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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늦가을 석촌호수 산책

by 혜강(惠江) 2023. 11. 23.

 

늦가을 석촌호수 산책

 

글·사진 남상학

 

 

  11월 하순, 겨울로 접어드는 송파나루공원(석촌호수)을 찾았다. 잠실 부근에 갈 때 가끔 찾는 곳이다. 이곳 석촌호수는 도심 속의 호수라는 점에서 매력을 지닌 곳이다.

  1970년 한강 본줄기를 메우면서 내륙 인공호수가 조성된 곳. 현재의 석촌호수 북쪽 잠실벌은 옛 한강 변 송파나루가 있던 한강 본류였다. 당시 이곳 송파나루는 교통이 좋아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던 나루터였다고 한다.  

  이 인공호수는 송파대로가 개통하면서 송파대로 좌우로 동호, 서호로 나누어졌고, 호수 주변을 새롭게 단장하고 198112이상적인 형태의 석촌호수공원이란 이름을 얻었다.

 

 

  나는 지하철 2호선 잠실역 2번 출구로 나와 롯데월드타워 방향으로 걸었다. 123층 국내 최고의 롯데타워는 한국 전통의 곡선미를 자랑한다.

  마침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미로 정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회전목마 등으로 꾸며진 2023 롯데월드타워 크리스마스 ‘더 원더 위시 가든(The Wonder Wish Garden)’을 개장했다. 아마도 고객들에게 특별한 추억과 즐거움을 선사를 위한 특별 기획행사일 것이다.

 

 

  이 멋진 모습을 덤으로 구경하고, 호수(동호)로 내려섰다.  동호와 서호는 완전 개방형으로 어느 방향에서나 접근할 수 있다. 넓이 217,850, 담수량은 737t, 수심 4~5m, 둘레 2.5동호와 서호는 서로 연결되어 호수를 따라 조깅 코스 및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울긋불긋한 잎을 달고 있는 벚나무 호숫가 산책로에는 가을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쉬거나 열심히 걷고 있다. 나도 그 대열 속으로 들어섰다. 호수 주변의 정취를 즐기며 계속 걷는다. 왕벚나무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이곳은 1,000여 그루의 왕벚꽃나무가 모여 있어 서울의 봄철 대표 벚꽃놀이 명소다.

  매년 열리는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산책로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호숫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고, 잠시 차를 마시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지금 석촌호수에서는 ‘호수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루미나리에’( 부제: 빛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2014년부터 석촌호수 동호를 중심으로 롯데그룹과 송파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형공공미술 프로젝프의 하나다.  

  이것과 연계행사로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BULGARI)의 브랜드 상징인 ‘세르펜티 라이트 (Serpenti Light)’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 위에 설치된 높이 18m의 불가리 세르펜티 라이트는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3분 단위로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며 호수 위에 빛의 예술을 펼친다.

  한때는 거대한 새끼 오리인 러버 덕을 띄워 귀여움을 독차지하더니, 올해는 세르펜티 라이트로 불빛 축제와 어울리게 했다. 밤에 와서 봐야 그 진가를 볼 텐데 낮이어서 몹시 아쉽다.

 

 

  호숫길에서 도로 쪽으로 올라서 보니 나무가 울창하다. 울창한 숲 사이로 산책길, 맨발로 걷는 길도 조성하였고,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쉴 수 있고, 고려의 배 조형물, 석호정, 송파유래비, 조각상들을 설치하여 공원의 고루 갖췄다.

 

 

  동호를 한 바퀴 돌고 서호로 간다. 이곳 서호에는 동호보다 훨씬 붐빈다. 호수 위에 롯데월드의 매직 아일랜드가 떠 있다. 이곳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하늘을 치솟고, 그 아래 잔잔한 호수에는 그와 반대로 제노바 유람선이나 문(Moon) 보트를 타고 한가로이 물길을 가르는 풍경이 대조적이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다.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야경은 서울의 우수 조명 명소로 이름이 높다.

  서호의 서쪽 끝에는 잠시 쉬면서 서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전망 계단이 있다. 이곳에서 매직 아일랜드 입구를 지나면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카페가 나온다. 문화예술공간 ‘호수’의 건물이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올라서니, 롯데호텔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길목에 안내판이 있어 살펴보니, 흔히 ‘삼전도비'라 불리는 '대청황제공덕비' 서 있다. 청 태종의 강요 때문에 세워졌다고 한다. 내용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청나라 입장에서 미화하여 기록한 것이다. 굴욕적인 항복의 내용이 담긴 비석을 여기서 보다니.

  사연인즉슨, 1895년 고종은 “굴욕적인 비를 보고 싶지 않다.”라면서 한강에 빠뜨렸다. 송파강 바로 옆이었다. 그러나 1913년 일제가 이 비를 건져 올렸다. 일부러 한국인을 욕보이기 위함이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지역 주민들은 같은 이유로 이 삼전도비를 땅속에 묻었다. 하지만 1963년 홍수 때 비석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물에 빠뜨리고 땅에 묻었지만 계속 우리 앞에 나타난 삼전도비.

 

 

  상처는 감춘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면으로 응시할 때 치유가 가능하다고 했던가. 나는 오늘의 산책을 롯데호텔 앞에서 마무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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