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
낙조가 아름다운 새만금 내 깊숙이 자리 잡은 절집
글·사진 남상학
“대나무 잎새 몸 부비는 소리 등에 업고 /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 파도가 읊어대는 경전 소리에/ 처마끝 종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절간을 지나는 동자 스님의/ 발걸음이 바람에 떠밀리는 마른 잎 같다.”
이병욱 시인의 시 <망해사(望海寺)>의 일부이다. 김제 망해사는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멋스러움과 아담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망해사는 김제에서 서북방 약 27km 지점에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진봉산(進鳳山)의 끝자락, 즉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만경강 하류 강가에 자리를 잡았다.
아리랑마을을 둘러보고 망해사 방면으로 달리며 만나는 겨울철 만경평야는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평선이 보일듯한 김제 평야를 달려 심포 어항에 이르기 1km 전방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언덕바지 진봉산 능선을 따라 진봉 망해대(전망대)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우측 도로를 따라 약 30m 정도 내려가면 망해사에 닿는다.
깎은 듯이 세워진 기암괴석 벼랑 위에 망망대해 서해의 고군산열도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어 ‘망해사(望海寺)’라는 이름이 붙었다. 징게맹갱 외애미뜰의 장대한 규모에 비교하면 손바닥보다도 작은 사찰이다.
비구니 사찰인 망해사는 좌측으로는 산으로 이어져 있고, 우측은 강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며 탁 트인 모습으로 다가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뚫리는 듯하다.
일주문도 없는 사찰로 내려가는 길목 우측으로 멀찍한 거리에 초라한 목조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해우소(화장실)다. 휑하게 홀로 서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사찰 경내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열린 공간이다. 앞마당에 낮은 기와 담장 너머로 보이는 강과 바다 풍광이 어느 사찰에서도 만날 수 없는 멋진 모습이다.
먼저 만나는 건물은 요사채다. 요사채는 바다가 보이는 집이란 뜻으로 ‘청조헌’이라 는 이름이 붙었다.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로 전면을 붙여놓았다. 바로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는데 망해사 스님들이 기거하는 좌측의 요사채를 지키면서 바닷바람도 막아 준다.
사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그 역사는 매우 깊다. 백제 의자왕 2년인 642년 부설 거사가 이곳에 와 사찰을 세웠고, 그 후 754년(경덕왕 13년)에 당나라의 중 중도법사(일명 통장 화상)가 중창하였다. 그 후에도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인 극락전을 비롯하여 칠성각, 요사채로 사용되는 청조헌·낙서전·삼성각·종각이 전부이며 4개의 부도가 있다.
중앙에 대웅전인 극락전이 자리를 잡았고, 극락전 우측으로 망해사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낙서전이 낮은 기와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요사체채와 대웅전 사이로 돌계단을 올라가면 사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삼성각이 자리하고 있다.
벼랑 아래 낙서전(樂西殿)은 팔각지붕에 ‘ㄱ자’형으로 한쪽에는 마루를 놓고 다른 편에는 방과 부엌이 딸려 있어 과거 법당 겸 스님의 거처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석가모니불과 약사여래불을 모신 법당 겸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모양이 불규칙한 나무 기둥으로 세워 자연미를 짙게 풍긴다. 전북 문화재 제128호로 지정되었다.
낙서전 바로 앞에는 420년 전인 조선 선조 22년(1589)에 진묵 대사가 낙서전 창건 기념으로 식수했다는 팽나무(도 지정 기념물 제114호) 두 그루가 오랜 세월을 증언하듯 우람하게 서 있다. 약 22m에 달하는 이 거목(巨木)은 고즈넉한 산사의 적막감을 달래주며 긴 세월 망해사를 지키고 서 있다.
대웅전 앞마당 끝에는 오층석탑이 범종각이 있고, 그 뒤로는 만경강과 그 너머로 서해가 보인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번뇌와 망상을 잊고 참된 나를 찾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다.
예전 같으면 사찰 아래로 강과 바다가 만나 그 경관이 뛰어났을 테지만, 지금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로 바닷물을 막아 정지한 물이 되어 경관이 예전만 못한 편이다.
그러나 망해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은 모악산에서 솟구치는 일출과 군산 앞바다로 떨어지는 낙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만경강 낙조는 볼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뿌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낮은 숨소리 웅웅대는 절터를 비추며/ 조용히 내려앉는 서녘 해,/ 노을빛 단청을 그린다./ 내 얼굴엔 단청이 그려졌을까/ 바다로 발을 옮겨 얼굴을 비추면/ 이내 얼굴을 삼키는 허연 물거품/ 귓가에 파도의 일렁거림만 맴돌고/ 바다의 들숨에 석양마저 빨려 들어간다.”
- 이병욱의 <망해사> 일부
주변 경관이나 만경강의 낙조를 좀 더 볼 요량이면 망해사 뒤쪽 숲길을 걸어 올라 전망대에 오를 것을 권장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김제의 들녘, 새만금의 풍경과 심포항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심포항까지라도 쉬엄쉬엄 새만금 바람길을 걸으며 갈대밭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으리라.
◎상세정보
►주소 :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10길 94 (심포리 1004)
►전화 : 063-543-3187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서김제 나들목→삼거리 우회전→29번 국도 만경 방향→만경고 삼거리→좌회전→702번 지방도 심포항 방향→망해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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