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채석강,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퇴적암 절벽

by 혜강(惠江) 2023. 10. 26.

 

채석강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퇴적암 절벽

 

글·사진 남상학

 

 

 

  부안군이 자랑하는 채석강(彩石江)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1976년에는 전라북도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2004년 명승 ‘부안 채석강·적벽강 일원으로 승격되었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서쪽 끝의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일대의 1.5㎞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지명으로, 일찍이 변산 팔경 중의 하나인 ‘채석범주(彩石帆舟)’로 유명한 곳이다. 얼핏 들으면 강(江)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李太白, 701~762)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다ᅟᅵᆯ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퇴적암층의 채석강

 

  닭이봉 아래 절벽을 이루고 있는 채석강은 주상절리와는 달리, 마치 수 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성암 단층은 여러 채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부터 바닷물의 침식을 받으면서 쌓인 퇴적암들이다. 역암(자갈) 위에 역암과 사암, 사암과 이 암의 교대층, 셰일, 화산회로 이루어진 격포리 층이다. 이런 퇴적환경은 과거 이곳이 깊은 호수였고, 호수 밑바닥에 화산 분출물이 퇴적되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이 절벽에서 단층과 습곡, 관입구조, 파식대 등도 쉽게 관찰할 수 있어 지형과 지질학습에 좋다.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식애, 평평한 파식대, 해식동굴도 발달했다. 채석강 바닥에는 지각과 파도의 합작품인 돌개구멍이 발달했는데,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고여서 생긴 조수 웅덩이도 곳곳에 있다.

 

▲채석강의 모습

 

  마침 채석강에 도착한 시간이 밀물 때여서 드러난 채석강의 모습은 다음날  보기로 했다. 돌아서면서 나는 시인 문인수의 「바다 책, 채석강」 부분을 떠올려 본다.

  “채석강의 장서는 읽지 않아도 되겠다. / 긴 해안을 이룬 바위 벼랑에 / 격랑과 고요의 자국 차곡차곡 쌓였는데 / 종(種)의 기원에서 소멸까지 / 하늘과 바다가 전폭 몸 섞는 일 / 그 기쁨에 대해 / 지금도 계속 저술되고 있는 것인지 / 또 한 페이지 철썩, 거대한 수평선 넘어오는 / 책 찍어내는 소리가 여전히 광활하다.”

  시인은 몸소 채석강에 가서, 파도가 철썩이며 ‘바다 책’ 찍어내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하여 굳이 ‘종(種)의 기원에서 소멸까지’ 의 역사가 깃든 채석강이라는 장서를 읽지 않아도 이미 읽은 거나 진배없다고 보는 것이다.

 

▲절벽과 해안 바닥이 온통 책을 쌓아 놓은 듯 보인다. 

 

  닭이봉 남쪽에는 격포항이 있다. 위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고, 남쪽 방파제는 요트 정박지로 이용된다. 이곳에는 위도 일원에서 잡은 물고기가 모이는 위판장이 있다. 닭이봉 꼭대기에는 팔각정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보면 멀리 위도와 칠산(七山)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격포항과 격포항에서 바라본 일몰

▲닭이봉과 정상의 전망대

 

  또, 채석강이 끝나는 북단에는 물이 맑기로 유명한 격포 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위 소나무 숲에는 오랜지색 지붕으로 단장한 소노벨 변산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을 즐기기 좋고 빼어난 경관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여기서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이 있어, 이 일대는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격포해수욕장 뒤로 소노벨 변산과 멀리 적벽강이 보인다.

 

  우리는 격포항에서 저무는 해를 배웅하고, 시장기를 메우기 위해 격포리 맛집으로 소문난 ‘군산식당’(변산면 격포리 508-5, 063-583-3234)으로 향했다. 이곳은 백합을 위주로 한 메뉴 외에도 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충무공 정식은 푸짐한 한 상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군산식당의 '충무공정식'

▲일행의 채석강 탐방 기념사진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