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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서울 삼청공원, 북악산 동남쪽 기슭 숲 내음 가득한 공원

by 혜강(惠江) 2022. 11. 6.

 

삼청공원

 

북악산 동남쪽 기슭 숲 내음 가득한 공원

 

글·사진 남상학

 

 

 

  서울의 진산인 북악산 동남쪽의 아늑하고 깊은 골짜기에 삼청공원이 있다. 예로부터 ‘삼청(三淸)’이라는 이름 그대로 삼청천 계곡의 물이 맑고(水淸), 숲이 맑고(山淸), 사람의 마음 역시 맑은 곳(人淸)이었다.

  공원 주변에는 수백 년 묵은 소나무가 울창하다. 솔숲 위로는 산벚나무가, 아래로는 진달래와 철쭉이 많이 자라 봄이면 천상의 화원을 이루던 곳이다.

 

 

  1934년 3월에 삼림공원(森林公園)으로 지정되어 관리되어 오다가, 1940년 3월 12일에 도시계획공원으로 지정(조선 총독부 고시 제208호)되었다. 이 공원은 140개의 계획공원 가운데 제1호로 지정되었다.

  공원 면적은 372,418㎡지만 삼청터널의 등장으로 인해 삼청공원은 두 동강이가 나 휴식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나 터널이 생겨 성북동으로의 진입이 수월해졌다.

 

 

  삼청공원은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교통이 편리한 데다 호젓한 산책로에 주위 경치가 아름답고, 숲속 도서관, 유아 숲 체험장이 있다.

  유아 숲 체험장은 동심을 자극할 수 있는 ‘동심의 숲’,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자연과 하나 되는 ‘물의 숲’, 울창한 나무 아래에서 자연을 배우는 ‘숲속의 숲’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또, 공원 내에는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다목적 공터 및 매점 등이 있고 곳곳에 쉼터가 있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준다. 

  공원 산책길을 걷고 있는데 길 옆에 시비가 보였다.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  김경린(金璟麟,1918~2006) 시인의 시비였다. 안경을 쓴 얼굴 아래  시「차창(車窓)」은 아마도 시인의 육필처럼 보였다.   

  '나는/ 수족관에 온/ 한 마리의 어족// 미끄러지는/ 바깥 세계가 뿜는 향수로/ 안경은 차웁다'(「차창(車窓)」전문)

  이주 짧은 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자신을 '수족관의 어족'이라고 한다.  자신이 부자유스런 세계의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는 이 시를 통해 부자유스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숲속에서 자연이 주는 맑은 정기로 마음이 치유되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1918년 함북 경성에서 태어난 그는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 고등공업학교 토목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시를 쓴 그는 한동안 일본의 모더니즘 그룹인 ‘보우(VOU)’와 ‘신기술’에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박인환과 함께 ‘신시론’을 결성, 동인 가운데 가장 모더니스트다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피난지에서 「후반기」 동인을 꾸려 활동하였는데 누구보다 모더니즘 기법이 두드러진 시와 시론을 발표했다. 이 시비는 2018년 김경린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탈후반기」 시동인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한 것이다. 

 

 

  호젓한 산책로에 주위 경치가 좋아 많은 사람의 발길이 오가는 삼청공원에는 고려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의 시조비(時調碑)가 있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一百番) 고쳐 죽어
  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단심가(丹心歌)’로 잘 알려진 이 시조는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대한 답가로 고려에 대한 정몽주의 충절을 담고 있다. 그 옆에는 정몽주의 어머니가 불렀다는 시조가 적혀 있다. 

  가마귀 싸호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마라
  셩낸 가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강(淸江)에 죠히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흔히 '근묵자흑(近墨者黑)' 즉 "검은 것을 가까이 하면 자신도 검게 물든다"는 한자성어와 같은 뜻으로, 이 노래는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하고 이방원(李芳遠)의 연회에 부름을 받고 나가려 하자 이를 경계한 어머니 이씨가 시조를 지어 아들에게 경계할 것을 당부한 글이다. 까마귀는 이방원을 비롯한 조선건국세력이며, 백로는 뜻을 더럽히지 않는 순결한 충신을 뜻하는 것이다. 

 

 

  공원 주변에는 오래된 벚나무가 많아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나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워 이를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꾸준히 찾는다. 삼청공원 인근에는 화랑가, 별미집들이 많아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 늘 사랑받고 있다.

  이번 주가 지나면 예쁜 단풍도 자취를 감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가을의 상념에 젖어 있다가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 햇살이/ 오색 가루로 부서져/ 빈 벤치에 사뿐히 내려앉을 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한 무리의 참새 떼가/ 햇살 한 줌 작은 부리로 물고 와서/ 저마다 사랑을 클릭한다.// 부산한 날갯짓으로/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분주하게/ 핸드폰 자판 터치로 띄우는/ 사랑의 암호들// 숲 너머에선/ 젊음의 발랄한 웃음소리/ 바람 사이 나긋나긋한 사랑의 밀어들이/ 분절되지 않은 웅얼거림의 형태로/ 나뭇가지 사이로 밀려든다.// 높아진 하늘만큼/ 한결 느슨해진 여유로움이/ 저무는 가을 햇살 속으로/ 느릿느릿 축복처럼 내리는 시간// 나도 사랑 찾아/ 짙은 노을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집으로 가벼운 발길을 옮긴다.” (졸고「삼청공원에서」 전문)

  오늘 한나절은 삼청공원 산책으로 행복을 누린 시간이었다. 

 

◎상세정보

 

►주소  :  서울 종로구 북촌로 134-1(삼청동 산 2-1)

►가는 길  :  교보문고 앞에서 1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린다.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정독도서관을 거쳐 삼청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북촌길은 산책하기 좋다.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단풍으로 물든 삼청공원 이모저모

▲삼청공원에서 이어지는등산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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