표적인 한류드라마인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화진포해수욕장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해변으로 백사장은 길이 1.7km, 넓이 약 70m, 수심 1~1.5m이다. 푸른 바다, 넓은 백사장, 아름다운 송림이 가득하여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특히 수만 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화진포의 모래는 곱고, 수심이 얕고, 물이 맑을 뿐만 아니라 샤워장 ·급수장 · 주차 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해마다 관광객이 늘고 있다. 더구나 바다 앞 거북 모양으로 생긴 작은 섬 금구도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또, 주위에 철새와 해당화가 장관을 이루는 화진포 호수가 있고, 김일성 별장과 수복 후 건립된 화진포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 화진포해양박물관, 금강산자연사박물관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해변가에는 군인콘도가 있다. 속초시에서 해변까지 5분 간격으로 순환버스가 운행되며, 속초시내에서 승용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화진포 외성, 김일성 별장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530-1)
일제강점기에는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외국인들의 휴양 시설이 있었다. 이 건물은 1935년경 일제강점기 때 국내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실’ 운동을 시작한 선교사 셔우드홀의 별장이었다.
화진포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유럽의 성과 유사한 원통형 2층 석조건물은 이후 북한 노동당 간부들이 여름휴가 건물로 사용했는데, 1948년부터 50년까지 김일성이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딸 김경희 등 가족들과 함께 화진포를 자주 찾아 이 건물에 머물면서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1948년 8월 당시 6살이던 김정일이 소련군 정치사령관 레베제프 소장의 아들과 별장 입구에서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전쟁과 김일성에 대한 자료를 전시한 역사안보전시관으로 개편되었다.
계단을 통해서 오르거니, 우측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 건물 옥상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화진포 해변을 포함한 주변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파도가 부서지는 푸는 해변 너머 널따란 바다위에 떠 있는 금구도의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 화진포기념관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
고성군 화진포에는 김일성별장 외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이승만 별장은 김일성 별장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조성돼 있다. 호수 내 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승만 별장은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화진포 호수의 고즈넉함을 느끼기에 좋다.
이승만 별장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 머물렀던 곳으로 1954년에 신축된 뒤 1961년에 폐허가 되었다가 1997년 7월 육군이 재건축하여 1999년 전시관으로 복원되었다.
별장의 외부는 별장답지 않게 아담하고 소박하며 허름하게 보인다. 내부는 침실과 집무실로 쓰이던 방 두 개와 거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유족들에게 기증받은 물품들을 전시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기거하던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단출한 가구와 평소에 끼던 안경과 여권, 편지 등 유품들 그리고 생전의 사진들로 그 당시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승만 별장은 소박하고 단출하지만, 별장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한데 어우러진 화진포 두 개의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까닭에 화진포의 세 별장 중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용히 바깥 풍광을 즐기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평온하고 조용한 별장이다. 별장 아래 화진포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던 낚시터도 있다.
별장 뒤에 자리 잡은 이승만 대통령기념관은 고성군 화진포에 있는 이승만 별장과 기념관은 이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종로구 ‘이화장(梨花莊)’이 일반개방을 중단한 이후, 현재 유일하게 민간에 상시개방하는 이승만 관련 기념시설이다. 기념관은 1999년 복원된 별장보다 늦은 2007년 들어섰는데, 이곳에는 이 대통령과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모습을 재현한 밀랍인형과 이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생전 활동모습을 담은 진귀한 흑백사진, 프란체스카 여사의 주민등록증과 여권, 신분증명서, 결혼증명서 등 오래된 유품과 자료가 대거 전시되어 있다.
►이기붕 부통령 별장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530-1)
이기붕별장은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 사이 호숫가에 위치해 있다. 아기자기한 돌담벽이며,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덩굴이 소박하면서도 정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1920년대에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건축되어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에는 북한 공산당 간부 휴양소로 사용되었다. 휴전 후에는 부통령이었던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가 개인별장으로 사용하였다. 박마리아는 생전에 인근 고성군 대진읍에 대진교회를 세우고 자주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9년 7월 전시관으로 개수되어 현재까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외관처럼 별장 내부도 화려하지는 않다. 별장 내 집무실과 응접실 등이 갖춰져 있으며 주전자, 촛대, 문갑 등이 보관되어 있다.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 기념관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김일성 별장에서 걸어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캐나다 출신의 의료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을 기념하는 건물이 화진포에 들어서게 된 이유는 1938년 그가 화진포에 머물면서 결핵 퇴치 운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구상했는데, 머물렀던 거처가 당시엔 ‘화진포의 성’으로 불렀던 바로 김일성 별장이었기 때문이다. 화진포의 성은 셔우드 홀이 원산이 지은 선교사 휴양소를 일제가 폐쇄하자 1938년 고성으로 이주해 새로 지은 휴양 시설이다. 화진포의 성은 해방 후 북한 공산당의 귀빈 휴양소로 사용됐는데 김일성과 김정일 등 일가족이 이곳에서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일성 별장’으로도 불리고 있다.
감리교에서 파송 받은 셔우드 홀은 근대 여성 교육의 어머니인 로제타 홀(1865~1951) 선교사의 아들로, 이들 모자는 일제강점기 결핵 환자와 고아, 여성 등을 위한 병원과 학교, 교회를 세우고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캐나다의 의료선교 가족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 치료시설인 ‘해주구세요양원’을 설립하고, 1928년 ‘결핵 환자의 위생학교’라는 이름의 결핵 요양소를 세웠으며, 1932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남대문을 그린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했다. 그는 애초 민족 최대의 적인 결핵을 퇴치하는 도안으로 거북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남대문으로 바꿨다. 이후 1940년 간첩 혐의로 일본헌병대에 체포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실 모금을 전개하며 선진화된 결핵 퇴치를 한반도에 선보인 인물이다. 대한결핵협회는 2023년 ‘대한결핵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식 및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하고, 캐나다 선교 의사 고 셔우드 홀에게 복십자대상 공로부문을 수여했다. 그런 면에서 화진포는 사실상 우리나라 결핵 퇴치 운동의 초석이 닦여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서에서 셔우드 홀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잊힌 영웅, 셔우드 홀’을 다시 소환한 것은 고성군과 기독교대한감리회, 그리고 지역 교계가 셔우드 홀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셔우드 홀 역사문화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과거 화진포생태박물관을 리모델링해 1층은 한국인 의료인 양성과 장애인 교육을 이끈 로제타 홀, 2층은 한국 결핵 퇴치를 위해 힘쓴 셔우드 홀, 3층은 작은 크리스마스실로 변하는 세상을 주제로 한 크리스마스실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옥상은 휴게라운지 및 전망데크 등으로 만들었다.
지자체와 교계는 셔우드 홀 역사문화 공간을 일반인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하여 다각적인 행사와 역사문화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화진포해양박물관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 94-1)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화진포해수욕장 북쪽 화진포 관광지구 내에 있다. 이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다양한 수중생물들을 볼 수 있는 패류박물관과 어류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패류박물관은 조개류와 갑각류 ·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해양 관련 유물 1,500여 종 4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해저터널을 뚫어 연결한 어류전시관은 수중생물 125여 종 3,000여 마리를 각각의 서식 환경과 컨셉에 따라 보여준다. 180도 머리 위를 지나는 물고기들을 관람할 수 있다. 2층은 오션 비치, 동해 바다, 무척추 동물관과 입체영상관을 볼 수 있다. 특히 2층에서 상영하는 입체 영상을 통해 화진포의 호수와 바닷속 생태계를 공부할 수 있다. 고성군의 명물인 명태를 비롯해 동해 바다 돌고래, 고성 대진항, 거진항 어부들의 고기잡이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금강산자연사박물관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 227-11)
우주와 지구를 형성화한 금강산자연사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화석과 운석, 화성의 별똥별 등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최대 운석박물관이다. 지상 2층으로 된 박물관에는 46억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화석 1,300여 점을 비롯해 운석 500여 점, 세계의 광물 1,000여 점, 희귀곤충 200여 점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지구·우주과학의 산 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실은 화석관, 운석관, 광물관, 자연관, 특별관 등 모두 5개 관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주제별로 다양한 유물을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어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것들을 직접 체험하는 학습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또, 전 세계 유명 건축물을 한데 모아 놓은 ‘세계 건축 모형관’에서는 주요 국가의 문화와 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금강산 자연사 박물관은 동·하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 관람할 수 있다. 성수기는 개장시간을 한 시간 연장한다.
불심으로의 초대
►금강산 건봉사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36)
금강산 일만 이천 봉 남쪽 끝자락, 대한민국 최북단 사찰인 강원도 고성의 ‘금강산 건봉사’를 찾아간다. 건봉사는 신라 제23대 법흥왕 시기(520년), 고구려의 아도 스님에 의해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건축된 천년고찰로, 1358년 고려 제31대 공민왕 7년에 나옹이 사찰을 중수한 후 건봉사로 개칭하였고, 금강산이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 잡고 있어서 특별히 '금강산 건봉사'로 불리고 있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켜 훈련한 사찰로 알려졌으며, 구한말 개화사상과 신문화교육을 위해 봉명학원이 설립되어 운영될 만큼 조선 4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큰 절이었다. 일제강점기에도 북부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31 본산의 하나로 신흥사와 백담사, 낙산사 등 9개의 말사를 관장했다. 당시까지 현존했던 당우로는 대웅전 · 관음전 · 명부전 · 산신각 · 진영각 · 범종각 · 봉청루 · 어실각 · 극락전 · 불이문 등 642칸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고성 건봉산 전투가 이 일대에서 벌어져 불이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축물이 소실됐으나, 1994년 이후 조금씩 복원되어 옛 절터와 대웅전, 극락전과 능파교와 십바라밀을 상징하는 조각이 새겨진 두 개의 돌기둥, ‘대방광불화엄경’이라고 새겨진 돌기둥이 전해오고 있다. 또, 9층탑을 비롯한 7기의 탑과 48기의 부도, 31기의 비석이 현재 전해져오고 있다.
현재 건봉사지는 1982년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6·25전쟁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불이문은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그 밖에도 능파교와 십바라밀을 상징하는 조각이 새겨진 두 개의 돌기둥, ‘대방광불화엄경’이라고 새겨진 돌기둥 등이 있다.
민통선(민간통제선) 안에 있어 군부대의 검문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금기의 땅이었으나, 건봉사~송강마을 민통선 구간 6km에 도로 통행이 허용돼 군부대 검문 없이도 건봉사를 방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태에 비해 드문 인적이 드물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오히려 제격이었다.
► 금강산 화암사
(고성군 토성면 심평리 772-2)
속초로 들어오는 관문 중 하나인 미시령옛길을 타면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에 금강산화엄사가 자리하고 있다. 금강산 제1봉인 신선봉 아래 위치한 화암사는 서기 769년(신라 제36대 혜공왕 5년) 진표율사(眞表律使)가 금강산의 남쪽 기슭에 비구니 도량으로 창건했다. 일만이천봉이 수려한 금강산의 남쪽 줄기 끝에 자리해 사찰 이름 앞에 금강산이 더해졌다. 금강산 최남단의 사찰로 원래 건봉사(乾鳳寺)에 소속되었으나 지금은 신흥사의 말사이다.
수차례에 걸쳐 화재와 중건을 거듭하였으며, 1991년 세계잼버리를 앞두고 주변 정비계획에 따라 조선 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도(浮屠)들과 일부 계단석을 제외한 일주문·대웅전·요사채 등 대부분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립하였다. 대회에 참가한 천여 명의 불교국가 청소년들이 법당에서 수계식을 가졌으며, 그 후 대회장은 청소년 수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절 주변 곳곳에 금강산 제1봉인 신선봉에서 발원한 신선계곡의 맑은 물이 소와 폭포를 이루고,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절 앞에서 50m 정도 올라가면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화암폭포가 있으며 수바위 · 울산바위 등의 경관이 뛰어나다.
요즘 금강산 화암사 숲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강산 화암사 숲길은 화암사에서 출발해 수바위, 신선대를 거쳐 다시 화암사로 돌아오는 4.1㎞의 산행코스로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과 천혜의 자연풍광으로 인해 해마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송지호 주변 둘러보기
►송지호, 송지호해수욕장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오호리)
송지호는 고성군 죽왕면에 있는 둘레 약 6㎞의 호수다. 작은 만(灣)의 입구에 모래가 쌓여 사주(砂洲)가 발달하면서 바다로부터 분리되어 형성된 석호(潟湖, 바다 일부가 외해(外海)와 분리되어 생긴 것)이다. 동해안에는 송지호를 비롯하여 화진포·영랑호·청초호·경포호 등 유명한 석호가 많다.
바다와 연이어 있어 도미 ·전어 등의 바닷물고기와 잉어 등의 민물고기가 함께 서식하며, 맑은 호수와 송림이 울창하다. 백조(천연기념물 201)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속초~고성 국도가 호수의 동안을 남북 방향으로 지난다.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송지호는 넓은 사빈(砂濱: 모래가 깔려있는 바닷가 땅)이 있어 해수욕장과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의 경치는 맑은 물과 소나무 숲이 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송지호에는 2007년 관망타워가 세워졌다. 지상 4층으로 된 관망타워는 총 89종 240여 점의 박제를 전시한 조류박제전시관, 송지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외전망대, 망원경이 설치되어 날아드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타워 등을 갖추고 있어 훌륭한 자연생태학습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내부에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고니가 송지호로 날아오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관망타워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하절기에는 오후 8시까지 연장 개관한다.
송지호와 연결된 해변이 바로 송지호해수욕장이다. 그 앞에 죽도라는 바위섬이 있어 죽도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고성군에 있는 해변 중 백사장이 길고 송림이 우거져 있고. 해변 뒤에는 설악산이 버티고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다.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이용하기에 편하다.
►송지호둘레길
송지호에 왔다면 송지호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관동별곡 8백 리 길에 접한 송지호 관망타워에서 서북쪽 방향의 산소(O2)길은 호수와 숲과 바다가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마을 어귀를 지나 두백산 정상(244m)까지는 초보산행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등산길이다. 두백산 정상의 시설물은 군사시설로 분단의 아픔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정상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은 산을 오르는 동안의 피로를 싹 씻어 버리는 듯하다.
왕곡마을에 내려오면 옛 우리 조상들의 주거 생활의 지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토속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송호정은 송지호의 주변 송림과 호수 동해의 망망대해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인근에는 가진항, 공현진, 오호항(포구)가 있어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성왕곡마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송지호 바로 북쪽, 죽왕면 오봉리에 있는 민속마을로, 2000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세기 전후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이 밀집되어 있는 마을이다. 산과 송지호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 차단된 골짜기 형태의 분지라는 지형 덕분에 한국전쟁 당시 마을에서 불과 40km 떨어진 지역에서 격전이 지속되었으나 집의 대부분이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마을은 고려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였고, 14세기 말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최측근이었던 함부열(咸傅說)이 이성계의 조선왕조 건국에 반대하여 마을 근처에서 은거하였고, 그의 차남이 이곳으로 옮겨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후 오늘날까지 약 600년 동안 그의 후손인 양근 함씨(강릉 함씨라고도 함)와 강릉 최씨가 주를 이루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이 마을은 19세기 말 동학(東學)의 활동과 관련이 깊다. 동학의 2대 교주였던 최시형(崔時亨)이 1889년 이곳에 머물며 포교 활동을 하였고, 1894년 동학혁명 당시에는 관군을 피해 함일순 가옥에서 지내며 전력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는‘동학의 빛 왕곡마을’이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현재마을에는 40가구가 거주한다.
마을은 개울을 중심으로 좌우로 들어서 있고, 가옥은 대부분 북방식 전통한옥 구조로 안방과 사랑방, 마루, 부엌을 한 건물 안에 배치하고 부엌에 마구간을 연결한‘ㄱ’자 형의 겹집 구조를 보인다. 이는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산간지방에서의 겨울철을 가옥 내부에서 지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또, 남향이나 남서향으로 건축하여 겨울철의 적은 일사량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하였다. 마을의 가옥구조는 대부분 대문이 없으며, 따라서 앞쪽에는 담장도 만들지 않았다. 겨울철 바람과 눈이 많은 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것인데, 충분한 일사량을 확보하는 한편, 많은 적설량으로 인한 외부와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집의 구조 역시 북서풍과 많은 적설양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또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굴뚝이 진흙과 기와를 한 켜씩 쌓아 올리고 항아리를 엎어 놓았는데, 이는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않도록 시설한 것이라고 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장승과 전통 가옥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간 느낌마저 든다. 마을은 옛것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사람의 인기척도 없다. 언뜻 사람 모습이 보이는 집에 찾아들었더니 마침 한과를 제조하여 창문밖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한과 한 봉지를 샀다. 왕곡마을보존회에서는 관광객을 위해 4월부터 10월까지 전통한옥을 이용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한다.
시인 묵객들의 놀이터
►청간정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93)
고성에는 관동 8경의 하나인 청간정이 있다. 청간정은 고성군 토성면 교암리,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우거진 해안 절벽 위에 운치 있게 세워져 있다. 이 정자는 설악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작은 구릉 위에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에 누각 형식의 정자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진 바 없으나 갑신정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30년 경에 재건하였고,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의 명으로 보수하였다. 1981년 최규하 대통령의 지시로 대대적으로 보수하였으며 지금의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를 이때 해체 복원한 것이다.
정자를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 숲, 절벽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만경창파와 주변의 풍경, 일출과 월출의 장엄함은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조선 선조 때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관동별곡>에서 노래했다.
조선 인조 때 군수로 부임해온 이식은 “정자 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면 물과 바위가 서로 부딪쳐 산이 무너지고 눈을 뿜어내는 듯한 형상을 짓기도 하며, 갈매기 수백 마리가 아래위로 돌아다니기도 한다.”라고 청간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2층 누각에는 중수기를 비롯하여 여러 문인의 글이 걸려 있다. 1971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거울에 담기는 정자, 천학정
(고성군 토성면 교암리 177-10)
청간정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다시 북상하면 고성을 아름답게 하는 또 하나의 절경 천학정을 만날 수 있다. 교암리 마을 앞 조그만 산, 가파른 해안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남쪽으로 청간정과 백도가 바라다보이고 북으로는 능파대(凌波臺)가 가까이 있다.
정면 2칸, 측면 2칸, 겹처마 팔작지붕의 벽이 없는 단층 건물로 건립된 천학정은 1931년에 지방 유지들이 뜻을 모아 지었다. 정자의 정면에는 ‘천학정’ 현판이 걸려 있고, 내부에는 ‘천학정기’와 ‘천학정 시판’이 걸려 있다.
바로 눈앞, 범상치 않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압권이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드넓은 동해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이 고장 사람들의 편안한 쉼터이기도 하다.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길은 한적하고 여유롭다. 언덕 위에는 100년 이상이 된 소나무가 울창하며,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깨끗한 문암해수욕장과 자그마한 문암포구는 한적한 곳으로 조용한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미술관으로의 초대
►바우지움조각미술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288)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고성군과 속초가 경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고성과 속초 여행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바우지움BAUZIUM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식 표현이고, ‘지움’은 뮤지엄에서 가져온 말이다. 바우지움미술관은 조각전문미술관으로 바다나 산의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또 하나의 힐링장소가 되고 있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만은 우선 내외의 풍광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독특한 담장과 건물의 외관은 모던한 분위기를 가졌다. 강남의 어반하이브를 만든 김인철 건축가가 설계하여 2018년 문화공간건축협회가 선정하는 문화공간상 뮤지움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미술관은 다섯 개 테마를 가진 정원이다. 5000여 평이나 되는 정원은 물, 잔디, 소나무, 돌, 테라코타를 주제로 계절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정원을 거닐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미술관에는 김명숙조형관, 근현대조각관, 기획전시실에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김명숙조형관은 조각가인 주인 김명숙 작가의 컬렉션이 상설 전시되는 공간이다. 이 중 기획전시실은 아트페이스라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정원에 자리 잡은 바우 카페도 미술관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향 좋은 아메리카노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현재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미술관 티켓을 소지한 관람객에 한해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제공한다.
►진부령미술관
(고성군 간성읍 북면 용대리 29-1)
고성군에서 운영하는 진부령미술관은 동해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진부령(529m) 정상에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 최고높이에 자리 잡은 미술관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되어 있다.
진부령미술관은 총 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전시관은 국내 유명화가들의 서양화와 한국화 27점과 30여 점의 기뢱전시 작품이 전시돼 제2전시관은 ‘사람과 사람들전’으로 총 230점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관에는 미술, 음악, 문학 등 한국의 문화예술인 및 기타 저명인사들의 인물화를 전시하고 있다. 제3전시관은 대향 이중섭전으로 59점의 이중섭 서양화 유채 작품이, 제4전시관은 강록사 고려 불화 재현 전시관으로 30점의 고려불화를 연중 전시하고 있어 지역 주민 및 외지 관광객들에게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성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추억을 되새겨 볼겸 미시령 옛길을 달려 미술관에서 예술의 향기를 마음에 담는다면 멋진 여행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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