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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문화일반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 우리글 ‘한글’이 예술로 꽃피다.

by 혜강(惠江) 2022. 12. 22.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

 

우리글 ‘한글’이 예술로 꽃피다.

 

~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  ~

기간 : 2022년 10월 7일~2023년 1월 29일 / 장소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글·사진 남상학

 

 

 

   "그대의 꿈으로 이곳에 / 그대의 꿈으로 이 땅에 / 희망이 자라고 / 생명이 자라고 / 오늘 내일이 계속된다.  // 우리가 누리는 말글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 뜨거운 가슴으로 간절히 희망했던 / 그대의 꿈으로 우리가 있다.// 아 아 아 희망이 자라고 / 생명이 자라고 / 오늘 내일이 계속된다." (김백찬의 ‘그대의 꿈으로’에서)

 

  근대 한글 연구의 중심에 있던 주시경(周時經, 1876~1914) 선생을 추모하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한국의 문화 예술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의 언어인 한글 역시 조명을 받게 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한글실험프로젝트는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글을 재해석하여 한글이 지닌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조명하여 한글문화의 지평을 확대하는 기획특별전이다.

  그동안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2017년 <소리×글자 : 한글디자인>, 2019년 <한글디자인 : 형태의 전환>에 이어, 올해 4회째 열리는 것으로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에서는 근대 시기 한글 자료를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근대 한글의 변화상이다. 1876년 개항 이후 근대 문물과 제도가 도입되면서 큰 변화가 일었던 근대 시기 한글이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보여준다. 전통과 새로운 문화가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한글도 변화와 발전을 이어왔다.

 

 

  1894년 고종이 공문서에도 한글을 사용하도록 선포함으로써 한글은 나라의 공식 문자가 되었다. 이후 한자 중심의 문자 생활이 한글로 옮겨가며 한글의 사용 영역은 점차 넓어졌다. 한글 사용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우리 말과 글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우리말 글쓰기를 위한 공통된 기준도 마련되었다.

  한편 19세기 말부터 들어온 서구의 기계식 인쇄 기술은 한글 인쇄물의 대량 생산을 촉진하여 신문, 잡지, 문학서 등 여러 종류의 한글 출판물이 발행되고, 제목과 표지를 한글로 디자인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시도가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근대 시기 한글의 변화상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의 작품은 박물관 소장 자료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 모이』, 국어 문법서 『말의 소리』, 지석영이 편찬한 외국어 교재 『아학편』,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 문전』, 한글 띄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적용한 「독립신문」 등이 작품 제작의 바탕이 되었다.

  창작자들은 가상의 <근대 한글 연구소>을 설정, 4개의 연구실 - 「동서말글연구실」, 「한글맵시연구실」, 「우리소리실험실」, 「한글출판연구실」로 구성했다. 그리고 시각, 공예, 패션, 음악, 영상 분야에 걸쳐, 작가 19명과 4개 팀의 작가가 참여해 근대 한글 자료에서 받은 영감으로 형상화한 35점의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1부 : 동서말글연구실

 

  동서말글연구실은 말, 글과 관련된 구획으로 동·서양을 잇는 언어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개항 이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한글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한 것과 우리가 외국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방법이 제시된다.

  독일의 오페르트가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글을 독특한 형태로 기록한 <금단의 나라 조선>(1880), 프랑스인 선교사 리델이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1881) 등을 모티브로 삼은 색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또, 언더우드 선교사가 편찬한 <한영자전>(1890), 게일이 편찬한 <한영자전>(1897), 지석영이 지은 <아학편>(1908) 등도 모티브가 되었다.

  디자이너 이화영은 지석영이 출판한 〈아학편〉에서 영감을 받은 ‘한HAN글文’ 그래픽 작업을 선보였다. 전통과 새로운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한 한글과 격변의 시기를 살아낸 한국인의 모습을 시각화한 것이다.

  유정민 작가는 'ㄱ' 자가 5개 겹친 듯한 긴 의자와 ‘아야어여오' 책장을, 이슬기 작가는 ‘됴찬쇼’를,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인 이청청 작가는 전통 한복 구조에 트렌치코트, 재킷 등을 결합한 '낯섦과 새로움, 그리고 연결'을 공개했다.

  디자이너 유현선은 어더우드 선교사가 지은 <한영자전>(1890)과 게일이 편찬한 <한영자전>(1897)에서 음식 이름을 수집해 흥미로운 타이포그래피의 ’메뉴판‘을 완성했으며, 이예주 작가는 ’평안이 가시오‘를 선보였다.

 

▲한HAN글文 -이화영

▲5개의 기억(긴 의자), 아야어여오(책장) - 유정민

 '낯섦과 새로움, 그리고 연결' - 이청청

▲'평안이 가시오 - 이예주

▲ME뉴板 - 유현선

 

2부  :  한글맵씨연구실

 

  한글맵시연구실은 한글을 어떤 모양으로 조합하고 배열할지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근대 시기에는 한글을 어떤 모양으로 조합하고 배열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철자법이 확립되어 가고, 세로로 띄어쓰기 없이 글을 쓰던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은 한글을 가로로 쓰는 동시에 자음자와 모음자를 따로 적는 가로 풀어쓰기를 시도했다. <독립신문>(1896)에서는 창간호부터 빈칸 띄어쓰기가 선구적으로 적용되었다.

  한글맵씨연구실에서는 한글을 어떤 형태와 모양으로 조합, 배열할지에 대한 근대의 시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물과 가로쓰기, 풀어쓰기 등 근대 한글 사용 방법의 변화를 작가의 시각에서 새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쓰기의 층위 ‘시멘트’(박용훈, 박지은, 양효정)는 디지털 한글박물관 사이트를 통해 한글의 배열 양상과 문장부호 등을 조사했다. 양상을 파악한 이들은 직접 만든 아이콘을 표기, 결합해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그 외에도 ‘무제’(박춘무), ‘권점 : 띄어쓰기’(김무열), ‘획을 주름 접다 시리즈’(권중모), ‘말의 형태’(한동훈), ‘어느 날의 조각...선반 01, 02’(윤새롬), ‘활자를 입력하세요’(하형원) 등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쓰기의 층위' - 시멘트(박용훈, 박지은, 양효정)

▲‘무제’ - 박춘무

▲‘권점 : 띄어쓰기’ -김무열

▲‘획을 주름 접다 시리즈’ - 권중모

▲‘말의 형태’ - 한동훈

▲‘어느 날의 조각...선반 01, 02’ - 윤새롬

▲‘활자를 입력하세요’ - 하형원

 

한글공작소

 

3부  :  우리소리실험실

 

  우리소리실험실에서는 근대 시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디자인 등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조선 후기부터 소리꾼의 목소리로 전해지던 판소리는 손으로 베껴 쓴 필사본이나 목판에 새겨 인쇄한 방각본 형태의 소설로 유통됐다.

  춘향전은 <옥중가인(獄中佳人)>으로, 심청전은 <강상련(江上蓮)>으로, 별주부전은 <토(兔)의 간(肝)> 등으로 제목이 바뀌거나 삽화가 들어가 희곡 형태로 편집되기도 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던 우리의 소리가 한글 연활자로 인쇄되어 대량 생산에 따라 더 많은 대중이 향유할 수 있었다.

  우리소리실험실에는 디자이너 김혜림은 심청가를 바탕으로 만든 의상 ‘효’를, <만고정열 여중화>에서 영감을 얻은 김현진은 ’한글광상‘을, 국악 아카펠라 그룹인 토리스(곽동현, 김세영, 백현호, 이신애, 정준원, 최홍석)는 흥부가에서 영감을 받아 ‘제비노정기’를 제작하여 한 대목을 들려준다.

 

▲<만고정열 여중화>에서 영감을 얻은 '한글광상' - 김현진

▲<심청가>를 바탕으로 만든 의상 ‘효’ - 김혜림

▲‘제비노정기’ - 국악 아카펠라 그룹인 토리스(곽동현, 김세영, 백현호, 이신애, 정준원, 최홍석)

 

4부  :  한글출판연구실

 

  한글출판연구실에서는 근대 한글 출판물을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19세기 이후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출판물이 발달하면서 한글 보급이 활기를 띠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거나, 한글만 사용해 인쇄물이 구성되면서 다양한 독자층이 생겨났다. 잡지와 문학서 등은 한글을 활용한 특색있는 제목과 표지그림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초의 순 한글 신문으로 뜨이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사용한 <독립신문> 창간호(1896. 4. 7)에서 영감을 받은 이성동은 ‘얽힌’을, 스튜디어 페시는 ‘자모타일을, 1907년 고종의 강제 퇴위를 알리기 위해 발행한 경향신문 호외는 ’새로운 질서와 그 이후‘(남선미, 민구홍, 윤중근, 이소연, 이지수)에 의하여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라는 작품이 바닥에 놓인 소형 TV 5대와 대형 TV 화면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남권 작가는 한글로 표지를 장식한 근대출판물의 사체에서 영감을 받아 ’지레칠기‘(한글시리즈)를 선보였고, 이예승 작가는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게 인쇄된 이야기책 <딱지본>를 시각화한 영상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더했다. 이 외에도 SAA(이신하, 정성문)의 '말MAL' 등이 전시됐다.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호외요!' - 새로운 질서와 그 이후(남선미, 민구홍, 윤중근, 이소연, 이지수)

▲ '말MAL' - SAA(이신하, 정성문)

▲'얽힌 - 이성동

▲'증강 딱지본'을 시각화한 영상 - 이예승

▲'지레칠기 (한글 시리즈) - 유남권

▲'자모타일' - 스튜디오 페시

 

근대 한글 연구자

주시경 선생을 기억하며

 

  근대 한글 연구의 막바지는 '주시경 선생 유고'다. 주시경은 우리 말과 글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학자이다. 과학적 분석에에 기초한 연구로 국어학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였고, 한자어의 순화, 한글의 가로쓰기와 풀어쓰기 등 혁신적 주장을 하였다.

 한글을 가로로 풀어 쓴 예시를 보여준 주시경의 <말의 소리>는 조각 선반과 포스터로 새로 태어났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나온 연활자 서체는 한지 주름이 돋보이는 조명 디자인에 녹아들었다.

  전시 끝에는 ‘주시경 선생 유고’(1939)와 함께 추모곡이 흘러나와 근대 한글 연구의 중심에 있던 그를 생각하게 한다. 작곡가 김백찬이 만든 '그대의 꿈으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내가 지금 / 소리 내어 말하는 이것은 // 내가 지금 / 부르는 이 노래는 // 그 옛날 당신이 꿈꾸던 희망 // 그 옛날 당신이 바라던 세상 // 잃어버린 내 조국과 // 잃어버린 우리의 말들을 // 모두 바쳐 이루려 했던 / 그대의 바램으로 // 지금 여기 내가 / 이 땅 위에 서서 노래한다 // 다시 찾은 내 조국과 // 다시 찾은 우리의 말들을 // 모두 바쳐 지키려 했던 / 그대의 굳은 의지로 // 지금 여기 내가 / 우리가 / 이 땅 위에 서서 노래한다.”

 

  한글이라는 문자를 '오브제'(objet·대상)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는 국립한글박물관 전시를 마친 후 국내외를 순회하며 한글의 다양한 가치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매일 마주하는 한글에서 살짝 벗어나 볼 수 있는 기회이며,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이다.

 

◎상세정보

 

►주소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9 (용산동6가 168-6)

►전화 : 02-2124-6200

►관람 : 10:00~18 : 00 (토요릴 21:00까지)

►휴무 : 1월 1일, 설 당일, 추석 당일, 법정 공휴일(한글날 제외)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경의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 왼쪽 방향의 ‘박물관 나들길’ 이용, 우측 방향으로 400m 직진 / 이촌역 2번 출구 용산가족공원 방면으로 430m 직진하여 국립한글박물관 출입구 이용

*버스는 간선 400번, 간선 502번 타고‘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하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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